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45
246화 정당방위
앞서 언급했듯이 대형 길드라고 해서 다 같은 급의 ‘대형’ 길드가 아니다.
양과 질적인 부분이라든가 특색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나누어지는 것이 바로 헌터 사회의 길드.
그런 의미에서 대지모신 길드의 특별함은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를 기준으로 놓고 봐도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혜택에 더해서 추가된 인챈트 부여.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길드의 힘은 길드원의 숫자나 등급에서도 나오기 마련이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것은 길드의 중심.
기둥이자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길드장이 누구냐에 따라서 갈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제아무리 거대한 길드라고 해도 길드장이 이름을 알리지 못한 상태라면 무시당하기 딱 좋을 터.
허나,
“역시 이렇게 될 것 같더라니까.”
그 길드장이 평범과는 거리가 먼 농부라는 것에 이어서 최초로 SSS등급의 헌터로서의 자격을 얻은 인물이라면 어떻겠는가?
힘이면 힘, 명예면 명예, 먹거리(?)면 먹거리까지 빠짐없이 지원되는 혜택들.
하지만 문제라면 젖과 꿀이 흐르는 곳에는 벌레들도 꼬이는 법이라는 거다.
거기에 덧붙여 짐꾼 생활을 오랫동안 해본 진우이기에 잘 알고 있다.
약육강식이 곧 법칙이나 다름없는 헌터 사회.
이곳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면 별의별 인격파탄자들도 수두룩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진우는 꼼수 겸 드루이드인 자신만이 활용할 수 있는 찬스를 써먹기로 했으니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보계의 최고봉인 요정 찻집을 이용하는 거다.
뭐, 드루이드인 진우가 없는 한 이용하지 못한다는 최악의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그 부분을 해결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으니,
“문명은 정말 최고야.”
진우의 뉴튜브 채널의 편집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요정 몰리가 바로 그 해답이다.
예컨대 뉴튜브 계정을 현재 대지모신 길드의 각 지부의 대리를 맡고 있는 이들에게 공유하고 거물들이 길드에 가입하고자 하면 계정을 통해서 그들에 대한 정보를 받아 보는 형태.
그 과정에서 뒤탈 없이 깨끗한 인물이라면 약간의 테스트를 받고 통과하면 길드원이 되는 방식이다.
당연하게도 테스트의 내용은 현 대지모신 길드장의 대리를 맡고 있거나 지부장에 따라서 달라지는 편.
마찬가지로 뒤가 더러운 이들에 대한 처리 방식도 달라지는 편이라는 거다.
일반적인 경우 어느 정도 융통성이 있는 이들은 간단하게 제압 후 내쫓는 방식을 채택했지만, 현 길드장 대리 허수진.
누가 허수아비 출신 아니랄까 봐 사고방식 자체가 평범함과는 지극히도 거리가 멀다.
우웅- 우우웅-
그리고 그것을 알려 주기라도 하듯.
진우의 스마트폰에 떠오른 그 이름, 신승혁.
– 지, 진우 군. 이런 일로 연락을 하게 되어 미안하네. 원래 같으면 내 선에서 끝내고 싶었는데 사안이 중하다 보니 말일세. 백운승이라고 아는가?
“예. 알고 있습니다.”
– 그자가 자네 길드의 일원인 허수진의 공격으로 인해 팔 하나를 잃었다고 주장을 하고 있어서 말일세.
한국의 헌터 협회장이자 웬만한 공무원들은 보는 즉시 손발을 덜덜 떨고도 남을 인물이 섬뜩한 소식을 전해 온다.
대한민국의 랭커.
사실상 중요한 전력이나 다름없는 인물에게 영구적인 손실을 입혔다는 점.
그러나 진우는 공무원이 아닌 농부다.
즉, 손발을 떨 필요가 없다는 뜻.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 ……무슨?
“허수진은 저를 대신해서 길드장을 맡고 있는 상태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그녀의 행동은 곧 제 의견이 반영되었다는 것이고, 그녀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 그거야 그렇지만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일 아니겠나?
