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03
204화 돈도 받고 홍보도 하고
상태창을 각성해 낸 영향으로 인해 초인적인 힘을 자랑하게 된 헌터들이 끼치는 영향력은 비단 게이트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일과 비교할 수 없는 힘과 마법, 그 밖에도 무구를 제작하고 연금술을 부리는 이들까지.
그로 인해 경호원을 하는 등 헌터들은 은퇴 후에도 할 수 있는 직업이 셀 수 없이 많았으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디어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실제로 뉴튜브 채널에 헌터들이 한가득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던가?
그리고 그런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도 나름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한국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헌터의 달인’이다.
다양한 종목과 직업을 가진 헌터들을 섭외하고 그들의 힘을 보여 주고자 기획된 예능.
해당 예능 자체가 대장장이나 연금술사, 요리사와 같이 생산직들을 주류로 다루고 있었기에 당연한 말이지만 진우도 이곳에 몇 번 섭외 요청을 받기는 했었다.
최초의 아이템화가 적용된 작물을 수확하는 농부에 대해 알리고자 하는 목적이 다분했기에 돈도 많이 준다고 했지만, 그때 당시에는 지나치게 자신이 노출되는 걸 그다지 원치 않았다. 허나 지금은 얘기가 많이 달라졌다.
이미 자신의 얼굴은 대한민국은 물론이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모르면 간첩일 정도.
그렇기 때문일까?
“예? 농사가 아니시라고요?”
“네. 문제라도 있나요?”
“아, 그게 실은 이미 무대 환경의 콘셉트를 시골로 잡았거든요. 따로 말이라도 해 주셨으면 준비를 해 두었을 텐데…….”
말과 함께 정PD의 시선이 힐끗 스태프에게로 향한다.
사전에 진우의 농장에 방문하여 조사를 했던 청년이다.
“그 부분은 제가 일부러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비밀이라, 헌터들마다 사정이 있으니 이해는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걸 보여 주실 생각이시죠?”
“요리입니다.”
“예? 요리 말입니까?”
“네.”
진우의 말에 당황스러움을 숨김없이 표현하는 정PD.
그가 저러는 것을 진우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헌터의 달인에 이미 앞서 출연한 요리사들만 수두룩하다.
그들 모두 다 전투 관련으로는 부족할지언정 요리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수준급의 버프 요리를 만들어내는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스킬도, 특성의 도움도 없는 농부가 만드는 요리에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질 수는 없을 터.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진우에게 있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자그마한 식칼의 모습으로 변화한 초월 등급의 요리 도구인 엘드룸니르와 진우가 손수 수확한 작물들.
스킬과 특성들을 대신하고도 남을 것들이 있는데 무엇이 걱정일까?
뭐, 여전히 못 미더운 눈빛을 하고는 있으나 진우의 힘과 영향력을 알고 있기에 차마 무어라 말을 하지는 못하고 있는 정PD.
그렇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예로부터 말로만 자신 있다고 떠드는 것보다는 직접 실력을 보여 주는 것이 확실한 법이니.
진우는 구태여 말로 계속 떠드는 것보다 미리 준비해 둔 재료들을 용혈 가방에서 꺼냄과 동시에 엘드룸니르를 휘둘러서 조리를 시작한다.
타다다다닥-
휘릭-
촤학!
이제는 높아진 능력치와 더불어 불의 정령과 물의 정령의 힘이 곁들여진 덕분에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완성된 요리.
“이게……끝입니까?”
“네.”
그러나 바라보는 정PD와 스태프들의 표정은 영 시원치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감자볶음?”
“이건 나도 할 수 있는 건데.”
갓 요리에 입문한 이들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난이도를 자랑하는 요리.
그나마 고소한 냄새와 매콤한 고추가 들어간 것이 봐줄 만한 정도랄까?
“이거 정말 방송에 내보내도 되는 건가?”
“진우 씨. 죄송하지만 이건…….”
여태까지 헌터의 달인에 출연한 요리사들이 선보인 요리들과는 그야말로 비교할 수도 없을 퀄리티의 요리다.
