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219
저는 수비수입니다.
[나영웅. 비밀리에 런던으로 출국.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하나!?] [나영웅. 런던에서 웨스트햄 구단 인사들과 접촉. 웨스트햄으로 리턴?] [동런던에 주택을 구입한 나영웅. 웨스트햄 복귀 가속화되나?]나는 뮌헨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인터넷을 확인하니 그동안 나에 대한 엄청난 양의 기사가 쏟아져 있었다.
우선 한국에서는 나의 영국 런던 출국 기록을 입수해서 프리미어리그 복귀 루머 기사를 써댔다.
[인천 국제공항 출발 -> 런던 히드로공항 도착]딱 하나의 펙트를 가지고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쏟아냈다.
어쨌든 [나영웅]이 붙으면 기사건 상품이건 마구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온 세계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했다.
“주라브키안… 이 개자식.”
웨스트햄 직원 접촉과 부동산 구입 기사는 영국 언론에서 나왔다.
이건 보나마나 주라브키안 웨스트햄 회장이 어떻게든 나를 엮어서 구단을 팔아먹으려는 수작이었다.
내가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웨스트햄의 구단 가치가 올라갔으니까.
웨스트햄을 비싸게 팔고 싶어서 안달이 난 주라브키안이라면 충분히 꾸밀 수 있는 일이다.
사실.
이런 언론의 헛소리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내가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다.
진짜 문제는 뮌헨으로 돌아와서 터졌다.
“영웅 선수~ 돌아왔군요!”
“복귀를 환영합니다! 영웅 선수!”
월드컵 끝나고 바이언 구단에 첫 출근을 하자 직원들이 겉으로는 나를 반겼다.
그런데.
금방 구단 내부에서 나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언론에서 하도 나의 이적설을 쏟아내니까 바이언 사람들도 나를 의심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오~ 월드컵 위너~~! 변변치 못한 저희 스몰 클럽으로 돌아와 주셔서 황송할 따름입니다!”
독일 선수들은 약간 비꼬는 투로 나를 대했고 네덜란드 선수들은 대놓고 나를 차갑게 대했다.
아직 준결승전의 악감정이 남아 있었다.
특히 주장 반봄멜은 내가 스네이더와 훈텔라르를 후보 따위라고 공개적으로 무시한 걸 서운하게 여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우린 한배를 탔어. 리그 개막하고 경기를 치르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나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회네스 회장과 베켄바워 명예회장을 만나서 진지하게 이 문제를 의논했고 경험이 풍부한 둘은 나의 생각에 동의했다.
나는 둘에게 당분간 이적 생각이 없다는 걸 밝히고 안심시켰다.
이렇게 겨우 구단 내부를 안심시켰는데도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었다.
“나영웅 선수!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 있습니까!?”
“예?”
“왜 바이언을 떠나려는 겁니까? 우리가 당신을 서운하게 했습니까? 팬으로 월드컵 때도 응원했는데. 진짜 실망입니다.”
바로 바이언 팬들이었다.
뮌헨에는 내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바이언을 떠날 거라는 괴소문이 돌았다.
만약 사실이라면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바이언 팬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나는 뮌헨 시내 야외 맥줏집에서 현지와 기분 좋게 생맥주를 마시다가도 성난 팬들에게 몇 번이나 항의를 당했다.
딱 한 명.
“맞습니다. 나영웅 선수. 당장 이적하셔야 합니다. 바이언은 당신을 품기에는 너무 작은 팀입니다.”라고 나의 이적을 응원하는 뮌헨 사람도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바이언이 아니라 [1860 뮌헨] 팬이었다.
“올 시즌 제 목표는 바이언에서 트레블을 달성하는 겁니다. 당연히 이적도 없습니다. 제 명예를 걸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니까 바이언 팬 여러분. 가짜 뉴스에 속지 마세요. 저는 부상으로 쓰러지지 않는 한 이번 시즌 모든 바이언 경기에서 뛰고 싶으니까요.”