“협회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말로는 설득이 안 되는. 처맞아야 말을 듣는 부류가 있다는 것쯤은.”
– 후우. 그거야 알고 있지만 입장 차이라는 게…….
“뭐,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안 그래도 곧 있으면 길드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 미안하네.
“아뇨. 협회장님은 시간만 좀 끌어 주시겠습니까?”
– 그거라면 맡겨만 주게나.
추가로 덧붙여서 진우는 융통성이 넘치는 것보다는 허수진처럼 과감한 행동을 더욱더 선호하는 편이다.
어째서냐고? 2년을 가볍게 넘었던 짐꾼 생활.
그 숱한 세월을 겪으면서 인성이 썩어 빠진 헌터들.
그들의 인성은 단순히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정도만 있는 게 아니다.
재수 없을 경우에는 헌터의 기분에 따라서 목숨이 오락가락 할 수도 있을 지경.
또한 백운승은 진우도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수가 아마 백운승. 그놈을 따라간 이후로 소식이 끊겼었지?”
오랜 짐꾼 생활을 해 왔던 만큼 알고 지낸 짐꾼의 인맥도 적지 않은 진우였으나, 그들 중 친분이 있는 이들 대부분이 산자가 아니게 된 원흉.
그게 바로 백운승과 같은 헌터들이다.
기분에 따라서 살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겉과 속이 다른 광인.
그때 당시에는 그저 힘도 없고 증거도 없었기에 친하게 지냈던 짐꾼 동료를 그냥 잊었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힘이라면 차고 넘치게 생긴 지 오래.
녀석이 랭커든 뭐든 간에 최초의 SSS등급 헌터가 된 진우와는 비교가 될 턱이 있겠는가?
거기에 더해서 진우는 그때의 심증만 있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그럼 그렇지. 개가 똥을 끊을 리가 있겠어?”
요정 찻집을 통해 이미 조사가 완료되어 있는 녀석에 대한 정보.
심지어 녀석이 살인을 저지른 날짜는 채 1주일도 넘어가지 않는다.
짐꾼의 목숨을 장난감 가지고 놀듯이 놀면서 고블린과 싸움을 붙이는 등.
별 같잖은 짓거리는 다 하는 녀석.
이런 걸 보면 팔 한쪽이 날아간 것쯤은 오히려 행운이 따라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까놓고 말해서 목이 날아가지 않은 것 만해도 어디란 말인가?
그러나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그대로 뻥 걷어찬 멍청한 놈.
그런 녀석에게 두 번의 기회를 줄 턱이 있겠는가?
“팔 하나만 깔끔하게 도려낸 걸로는 부족하다고 하니, 마저 손봐 줘야지 뭐.”
어차피 많고 많은 것이 사지인 법.
줘도 못 먹는 녀석에게는 좌우대칭을 맞춰 주는 거야말로 최고의 대접일 터였다.
* * *
신승혁.
전으로도 그렇고, 현으로도 그렇고 능히 S등급 중에서도 가볍게 상위권에 들어가는.
협회장이라는 지위에 걸맞는 실력자.
그러니 어지간한 공무원이나 대형 길드들도 그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는 편이었으나 세상에 예외는 있다고 했던가?
극소수의 또라이.
스스로가 법 위에 앉아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진우도 익히 알고 있는 이들이다.
“이제야 왔구만! 이런 사고를 터트리고도 아주 여유가 넘치나 봐? 하여튼 요즘 것들은 이래서 문제야!”
“누가 아니래. 대통령님 앞에서 거들먹거릴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돈 많이 벌고 실력 좋으면 뭐 하겠나. 인성이 글러 먹었거늘. 에잉 쯔쯔쯧.”
한때 진우가 바쁘게 농사를 짓던 시절 대통령과 함께 거의 난입하는 수준으로 찾아왔던 정치인 무리들.
무력으로는 진우는 고사하고 신승혁의 발톱의 때만도 못한 인물들이지만 여당과 야당.
