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10
211화 등잔 밑이 어두운 법
물론 진우의 자신감이 근거가 전혀 없는 건 또 아니다.
“역시 펠기르브의 공략집이야. 성능 확실하구만.”
핑크 인시리움 때는 물론이요,
만드라고라의 정기 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진우에게 도움을 주었던 펠기르브의 약초학 공략집.
당연하게도 공략집 안에는 정령초에 대한 것도 빠짐없이 적혀 있는 상태다.
“흐음, 나중에 시간 날 때 틈틈이 정독해 둬야겠네.”
그동안은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만 요정의 도움을 받아 해당 키워드만 콕 집어서 찾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헌데 공략집 안에 이렇게 도움이 되는 정보가 꽁꽁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수명 자체가 인간의 수 배를 넘는 것이 일반적인 드루이드들이다.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장수하는 만큼 보게 되는 약초의 종류도 많아지고 그에 따라서 공략집의 크기는 어지간한 백과사전이 저리 가라 할 정도.
또한 그중에서 대부분이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태반이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식생을 찾기 위해 전부 읽기에는 효율도 떨어질뿐더러 진우에게는 여러 가지 일들이 적지 않게 몰아치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금은 여유가 있으니까.”
어찌 되었든 일곱 마리의 뱀도, 니드호그도, 헬라에 대한 문제도 해결되었다.
헬헤임에 대한 것이 남아 있긴 해도 이것 또한 공략집 안에 남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터.
그렇다면 이제 진우가 할 일은 사실상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 정령초는 이름처럼 정령이 오랜 기간 터전을 잡은 곳에 양분을 머금고 피어나는 약초로 알려져 있기에 대부분 정령초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이들은 여러 속성이 섞여 성분이 망가진 것을 보고 다른 속성이 겹치지 않게끔 정령들을 까다롭게 속성별로 나누어서 방법을 사용하지만,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정령초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읽어 내는 것.
자이스 가문 측에서는 그저 약초를 섭취하고 정령에 대한 친화력을 길러 보라는 선의로 줬겠지만, 진우가 누구던가?
이미 정령왕과 계약을 맺을 정도로 친화력은 차고 넘치는 입장이다.
거기에다가 자이스 가문의 사람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지식이 담겨진 펠기르브의 공략집도 가지고 있는 상태.
하물며 공략집에는 자이스 가문도 모를 내용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으니,
– 속성끼리 충돌하면 정령초가 망가지는 것은 사실이나, 불과 바람, 그리고 물과 흙처럼 서로에게 시너지가 좋은 속성들은 함께 기르는 편이 더욱 좋은 품질의 정령초를 빠른 시일 내에 기르는 지름길로 밝혀졌다. 단, 무조건 두 속성만 마구잡이로 섞으면 안 되고 비율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내가 실험해 본 비율은…….(중략)
그것은 다름 아닌 비율의 중요성!
모름지기 맛집도 그렇고, 모든 일에는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황금 비율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
어디 그뿐이겠는가?
–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이겠으나 소환된 정령의 급이 강한 개체일수록 더욱 품질 좋은 정령초가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 해당 연구에 정령을 동원하여 도움을 준 로열 엘프 피트리안에게 감사를 표하며 공략집 수익의 일부분을 약속한다.
“정령이라면 나도 자신 있지.”
남들에게는 가장 힘든 준비물일 수 있는 정령.
허나 진우는 이미 4대 속성의 모든 정령왕과 계약을 나눈 상태였으니.
“한번 불려 보자고.”
프로그맨의 혈액이나 잔나비 일족을 찾을 필요도 없이 시작과 함께 모두 갖추어진 상황의 준비물.
황금 비율의 레시피를 확인하는 진우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 * *
모든 농작물의 재배가 그렇듯.
농부에게 있어서 수확이란 인내심과의 싸움이다.
세월을 낚는 강태공처럼 기다림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특히나 정령초는 자이스 가문도 1개를 수확하는 데 10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완전히 잘못된 방식으로 기르고 있었던 탓이지만.”
뭐, 진우는 그렇게까지 시간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
공략집에 적혀 있는 대로라면 상급 정령을 기준으로 최소 10년이 걸린다고 했으니 정령왕인 진우라면 더욱 빠른 시일 내에 성장이 가능할 터.
