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유진이와 놀이동산
“흐음, 맡겨 놓긴 했다만…… 이건 상상 이상인데?”
헌터 협회의 본부에 다녀오는 것부터 뉴튜브 생방송까지.
이래저래 농사를 신경 쓰지 못하는 동안 훌륭한 조수인 팜오리와 약초맨들에게 맡겨 두었지만,
일을 끝마친 뒤 ‘이제 좀 거들어 볼까’ 하고 옷소매를 걷어 올린 진우는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 말이야. 이렇게 일을 다 해 버리면 난 뭐 하라고?”
꾸왁! 꾸와아아악!
삐삐! 삐삐삐!
꺄꺆! 꺄꺄꺄꺆!
이제는 척 하면 척이라고.
하나부터 열까지. 진우가 손 볼 필요도 없이 전부 다 일을 끝마쳐 놓은 기특한 녀석들이었다.
하긴, 함께해 온 세월이 얼마인데.
일하는 스타일부터 일 처리 능력까지. 똑 소리 나게 처리해 놨다.
“하여튼. 너무 유능해도 문제라니까?”
주인과 애완동물은 닮아 간다는 말.
아니지.
팜오리들이나 천묵이와 천노묵이, 그 밖의 만드라고라 등은 애완동물이라는 범위를 벗어난 지 오래다.
어떻게 보면 자식 같은.
그래, 가족이라고 보는게 맞으려나?
꾸와아아악!
삐삐삐삐!
“아, 알았어. 줄게. 주면 되잖아.”
덕분에 최근 들어 반항심도 활기차지긴 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슈퍼 밀웜을 요구하는 녀석들.
영양가는 정령의 연못에서 자라난 대어가 더욱 좋겠지만, 원래 가끔씩 먹는 별미가 일품인 법이라고들 하니까.
“불량 식품은 못 참긴 해.”
팜오리들의 전매특허, 환장의 헤드뱅잉과 함께 시작된 밀웜의 학살쇼.
자, 훌륭하게 일 처리를 끝마친 팜오리들에게 보상을 주었으니 남은 것은 약초맨들 뿐이다.
“너희들 건 여기 다 준비해 왔지.”
꺄아?
끼이잉!
끼에에?
만드라고라에 대한 것이라면 척척박사나 다름없는 엔코를 곁에 두고 있는 진우다.
녀석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미리 다 알아 둔바.
그렇게 준비해 온 것은 사실 굳이 바깥에서 구할 필요도 없는 물건이었다.
부스럭- 부스럭-
쏴아아아아-
끼에에에에!
진우가 내민 것은 지룡이 흙을 먹고 소화해 낸 분변토였다.
세상에 영양 가득한 흙을 싫어하는 작물을 보았는가?
일단은 약초이자 농작물이기도 한 만드라고라들이다보니 쏟아지는 분변토와 운디네들이 뿜어낸 물에 수영장에 놀러 간 어린아이마냥 좋아라 한다.
꺄아! 꺄꺄꺄꺄!
“응? 천묵이 넌 왜 여기 있어?”
꺄꺄꺄꺄!
“흐음, 그렇다 이거지?”
그러나 어딜 가나 별종은 있는 법이라고.
영양 가득 분변토와 정령의 물보다 진우의 다리에 포옥 안긴 채 안아 달라고 떼를 쓰는 천묵이.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서 천묵이를 안아 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 좋아?”
꺄꺄꺄!
“좋아하는 걸 보니 나도 좋아, 천묵아.”
진우의 품에서 꺄꺄 거리며 뿌리를 흐느적거리는 천묵이.
다만, 진우는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다.
끼이잉……끼이이…….
다른 만드라고라들과는 달리 진우와 천묵이를 살벌한 기세로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만드라…… 아니, 얀드라고라.
처음으로 느낀 ‘빼앗겼다’는 감정에 녀석의 감정에는 활활 불이 붙었고,
[얀드라고라가 여왕의 자질을 획득합니다.]그것은 약초학 드루이드인 펠기르브와 잔나비 일족들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암암리에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 * *
“해야 할 일이 없게 된다는 건 또 새롭네.”
귀농한 이후 어지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늘 쉴 새 없이 일을 해 온 진우다.
허나 너무나도 유능한 가족들 덕분에 강제로 주어진 쉬는 시간.
