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68
169화 리샤오링의 최후
세 마리의 뱀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합쳐진 시체.
이제는 재료가 되어 버린 부산물의 등급은 자그마치 ‘측정 불가’였다.
유석의 파편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가치의 아이템으로 재탄생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진우 씨가 주신 기회는 반드시 이롭게 사용하도록 할게요.”
“정말로 너무 감사하지 않으셔도 돼요. 레이드하는 것도 도와주셨잖아요?”
“그건 당연한 일인걸요.”
“아무리 그래도 목숨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을 선뜻 따라와 주는 건 고마울 수밖에 없죠.”
아무튼 알짜배기는 쏙 챙겼음에도 진우는 도리어 감사 인사를 받았다.
물론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신화 등급의 무구에 대한 판매 권한을 부여받았으니.
돈주고도 살 수 없는 무기가 생겼으니, 대기업 입장에서는 전방위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
단순히 ‘돈’ 볼 게 아니라 남들은 쉽게 뚫을 수 없는 해외의 독점 판로를 뚫는 등.
가히 엄청난 무기로서 써먹을 수 있을 터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이미 프로일 부회장이셨으니 진우가 조언할 필요도 없다.
알아서 척척 일처리를 해내고도 남을 일일 테니까.
아, 물론 이번 전리품에 대한 보상을 오로지 전성그룹에게만 몰빵해 줄 생각은 없다.
“아, 그리고 혈석 길드와 그쪽한테도 섭섭지 않게 보상 준비해 뒀습니다.”
“응? 나한테도?”
“그쪽도 목숨 걸린 레이드에 참가한 건 마찬가지니까. 자, 받아 두세요. 혹시 이번 전리품이랑 무관한 거라고 불만이 있는 건 아니죠?”
“아하하, 그럴 리가. 우리가 한 짓이 있는데…….”
“큼큼.”
최근의 농작물 중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는 핑크 인시리움의 거대 작물 버전.
전성 측에게 판매를 맡긴 이후로 돈이 아무리 많아도 구할 수 없는 물건으로 취급받으나 진우가 누구던가?
물건을 구매할 필요 없이 그냥 수확해 버리는 ‘생산자’다.
따라서 이번 레이드에 함께 참가해 준 이들에게 돌릴 만큼 넉넉하게 챙겨 왔다.
“그런데 저한테 더 많이 주시는 거 같은데? 괜찮으신 겁니까?”
“그쪽은 길드 단위니까. 간부들도 챙겨 줘야지. 그 밖에도 이장님한테 들은 말도 있고.”
“끄응. 하여튼 그 어르신도 참. 뭐, 준다고 하면 거절은 하지 않겠습니다.”
분조장의 이창혁으로 알려진 이미지와는 달리 남모르게 선행을 하고 있던 혈석 길드.
이창혁은 굳이 알릴 필요 없이 선행을 하는 성향이니 이장님과는 극상성이었다.
‘차라리 인터넷에 박제하는 게 더 늦게 알려질 수도?’
입이 가벼운 것으로는 대한민국.
아니,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장님이시다.
거짓말 좀 보태서 이장님한테만 말하면 마을 어르신 모두가 안다고 할 정도.
최근에는 전성 그룹의 본사 쪽으로 취직까지 했으니 사실상 말 다했다.
‘그래도 악질적인 일은 아니니까.’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광전사가 고아원에게 기부를 했다는 등의 선례는 추후 밝혀지면 혈석 길드에 좋은 이미지로서 작용하면 작용했지, 결코 역효과는 없을 터다.
그런 반면, 나쁜 이미지의 소문은 부풀려질수록 역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었으니,
“이제 전리품 정산도 끝났으니 조지러 가 볼까요?”
“우끼? 또 어떤 녀석 뚝배기를 부수어야 하는 거냐?”
“진우 씨 설마…….”
자의였든, 타의였든 간에 자국민을 몬스터의 먹이로 내던진 나라의 지도자라니.
아무리 권력이 무섭다 해도 이런 일이 사실로 밝혀지면 전국에서 비난의 손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여왕꿀벌이 알을 못 낳게 되면 버리는 꿀벌처럼 나라의 외교가 힘들어져서 휘청거리게 되면 제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별수 있겠는가?
세력이 현 국가 주석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암암리에 힘을 키우던 곳에서 치고 나가기 딱 좋을 건수기도 했다.
그리고 리샤오링도 그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을 것이다.