허나 진우에게 실망감 가득한 표정으로 정PD가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스르륵-
“……어?”
요리에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눈앞에 떠오르는 아이템 창.
[시르봉 페퍼 감자 볶음(유니크)]* 분류 : 소모품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5시간 동안 체력 혹은 마력 능력치 중 선택한 능력치+25, 온전하게 10회 섭취할 시 체력과 마력 중 선택한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2만큼 상승합니다. (0 / 10 1회 한정)
※ 난 둘 다 고를래 : 체력과 마력 능력치를 둘 다 선택할 경우 둘 다 골고루 14씩 상승시켜 줍니다.
– 시르봉 페퍼와 한무 감자를 적절한 비율로 조리해낸 완벽하디 완벽한 감자 볶음입니다. 혼돈의 힘이 깃들어 있어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 상태입니다.
“미친…….”
그 내용물은 말 그대로 사기 그 자체다.
헌터의 달인에 출연했던 그 어떠한 요리사들이 선보인 요리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효과.
개중에는 고급 부산물로 취급받는 종류의 몬스터 고기까지 사용한 이들까지 있을 정도다.
물론 몬스터의 부산물인 만큼 조리 시간하며, 들어가는 재료의 비용까지 감안하면 눈 깜짝 할 새에 뚝딱 완성한 감자 볶음.
거기에다가 능력치를 선택해서 부여받을 수도 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제 문제 될 거 없죠?”
“물론입니다.”
현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자본이라 하면, 헌터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능력치 도핑.
바로 버프 만능주의인 것을 말이다.
* * *
진우가 수차례 요리를 시도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엘드룸니르라는 도구와 농작물이라는 재료.
그것 외에도 진우에게는 요긴하게 사용 가능한 이들과 계약 중이라는 거다.
불과 물, 땅과 바람.
4대 속성으로서 요리에 빠지지 않고 쓰임새를 자랑하는 정령왕의 힘들.
그러나 진우에게는 이들 넷 말고도 계약까지는 아니더라도 힘을 빌릴 수 있는 정령의 존재는 한 종류가 더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어둠의 정령.
누가 봐도 요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속성이지만 어차피 밑져 봐야 본전 아니겠나?
사용해보고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면 그저 다른 일에 쓰면 그만일 뿐.
그렇게 확인해 본 결과가 바로 지금의 감자 볶음과 같은 요리다.
고뇌의 숲에서 자라는 어둠초의 ‘혼돈의 선택’이 부가 옵션으로 적용되어 있는 상태.
다만 4가지 능력치를 골고루 선택할 수 있는 경우와 달리 요리의 경우에는 적게는 2개, 많아도 3개까지가 한계였다.
그렇다고 해서 하위호환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 능력치를 전부 적용받는 것을 선택하면 좀 더 많은 능력치 상승을 노릴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이냐, 극한의 효율이냐.
뭐, 그래도 현재 전국적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어둠초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능력치를 선택해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메리트다.
특히 단순히 효과만 보고 먹는 버프가 아니라 요리.
사람마다 다른 식성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것이니 이 힘은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해주고도 남을 터.
– 내 힘을 이런 일에 쓰는 인간은 너뿐일 거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진우와 달리 어둠의 정령왕 탈레이만은 다소 이해가 안 된다는 느낌이다.
하긴, 먹을 게 필요 없는 정신체인 정령과 인간은 애초에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른 종족이니 말이다.
“저 말고도 계약했던 인간이 있나요?”
– 그러니까 지금으로선 너뿐이라고.
“계속 사용해도 문제는 없겠죠?”
–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너의 마력으로 이끌어 낸 것일 뿐이니.
“감사합니다.”
정령왕의 화신에다가 친화력까지 듬뿍 상승한 덕분이랄까?
계약한 상태가 아님에도 이런 일에 힘을 끌어다 쓰는 것에 전혀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는 탈레이만.
