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변종 게이트
“주변에는……. 휴, 다행히 본 사람은 없는 것 같네.”
혹시 몰라서 ‘지금부터 클게요!’라는 말에 곧장 안아 들고 사람 없는 곳으로 뛰어와서 망정이지.
방금처럼 인파들의 한 가운데에서 급성장했다면 그야말로 난리가 났을 거다.
넷상은 기본이요,
자칫 9시 뉴스에라도 나올 수 있는 일이다.
더군다나 진우는 S등급 헌터로서 최근 한국에서 가장 핫한 인물 중 하나이지 않던가?
당장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대놓고 아는 척만 안 할 뿐이지, 뒤에서 ‘우와, 김진우다.’ 라며 수군거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그래도 딸내미를 콘텐츠화 할 수는 없지.’
관심에 살고 관심에 죽는 뉴튜버라고 해도 절대 넘어서 안 되는 선이라는 게 있다.
추후 유진이가 허락했으면 모를까.
아니, 애초에 이런 부분은 굳이 알려져서 좋을 게 단 하나도 없다.
“성장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다 해도 어쩌겠나.
태초의 아이든 평범한 아이든 간에 결국 시간이 지나면 성장하기 마련인 것을.
원래 아이들이란 존재는 눈 깜짝할 사이에 큰다고들 하지 않던가?
뭐, 폭풍 성장을 넘어서는 폭발적인 성장이라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아빠. 안 갈 거예요?”
“응? 아니야. 가야지.”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이라면, 몸집만 크게 성장했을 뿐 속은 그대로라는 느낌이랄까?
물론 아예 변화가 없던 것은 아니다.
[태초의 급성장으로 인해 능력치에 변화가 있습니다.] [힘과 체력이 각각 5씩 상승합니다.] [민첩이 7 하락합니다.]급성장에 따른 여파로 인한 능력치 변화.
힘과 체력이 오른 반면, 민첩은 오히려 하락했다.
몸집이 커짐에 따라 힘과 맷집이 강해졌으나 그에 따라 속도가 떨어진 격이다.
보너스만 있으면 좋았겠지만, 역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이건가?
“그래도 나쁘진 않네.”
총 10이 오르고 7이 내려갔으면 3의 능력치를 이득 본 셈.
이 정도면 웬만한 유니크 등급 영약 하나를 먹은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의 이익일 터다.
“아빠!!!”
“아아, 미안하다 유진아.”
뭐, 이득 계산은 이 정도만 하고.
일단은 놀기 위해 온 놀이동산인 만큼 진우는 목적에 충실하기로 했다.
* * *
평범한 인간을 뛰어넘는 힘과 문명의 이기를 뛰어넘는 마법을 사용하는 각성자.
그들 대부분은 레벨업을 위해서라도 게이트에 들어가고 헌터가 되었지만, 모든 각성자가 헌터를 지망하는 것은 아니다.
제 목숨이 아까워서.
혹은 이미 게이트에서 만족할 만큼의 레벨을 올렸거나, 나이가 찰 만큼 차서 은퇴한 헌터들이 그렇다.
그들 대부분은 사회로 나가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는데, 그중 인기 있는 직종이 바로 경호원이었다.
특정 인물이나 기업에 일어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각성자의 암살이나 테러, 그 밖의 변종 게이트의 발발 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 배치되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거기에는 놀이동산도 포함된다.
“흐아암, 지겹다 진짜.”
“진창훈 헌터님. 저는 그럼 잠시 순찰 좀 돌고 오겠습니다.”
“에이, 또 딱딱하게 헌터님이라고 부른다. 창훈이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그래도 선배님이시잖아요.”
“쯧. 그건 됐고, 순찰 가지 말고 나랑 있어. 심심하단 말이야. 헌터 시절 얘기 좀 풀어 봐.”
“예? 하지만…….”
“이봐. 내가 여기 짬이 몇 년인데. 그동안 사고 같은 거 터진 적 다섯 손가락에도 안 꼽혀. CCTV도 있겠다. 그때 대처하면 되지. 안 그래?”
그러나 하나 문제라면, 그들 대부분이 직업에 대한 윤리 의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사정상 은퇴를 한 경우를 제외하면 제 목숨이 아까워서 게이트의 입장을 포기한 이들이다.
