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enders score goals well RAW novel - Chapter 220
최종화
“으윽!”
사고는 너무도 어이없게 발생했다.
나는 브레멘 원정에서 공중 경합을 하다가 혼자 쓰러졌다.
착지하는 순간 왼쪽 무릎에서 뭔가 팍!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즉시 들것에 실려 나갔고 응급차를 타고 북부 브레멘에서 남부 뮌헨까지 이송되었다.
[나영웅. 무릎 부상 이탈. 바이에른 뮌헨 초비상.]나는 뮐러 박사의 병원에서 밤새 정밀 진단을 받았다.
검사 결과를 본 뮐러 박사의 표정이 어두웠다.
“전방 십자인대가 끊어졌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무릎 주변 조직이 심각하게 마모되어서 수술을 받고 장기간 재활을 해도 다시 부상 당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 그렇군요.”
“슬프게도 나영웅 선수의 초인적인 운동능력이 부상의 원인입니다.”
“예?”
뮐러 박사 말에 의하면 나의 운동능력으로 거구의 몸을 움직이면 관절의 손상은 필연적이라고 했다.
특히 나의 주특기인 공중 경합 후 전속력으로 가속하는 움직임이 무릎에 치명적인 부담을 주었다고 했다.
월드컵 결승전에서 다쳤던 바로 그 부위다.
[나영웅. 무릎 수술 결정. 시즌 아웃. 충격에 빠진 바이언 팬들.]바이언 팬들은 모두 루이 판 할 감독을 비난했다.
나는 이번 시즌 내내 리그, 컵, 챔스 모든 경기에 풀타임 출장했기 때문이다.
어떤 시기는 2~3일 간격으로 경기를 뛰었다.
판 할 감독의 개인적인 앙심이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음모설까지 돌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바깥일에 신경을 끄고 수술을 받고 회복에만 전념했다.
내가 빠진 바이언은 바로 기세가 꺾여 컵과 챔스에서 탈락했다.
리그에서도 위르겐 클롭이 이끄는 도르트문트에게 밀리며 이번 시즌 무관 위기에 몰렸다.
매일 판 할 감독의 경질 기사가 쏟아졌고 선수단도 네덜란드파와 독일파가 갈라져 엉망이 되었다.
바이언 구단 재활 센터에서 운동을 하던 나는 어느 날 결단을 내렸다.
이런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쓸리기 싫다는 말을 남기고 따뜻한 미국 LA에 있는 할리우드 재활 센터로 떠났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드디어 매각 임박? 주라브키안 회장과 데이비드 설리번. 장기 협상 돌입.]비행기에서 영국 타블로이드지 기사를 보고 마음이 급해졌다.
이대로 두면 역사대로 성인 잡지 재벌 설리번이 웨스트햄을 인수하게 된다.
“이렇게 흘러가게 놔둘 수는 없어.”
전에도 말했지만 나도 성인잡지는 좋다.
하지만 성인잡지를 파는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구단을 소유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나는 LA 공항에 내리자마자 재활 센터가 아니라 이 남자부터 찾아갔다.
“잘 지내셨어요? 베컴 형님~~”
“월드컵 우승 축하해. 영웅.”
베컴은 부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에게 월드컵 우승은 일생의 목표였고 잉글랜드 대표팀은 맨유와 함께 그의 모든 것이었다.
베컴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뛰려는 이유 하나로 엄청난 비난을 들으며 LA갤럭시에서 AC밀란으로 임대를 강행하는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월드컵 직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좌절되고 말았다.
나는 혹시라도 그의 마음이 상할까 봐 표정 관리를 했다.
지금 나는 베컴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무릎은 좀 어때?”
“많이 좋아졌어요. 따뜻한 LA에서 재활하면 더 좋아지겠죠.”
“잘 왔어. 신문 보니까 바이언은 지금 엄청 뒤숭숭하더라.”
“그렇죠. 미국 축구 리그는 어때요?”
“…”
베컴이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한참 동안 텅 빈 풀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이렇게 물었다.
“그건 왜 물어봐?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거야?”
“예. 미국 축구가 프로축구 비즈니스의 미래잖아요. 가장 잠재력 있는 시장이구요.”
“… 아직 멀었어.”
베컴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좋은 뜻으로 미국에 왔는데 현실은 엉망이었다.
밀란 임대 강행 사건으로 LA갤럭시 팬들에게 배신자 소리까지 듣고 있었다.
그가 유럽으로 돌아가려고 여기저기 줄을 대고 있다는 소식은 폴을 통해서 들었다.
그걸 알고 나는 도박을 걸기로 했다.
“웨스트햄 소식은 들었어요?”
