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09
210화 농부의 본능
“……이건?”
“시중에 내던 것이 아니라 처음 보긴 할걸세. 아니, 어쩌면 자네에게는 꽤나 익숙한 물건일 수도 있겠지.”
얼핏본 생김새는 흔히 볼 수 있는 약초의 한 종류로 보인다.
다만 독특한 것은 완전히 토양과 비슷한 갈색의 색깔.
특이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부스스스-
스르르르륵!
툭 하고 건드리면 마치 모래성이 무너지듯 붕괴되었다가 이내 다시금 원상태로 다시금 회복된다.
흙의 성질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약초.
당연하게도 이것이 평범한 물건일 리가 없다.
[땅의 정령초(유니크)]*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3시간 동안 체력+20, 온전하게 3회 섭취할시 영구적으로 체력 능력치를 2만큼 획득합니다. (0 / 3 1회 한정)
※ 땅의 친구 : 땅의 정령에 대한 친화력이 일정량 상승합니다. 단, 섭취를 반복할 때마다 효과는 약해집니다.
– 땅의 정령이 적어도 100년 이상 머문 곳에서만 자라나는 귀중한 약초입니다.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기운을 상승시키며 땅의 정령에 대한 친화력을 영구적으로 상승시킵니다.
설명만 봐도 알 수 있듯.
땅의 정령을 통해서만 수확할 수 있는 땅의 정령초.
그제야 진우는 피터가 했던 말의 진의를 파악할 수가 있었다.
“제가 출품했던 어둠초랑 비슷하군요?”
“정령의 기원만 다를 뿐. 어쩌면 똑같은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진우가 고뇌의 숲에서 수확하는 어둠초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성능.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어둠초의 경우에는 먼저 생성된 뒤 성장하는 개념이고, 땅의 정령초는 오랜 기간 숙성된 땅에서만 생겨나는 것 정도?
게다가 척하면 척이라고 했던가?
“이런 식이면 정령마다 약초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소리겠군요?”
“그 말이 맞네. 단지 오랜 세월이 걸리는 만큼 세대에 몇 개 보는 것이 고작일 뿐이지만 말이지.”
피터는 땅의 정령초에 이어서 불과 물, 바람까지.
총 3개의 속성이 담긴 정령초를 더 건네준다.
각각 어떤 구조인지는 몰라도 땅의 정령초와 마찬가지로 건드리면 뜨거운 불과 차가운 물, 시원한 바람 등 각자의 속성에 따른 반응을 보이다가 원 상태로 돌아간다.
여태까지 게이트에서 얻는 식생 중에서는 살아 움직이는 만드라고라와 비견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신비함.
심지어 이것은 어떻게 보면 게이트가 아닌 지구상에서 채집된 것이다.
거기에다가 채집량도 터무니없이 적다고 하니 숨기는 것도 이해가 된다.
끊임없이 정령사를 양성해 내던 자이스 가문의 비밀 중의 하나.
친화력을 이렇게 끌어올려 주는 약초가 있었으니 가능한 일 아니었겠는가?
“그런데 이런 귀한 것을 저한테 주셔도 괜찮으신 겁니까?”
“물론이지. 반대 의견을 낸 인원도 몇몇 있기는 했지만 가문 대부분이 승낙했으니 너무 부담가질 건 없네. 다만 따로 경매장에 납품하는 등의 유출만 조심해 주게나.”
“알겠습니다.”
돈도 좋긴 하지만 그에 준할 정도로 중요한 게 바로 인맥이다.
지금은 비록 예전의 영광에 비해 쇠퇴했다지만 아직 전 세계에서도 상급 정령과 계약을 맺은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리고 그중 가장 많이 소속된 것이 바로 자이스 가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터.
게다가 이제는 그 숫자가 한 명 더 늘어날 가능성도 생겨났으니,
‘유리 씨도 부탁드리겠습니다.’
– 계약자가 원한다면야. 알겠다.
정수아의 뒤를 이을 유리 자이스의 추가적인 각성.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라고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움찔.
물의 정령에 대한 친화력에 의한 엘라인의 접근에 따른 반응.
화들짝 놀라는 유리와 운다이르와 이미 한번 겪어 보았기에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정수아.