몇몇 극소수의 정상인들을 제외한 이들은 두둑하게 돈만 챙겨 받고 퇴근만 하겠다는 마인드로 가득 찬 이들 뿐.
그리고 애석하게도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건이 터지는 경우가 실제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나마 자주 발생하는 게 자연적인 사고.
놀이동산으로 치면 놀이기구 이탈 혹은 충돌 같은 사고라고나 할까?
일반인들에게는 치명적이지만 각성자들은 충분히 대처가 가능한 일일뿐더러 CEO나 임원을 지키는 경호 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꿀보직인 편이다.
그런 만큼 봉급도 상대적으로 짠 편이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그러니까 신참은 내 말만 잘 들으라고. 귀찮게 쑤시고 다녀 봤자 기분 좋게 놀러 온 사람들 인상만 찌푸리게 한다니까?”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변종 게이트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기도 하고.”
“하아? 변종 게이트? 몬스터 웨이브? 얌마 너 그 정도면 병이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원.”
신참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진창훈은 웃음을 터트린다.
그야 그렇지 않겠는가?
한국을 떠나서 아시아.
아니, 전 세계의 역사를 따져 봐도 그 사례가 눈곱만큼이나 적었다.
변종 게이트는 그의 입장에서 아예 논외인 일이 된 지 오래였다.
“자식아. 걱정하지 마. 내가 변종 게이트 발발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진짜.”
그렇기에 진창훈은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었다.
쿠구궁-
쿠르르르릉-
“……어?”
호랑이도 제 말 하면 나타난다고.
놀이동산 광장 한가운데에 변종 게이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 * *
쿠구구궁-
게이트의 전조 증상인 건물과 지면의 붕괴.
그것은 기본적으로 초등학교만 나왔더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누구나 쉽게 알고 있는 상식 중 하나였다.
굳이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인명 피해가 발생 할 수 있는 만큼,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받는 체계적인 교육.
보통은 즉각적인 대피가 우선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이트에서 멀리 떨어져 달려 나갔지만, 원래 세상일은 매뉴얼대로만 일어나지는 않는 법.
그리고, 모든 사람이 상식적으로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저, 저게 뭐야?”
“……이거 게이트인 거 맞지?”
“와아, 나 게이트 발생한 거 처음 봐!”
“대박! 킹스타에 올려야지!”
무엇보다도 사람이란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라는 게 있지 않던가?
대피하는 사람들 반, 흥미를 가지고 핸드폰을 꺼내 이래저래 찍기 바쁜 사람들 반이었다.
덕분에 놀이동산의 직원들만 골머리를 앓았다.
“거기! 당장 대피하세요!”
“에이, 가까이만 안 들어가면 괜찮은 거 아니에요?”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바로 튀어나오지 않잖아요?”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게이트 안의 몬스터가 가득 차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기에 게이트의 출현과 함께 쏟아져나오는 경우는 백 분의 일이라는 확률밖에 되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
허나 백 분의 일.
1%라는 확률은 그렇게까지 낮은 확률이 아니다.
당장에 몇몇 모바일 게임의 뽑기 확률만 해도 0.001%도 있는 마당에 1%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
아니나 다를까?
쩌적- 쩌저적-!
“어, 어라라?”
“저, 저게 왜 열리지?”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는 게이트의 문.
이어서 사이한 기운과 함께 놀이동산의 환경이 빠르게 변화해 간다.
몬스터 웨이브의 상징이자 전조 증상인 환경의 동화.
“도, 도망쳐!”
“으아아아악!”
교육을 착실하게 받아 온 대한민국의 국민답게 사람들은 그다음이 무엇일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었다.
“끼에에에에엑-!”
“그어어어어-”
게이트에서 하나둘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
자그마한 체구의 뿔이 돋아난 악마 형태의 몬스터부터 거인같이 거대한 오우거까지.
눈치챈 사람들이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한들 일반적으로 사람보다 신체적으로 우위에 선 그들이 일반인들을 따라잡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 살려 줘!”
콰득!
실제로 눈앞에서 이미 학살극은 벌어지기 시작했다.