“설리번 인수 건? 들었지. 우리 세대 영국 남자들은 전부 그 양반한테 신세를 졌지. 하하.”
“전에 나한테 말했잖아요. 원래 동런던 출신이라 그 동네에 애정이 많다구요.”
“그랬었지.”
“그럼. 우리가 웨스트햄 구단을 사버리면 어때요?”
“뭐라구!?”
베컴이 깜짝 놀랐다.
그가 구단주가 되기 위해 차근차근 돈과 인맥을 늘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베컴이 구단주가 되는 건 앞으로 대략 10년 후의 일이다.
그걸 지금 하자고 했으니 놀랄 만했다.
“아무리 웨스트햄이 망가졌다고 해도 프리미어리그 구단이야. 인수금액이 얼마나 드는지 알아? 또 운영비는?”
“인수금액은 대략 5000만 파운드면 될 거에요.”
한국 돈으로 750억 원이 넘는 거액이지만 앞으로 10년 후면 스타 선수 한 명 이적료도 못 되는 껌값이었다.
2011년부터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가치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며 폭등한다.
지금 구단을 사면 최소 5배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나는 알았다.
하지만.
미래를 모르는 베컴에게는 미친 소리로 들렸다.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자고? 영웅 동생. 돈 많아?”
“할리우드 베컴보다는 없겠죠.”
내가 농담을 했는데 베컴은 웃지 않았다.
사업 얘기가 나오니까 무서울 정도로 진지해졌다.
‘이런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어.’
베컴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졌다.
사업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인간은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펼치는 사람이다.
“미국에서 프리미어리그 구단에 투자할 투자자들을 모아주세요. 저는 한국에서 찾아볼게요.”
“그렇다면…”
“투자자들을 모아 다국적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우리가 대표가 되는 겁니다. 저와 당신이라면 꽤 그림이 그럴싸하지 않을까요? 아. 물론 우리 둘의 돈도 들어가야죠. 그래야 투자자들과 팬들도 우리를 믿지 않겠어요?”
“…”
베컴의 표정이 처음으로 밝아졌다.
“그럼. 각자 투자자를 모아서 다시 뭉치죠. 시간이 없어요. 최대한 서둘러야 합니다.”
“좋았어.”
나는 즉각 제임스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에서 미팅을 잡게 했다.
국내 글로벌 재벌 기업들과 투자회사들에 나의 이름을 걸고 제안서를 보냈다.
즉각 반응이 왔다.
나는 LA로 투자자들을 초청해서 만났다.
회의장에 베컴과 내가 함께 등장하자 투자자들의 표정이 변했다.
나는 이 시점에서 성공을 확신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앞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겁니다. 그중 런던 지역팀은 모두가 탐내는 최고의 투자 상품입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투자금의 5배 이상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나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홀딩스에서 투자하는 금액 비율은 50%입니다. 제가 사비로 25%를 투자하고 데이비드 베컴도 똑같이 25%를 투자할 겁니다. 우리 모두 한배를 타는 거죠.”
투자자들이 놀랐다.
아무리 내가 유럽에서 많은 연봉을 받았다고 해도 개인이 부담하기엔 상당한 금액이었으니까.
“제 부담금은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현금화해놨으니까요.”
나는 보유하고 있던 애플 주식을 전부 매각했다.
한 주 당 7달러 할 때부터 차근차근 모아둔 주식이 아이폰, 아이패드가 대박을 터트리며 2011년 지금은 400달러를 넘어가고 있었다.
사실 내가 주식을 판 돈만으로도 웨스트햄 구단을 사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경영에 위험성이 커진다.
축구단은 매년 막대한 운영비가 들기 때문이다.
또 나는 구단을 운영한 경험이 없었기에 당분간 전문 투자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경영을 배워야 했다.
나는 웨스트햄 인수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현금으로 비트코인을 차근차근 사 모으기로 했다.
[나영웅. 베컴과 LA에서 목격. 미국 축구리그로 이적하나?]엉뚱한 추측기사가 나오는 가운데 나와 베컴은 어렵지 않게 지분 50%를 책임질 투자자를 모집했다.
우리는 LA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웨스트햄 구단 인수를 위한 전문 투자회사의 출범을 알렸다.
[나영웅과 데이비드 베컴.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구단 인수전에 참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둘의 만남.]런던에서 치열한 인수 협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나는 뮌헨으로 돌아가서 공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얼마 전 10-11시즌이 끝났고 바이언은 무관에 그쳤으며 판 할 감독은 경질되었다.
“사랑하는 바이언 가족 여러분. 다들 마음이 아프실 텐데 죄송한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선수를 은퇴하게 되었습니다.”
