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94
195화 또 하나의 파트너
죽음의 여신 헬라.
적어도 죽은 자들의 세계, 헬헤임 내에서는 주신들 중에서도 절대적인 입지에 있는 필연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늘 예외란 것이 존재하고, 그것은 초월자라고 해서 빠져나갈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제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부모와 자식 간의 연을 쉽게 끊을 수는 없는 법.
그런 의미에서 헬라는 자신의 앞에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민 이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가뜩이나 기분도 더러운데. 그 알아보지도 못할 추잡한 얼굴은 치우지?] [이 녀석. 수백 년 만에 보는 아비의 얼굴이 그립지도 않더냐?] [정확히는 825년하고도 5개월 20시간 36분…… 초단위까지 말해 줄까요 아버지? 아니, 어머니라고 해야 되나. 요즘도 기분에 따라서 성별이 막 변하고 그래요?] [……끄응, 됐다. 하여튼 깐깐하기는. 오라버니들 반의반이라도 닮았으면 얼마나 좋아?] [꺄하하, 그래서 큰 오빠는 몸을 구속하는 쇠사슬을 직접 착용하고, 작은 오빠는 스스로 자신의 꼬리를 물었으려나?]빈정대는 태도로 일관했으나 로키도 그걸 가만히 받아 줄 정도로 성정이 착한 인물은 아니다.
[흐음, 다들 바보같긴 했어도 적어도 필멸자 따위에게 당하지는 않았지. 안 그러냐. 한심한 딸아?] [그런 식이면 아버지도…….] [증거 있니? 소문에 불과할 뿐인 것에 매달리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렴.]물론 로키 본인도 재밌어 보이는 필멸자한테 사기 칠 생각에 다가갔다가 되려 역으로 당한 적이 있으나 그러한 사실을 낱낱이 공개해 줄 턱이 있겠는가?
뭐, 장난의 신이 신명나게 털렸다는 소문은 퍼졌지만 어떤 방식으로 터졌는지에 대한 증거는 없다.
그저 업적이 달성되었기에 알게 되었을 뿐.
반면에 헬라의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다른 차원에 자신의 세계가 속한 일부의 문을 열었고, 심지어 패배까지 했다.
죽음의 여신으로서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생기고도 남을 일.
특히나 자식에 대한 것은 부모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 분야에 있어서는 세 자식 중에서도 제일가는 뒤끝.
본인은 결코 아니라고 하지만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것을 모를 로키가 아니다.
어째서냐고? 장난의 신인 로키 또한 자기가 사기를 쳤으면 쳤지, 당하는 꼴은 곱게 넘어가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
그야말로 부전여전.
아니, 모전여전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어찌 되었든 간에 결론적으로는 아버지이기에 알고 있는 사실.
그렇기에,
[그거 혹시 알고 있니, 내 딸아?]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바로 말하는 게 어때?] [김진우. 네가 죽이고 싶어 하는 그 인간이 지금 이곳 헬헤임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여긴 내 차원이야. 주신격 중에서도 상위에 있는 아버지가 찾아온 걸 내가 바로 알아낸 것도 다 그 때문이란 걸 알고 있을 텐데?] [그거야 그렇지. 헌데 너의 헬헤임의 일부 구역이 ‘정화’되어서 김진우의 것이 되었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벌써 잊은 게냐? 지모신이 그 인간에게 말도 안 되는 서포트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로키는 헬라의 약점이 되는 부분을 자극해서 자신은 나서지 않고 일을 처리해 버린다.
이른바 손 안 대고 코 풀기.
다만, 로키가 누구던가?
장난의 신답게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부모 자식 관계 따위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철두철미한 존재.
[흐음, 안 되지 안 돼. 이런 고급 정보를 날로 먹으려고 하는 건 딸이라고 해도 안 돼. 50신용도.] [쪼잔한 새끼.] [30신용도.] [……아빠.] [좋아, 40신용도!] [어차피 30신용도로 하자고 해도 안 해 줄거지? 그래, 40신용도. 줄게, 지금 바로 줄 테니까 빨리 알려 줘.] [오케이, 땡큐!]본디 장난이란 대상을 가리지 않는 법.
그것은 배 아파 낳은 자식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란 소리다.
* * *
헬헤임의 땅.
