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equaled Scholar RAW novel - Chapter 229
10권 24화
十四章. 마지막 이야기
一
진촌 마을은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강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모습도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하긴, 가난한 어촌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 것이었다.
“좋구나!”
백이건이 진촌 마을에 돌아온 것은 이 년 만의 일이었다. 이제 그에겐 이곳이 고향이나 마찬가지였다.
채수연과 진소희는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고 보니 그녀들과 헤어진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일 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것이다.
“마누라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가 볼까나?”
채수연과 진소희는 둘도 없는 앙숙으로, 붙어 있으면 항상 싸우기 일쑤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지난 일 년 전에 이곳에 내려온 이후로는 싸워 본 적이 없었다. 생사를 함께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가끔 마찰이 생길 때도 있었지만, 예전처럼 고집을 부리지는 않았다. 그녀들은 매일 밤 백이건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늘에 기도했다.
“거, 건아!”
“공자님!”
채수연과 진소희는 처음에는 꿈을 꾸는 줄 알았다. 그리움이 만들어 낸 환상이리라.
“이거 반응이 왜 이래? 소생이 돌아왔는데, 그렇게 보고만 있을 겁니까?”
“앙! 공자님!”
먼저 백이건의 품에 안긴 여인은 진소희였다. 그녀는 누가 보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채수연은 약이 올랐다. 지난 일 년 동안 백이건이 오면 어떻게 맞이할지, 매일같이 그 생각만 했던 것 같았다.
처음 그들이 만났을 때는 백이건이 고작 일곱 살일 때였다. 때문에 예전처럼 아이 대하듯 해야 할지, 아니면 콧소리를 내며 아양을 떨어야 할지 그녀 자신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 진소희가 백이건의 품에 안기는 것을 보고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그녀는 진소희를 밀쳐내고 백이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건아! 정말 네가 맞는 거지?”
‘아이쿠, 좋구나!’
진소희와 채수연의 나긋나긋한 몸매를 감상하며 백이건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갔다. 이 아름다운 여인들이 오직 자신만의 것이라니 생각만 해도 행복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행복한 상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너 당장 저리 안 비켜? 공자님 품에 먼저 안긴 건 나란 말이야.”
“흥! 건이를 먼저 안 건 나였거든?”
“오라, 한번 해보겠다 이거지?”
“쳇! 너야말로 지난 일 년 동안 잠잠하다 했더니, 그 천박한 본색은 사라진 게 아니었구나?”
“뭐야, 천박? 너야말로 천박해서 봐 줄 수가 없어.”
봉인이 한순간에 풀어지면 이럴까? 그녀들은 지난 일 년 동안 싸우지 않았던 것을 한순간에 풀고 있는 것 같았다.
‘어이구, 머리야. 생사를 함께했으니 사이가 좀 가까워졌을 줄 알았더니만, 이건 예전보다 더하네.’
자신을 두고 벌어진 싸움이었다.
왠지 그녀들 등쌀에 하루도 조용할 것 같지 않다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二
운혜는 어느덧 스물한 살 처녀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상냥하고 자상한 성격과 빼어난 미모는 진촌 마을은 물론 인근 마을까지 소문이 퍼졌다. 많은 청년들이 그녀와 사귀어 보겠다며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하나같이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하고 말았다.
돈이 많은 집안에서 후처를 제의하기도 했었다. 그들은 돈으로 유혹해 보기도 했고, 값비싼 비단옷이나 예쁜 장신구 등으로 마음을 사로잡아 보려고도 했었다. 대부분 여자들은 이런 수법에 열이면 칠팔은 넘어오기 때문이었다.
허나, 운혜는 돈에도 흔들리지 않았고, 비단옷이나 장신구에도 현혹되지 않았다. 운혜의 친구들은 부러우면서도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들 같았으면 못이기는 척하고 벌써 시집을 가서 애 낳고 잘 살고 있을 테니 말이다.
“이 바보야, 남자는 무조건 돈이 최고야.”
“너 며칠 전에 칠복이 아저씨가 청혼을 했다며?”
“어머,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매파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운혜가 글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지 뭐니.”
“얘가 지금 정신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칠복이 아저씨가 돈을 버느라 결혼이 늦어서 그렇지, 상가를 세 개나 가지고 있어.”
“너희들은 돈이 그렇게 좋니?”
운혜는 친구들과 모여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잡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도 빨래방에 일이 많아서 일당을 받고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임조영이 그녀의 형편을 딱하게 여겨 천무각에서 같이 살자고 했지만, 그녀가 거절했다.
그녀도 천무각에 들어가면 지금보다는 훨씬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혹시라도 백이건이 돌아왔다가 자신들이 없는 걸 알고 그냥 돌아갈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럼 아니야?”
“여자라면 당연히 예쁜 옷도 입고 싶고, 화려한 장신구도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
“일 년 전에 돈 많은 남자 한 명 물어서 결혼한 숙영이 있지? 물론 그 남자에게 본처가 있긴 하지만, 집안에 돈이 많아서 비단옷만 입고 사는 걸 보면 어찌나 부럽던지…… 쩝!”
“하긴, 나도 그렇더라. 숙영이가 우리들 중에 얼굴은 제일 못했지만, 지금은 가장 잘살고 있잖아. 그러니까 남자는 무조건 돈이라니까.”
