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37
37화 Chapter 20 – 이직을 고민하는 혜리
“아니, 확정된 건 아닌데 나도 이직할까 고민하고 있거든.”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정훈은 당황한 감이 없지 않았다.
“요즘 출판사에서 이직하기 힘들 텐데….”
“그건 아는데, 어디서 같이 일해 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와서 말이야.”
“어딘데?”
“러브메스 미디어. 대학 선배가 거기서 일하고 있거든.”
“음….”
러브메스 미디어. 로맨스 판타지 전문 출판사에서 BL과 일반 로맨스 작품 그리고 웹툰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출판사다. 나름 로맨스에서는 입지를 다져 놓았기에 꽤 안정적인 회사였다.
“나쁘진 않은데,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푸른 하늘도 출판사치고 조건이 나쁘진 않은데.”
“맞아. 솔직히 오빠도 있어서 나가고 싶지 않은데, 조건이 괜찮아서 고민하고 있거든.”
“조건이 어떤데?”
“2,500에 대리 달아 준대. 솔직히 말해서 로맨스 쪽은 사람이 거의 없어서 대리라는 직급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연봉이 크게 차이가 나잖아.”
푸른 하늘에서 현재 그녀의 연봉은 2천. 인센티브가 있긴 하지만, 큰 편은 아니다. 연봉의 1/4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이니 혜리가 고민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오빠라면 어쩌겠어?”
사실대로 말하자면, 정훈은 혜리가 나가는 걸 원치 않았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사내 연애를 하는 까다로움보다는, 매일매일 회사에서 얼굴을 볼 수 있는 게 훨씬 더 장점이 컸다.
하지만 냉정하게 제3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회사를 옮기는 게 나았다. 푸른 하늘 출판사를 기준으로 혜리는 2년이 더 지나야 2,500이라는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정훈과 같이 뛰어나게 일을 잘하면 그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겠지만, 판타지 전문인 푸른 하늘에서는 로맨스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러브메스 미디어에서는 그 연봉으로 시작할 수 있다. 직급에 의미가 없다지만, 어쨌든 대리는 대리다. 출판 업계의 연봉 상승률이 비슷한 걸 생각하면, 상당히 괜찮은 조건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갈 것 같아.”
“그렇지?”
“근데 갑자기 왜 스카우트하는 거야? 정식으로 뽑아도 될 텐데. 아, 혜리 너를 무시해서 하는 말은 아니야.”
“그런 생각은 전혀 안 하니까 걱정 마. 이번에 러브메스 미디어에서 초콜릿페이지랑 같이 주최해서 로맨스 소설 공모전 열잖아. 알고 있지?”
“응. 알아.”
“그런데 러브메스 미디어 쪽에서 편집자 2명이 지방으로 출장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대. 그래서 급하게 빈자리 2개가 났는데 당장 실무를 볼 사람이 필요하니까 경력직으로 뽑으려는 거고, 대학 선배가 나한테 연락을 한 거지.”
“아, 그러면 이해가 되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만약 그 두 편집자가 퇴원해서 업무에 복귀하면 네 자리가 없어지는 거 아니야?”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처음부터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기에 나중에 사원들이 돌아오면 중심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아니야. 그럴 리는 없어. 우선 선배가 팀장이기도 하고, 내가 가는 대신에 신입 사원을 안 뽑기로 했거든.”
“그러면 다행이고.”
혜리는 내 의견을 다시 확인하듯 물었다.
“어쨌든 오빠가 나라면 이직한다는 거지?”
“네 말대로 자리가 확실하다면 나는 할 것 같아.”
“그렇구나.”
안도하면서도 그녀는 슬쩍 내 눈치를 살폈다.
“아, 오빠, 혹시 내가 이직한다고 해서 기분 나쁘거나 마음 상하지는 않았지?”
“당연하지. 혜리 네가 잘되면 좋은 일이고 축하해 줘야지, 내가 삐지겠어?”
“다행이다.”
정훈은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지만, 확인하기 위해서 물었다.
“그러면 이직할 거야?”
“음, 아직 확정은 아닌데 한 80% 정도로 마음먹고 있어.”