추가로 진우의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의 특성까지 더해지면 한층 더 빨라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그렇기에 진우는 4개의 정령초를 비율대로 심은 이후 공략집을 훌훌 넘기며 살펴보고 있는 상태다.
“잿빛 세계수에 대해서는 전혀 정보가 없네.”
물론 펠기르브가 제 아무리 약초학에 정통한 드루이드라고 해도 확인하지 못한 것에 대한 정보까지 적을 수는 없다.
엘프들이 철저하게 지키는 세계수나, 꽁꽁 숨어 있는 위그, 잿빛 세계수에 대한 정보는 티끌조차 보이질 않는다.
그야말로 사막에서 바늘 찾기.
하지만 최근 마력 능력치에 많은 투자를 한 영향일까?
인생에 있어서 책과는 꽤나 거리가 먼 편에 속하던 진우였으나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속도로 속독을 진행한다.
그리그 그 결과,
“……찾았다!”
눈에 힘을 꽉 주고 찾은 만큼 보람이 있게끔 만드는 정보.
거대한 분량의 공략집에 헬헤임과 관련된 약초는 딱 하나, 한 줄만 적혀 있다.
[죽은 대상을 잠깐이나마 되살릴 수 있는 기적의 약초, 소울 콜렉터.]– 이 약초는 나도 지금까지 딱 1번만 본 귀중한 약초로서 죽은 자들의 세계인 헬헤임에만 존재한다고 알려진 상태이다. 그렇기에 나 또한 얻을 길이 없기에 제대로 된 연구는 힘들었으나 효능과 반응하는 촉매에 관련해서는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산 자가 먹을 경우 아무런 효과가 없으나 죽은 자가 섭취할 경우 살아나는 기적을 보았다. 물론 영원하지는 못했고, 돌아온 친구는 3일 만에 다시 떠나갔다. 이건 예상이지만 육체의 부패 상태와 품질의 상태에 따라 효능은 더욱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으며, 약초를 강하게 만드는 법은 죽음이 자주 발생하는 곳에서 함께 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 제공자는 운 좋게 탈출한 천둥산 일족의 드워프이며 제공자의 요청에 의해 신원은 밝히지 않는 점 양해 바란다.
※ 육체가 존재하지 않는 정신체나 초월자의 경우에는 적용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죽은 자를 되살린다고?”
영원한 삶은 아니어도 잠깐 동안 죽은 자를 되살린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당한 메리트였다.
당장에 지구만 하더라도 안타깝게 죽어간 실력자가 몇 명이던가?
더 나아가서는 다른 차원의 드루이드들까지 생각하면 소울 콜렉터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그야말로 응애 오리 군단과 엔트 군단에 이어 또 하나의 군단을 창설하는 꼴.
허나 여기에는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되살린다고 해서 내 말을 듣는다는 보장은 없지.”
강한 이라고 해서 모두 다 선하고 이타적인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힘이 있는 존재일수록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자연의 섭리와도 같은 것.
그렇지만 해결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눈에는 눈, 힘에는 힘이지.”
말로 설득된다면 상관없지만 그게 안 된다면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될 뿐.
게다가 소울 콜렉터의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것도 써먹기 좋은 수단이다.
한 번도 되살아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한 번 살아날 수 있게 된다면 삶에 대한 집착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뭐, 그 전에 일단 소울 콜렉터라는 약초를 찾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이 부분은 어떻게 보면 진우에게는 난이도만 놓고 보면 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헬헤임이 고향인 녀석들이 있으니까.”
헬헤임의 일부인 나스트론드에 둥지를 틀고 있었던 지옥의 드래곤 니드호그와 그 밑에서 시중 노릇을 하던 두 마리의 뱀.
이제는 아예 농장에 눌러앉은 녀석들을 살살 구슬리면 해결 될 것이라는 생각.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알기까지는 10분도 넘기지 못했다.
“……정말 모른다고?”
“몇 번을 말하냐. 몰라. 모른다고. 그런 풀쪼가리 내가 알 게 뭐야?”
“쯧. 쓸모없는 식충이 같으니라고.”