결국 나는 뮌헨 지역 라디오에 나와서 공개적으로 이적설을 부정하고 바이언 팬들을 안심시켰다.
라디오 방송이 나간 후로는 다행히 출렁이던 민심도 진정이 되었다.
“여러 가지로 힘드네.”
시즌을 앞두고 어이없는 해프닝이었지만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천하의 바이에른 뮌헨 팬들이 아시아 용병 선수 한 명 때문에 이렇게까지 가슴을 졸인 건 처음이었다.
지금 나의 위상이 유럽 축구계에서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증명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
[독일 분데스리가 10-11시즌 개막.]모두의 우려를 비웃듯 나는 카이저슬라우테른과의 개막전에 선발 출전해서 90분 풀타임 활약하며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나는 월드컵 후 더 원숙한 플레이로 팀의 공격과 수비를 이끌었다.
[바이언의 나영웅! 팀을 승리로 이끌다! 진정한 카이저의 후계자 등장!]독일 언론은 슬슬 나와 베켄바워를 비교하며 진정한 후계자가 등장했다고 떠들었다.
나에 대한 이적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바이에른 뮌헨.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서 AS로마 꺾고 4연승! 16강 진출 확정. 트레블 전망이 밝다!]내가 리그, 컵, 챔스에서 모두 뛰며 활약하자 바이언 팬들도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2010년이 끝나가는 12월 6일 FIFA 발롱도르 포디움 3인이 발표되었다.
[나영웅, 메시, 이니에스타]최종 후보 3인이 발표되자 유럽과 전 세계 축구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올해부터 FIFA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선수상]과 프랑스 풋볼에서 수여하는 [발롱도르]가 합쳐져 [FIFA 발롱도르상]이 되었다.
그동안 발롱도르는 축구 기자들의 투표로만 선정되었는데 FIFA 올해의 선수상과 합쳐지며 각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들에게도 투표권이 부여되었다.
다들 이런 변수를 거론하며 셋 중 누가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될지를 점쳤다.
사실상 이니에스타는 3위 확정이었고 나와 메시의 양자 구도로 예상이 흘러갔다.
그리고.
마침내 시상식 당일이 찾아왔다.
[2010 FIFA 발롱도르 시상식]나는 맞춤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입고 발롱도르 시상식이 열리는 스위스 취리히로 갔다.
“와… 이 정도였어.”
예전에 티비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대회장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다.
식장에는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축구계의 슈퍼스타들이 다들 멋지게 차려입고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미녀들과 함께 참석해서 자리를 빛냈다.
“나영웅 선수. 우리 같이 사진 좀 찍을 수 있을까요?”
“예!? 제가 영광이죠!”
식장에서 나에게 사진을 요청한 남자는 무려 펠레였다.
나는 초등학생처럼 차렷 자세로 서서 펠레와 사진을 찍었다.
옆에는 육감적인 브라질 미녀가 펠레를 보좌하고 있었다.
“참 좋은 시절이죠? 나도 지금 태어났으면 발롱도르 하나쯤은 받았을 텐데…”
“무슨 소리세요? 선배님이라면 10개도 더 받았죠!”
“하하하!”
나의 말에 펠레가 껄껄 웃었다.
발롱도르상이 비유럽인에게 주어진 건 얼마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펠레와 마라도나는 발롱도르를 받지 못했다.
“반갑다. 나영웅.”
“오~ 왔구나. 메시.”
나는 좌석에서 메시를 만났다.
우리 둘이 악수를 하자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이니에스타에겐 미안했지만 다들 우리 둘의 싸움이라는 걸 알았다.
마침내 시상식이 시작되고 여러 부문의 시상이 거행되었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은 여전히 우리 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오늘 시상식의 꽃은 누가 뭐래도 발롱도르였기 때문이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모두가 기다리던 올해 FIFA 발롱도르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진행자의 말이 끝나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시상식처럼 세 선수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번갈아 나왔다.