어제까지만 해도 고민에 고민을 더하고 있었는데, 정훈의 말을 듣고 이직하는 쪽으로 마음이 크게 기울었다.
정훈은 걱정되는 말투로 물었다.
“근데 그쪽으로 넘어가려면 최대한 빨리 가야 되는 거 아니야?”
“3주 안에만 넘어올 수 있으면 괜찮다고 했거든. 근데 인수인계 기간이 평균 한 달이잖아.”
“그게 조금 문제가 될 수도 있겠네.”
“응. 그래서 결정이 되면 바로 팀장님한테 말씀도 드리려고. 기왕이면 신입 사원 뽑는 이번 달에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번에 신입 사원을 많이 뽑아야겠네. 한 대리님도 나가시고, 너도 나가면 빈자리가 많이 느껴지겠다.”
“미안해.”
“미안해할 필요 없다니까.”
정훈은 혜리를 위로하기 위해 잔을 들어 그녀의 무거운 마음이 담긴 잔과 부딪쳤다.
***
주말이 끝나는 월요일, 혜리는 사표를 제출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동시에 2명의 사원이 나가기에 바빠졌다. 동시에 기존에 계획되어 있던 신입 사원 채용 계획이 바뀌었다. 2명 입사에서 4명으로 늘어났다. 경력직 채용도 생각해 봤지만, 한 대리의 빈자리를 채우기에 일반 경력직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주요 작품은 기존 사원들이 맡고, 거물급 작가를 제외한 새로운 작가들은 신입 사원들이 맡는 방향으로 정했다.
주요 작품은 김 대리와 이현우 사원이 주축이 되어 맡을 예정이었다. 최 대리와 진기용, 안정수 사원은 김 대리와 이현우 사원이 맡지 못한, 즉 이류 작품들을 맡기로 했다.
장한얼 부장과 조승훈 팀장의 의견이었다. 물론 직접적으로 일류 작품과 이류 작품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작가를 직접 선정해 주었기에 대부분의 사원들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반발은 없었다. 사원들은 모두 자신의 능력을 알고 있었고, 그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정훈과 혜리는 사원들 몰래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러면 다 말한 거야?”
“네. 러브메스 미디어로 가는 것까지요.”
“여기서는 반말해도 돼.”
“아, 맞다. 근데 회사에서는 저도 모르게 반말이 잘 안 돼…요.”
혜리는 주변에 다른 사원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님은 뭐라고 안 하셨어?”
“아쉽다면서, 축하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안 좋게 이야기하실 줄 알았는데 놀랐어요.”
“원래 일은 칼같이 하시는 분이라 화를 자주 내셔도, 이런 면에서는 인간미가 넘치는 분이시거든.”
“네. 그래도 좋게 나가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만약 제가 회사에 한이 사무치고 열이 받아서 나가는 거였다면 사표 던지고 욕까지 했을 텐데, 그건 전혀 아니었으니까요.”
“그렇지. 다 같은 인간관계에서는 좋게 마무리하는 게 좋지. 특히나 출판 업계는 좁잖아. 어떻게든 다 알게 될 텐데, 굳이 안 좋게 나갈 필요는 없어.”
“맞아요. 한 대리님도 그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솔직히 박 과장한테는 한 소리 하고 싶은데, 이왕 가는 거 좋게 가고 싶다면서 조용히 마무리하시겠대요.”
“그런 이야기도 했구나.”
정훈은 문득 예전에 친한 형과 술자리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
“형, 퇴사한다고?”
“응. 더 있다가는 정신병 걸리겠다.”
“그 정도야?”
“미치겠다니까. 김 차장이 갈구는 솜씨가 아주 대단해. 지가 잘못해 놓고 내 탓을 하는데, 듣고 있으면 진짜 내가 잘못한 것 같다니까?”
“하하하. 형이 잘못한 건 아니고?”
“나 지금 진지해.”
“미안.”
정훈은 삼겹살을 잘라 수종의 앞에 놓았다.