진우만큼은 아니더라도 세상을 뒤흔들 만한 물의 정령사의 탄생을 알리는 두 번째 신호탄의 시작이었다.
* * *
물의 중급 정령이던 운다이르가 시큐엘로 거듭나는, 이미 한 번 정수아를 통해 보았던 장면이 펼쳐졌다.
“세상에 이런 기적이!”
“정말로 축하하네, 유리 양. 피터. 이로써 자이스 가문이 과거의 영광을 찾는 것도 머지 않겠어.”
“말씀 감사합니다.”
“어흐흑!”
헌터 사회에서 정령사의 가치는 쉽게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다.
귀족 취급받는 마법사나 힐러보다도 더욱 적은 숫자의 인원.
특히 그중에서도 공격과 방어, 힐과 버프 등.
팔방미인으로서 두루두루 다양한 활약이 가능한 물의 정령사는 타 속성들 보다도 월등히 선호받는다.
그런데 젊은 20대의 나이에 상급 물의 정령과 계약을 하게 되었다.
정수아와 진우를 제외한다면 자이스 가문으로서는 최연소라고 볼 수 있는 기적.
뭐, 정수아와 마찬가지로 유리 자이스 또한 숙녀인 탓일까?
“진우 씨. 잠시만요.”
“예?”
“지금 이 일. 진우 씨가 도와주신 거 맞죠?”
“…….”
이게 무슨 데자뷰도 아니고.
여자의 감에 대한 무서움을 한 차례 더 겪는 것도 잠시.
한 가지 더 무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니,
“역시 진우 씨가 원인이 맞다니까.”
“숨겨 봤자 소용없다고요.”
여자가 힘을 합치면 1+1이 아니라는 점.
특히나 둘의 언변은 동갑의 여성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하긴, 한쪽은 대기업의 미래 오너가 될 몸이시고, 한쪽은 천조국의 거대 가문에서 엘리트 코스를 거쳐 왔으니 오죽하겠는가?
어지간한 이들은 기가 죽어서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만드는 말솜씨.
물론 그렇다 한들 진우도 만만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일단 두 분 다 진정하시죠.”
엘리트 코스도, 제대로 된 배경도 없이 살아왔다지만, ‘뱀의 혀’로 모든 게 보완된 진우의 언변이다.
괜히 특성이 만능이 아니다 이 말이야.
그래도 둘 다 중급 정령사에서 상급 정령사로 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 것인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인지 정국진과 피터가 없는 곳에서 얘기를 꺼냈다는 정도랄까?
덧붙여 3개체의 시큐엘을 다루게 된 정수아와는 달리 유리에게 일어난 각성의 변화는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보통의 일반적인 물의 상급 정령사처럼 시큐엘을 다루게 된 것까지는 얼추 맞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 하면,
– 테라웰. 정말로 네가 간섭하지 않은 거 맞지?
– 바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이 무뚝뚝한 녀석이 이렇게 말하면 거짓말은 아닐 테지.
– 아마도 땅의 정령에 대한 친화력이 꽤나 상당했었을 거다. 그저 물과의 친화력이 높아서 묻혀 있던 것이 지금 와서 피어난 것이겠지.
1개체의 시큐엘외에도 1개체의 땅의 상급 정령인 노아단과도 계약을 치루게 되었다는 점.
한마디로 두 개의 속성을 다루는 듀얼 정령사면서 모두 다 상급 정령이라는 것.
지금이야 다이렉트로 땅의 상급 정령과 계약을 치른 탓에 물의 정령과 마찬가지로 다루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릴 테지만 중요한 것은 힘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일 터.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요. 진심으로.”
유리가 몇 번이고 거듭 감사를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었다.
* * *
둘 다 중급에서 물의 상급 정령으로 계약하게 된 영향.
그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누가 뭐라 해도 팜오리들이다.
꾸와아아아악!
삐삐! 삐삐삐삐!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물의 세례에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르는 오리들.
그야말로 어른 응애 할 것 없이 오리들에게는 축제의 현장이라 할 수 있겠다.
“이거…… 귀중한 따님들을 부려 먹는 것 같아서 죄송한데요.”