친구들은 후처로 들어간 숙영이조차 부러워하고 있었다. 하물며 그 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모두 걷어찬 운혜가 바보 같아 보이는 건 당연했다.
운혜는 친구들의 말에 그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아직 어린 소혜를 놔두고 결혼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문득 저 멀리서 흙먼지가 일며 화려한 사두마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우리 마을에 저렇게 화려한 마차가 있었나?”
“그럴 리 없잖아. 아마 다른 마을의 마차일 거야.”
“하긴, 우리 마을 최고의 부자라는 호 장주께서 타고 다니는 마차도 십 년이 더 된 낡은 것이었지.”
“저런 마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분명 집에 돈이 넘치다 못해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일거야?”
“그 사람 부인은 얼마나 좋을까?”
여인들의 눈동자는 꿈을 꾸듯 몽롱해졌다.
마차는 빠른 속도로 달려오다 그녀들 앞에 딱 멈춰 섰다. 여인들이 멍한 표정으로 마차를 쳐다보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누군가 밖으로 나왔다.
“아!”
“세상에!”
여인들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마차의 주인은 이십 대 청년이었는데, 준수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청년이 망설임 없이 운혜를 향해 걸어왔다. 운혜는 한창 빨래를 하다 이상한 생각에 고개를 들었다가 깜짝 놀랐다.
“거, 건아!”
“후후! 여기 있는 걸 모르고 한참 찾았지 뭐야?”
그랬다.
청년은 바로 백이건이었던 것이다.
운혜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백이건이 영영 안 돌아올 줄 알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몰랐다.
“그랬구나! 찾아다니게 해서 미안해!”
“빨리 마차에 타지 않고 뭐 하고 있어?”
“아직 빨래할 것들이 남아 있는데…….”
“그건 친구들에게 부탁해도 되잖아.”
백이건이 무작정 운혜의 손을 잡아끌었다. 운혜는 친구들에게 빨래를 부탁하며 못이기는 척 마차에 탔다.
“헌데, 이게 다 어떻게 된 거야? 이 화려한 마차는 또 뭐고?”
“후후! 기분 좀 냈어. 잘난 척 좀 하려구.”
이 정도면 단순히 기분을 낸 수준이 아니었다. 그녀는 문득 백이건이 더 이상 자신에게 누나라고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얼굴이 붉어졌다. 백이건이 더 이상 예전처럼 어리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저녁, 그들은 이 년 만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저녁도 먹고 차도 마시며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혜는 이제 부끄러움 많은 소녀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백이건에게 신경질을 부려서 이 년 동안 나타나지 않았나 싶어 반성을 많이 했다. 백이건이 돌아오면 잘해 주겠다고 다짐했었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틱틱거리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물론 백이건에게 반말을 하는 건 여전했다.
모든 게 그대로였다.
백이건은 이 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에게는 평생을 주체하지 못할 돈과 권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三
천무각은 지난 이 년 동안 온갖 시련을 겪었다. 통천방이 천마성을 등에 업고 호시탐탐 천무각을 노리고 있었고, 백안문의 호북성 분타 역시 임대방의 사형을 앞세워 천무각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천마성과 백안문 모두 내홍을 겪으면서 그렇게 넘어가는 줄 알았다.
그러다 선후인이 죽고 무림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통천방과 백안문의 호북성 분타가 다시금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천무각으로 몰려왔다.
“임대방, 천무각을 우리 통천방에 넘겨라.”
“흥! 천무각은 정통성에 문제가 있다. 백도의 맹주를 자처하는 백안문은 결코 이 문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통천방은 최근에도 세력을 확장해서 인근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들의 뒤에 천마성이 없다면 백안문과 천무각을 노리기 위해 경쟁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임대방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지난 이 년 동안은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제자들은 끝까지 항전을 외쳤지만, 통천방과 백안문의 분타가 모두 몰려온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상황이 잘못 되면 모두 개죽음을 면하기 어려웠다.
임조영은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힘이 없으니 사방에서 빼앗으려고 들었다. 무림이 평화를 얻었고, 누군가의 손에 의해 하나가 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천무각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운혜와 소혜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천무각으로 달려갔다. 그녀들은 지난 이 년 동안 임조영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지내 왔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친자매처럼 허물없이 지내 왔기 때문에 천무각의 위기가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백이건은 당금 백안문의 문주였다. 헌데, 자신은 이런 식의 세력 확장을 지시한 적이 없었다.
‘설마 향 매가 내린 지시인가?’
백안문의 대소사는 여전히 율지향이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예전처럼 권력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오히려 애교를 배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백이건 주위에 여인들이 들끓는 문제는 이제 포기한 상태. 이건 도저히 그녀가 거스를 수 없는 일이었다. 질투를 하고 바가지를 긁느니, 차라리 백이건의 정실 자리를 차지하는 게 훨씬 남는 장사처럼 보였다. 때문에 그녀는 애교를 배우는 한편, 단목예설에게 딱 달라붙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단목예설은 율지향이 필요 없게 된 상태였다.
원래 단목예설은 율지향을 조종해서 백이건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아니, 그녀는 율지향을 시작으로 다른 여인들까지 선동할 생각이었다. 선후인을 상대하기 위해 백이건과 손을 잡긴 했지만, 자신을 능욕한 백이건을 용서할 수 없었다.
백이건도 그녀의 계략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그는 단목예설을 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죽이는 건 죄악과도 같은 일이었다. 백이건은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