쉽사리 지치지 않게 해 주는 특성인 ‘굳건한 체력’이 생긴 이후, 놀고 쉬는 것보다는 일하는 게 더욱 익숙해진 진우였기에 여간 찝찝한 게 따로 없을 지경이기도 했다.
“음, 이렇게 시간 날 때 가 보는 게 좋긴 하려나.”
협회로 향하던 길에 유진이와 약속한 놀이동산 나들이.
이럴 때가 아니면 또 언제 가 보겠나?
시간은 금이라지만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무엇보다도 어린아이들의 기억력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놀러 가자고 했던 약속만큼은 기가 막히게 기억하는 것이 바로 아이들이다.
어른 된 입장으로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
딸에게 밉보이는 것만큼은 사양이다, 이 말이야.
“그럼 결정은 되었으니 서둘러 볼까.”
아, 그리고 이건 당연한 말이지만 놀이동산에 가자는 말을 들은 유진 공주님께서는 미친 듯한 상하 고개 헤드뱅잉으로 응답해 주셨다.
* * *
누구나 어린 시절은 거치기 마련이고, 그에 따른 동심도 가슴 한 켠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놀러 간다! 놀러 간다! 룰루랄라~”
기분 좋음 맥스 상태로 흥얼거리는 유진이만큼이나 진우 또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어른이라고는 해도 26세.
아직 20대 중반이기에 놀이동산을 싫어할 이유가 전혀 없다.
까놓고 말해서 워낙 여유가 없던 탓에 처음 가 보는 것이기도 했다.
‘어른의 사정이라는 거지.’
어린 시절에는 먹고 살기 바빠서 가지 못했고, 짐꾼이던 때에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여유가 있을 때는 쏟아지는 일로 인해서 시간이 없어 가지 못했던 아이러니.
“기대되니 유진아?”
“응!”
“아빠도 기대된다.”
“헤헤헤!”
특히나 요즘 놀이동산은 각종 신문물로 인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길 수 있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 살려 줘, 죽고 싶지 않아!
– 아니, 차라리 죽여 줘! 그냥 구슬 속에 있게 해 줘!
“안돼! 스우랑 하리도 같이 놀아야지!”
– 으으으…….
덜덜 떠는 늑대 2마리가 있긴 하지만, 그거야 진우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니 논외다.
뭐, 하나 걱정되는 부분이라면 놀이기구 하나 타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파의 줄을 기다려야 한다지만 진우가 누구던가?
S등급 헌터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몸.
세금 감면의 혜택은 어디까지나 기본으로 딸려 있는 옵션일 뿐.
그 밖에도 자격증이 가지고 있는 혜택은 나라마다 다르긴 해도 상당히 파격적이다.
“놀이동산 자유이용권이 무료에다가 프리패스권까지 주네. 이런 쪽으로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그래도 잘 써먹을 수는 있겠다.”
입장이 공짜란 부분이야 상관없지만, 줄을 무시하고 항시 우선순위로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프리패스권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땡볕에서 줄을 기다리다 탈 필요가 없다는 점.
물론 이런 혜택은 굳이 S등급이 아니라 C등급 정도만 되어도 받을 수 있기는 했다. 혜택이 존재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언제 어디서 출현할지 모르는 변종 게이트의 존재 때문이다.
헌터 협회 측에서 관측이 가능한 게이트와는 별개로, 변종 게이트는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 등장하는 데다가 최악의 경우 출현과 함께 대량의 몬스터 웨이브를 발생시키는 사례도 있다.
예컨대,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뜻.
적어도 C등급 이상의 헌터가 놀이동산에 상주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초기 대처가 효과적일 테니 S등급이라면 오죽하겠는가?
‘변종 게이트가 그리 쉽게 나오는 종류는 아니지만.’
역사를 봤을 때 전혀 없지는 않다 뿐이지.
전 세계의 사례를 뒤져 봐도 변종 게이트가 발발한 상황은 그리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몬스터 웨이브를 동반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
따라서 걱정할 건 없었다.
“아빠! 저거! 저거 타요!”
“하하……. 괜찮겠니?”
“응응! 탈 거야!”
누가 강탈의 공주님 아니랄까 봐.
간도 무지무지하게 크시다.
처음부터 타고 싶다고 요청한 놀이기구가 다른 무엇도 아닌 롤러코스터라니.