“뭐라구요!?”
촬영하던 카메라맨과 방송국 직원들이 깜짝 놀랐다.
“LA에서 재활은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께 왼쪽 무릎 손상 때문에 오래 선수 생활을 하기는 어렵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무리하면 한두 시즌 더 뛸 수 있겠지만 그러다가 무릎에 영구적인 장애를 얻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유니폼을 벗기로 했습니다. 선수로 살아갈 시간보다 인간 나영웅으로 살아갈 시간이 훨씬 더 기니까요.”
사실 월드컵 우승에 발롱도르까지 받고 목표의식을 잃은 탓도 있었지만 그건 말하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은 선수로서 저의 마지막 팀입니다. 여러분의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나는 바이언과 작별했다.
***
다음 날.
나는 런던으로 돌아왔다.
공항에서 내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동런던 주택가에 있는 이층집이었다.
[엠마의 집]나는 엠마 할머니의 집을 어떻게 쓸까 고민했다.
현지와 이 집에 들어와서 함께 살까도 고민했었는데 그보다 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디리잉~
활짝 열린 대문을 통해 거실로 들어서자 진공관 라디오에서 언제나처럼 음악이 흘러나왔다.
거실 벽에는 내가 사인했던 웨스트햄과 첫 계약서가 걸려 있었다.
여기서부터 모든 전설이 시작되었다.
훈련장에서 동료들과 찍은 사진, 코치, 직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걸려 있었다.
주방에 들어서자 거기엔 엠마 할머니, 폴, 다니엘, 리즈와 찍은 사진이 걸려 있었다.
런던에서 일상을 보내는 나의 모습이다.
침실에는 엠마 할머니가 나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가 액자에 담겨 전시되어 있었다.
이층으로 올라가면 내가 지내던 방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침대, 책상, 벽에 붙은 포스터 모든 게 그대로다.
내가 입던 유니폼과 신문기사, 각종 기념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은 한 아시아인 축구소년의 꿈과 삶이 고스란히 담긴 박물관이었다.
“벌써부터 아시아 나라들에서 단체 관람을 오겠다고 난리예요. 웨스트햄 유소년 아카데미에 지원하는 아이들 숫자가 100배나 늘었어요.”
“잘됐네요.”
“나영웅 선수는 모든 아시아 축구 소년들의 롤모델이니까요.”
엠마의 집에서 발생한 입장료와 수익은 모두 동런던의 가난한 축구소년, 소녀들에게 지원금으로 전달된다.
나는 그것이 엠마 할머니를 가장 기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 이 냄새는…”
주방에서 익숙한 향기가 났다.
추억은 향기로 오는 법이니까.
엠마 할머니가 구워주던 스콘 향이었다.
이제는 웨스트햄 구단 직원이 엠마 할머니가 남긴 레시피 대로 만들어서 박물관을 찾은 손님들에게 대접했다.
물론 따뜻한 홍차와 함께.
나는 소파에 편하게 앉아서 홍차를 마시며 스콘을 아껴먹었다.
기분 좋게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듣고 있는데 밖에 새하얀 롤스로이스 리무진이 멈춰 섰다.
“영웅아! 뭐 하는 거야!? 늦겠어!”
폴이 들어와서 서둘러야 한다고 난리였다.
“내가 구단주인데 좀 늦으면 어때요. 다들 기다리라고 해요. 아~ 스콘 맛 좋다~”
“하하. 이 녀석. 벌써부터 악덕 회장 흉내를 내냐? 웨스트햄 팬들이 얼마나 사나운지 잊은 거야?”
“보채지 말고 앉아서 이거나 먹어봐요. 엠마 할머니 레시피 대로 만든 거니까.”
폴과 나는 나란히 앉아서 홍차를 마시다가 천천히 일어났다.
[웨스트햄 인수 전쟁에서 승리한 나영웅. 최종 인수금액은 5400만 파운드 추정. 오늘 불린 그라운드에서 신임 회장 취임식 열려.]오늘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인수 후 회장으로 첫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다시 팀으로 돌아온 졸라 감독과 선수들, 직원들 그리고 팬들이 업튼 파크에 모여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가 볼까~”
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엠마 할머니의 집을 나섰다.
예전 유소년 선수 시절에 볼 보이를 하려고 처음 불린 그라운드에 갔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길 봐. 영웅아!”
어디선가 날아온 예쁜 비눗방울이 나의 부푼 마음처럼 푸른 하늘 위로 멀리멀리 올라갔다.
[그동안 수비수가 골을 잘 넣음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구단주 나영웅의 이야기도 써보고 싶네요. 모두 축구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023년 11월 14일 차박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