“허허, 자기들이 좋아서 하는 건데 걱정할 것 없네.”
“나도 마찬가지야.”
헌터 사회에서도 고오급 인재인 정령사를 물뿌리기로 써먹는 농부는 아마 진우 뿐이지 않을까?
뭐,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진우인 만큼 전성이 찾아온 이유도 평범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계약 부분에 대해서 추가로 말할 게 있어서 찾아온걸세.”
“계약 기간은 아직 널널할 텐데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지금 자네가 가진 네임 밸류값은 계약 때와는 비교가 안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긴 합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당연한 결정이지. 전성의 성장은 수아도 있겠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니.”
과연 대기업을 이끄는 수장이라고 해야 할까.
사고 방식 자체가 남다르다.
당장에는 손해일지라도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하는.
누구나 할 수 있으면서도 선뜻 실행하기는 어려운 행동.
물론 이것도 전부 그가 회장이기에 가능한 일이긴 하다.
말단 직원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지는 않을 테니까.
다만, 정국진이 조건이라고 내민 것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계약 조건을 올려 주는 거라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손해를 보신다고요?”
“그에 맞는 대우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뿐이야. 그리고 이렇게 해야 다음 계약 때 점수 좀 따놓지 않겠어.”
이건 거의 갑과 을 수준을 넘어서 진우에게 100%.
아니, 마진을 생각하지도 않고 그 이상으로 퍼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가라면 결코 믿기지 않는 결정이다.
“모두 다 승낙이 떨어진 내용이니 부디 거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제가 거절 못 하는 거 잘 아시잖습니까?”
“허허허! 시원시원하니 더 마음에 드는군.”
그러나 과연 진우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수아의 사위한테 이 정도 투자야. 어차피 전성을 위한 것이니. 끌끌, 어서 손자 손녀가 보고 싶구만.’
어느새 딸인 수아와 결혼을 올리는 것은 물론이요,
죽기 전 보게 될 손자 손녀까지 생각하는.
그야말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사발째로 들이키는 정국진이었다.
* * *
“언제 봐도 기운차시다니까.”
회장의 아우라, 카리스마라고 해야 할까?
분명 헌터도 아닌 일반인일 텐데 여실히 기세를 풍기며 떠나간 전성의 기둥.
이번 전성과의 추가 계약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 쪽은 작물의 납품이긴 하지만 가장 특별한 것은 바로 프렌차이즈 관련 부분이다.
“사업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거지.”
수아가 밀어붙인 끝에 성공시킨 카페와 진우가 개점한 음식점과의 콜라보.
꽤나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는 하다.
보통 식사하는 배와 디저트 먹는 배는 따로 있다고, 식사 후에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생과일 주스 등.
취향에 따라서 후식을 챙겨 먹는 경우도 빼놓을 수는 없긴 하니까.
그 밖에도 여러 가지 긍정적인 방향성들은 보여 줬다.
사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진우가 보기에도 꽤나 성공할 확률이 높아 보이는 내용들.
뭐, 이것도 어떻게 보면 전부 다 재료가 월등히 좋아서 가능한 일이기는 해도 진우 혼자였다면 결코 시도하기 힘든 작업 부분이기도 하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투자금으로 기본 수억 원은 깨졌을 일.
허나 이런 투자금 관련해서 진우는 굳이 골머리를 썩일 필요가 없다.
“농부는 수확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유통과 납품, 그리고 사업까지.
전부 다 전성에게 떠넘기면 그만일 뿐.
그런 의미에서 현재 진우에게는 할 일이 추가로 생겨났다.
“팜오리들이 유능해서 할 일이 없었는데 잘 됐지.”
자이스 가문 측에서 선물로 가져다준 4대 속성을 품고 있는 정령초들.
일반적인 헌터라면 섭취하는 것이 정석일 테지만 진우가 누구던가?
‘일반적인’과는 지극히도 거리가 먼 생산직인 농부다.
그리고 자고로 농부라면 작물을 개량하여 수확해 보는 것이 본능인 법.
앞선 선례로 핑크 인시리움도 있겠다.
약초를 수확하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자신감 하나만큼은 넘쳐흐르는 진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