아니, 보통 어린아이들은 회전목마나 대관람차부터 타면서 익숙해지는 게 보통 아닌가?
– 히이이익!
–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
과연 태초의 아이.
스콜과 하티의 반응을 보건대 평상시 어떤 놀이를 하며 놀았는지 안 봐도 훤하다.
다만,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것과 별개로 롤러코스터에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근데 유진이가 타기엔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네? 왜, 왜요?”
“유진이 키가 이 정도는 더 커야지 탈 수 있을 거야.”
“그, 그런…….”
“그러니까 롤러코스터는 다음에 유진이가 더 크면 타자. 알았지?”
놀이기구 중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축에 속하는 롤러코스터다보니 이래저래 제한이 많이도 붙어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키 제한.
지금 이 순간에도 쑥쑥 자라는 유진이라지만 탑승이 가능한 키가 되기 위해서는 족히 10cm는 더 자라야 되니 당연히 타는 건 불가능했다.
‘유진이의 능력치라면 문제야 없겠지만.’
태초의 아이인만큼 사냥을 하지 않아도 레벨을 올릴 수 있게끔 해 주는 특성, ‘적응하는 태초’가 있는 유진이에게는 설령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을 테지만, 놀이동산의 직원들에게도 정해진 룰이라는 게 있을 테니 강요할 수는 없다.
또한 유진이에 대한 정보를 알리기도 싫었다.
어린 시절부터 각성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해도, 이 정도 수치의 능력치와 성장 추세는 알려져서 좋을 것 하나 없을 테니까.
허나 그때까지 진우는 몰랐다.
“아빠 그러면 내가 더 크면 탈 수 있는 거죠?”
“……어?”
“그러면 지금부터 클게요!”
“자, 잠깐 기다려!”
키가 문제라면 키를 키우면 그만일 뿐.
누가 진우의 딸내미 아니랄까 봐.
사고방식 자체가 남다른 강탈의 공주님이시다.
* * *
태초의 아이.
유진이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쯤이야 탄생했던 순간부터 알고 있던 진우다.
하기사 알에서 태어난 아기라니.
설화로만 들어왔던 박혁거세를 눈으로 마주했는데 신기해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
[특성]* 적응하는 태초 : 100% 만족 시 하루마다 능력치 포인트를 1획득합니다.
* 압도적인 성장력 : 레벨업 시 능력치 포인트를 20만큼 획득합니다.
※ 태초의 기적 : 손에 닿은 태초의 모든 것의 성장 속도를 증진시킵니다.
* 태초의 깨우침 : 태초의 아이가 마나를 소모하여 깨우친 이치를 모든 생명체에게 전달함으로써 드루이드로 각성시킵니다. 이미 각성한 상태일 경우 랜덤한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0만큼 상승합니다. 개인마다 1회만 적용 가능합니다.
* ??? : 적응하는 태초로 능력치를 150획득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측정 불가의 등급을 지닌 상태에다가 생전 처음 보는 직업인 ‘태초의 생명’.
그리고 척 보기에도 사기적인 특성과 아직도 남아 있는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까지.
굳이 진우가 낳은 자식이 아니더라도 소중히 여기고 정보를 숨기려고 했다.
당장 진우만 가능하다고 알려진 각성자의 인위적인 생산도 유진이는 거의 없다시피 한 패널티로 적용하는 게 가능할 지경이니까.
그렇지만,
“이런 것도 가능할 줄이야…….”
세계수부터 그 꼭대기에 사는 수많은 종족, 그리고 라타토스크.
지금까지 별의별 놀라운 것들을 다 본 탓에 제아무리 놀라운 것을 보더라도 아무런 감흥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아빠! 이제 문제없는 거 맞죠?”
“어어, 그렇긴 한데. 다른 쪽으로 문제가 있다고 해야 할지……?”
이제 겨우 유치원에 다닐 정도로 작았던 딸내미가 한순간에 중학생 정도의 크기로 폭풍 성장을 하는 모습이라니.
이걸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충격적이라고 받아들여야 할지 원.
‘이게 아버지의 마음인 건가?’
딸이 어서 커서 독립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하지만, 가슴 한 켠에선 둥지를 벗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알쏭달쏭한 심정이 솟아올랐다.
헌데 그러한 것을 단 한 순간.
그것도 1분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겪을 줄이야. 누가 생각이나 해 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