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93
194화 지옥에서 농사짓기
– 사냥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뭘 태울 수 있는 기회가 흔히 있는 건 아니니까.
– 그대가 가는 곳이라면야 심심하지는 않을 테지.
– 바위는 어디든 따라간다.
– 위험해지면 내 바람으로 빠르게 튀면 되니 걱정하지 말아라, 계약자여.
“다들 감사합니다.”
아주 믿음직스러운 4대 속성의 정령왕들.
아직 진우가 힘을 100%로 다룰 수 없어서 문제가 있는 것이지 정령왕 각각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만약을 위한 ‘정령왕의 화신’이라는 강력한 필살기에 가까운 스킬까지 있다.
뭐,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깎아 먹는 페널티를 가지고 있는 만큼 웬만해서 자주 사용하기에는 어렵겠으나 일단 생존율을 극대화해 주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없는 것보다야 백번 낫지, 암.”
필멸자든 초월자든 간에 결국 목숨은 1개뿐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죽은 자들의 세계.
흔히 저승이라고도 불리는 공간.
예컨대, 살아 있는 몸으로 저승에 가는 격인 셈.
진우도 사람인 이상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을 터.
허나 그러한 감정도 찰나에 불과할 뿐이다.
“킬킬킬, 헬헤임이라니. 어떤 상품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
“거, 누가 상인 아니랄까 봐. 죽은 자들의 세계로 가는데 그런 생각부터 드냐? 참. 너도 정상은 아니라니까.”
“킥킥. 죽림숲에서 살아 와서 그런지 뭘 모르는구만. 원래 사지일수록 값비싼 것들이 많은 법이야. 혹시 알아? 밤일에 좋은 게 있을지?”
“크흠……그 발견하게 되면 좀 부탁할게.”
“블랙말랑카우는 언제나 환영이야.”
정령왕들과 비교해도 부족할 것이 전혀 없는 두 드루이드.
다른 선배님들보다도 두 분은 유독 빠르게 복귀하셨다.
일단 한 쪽은 가장 가까우면서 황금 상단의 마차를 운용한다는 점, 그리고 다른 쪽은 잔나비 우두머리다운 전투력 최강자답게 누구보다 빠르게 돌아온 것.
물론 체르와 시드.
둘 다 연배가 있으신 만큼 전투 부분에 있어서나 지식적인 부분에 있어서나 배울 것이 많은 선배님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그렇지만 헬헤임은 필멸자가 아닌 초월자.
그것도 주신격이자 진우와는 사이가 극도로 좋지 못한 ‘헬라’가 지배하고 있는 영역이다.
혹여라도 들켰다가는 기껏 확보한 헬헤임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게 될 일.
뭐, 그래도 만약을 위한 보험은 하나 더 깔아 둔 상태다.
– 크릉, 언제까지 이 안에 있어야 되는 거지?
“걱정 마세요. 일은 최대한 빨리 끝내고 유진이한테 돌려드릴게요.”
– ……아, 아니다. 오래 있어도 괜찮으니 부담가질 것 없다.
“유진이가 싫어요?”
– 그럴 리가! 고통스러운 속박 속에서 자유를 준 은인을 싫어할 수는 없지. 그저 너무 활발해서 그렇다. 실로 과할 정도로…….
진우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그것은 정령왕도, 대지모신의 것도 아니다.
다름 아닌 진우의 몸 깊숙한 곳에 보관 중에 있는 펜리르의 구슬로 인한 영향.
원래라면 유진이 외에는 소유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지만 아이와의 놀이.
그것도 평범한 아이가 아닌 태초의 아이의 놀이 솜씨는 네 자릿수의 민첩 보유자도 혀를 내두르게 만들기에는 충분하다.
어찌 되었든 펜리르가 함께해 준다면 구슬에 의한 능력치 보너스 말고도 만일의 사태에서 대비도 쉬워질 터.
[크게 소란만 피우지 않는다면 괜찮을 거다, 선지자여.]“그렇죠?”
제아무리 초월자라고 해도 모든 것을 볼 수는 없기에 마음을 다잡은 진우는 정화자로 개방한 헬헤임의 일부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다.
“끄응, 분위기는 형편없네. 여관 같은 걸 차렸다가는 망하기 딱 좋겠어.”
“헛소리하지 말고 긴장이나 해.”