어둠의 정령왕이 허락했으니 그 밑의 어둠의 정령들은 자동으로 허락이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
그렇기에 진우는 마음껏 엘드룸니르를 휘둘렀다.
어차피 헌터의 달인의 출연 목적도 이후 납품할 요리에 대한 홍보가 주목적이다.
남들은 돈을 내고 미디어에 홍보를 맡기지만, 진우는 반대로 돈을 받고 홍보까지 겸사겸사할 수 있게 된 입장.
생방송으로 아이템 효과를 비롯한 이 모든 것이 송출된 결과물은 말할 필요도 없었으니,
우우우웅- 우우웅-
띠링~ 띠링~
방송사의 전화기는 물론이요,
정PD의 스마트폰에서도 함께 울리는 미친 듯한 전화벨 소리.
“네네. 지금 나오는 요리 얼마냐고요? 아, 저희 프로그램은 판매하는 상품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그 부분은 양해 바랍니다.”
“김진우 씨께 말씀드리면 되지 않을까요?”
“죄송하지만 해당 요리의 판매 건은 저희 헌터의 달인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헌터의 달인.
인기의 예능 프로그램은 한순간에 경매장을 방불케하는 홈쇼핑으로 바뀌어 버렸다.
“혹시 여기 독일어 할 줄 아시는 분 있습니까?”
“지금 그런 게 중요하냐!”
……한국을 넘은 국제전화까지 쇄도할 정도로 말이다.
* * *
– 오늘 편 헌터의 달인 본 사람?
– 김진우 나온다는 소식 들었는데 안 본 사람이 있겠냐고 ㅋㅋㅋ
– 애초에 김진우 아니어도 재미는 기본 탑재된 프로라 안 볼 이유가 없지.
– 우문현답이네.
한국에서 생방송으로 송출된 헌터의 달인.
보통은 일반 범인은 고사하고 어지간한 동종 직업의 헌터들도 시도하기 힘든 고난이도의 결과물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찬사를 이끌어 내는 것이 대부분의 내용이다.
허나,
– 1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챙겨 봤는데 이런 분위기는 난생처음임.
– 저게 예능 프로그램이여, 경매장이여?
– 전화 쇄도할 거 안 봐도 비디오일 듯.
– 근데 이해는 되지. 간단한 감자 볶음에 저 정도 효과가 붙었잖냐. 능력치 선택에다가 일정 횟수 채우면 영구 능력치까지? 이건 못 참지!
넷상의 분위기처럼 홈쇼핑이 되어 버린 예능.
문제라면 현재 뜨거운 감자로 난리가 난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는 거다.
– 내 독일 친구가 저거 어디서 구매할 수 있냐는데?
– ……독일이면 지금 자고 있을 시간 아니냐?
– 영구 능력치 앞에 잠이 중요해?
– 그건 맞지.
새삼스럽지만 헌터의 달인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나름 인기를 자랑하는 편에 속한다.
당연히 그에 따른 소식도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 나갈 수밖에 없다.
제아무리 헌터의 달인의 정PD와 MC, 그리고 스태프들이 프로라고 해도 전국적으로 문의가 빗발치면 제대로 대처하는 것도 급급할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 나 MC가 저렇게 찐텐으로 당황하는 거 ㄹㅇ 처음 본다.
– 김진우 섭외했으면 죗값을 달게 받아야지.
정신 사나운 카오스의 환경.
하지만 이런 환경쯤이야 각국의 정상들을 앞에 두었던 때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요,
초월자인 헬라와 로키와는 비교할 가치도 없다.
“자, 그러면 다음 요리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음, 추가로 요리를 진행할 테이블은 아직인가요?”
“어, 어어. 금방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농부는 땅이 곧 요리 장소니까요.”
– ㅋㅋㅋㅋ 김진우 클래스 미쳤다.
– 저게 바로 한국의 농부다.
– 입이랑 손이 쉬지를 않네.
– 자, 이제 누가 MC지?
그 한 가운데에서 브레이크가 고장 난 불도저.
김진우의 홍보는 쉬지 않고 속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