식물이라고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아슬아슬하게 비틀거리다 못해 썩어 문드러진 것들이 대부분일 터.
그렇기에 어지간히 농사에 대한 식견이 없는 이라면 그냥 볼품없는 식물이라고 치부하고 넘기는 것이다.
“킬킬킬, 이것들이 얼마나 큰 보물인지도 모르고 말이지.”
“맛도 형편없고, 질겅거리는 식감도 최악인 카자크 열매 따위가 아닌가? 저거 뭣도 모르고 먹으면 큰일 난다. 내 위액으로도 소화가 안 되는 불량 식물이야.”
“에잉, 쯔쯔쯧. 그러니까 네가 날개 달린 도마뱀이라고 불리는 거야, 니드호그. 그 머리로 어떻게 드래곤이라고 할 수 있겠어? 죽지 않는 식물이라니. 한마디로 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소모품이라는 소리잖아!”
“……건방진 황금빛 애송이가. 내가 너의 후손의 후손이랑 밥도 먹고! 싸움도 하고! 다 했어!”
“적어도 그 초콜릿 향이 첨가된 치약을 안 먹은 걸로 다행이로군.”
뭐, 애당초 식견을 논하기도 애매한 것이 헬헤임은 죽은 자들의 세계다.
보통의 경우 이런 곳에 떨어지면 자신의 처지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는 것이 보통이지, 식물의 기능을 궁금해하는 경우는 없을 거다.
솔직한 말로 식물이 힘없어 보이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보통 이런 지옥이라 하면 식물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 것이 분명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해당 사항의 궁금증은 지금 이 순간 확실하게 풀렸다.
농부의 피와 땀이 깃든 노력, 그리고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의 특성 효과가 적용된 결실.
[카자크 열매(전설)]* 분류 : 소모품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1시간 동안 마력+10
※ 불사의 열매 : 섭취 시 씨앗 한 개를 내뱉습니다. 해당 열매의 씨앗을 섭취한 이가 품에 지니고 있을 경우 열매로 변화합니다.
– 불사의 열매, 카자크는 현 죽음의 여신이 헬헤임의 지배자로 임명되기 전. 공석일 때부터 존재해 온 수수께끼의 열매입니다. 누구의 것인지도 알 수 없으며 오로지 알 수 있는 사실은 섭취한 이후 무한하게 돌아온다는 것뿐입니다. 단, 하루에 누릴 수 있는 효과는 1번이며 그 이상은 열매를 섭취해도 효과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진정하게 빛을 본 카자크 열매.
전설 등급치고는 효과가 다소 애매할 수도 있을 거다.
당장에 일반적으로 시장에 유통되는 만드라고라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야만적인 머리채 뽑기 수확 방식으로 얻게 되는 것은 유니크 등급임에도 1시간 동안 40의 마력을 상승시켜 주는 괴랄한 효과를 자랑한다.
영구 능력치 증가의 효과가 없음에도 마법사를 직업으로 두고 있는 이들이 단시간에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게 해 주는 기적의 약초.
그 반면에 카자크 열매는 유니크보다 한 단계 높은 전설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영구 관련은커녕 10의 마력 증가만 덜렁 붙어 있을 뿐이다.
효과만 놓고 보면 희귀 등급에서 그나마 상등품 정도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카자크 열매에게는 만드라고라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추가적인 효과가 탑재되어 있다.
“무한하게 사용이 가능한 영구제 열매라는 거지.”
죽은 자들의 세계인 헬헤임이기에 존재 가능한 열매.
하지만 진우가 헬헤임에서 발견한 진짜배기는 이 정도로 끝이 날 턱이 없다.
무릇 열매가 무르익기 위해서는 그 토대가 되어 주는 식물이 있어야 하기 마련인 법.
* 레벨 : 1
* 성별 : 없음
* 나이 : 1(생후 1개월 미만)
* 직업 : 시체 청소부
* 능력치 포인트 : 0
* 힘 : 3 민첩 : 2 체력 : 20 마력 : 5
그리고 카자크는 씨앗의 설명에도 나와 있듯 불사의 식물이며, 피를 영양분으로 삼는 식충 식물? 식인 식물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정확히는 이미 죽은 자들이라 할 수 있는 언데드를 잡아먹으니 식좀 식물이란 표현이 좀 더 어울리겠다.