지금 정훈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자는 하수종이라는 남자로, 정훈보다 세 살 많다. 정훈이 재수를 할 때 학원에서 만난 형인데, 그가 몇 수를 했는지 말하자면 마음이 아프니 이야기하지 않겠다.
학원에서 친하게 지낸 게 연이 되어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 오고 있다. 수종은 정훈이 따르는 가장 친한 형으로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삼별이라는 대기업에 다니던 엘리트였다.
“그래서 사표는 낸 거야?”
“응. 오늘 아침에 딱 내고 왔다.”
“그러면 김 차장 얼굴에 딱 사표 던지고 오지!”
“하하.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차마 못 하겠더라. 회사에 원수진 것도 아니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인데 좋게 정리해야지.”
“그 회사로 다시 가려고?”
정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설령 다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건 외부인인 자신도 알 수 있었다.
“아니, 그 김 차장 있으면 죽어도 안 가.”
“없으면 가고?”
“갈 수도 있지.”
수종은 웃으며 정훈을 쳐다보았다.
“리처드 브랜슨이라는 사람 아냐?”
“누군데? 영화배우야?”
“아니, 외국의 어떤 기업 회장인데, 그 사람이 쓴 책에 이런 구절이 있거든. 건너온 다리라도 태우지 마라.”
“그래서?”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가능성 정도는 열어 두는 게 좋잖아. 끝난 인연이라고 해서 자물쇠를 꼭꼭 걸어 잠그기보다는 문만 살포시 닫아 놓는 정도면 충분해.”
“나 같으면 다리 태울 생각으로 김 차장 얼굴에 사표 던졌다.”
“너도 회사 다녀 보면 알게 돼. 사람 인연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몰라.”
“나도 다니거든?”
“이제 두 달 된 게 무슨.”
수종은 신입 사원 티도 벗지 못한 정훈이 귀여웠다.
“어쨌든 굳이 나쁘게 나갈 필요는 없다는 거지.”
“나는 성격 못 죽일 것 같은데.”
“너도 1년만 지나면 다 그렇게 될 거다.”
그 후, 수종은 금별 그룹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이전에 다니던 삼별보다 좋은 조건은 아니었지만, 업무 스트레스는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오히려 삶의 질은 높아졌다고 느꼈다.
그렇게 2년 가까이 근무했을 때, 이전 회사의 친한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수종은 반가움에 별 의심 없이 전화를 받았다.
“오, 하 대리, 잘 지냈어?”
“예. 잘 지냈습니다. 과장님은 잘 지내셨어요?”
“과장이라니, 차장 된 지가 언젠데.”
“아, 그래요? 승진 축하드립니다!”
“고마워.”
전화를 건 상대는 질질 끌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김 차장, 이번에 명예퇴직 당했어.”
“네?”
“자네 괴롭히던 김 차장, 이번에 퇴사했다고.”
“아….”
쌤통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임 과장, 아니, 임 차장이 이런 일로 전화를 했을 리는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 다시 돌아오지 않겠나?”
“예?”
“이번에 내가 차장으로 올라가면서 과장직에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비어 있거든. 자네를 추천했으면 해. 이제는 자네 괴롭히던 김 차장도 없고, 내가 충분히 밀어줄 수 있어. 어때, 괜찮지 않겠나?”
“어…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시니까….”
“이미 부장님이랑 이야기도 끝냈어. 지금 금별 다닌다고 했지? 그 회사보다는 더 좋은 조건일 거야. 지금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고, 천천히 생각해 봐. 2주 안에만 연락 줘.”
“아, 감사합니다. 과… 아니, 차장님.”
“고맙긴, 자네가 잘해 뒀던 덕분인데. 그러면 이만 끊겠네.”
“예. 들어가십시오.”
이후, 하수종은 삼별로 돌아갔다. 과장이라는 직급과 함께 연봉이 20%나 인상되는 조건이었다.
만약 수종이 삼별에서 퇴사하기 전에 김 차장에게 사표를 던지고 지랄을 하고 나왔다면, 아무리 김 차장이 퇴사했더라도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
“왜 음흉한 미소 지어요?”
“아니, 어떤 생각이 나서….”
정훈은 빙그레 웃으며 혜리의 손을 꼭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