칙칙한 분위기와 함께 언제 언데드가 튀어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공간.
이런 곳에서 농사를 짓는다니.
보통이라면 미친놈이라며 고개를 젓겠지만 앞서 말했듯.
진우에게는 헬헤임의 세계수라는 가능성이 있다.
“……미친?”
“환장하겠군.”
“5, 50퍼? 반이나 깎인다고? 이게 말이 돼?”
땅을 고르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될 일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일까?
가히 혀를 내두를 만한 패널티.
하긴, 이 정도 되는 페널티가 있었으니 니드호그도 고추 스프레이로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일 터.
그러나 페널티에 기겁을 하는 순간 진우의 오른손이 보라색 빛깔을 뿜어져 나오며 몸으로 스며들었다.
[산 자의 표식이 제거됩니다.]그와 함께 떠오른 알림음.
이미 앞서 신성한 세계수의 뿌리가 지닌 숨겨진 힘을 알고 있던 진우이기에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금방이다.
“선배님들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뭐, 뭐야. 그 보라색 빛깔은?”
“독은 아니지?”
“……아마 아닐 거라고 생각되기는 해요.”
진우가 의지를 품고 둘에게 손을 가져다 대자 보랏빛 기운이 오른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사아아아-
“어엇?”
“페널티가 사라졌다.”
그와 함께 예상했던 대로 둘의 페널티를 지워 버리는 것도 성공한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잿빛 세계수의 뿌리에 담긴 숨겨진 힘 중에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에 무언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일 터.
“대체 어떻게 한 거냐?”
“운이 좋았죠. 그리고 확신은 못 드리지만 한 가지 더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좋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해 봐라. 엄호는 맡겨만 두고!”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구에서 온 자신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사아아아-
이번에 진우가 손을 댄 대상은 다름 아닌 현재 서 있는 ‘땅’이다.
무릇 농사란 땅으로 시작해서 땅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만큼 기름진 토양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이야 칙칙한 분위기에 걸맞게 수많은 시체를 머금은 탓에 젖과 꿀이 넘치기는커녕 썩은내만 진동을 하는, 한마디로 써먹지 못하는 땅.
허나, 진우의 힘.
정확히는 잿빛 세계수의 유물이 나선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쯧. 너무 실망하지 마라. 다른 길을 찾다 보면 방법은 있을 거야.”
“그래. 비로스가 독점하던 핑크 인시리움도 개량해서 수확해 낸 너잖냐. 시간은 많으니까.”
“아뇨, 성공했어요.”
“뭐, 뭣? 진짜로?”
“예. 아주 조금이지만 생겼다는 게 중요한 거죠.”
아주 조금.
그야말로 티끌에 불과할 정도로 땅에 깃든 지력.
하지만 타고난 농부에게 있어 그 조금을 부풀리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후웁!”
무기로 사용하는 천둥석 건틀렛보다도 많이 사용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농기구.
그중에서도 괭이질은 굳건한 체력의 특성으로 24시간 내내 하더라도 부담이 없다.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 뭐야, 진짜로 죽은 자들의 세계로 왔잖아? 진짜 여기서 농사 지으려고?
– 야, 태초의 흙님이랑 대지모신께서 부탁하신 거니까 군말하지 말고 하자.
– 에휴, 이래서 인간을 잘 만나야 돼.
– 그런데 정령왕님들은?
–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쓸 일 있냐?
– 그건 그렇지.
진우를 보조해 주는 4대 속성의 정령들.
물의 정령이 땅을 부드럽게 하고, 땅의 정령이 진우와 함께 흙을 파낸다.
그러다가 땅속에서 시체라도 튀어나오면?
– 활활 불타라!
– 바람에 흩날려라!
불의 정령이 곧장 화장으로 정화하고 바람의 정령이 잿더미가 된 시체를 바깥으로 날려 보낸다.
[땅의 지력이 담긴 지룡의 분변토(유니크)]* 효과 : 작물의 생육을 대폭 개선시키며, 성장 속도를 강화하여 촉진시킵니다. 작물당 5번에 한해 수확량이 증가합니다.
※ 지력 회복 : 땅의 지력을 빠르게 회복시키며 영구적으로 토양을 강화해 줍니다.
그리고 추가로 지룡에게서 얻은 분변토의 활용까지!