능력치만 봐도 알 수 있듯.
힘이나 속도는 느릴지언정 조금 봐줄 만한 마력 수치와 압도적인 체력의 양.
“……어째 옛날 생각이 나는데?”
지금이야 정령왕들과 계약 후 이런저런 일을 겪고, 또 몸에 좋은 영약과 작물들을 섭취하면서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지만 초창기 진우는 누가 뭐라고 해도 튼튼한 고기 방패 그 자체였으니까 말이다.
물론 민첩 수치가 2정도로 최악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아마 직접 움직일 수 없는 식물로 인한 한계일 터.
그러나 ‘시체 청소부’라는 살벌한 직업명을 가진 녀석답게 보유하고 있는 특성도 상상 이상의 것이다.
[특성]* 불사 : 시들거나 죽지 않습니다. 단, 해당 특성은 알 수 없는 초월자가 해당 개체에게 부여한 신격 중 하나입니다. 많은 개체에게 해당 특성이 분배될수록 그 힘이 약해집니다.
* 시체 탐지/포식/분해 : 시체를 탐지하고 포식하며, 분해하여 열매로 가공합니다. 또한 시체가 아니더라도 분해가 가능할 정도로 에너지가 농축된 물품도 열매로서 가공이 가능합니다. 카자크의 체력이 높을수록, 가공하는 재료의 질이 좋을수록 열매의 효과도 강화됩니다.
2개의 보유 특성 모두 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어 보이는 케이스.
그리고 수차례 시도한 끝에 알게 된바.
수확한 작물들도 분해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다만…….
* 효과 : 20분 동안 마력+3
※ 부활의 열매(24) : 섭취시 씨앗 한 개를 내뱉습니다. 해당 열매의 씨앗을 섭취한 이가 품에 지니고 있을 경우 열매로 변화합니다. 효과가 적용될 때마다 숫자가 1씩 줄어듭니다.
– 단, 하루에 누릴 수 있는 효과는 1번이며 그 이상은 열매를 섭취해도 효과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특성에 적힌 설명대로 무한하기는 할지언정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
덧붙여 불사의 특성도 약화되어서 영구적으로 활용 가능한 소모품의 기능도 퇴색되었다.
허나,
“오히려 좋아!”
“킬킬킬, 알아서 조절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 암.”
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소모품.
순간적으로 돈을 버는 것에는 이것만 한 게 또 없겠지만 ‘무한’이란 것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진우가 거래를 하는 고객은 지구의 손님들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하지 신참. 아니지, 파트너라고 해야 되나? 씨앗은 내가 발견했으니 비율은 깔끔하게 5:5. 아니지, 독점으로 해 준다면 7:3으로 어때? 당연히 네가 7이야. 유통 관련해서도 황금 상단에서 최우선적으로 최단기간으로 루트를 짜 보도록 하지. 단언컨대 우리 황금 상단과 손잡고 후회하는 거래처는 단 하나도 없다고. 내 자부할 수 있지.”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는 체르의 말.
확실히 틀린 말이 없기는 하다.
실제로 진우 또한 황금 상단을 통해 구매를 하거나 판매를 했을 때 후회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이번 거래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계약으로서 앞으로 오래오래 해먹게 될 사업의 일환.
얽히게 될 돈도 돈이지만 수확하는 과정에서 얻게 될 경험치도 무시할 수 없다.
“에이, 제가 다 키우고 관리하는 데다가 씨앗이야 돌아다니다 보면 구할 수 있잖아요? 툭 까놓고 말해서 유통만 맡으시면 되죠. 9:1. 흐음, 선배님이시니 8.5:1.5 정도로 합의 보시죠. 기한은 1년. 재계약 때는 상호 동의하에 비율을 조정하는 쪽으로. 최대한 맞춰는 드리겠지만 과하면 국물도 없어요?”
“쪼잔하게 0.5단위로 끊지 말고 8:2로 하는 게…….”
“상인은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 거 아실 텐데요?”
“쯧! 이거 이거,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만!”
“다 선배님의 가르침이시죠.”
상인들의 바닥에서 손해 보는 장사란 있을 수 없는 법.
전성과의 계약을 생각하면 좀 비싼 편이긴 해도 차원 단위로 유통하는 것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을 테니 진우에게도 나쁘지 않은 또 한 명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생기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