“좋든 싫든 이대로 넘어가긴 힘들걸요? 작당해 놓기 전에 지금 끝내 버리는 편이 편할 겁니다.”
“그, 그건 그렇지만…….”
“수아 씨. 그건 그나마 양심이 있는 측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고. 중국은 다르죠. 안 그래도 슬슬 올 때가 되긴 했네요.”
양심이 있으면 사과를 해 오는 것이 정상이겠으나 중국은 다르다.
좋은건 다 자기들꺼, 나쁜 건 다 남탓의 기본.
자기들이 흩뿌린 미세먼지나 전염병은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남의 문화는 탐내는 족속들.
아니나 다를까?
“네 이놈!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대륙에 몬스터를 끌고 온 놈을 당장 붙잡아라!”
“조작된 영상을 가지고 있다! 그것도 회수하여 파괴해야만 한다!”
코빼기도 비치지 않다가 이제야 우루루 몰려오는 공안들.
그리고 각종 화기로 무장한 중국 측의 헌터가 등장했다.
말하는 것으로 보아 척 보아하니 모든 죄를 자신 쪽에게 떠넘겨서 특유의 배 째식 우기기로 넘어가려는 속셈일 터.
허나,
“조작된 영상이면 파괴할 게 아니라 제대로 해명을 하는데 써먹어야지. 이 뻔뻔한 새끼들아. 너희들에게는 양심이라는게 없냐?”
공안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번지수를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아왔다.
* * *
국민들을 몬스터에게 식량으로 제공하는 자신의 모습이 높은 화질로 찍힌 영상.
그 광경에 리샤오링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대, 대체 저 놈이 저걸 어떻게 가지고 있는 것이야!?”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늘 적을 두고 살아간다.
실제 몇몇 국가들에서는 쿠데타나 암살 등으로 지도자가 죽고 정권이 바뀌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지 않았던가?
역사에 그러한 일을 남기는 것은 지도자로서의 수치나 다름없는 일.
그렇기에 리샤오링은 모든 일을 진행 할 때에 늘 철저하게 주변을 조사했다.
평소에도 CCTV나 스마트폰 등의 전자 기기가 일체 작동 할 수 없게끔 손을 써둔 상태로 식사만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헌데 저토록 선명한 화질이라니?
까드득-!
하지만 이미 영상은 유출되었다.
거기에 대해서 일희일비해 봤자 소용없는 일.
결국 리샤오링에게 남은 최선의 수는 몬스터와 녀석이 서로 싸우다가 제 풀에 지쳐 쓰러지는 것.
그런 의미에서 리샤오링의 머리는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건 오히려 하늘이 내려준 기회다!”
애시당초에 인간의 모습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만 있다 뿐이지 전혀 통제가 되지 않는 강함을 지니고 있는 몬스터들이었다.
시시때때로 정리를 하는 리샤오링 측의 사람도 식사거리로 삼아 버리는 녀석들.
그렇다고 해서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운 힘이니 지금 이 기회에 놈들의 몸에 폭탄을 심든, 독약을 심어두든 통제할 만한 껀덕지를 만들어 두면 될 일 아니겠는가?
김진우?
툭 까 놓고 말해서 그 농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 뱀들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말도 안 돼.”
그러한 생각을 비웃듯 순식간에 뱀을 통구이로 만들어 버린 김진우.
이렇게 되어 버리면 기회고 뭐고의 문제가 아니다.
놈이 그대로 중국을 떠나 영상을 널리 퍼트린다면 제 인생은 그것으로 끝장이다.
지도자의 권한을 내려놓는 것은 물론이요,
숙청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일.
이렇게 된 이상 리샤오링에게 남은 수단은 하나뿐이었다.
“전부 죽여 버려.”
“예?”
“김진우! 녀석이 중국을 벗어나기 전에 죽여 버리라고!”
살인멸구.
죽은 자에게는 말이 없다고 했던가?
놈이 가지고 있는 영상도 결국 없애 버리면 그만이다.
이미 퍼진 영상?
그 정도는 중국의 힘으로 압박을 넣으면 될 일.
물론 중국에서도 어쩌지 못할 몬스터를 처리한 놈을 어찌 상대할까 싶기도 하겠으나 김진우.
단언컨대 놈도 결코 온전한 몸의 상태는 아니다.
레이드의 공식으로서 가장 약해졌을 때는 다름아닌 사냥을 끝마친 이후.