“그냥 두면 알아서 바나나가 자라는 줄 알았는데. 농사일도 노력이구나.”
“그걸 이제 안 거야 시드?”
“하하!”
“음! 역시 훌륭한 전사다. 이렇게까지 일을 했음에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다니!”
“예? 아직 끝난 거 아닌데요.”
“…….”
자고로 농사란 노력이 기본 베이스로 깔려 있고, 농부의 피와 땀으로 결실을 맺기 마련인 법.
게다가 그것만으로도 성공을 확신하기 힘든 것이 바로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것일 터.
허나,
[드루이드의 특성,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가 활성화됩니다.]세상에는 어딜 가나 예외.
속칭 편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했던가?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어 주는 지금의 농부인 진우를 있게해 준 알짜배기 특성.
모든 것이 썩어 문드러진 죽은 자들의 세계인 헬헤임.
그곳의 일부분에는 어느덧 연옥과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생기가 가득한 토양이 하나둘 우후죽순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 *
방금 전까지만 해도 당당하게 피와 땀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라고 했으나 굳건한 체력으로 지치지 않는다 해도 24시간 내내 괭이질만 하다 보면 가끔씩 정신이 멍해질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그렇다.
아예 처음부터 그 혜택을 누리지 않았으면 모를까.
편의성으로 최고의 혜택을 맛보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팜오리들이 이렇게 그리워지는 것도 오랜만이네.”
거의 자동 농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농사일의 보조적인 부분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던 만능의 팜오리들.
하물며 응애 오리 시절에도 유능한 것이 귀엽기까지 했으니 말이 더 필요할까?
하지만 소중한 만큼 그저 잠깐의 편안함을 얻고자 헬헤임이라는 위험한 곳으로 동행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팜오리들을 들이는 건 최소한의 안전이 확보된 이후부터야.”
누군가에게는 가축에 불과할 뿐이지만 진우에게 있어서 팜오리들은 군단을 이룰 정도로 많다고 해도 하나하나가 소중한 가족이다.
자칫 안일함으로 잃을 수 없는 중요한 목숨들.
또한 완전히는 아니지만 팜오리에 버금갈 정도의 고오급 인재는 현재 이곳에도 어느 정도 존재는 하고 있는 상태다.
“주변은 얼씬도 못 하게 다 정리해 뒀다.”
웬만한 언데드는 죽창 한 방으로 깔끔하게 보내버리는 시드와,
“이봐! 신참! 여기 제법 쓸 만한 걸로 찾아냈는데 어때? 키워 볼 수 있겠어?”
아이템을 보는 뛰어난 안목을 헬헤임에서도 발휘하는 체르.
새삼 사막 한가운데에서 바늘을 찾으라고 하면 최단기간을 기록하고도 남을 눈썰미라 할 수 있겠다.
“제가 말씀 드린 선은 넘지 않도록 주의해 주시고요.”
“킬킬킬. 걱정하지마. 우리도 죽고 싶지는 않다고.”
다만 그렇다고 해도 진우에게 허락된 헬헤임의 영역은 결코 무한하지 않다.
정화자를 통해 확보해 낸 영역의 크기가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심지어 헬헤임 전체를 놓고 보면 그 크기의 총량은 티끌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미안할 지경.
허나 그렇기 때문에 진우는 헬헤임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이 더더욱 무한하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자크의 씨앗(전설)]* 분류 :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카자크의 씨앗입니다. 결코 시들거나 죽는 일이 없는 불사의 식물이며, 조금의 피를 영양분으로써 성장의 동력으로 삼습니다. 이것은 성체가 된 이후에도 지속됩니다.
[자부트 씨앗(유니크)]…….
“킬킬킬! 황금 상단을 운영하면서 이런 씨앗들은 난생 처음이야! 이런게 바로 기회의 땅 아니겠어?”
“바로 그렇죠.”
절로 입가에 맺히는 미소.
지구에서도, 세계수의 숲에서도, 돈과 신용도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지고 오는 황금 상단에서조차도 본 적이 없는 헬헤임 고유의 씨앗들.
죽은 자들의 세계를 본토로써 성장하고 있던 식생들은 하나하나가 유니크 이상의 등급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 이것들은 머지않아 진우의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막대한 자금은 기본 보너스로 챙겨 주는 것은 물론이요,
셀 수도 없이 많은 경험치도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