“뭐? 지금 뭐라고 했어! 이게 자꾸 봐주니까 내가 도마뱀으로 보이는 것도 아니…….”
눈을 세로로 쪼개며 길길이 날뛸 기세를 풍기는 니드호그였으나 손에 고추 하나를 쥐어 드는 것으로 간단히 조용하게 만들었다.
하긴, 지구로 다 넘어오지도 못해서 제압당한 녀석이 약초에 대해서 뭘 알겠는가.
“오프니르랑 그라바크는?”
“죄, 죄송합니다. 저도 그쪽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그 대장의 그 수하라고.
니드호그와 마찬가지로 약초와는 거리가 먼 오프니르.
반면에 그라바크는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눈을 반짝인다.
“소울 콜렉터. 그거라면 나도 딱 한 번 실험 재료로 사용해 본 적이 있긴 하지. 아마 죽은 자를 일정 시간 동안 되살리는 힘을 지니고 있었던가?”
역시 연금술사!
암, 포션 제조에 약초는 필수적일 터.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진심으로 미안하지만 그건 포션으로 제조가 불가능해서 버렸다. 그리고 죽은 자를 살려서 뭐하겠어? 사방이 이미 죽은 자들로 한가득인데.”
“그럼 피어나는 대략적인 위치라도 알고 있어?”
“내가 스바프니르 정도로 기억력이 좋지는 않아서 말이야. 안타깝게도 쓸모 없는 재료는 잘 기억하지 않는다.”
“…….”
가히 청천벽력 같은 답변.
헬헤임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존재들로 인해 무조건 쉽게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 정도로 관심이 없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렇게 된 이상 사실상 남은 길은 그나마 공략집에 존재하는 약초의 모양만 보고 발품을 파는 것밖에 없다.
크기로만 따지면 지구보다도 거대한 넓디넓은 헬헤임의 땅.
그곳을 모두 뒤지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 정도는 우습게 여겨질 일.
얼마나 걸릴지도 모를 여정에 진우가 깊은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였다.
“이것아 하늘 꺼지겠다. 요번 농사도 풍작일 텐데 왜 그리 한숨을 푹푹 쉬어?”
“아, 괜찮습니다.”
“흐음, 됐으니까 그냥 말해 봐. 혹시 알아? 어쩌다가 한번 보기라도 했을지.”
“그래. 나랑 그룩 둘 다 살아온 세월이 있지 않겠어.”
방금까지 대장간에서 신들린 망치질을 한 영향인지 온 몸에서 땀과 열기를 푹푹 풍기며 다가오는 두 드워프.
그런 둘에게는 자연스럽게 드워프 맥주가 한가득 담긴 컵이 손에 쥐여져 있다.
무슨 목욕 후 바나나 우유도 아니고 모루를 두들긴 후의 맥주라니…….
아니, 어쩌면 드워프에겐 저게 더 극락에 가까우려나?
“그게 말이죠.”
어차피 밑져야 본전.
설령 둘이 알게된다 해서 진우에게 피해가 있을 가능성은 한없이 0에 가깝다.
이제는 농장을 넘어 이장님과 동네 어르신들과도 형 동생하고 지내는 마당에 뒤통수를 칠 일이 있을 턱이 있겠는가?
기대가 작았던 것처럼 전혀 모르겠다는 만트와는 달리 그룩의 표정은 척 보기에도 무언가를 아는 표정이다.
“소울 콜렉터라. 이것도 어떻게보면 운명이라는 건가.”
“……그룩 님?”
※ 제공자는 운 좋게 탈출한 천둥산 일족의 드워프이며, 제공자의 요청에 의해 신원은 밝히지 않는 점 양해 바란다.
그제서야 떠오르는 소울 콜렉터의 내용에 짤막하게 적혀 있던 내용.
예로부터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헬헤임에서 탈출하고 천둥산 일족의 드워프.
이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이는 굳이 먼 곳으로 가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
“언제까지 두려움 때문에 망설일 수는 없지. 소울 콜렉터의 군락지라면 내가 알고 있으니 이번 헬헤임에는 동행하도록 하지.”
그룩 토르산.
헬헤임 속 천둥산 드워프 중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그가 바로 펠기르브에게 소울 콜렉터를 제공한 장본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