몬스터의 손아귀에 붙잡힌 이들이 울부짖었으나, 그런 것을 알아들을 정도로 몬스터가 지식이 높진 않은 편이다.
사람이 치킨과 돼지고기를 먹듯, 몬스터에게 있어서 인간은 그저 한 입짜리 부드러운 고기이자 사냥하기 쉬운 식량일 뿐.
“씨발! 헌터들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저리 비켜! 꺼지라고!”
“당신만 생명이야? 나랑 우리 아이도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알 게 뭐냐고!”
이미 웃고 떠들던 행복의 놀이동산은 안드로메다로 가 버린 지 오래다.
몬스터의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에 육신이 짓이겨졌고 선혈이 낭자했다.
너무나 많은 인파가 오히려 서로의 발을 뒤엉키게 만드는 족쇄가 되어 버린 형국.
“이봐! 이러라고 당신들을 고용했잖아! 시간이라도 끌어 줘!”
“미안한데 저건 무리야. 시간을 버는 것도 정도가 있지. 저게 평범한 몬스터로 보여? 저 정도면 A등급. 아니, 어쩌면 S등급일 수도 있다고. 김진우가 있다고는 해도 S등급 헌터 혼자로는 저 웨이브 절대 못 막아.”
“그럴 수가…….”
“그러니까 지금까지 돈 받은 의리로 당신이라도 살려서 데려가는 걸 고마워하라고.”
뭐, 역으로 그걸 이용해서 수많은 인파를 미끼로 써먹고 유유히 살아나가는 이들도 있긴 했으나 그걸 비난할 수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현 시간부로 진풍 놀이동산을 기준 지정한 범위까지 폐쇄하도록 한다.”
“구조는 가지 않으시는 겁니까?”
“그렇게 가고 싶으면 네가 들어가던가. 지금 들어가 봤자 개죽음일 텐데. 그리고 이걸 내가 다 독박 쓸 수는 없지. 게다가 몬스터들도 배 좀 부르면 잘 안 나오기도 하잖아?”
“…….”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고 해야 할까?
놀이동산이 위치한 구역을 책임지고 있는 대형 길드의 방관.
지금 나서서 혼자 책임지는 것보다 협회로 일이 넘어가서 함께 처리하는 것이 피해가 더 적을 테니 그쪽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특히나 게이트의 등급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 그랬다.
하지만 자신들만 살기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한 이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 롤러코스터, 내 놀이터를 감히!”
해맑게 웃으며 오늘의 놀이동산을 고대하고 또 기대했던 꽃다운 소녀.
기구에 탑승하고자 급성장까지 감행했던 유진이다.
그러나 현재, 롤러코스터는 오우거의 몽둥이에 박살이 나 버린 지 오래.
덕분에 강탈의 공주님은 생전 처음으로 ‘분노’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고,
– 태초의 뜻대로.
– 이제야 몸 좀 제대로 풀 수 있겠군.
화아아악-!
“크릉, 크르르릉-”
“크르르르릉!”
그에 동조하듯.
귀여운 늑대 인형에서 강렬한 인상의 거대 늑대로 형상화한 두 마리의 늑대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든든해지는 모습이다.
인형이던 때와는 달리 워낙 살벌한 겉모습을 하고 있는 탓에 자칫 잘못하면 몬스터로 인식될 수도 있을 지경이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상관없었다.
“주변에 다른 헌터가 없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지.”
알아서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달아나기 바쁜 각성자들.
진우도 마음 같아서는 일단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유진이가 화난 만큼 진우 역시 적지 않게 분노한 상태였다.
간만의 휴가로 딸과 함께 시간 좀 보내려고 했더니 이런 일이 생겼다.
그냥 넘어가면 S등급 헌터이기 이전에 아버지로서의 자격조차 없는 셈.
“유진이 안 다치게 잘 돌보고 있어. 뭣하면 벗어날 생각도 할 테니까.”
“맡겨만 주시게, 태초의 아버님이여.”
스콜과 하티. 신들의 상점표 아이템이기에 어떻게 보면 S등급 헌터를 가볍게 능가하는 힘을 지닌 늑대도 있겠다.
진우는 유진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며 달려드는 몬스터를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