나와 메시와 이니에스타가 유럽 리그와 월드컵에서 플레이하는 영상이 나오자 객석에서 탄성이 나왔다.
“…”
나는 카메라를 의식하며 표정에 신경 썼다.
어쨌든 이곳은 유럽이었고 나는 아시아를 대표하고 있었다.
나의 언행 하나하나가 아시아인의 이미지가 된다.
올해 바뀐 투표 방식이 마음에 걸렸다.
축구 기자들에 비해 각국 대표팀 주장과 감독은 아무래도 감정적일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 대표팀은 분명 나에게 표를 주지 않았을 거다.
월드컵 우승을 하면서 나는 적이 많이 생겼다.
“FIFA 발롱도르 수상자를 발표하기 위해 귀한 손님을 모셨습니다. 바르셀로나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입니다.”
짝- 짝- 짝- 짝-
거기에 발표자가 하필 펩이었다.
중계 화면에서 나와 메시와 이니에스타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세 후보 중 두 명이 소속된 팀의 감독이 수상자를 발표한다니.
어쩐지 불길했다.
“2010 발롱도르 수상자는…”
펩이 봉투에서 수상자가 적힌 카드를 꺼냈다.
이름을 확인한 그의 짙은 눈썹이 일그러졌다.
“나! 영! 웅! 축하합니다.”
펩이 나의 이름을 부르자 객석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옆에 있던 메시가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척-
“축하한다.”
나는 메시의 손을 잡고 그를 안아주었다.
그는 나의 최악의 적이자 나를 발전시켜준 최고의 파트너였다.
나는 엄청난 박수갈채를 받으며 연단에 올라갔다.
이번에는 펩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피치에서 적으로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표정이었다.
나를 같은 축구인으로 인정하는 눈빛이었다.
척-
나는 그의 손을 잡는 대신 포옹을 했다.
그러자 박수 소리가 더 커졌다.
나는 앞으로 가서 마이크 앞에 섰다.
이제는 나의 것이 된 황금공이 옆에 놓여 있었다.
“…”
식장이 조용해지고 다들 나의 입만 바라보았다.
나는 한참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수비수입니다. 축구에서 그닥 주목받는 포지션은 아니죠. 또 저는 아시아인입니다. 유럽 축구에서 그닥 선호 받는 인종이 아닙니다. 역시 축구선수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최고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나의 농담에 하객들이 웃었다.
“저의 발롱도르 수상이 그런 유럽 축구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수는 공격수보다 팀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아시아 선수들도 이젠 유럽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기량이 좋아졌습니다.”
하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의 시작은 한 통의 편지였습니다. 웨스트햄 유소년 아카데미에서 테스트를 받고 싶다고 런던으로 편지를 보냈는데 토니 카 코치님이 답장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런던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고 오늘 이곳에서 황금공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밀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사실 저에게 웨스트햄이 가장 마지막 순번이었습니다. 그전에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소속된 유럽 최고의 명문 팀들에게 먼저 편지를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중 누구도 저에게 답장을 해주지 않았죠.”
“…”
“지금 이 시간에도 유럽 최고 무대를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수많은 아시아 축구소년들이 있을 겁니다. 그 원석들을 놓치지 마세요. 그들을 보석으로 만드는 건 여러분들의 일입니다.”
짝- 짝- 짝- 짝-
“아! 그리고 오늘의 이 영광은 모두 하늘나라에 계신 엠마 할머니께 바칩니다. 당신의 따뜻한 환대가 있었기에 축구공 하나 들고 영국에 온 외로운 아시아 소년은 동런던을 제2의 고향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엠마 할머니.”
나는 황금공을 들고 연단을 내려왔다.
이렇게 나의 2010년은 황금빛으로 눈부시게 빛났다.
그리고.
2011년 뜻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