제아무리 괴물이라고 해도 약해진 상태라면 충분히 제압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찾았다, 범인.”
“……어?”
자신이 살인멸구하려고 했던 김진우가 눈 앞에 버젓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 *
“으으으…….”
“끄으응!”
번지수를 심히 잘못 찾아온 탓일까?
신음과 함께 고통스럽게 널브러진 공안과 중국 헌터들.
몸을 합친 세 마리의 뱀과 싸울 때는 잘 몰랐는데, 중국의 헌터들과 맞붙으니 새삼 확 와닿는다.
‘내가 강해지긴 강해졌네.’
적어도 헌터 사회에서는 A등급으로 분류될 만한 실력자들도 꽤나 섞여 있었을 텐데 이 지경이라니.
심지어 진우는 ‘정령왕의 화신’을 통한 강신도 하지 않은 상태다.
“일단은 통로를 열어 드릴 테니 다들 돌아가 있으세요.”
“진우 씨는요?”
“저지른 만큼 마무리는 짓고 가야 속이 후련해질 것 같아서요. 지금 이대로 가 버리면 중국 놈들 성격상 곱게는 안 끝낼 테죠.”
“……그거라면 그렇죠.”
중국의 뒤끝이 얼마나 심한지는 대기업인 전성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요구하면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대국’을 논하며 제재를 거는 게 하루 이틀이던가?
아니, 차라리 어린아이는 귀엽기라도 하지.
다 큰 어른이 생떼를 부리는 것만큼 추악한 게 또 있을까?
“선을 넘어도 적당히 넘어야지 원.”
리샤오링은 알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진우는 이미 그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었다.
어찌 되었든 중국에서 확보한 게이트의 가치도 그렇고, 만트 데름의 존재도 있었으니까.
또한 몬스터인 ‘리치’가 수장으로 있던 연금협회라면 모를까.
한 나라의 지도자를 일반인이 건드리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얘기가 다르다.
진우가 괜히 S등급 헌터 라이센스를 발급받았겠는가?
세금 등의 혜택 말고도 어떤 의미에서는 중세시대의 귀족과도 같은 힘을 부여해 주는 S등급의 힘.
거기에다가 국민을 몬스터의 먹이로 던져주는 리샤오링의 모습까지.
어디 그뿐만일까?
– 전부 죽여 버려.
– 김진우! 녀석이 중국을 벗어나기 전에 죽여 버리라고!
“화면발은 진짜 잘 받는다. 우리 주석님.”
“…….”
살인멸구의 의도가 명백히 새겨진 영상까지 추가로 건졌다.
이 정도라면 명분은 차고 넘치지 않겠는가?
“사, 살려 줘. 무엇을 원하나? 도, 돈인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챙겨 주겠네!”
“흐음, 이번에는 회유인 건가?”
“여, 영약도 많이 있네! 원한다면 연금협회 쪽과 연결도 해 줄 수 있어!”
돈과 영약.
헌터라면 누구나 탐낼 수밖에 없는 것들.
그러나 그 지도자에 그 부하들이라고.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건 리샤오링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돈이야 지금도 혼자 먹고 배 터질 만큼 벌고 있고, 영약은 내가 수확하는 게 더 효과도 좋고 부작용도 없는데. 내가 거기에 응해야 할 이유가 있나?”
“…….”
헌터이면서 드루이드, 상인이며, 농부인 진우다.
영약이야 직접 수확하면 되고, 그걸 가공해 줄 드워프와 엘프도 있는 마당에 중국 측의 회유는 그야말로 최악의 수.
그리고 연금협회가 그간 취해 온 악행들을 뉴튜브를 통해 낱낱이 밝힘으로써 이미 구독자를 늘릴 수단까지도 강구해 둔 진우다.
그런 의미에서 괜히 먹고 체할 가능성이 큰 연금협회 따위가 눈에 찰 턱이 있을까?
“하, 한 번만 기회를…….”
퍼억-
진우의 주먹질 한 방에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리샤오링.
힘 조절을 한 탓에 죽지는 않을 테지만 차라리 지금 여기서 죽는 게 더 행복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그는 중국을 포함한 곳곳의 언론에다가 리샤오링의 행보를 제보해 두었다.
“기회는 먹이로 바쳐진 국민들에게나 얘기하라고.”
자신이 아니더라도 리샤오링을 죽일 이들은 중국 내에 넘쳐 나는 상황.
굳이 더러운 피까지 묻힐 생각은 없는 진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