각각의 정당에서 다음 대표직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큰 이들이라면 신승혁으로서도 시간을 끄는 정도가 고작이었을 거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찰칵- 찰칵-
“백운승 씨는 괜찮으신 겁니까?”
“아아, 어찌나 잔혹하게도 뜯어냈는지. 그레이트 힐링으로도 치료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끔찍하기 이를 데 없죠.”
“백운승은 한국의 랭커이자, 가난한 사람들에게 후원도 아낌없이 하는 인성 바른 청년인 것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 젊은 헌터가 한쪽 팔을 잃었다는 건…… 사실상 헌터의 삶에 크나큰 손실일 겁니다.”
“세상에…….”
“대지모신 길드는. 김진우 님께서는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지실 생각이십니까?”
어느덧 대지모신 길드 내부에 자연스럽게 들어선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에 눈이 아플 지경이다.
거기에 더해 이제는 플래시 공격뿐만 아니라 허락하지도 않은 인터뷰 공격까지.
“지금 이게 뭣 하는 짓들인가! 예의를 지키게!”
아주 쌍으로 가지가지 하는 행태에 보다 못한 신승혁이 나섰지만 제아무리 S등급 출신의 헌터였다 해도 무력이라면 모를까.
입으로 먹고사는 정치인.
그것도 하나의 정당이 아닌 여야가 함께 힘을 합친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보게 협회장. 예의를 따지기 전에 팔 하나를 잃은 헌터의 입장도 생각해 주는 게 어떻겠나? 이전에 헌터로 활동했다면 검을 쥐는 오른손의 중요성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겠지?”
“그, 그건…….”
“게다가 알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백운승은 뉴튜버이기도 하지. 이 길드에서 공격받아서 팔을 잃은 광경도 문제없이 증거로서 찍혔다. 이 말이야.”
“…….”
심지어 증거도 있다며 기세가 등등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
“그래도 우리가 그렇게까지 인심이 박한 인물들은 아니야.”
“고럼고럼. 백운승이 대한민국에 끼친 영향력도 크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진우와 대지모신 길드를 잃을 수는 없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입장으로서 우리도 힘을 보태 줄 수는 있다고.”
승리를 확신하기라도 한 듯.
돼지처럼 부풀어 오른 배때지를 으스대며 파리마냥 손을 비벼 보이는 정치인들.
척하면 척이라고.
이 문제를 덮어 줄 테니 그에 상응하는 값을 지불하라는 거다.
그리고 한 번 돈을 내주면 그다음부터는 계속해서 거머리보다도 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은 안 봐도 뻔한 일.
산전수전에 이어 초월자들과의 공중전까지 겪어 본 진우가 거기에 넘어갈 턱이 있겠는가?
“게이트 내부가 되었든, 길드 내가 되었든 확실히 공격하는 건 안 되긴 하죠.”
“어리긴 해도 길드장이라 이건가? 잘 알고 있구만.”
“무슨 일이 있어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지. 그게 법이다.”
“그런데 다들 정당방위라는 말은 들어 보셨습니까?”
“……?”
남이 째려본다고 주먹질을 하면 그건 미친놈이겠지만, 칼을 들고 먼저 달려드는 것을 막기 위해 주먹질을 한다면 그건 정당방위가 성립된다.
우리 유진이도 알고 있는 당연한 상식.
“어떤 영상을 확보하신 건지 모르겠지만 먼저 공격을 해 온 건 백운승 측입니다.”
“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팔을 자르는 건 너무하지 않나!”
“대화로 잘 타이를 수 있는 거 아닌가 말일세!”
“……그러면 가만히 앉아서 심장이라도 찔리라는 겁니까? 백운승도 명색이 A등급 헌터인데요?”
“헛흠흠. 그거야 어떻게 잘하면 되지 않겠나?”
“그렇죠. 말로는 뭔들 못 할까요.”
물론 허수진은 허수아비다.
심장도 없거니와 찔린다고 해서 쉽게 죽지도 않겠지만, 굳이 그런 것까지 세세하게 알려 줄 이유는 없을 터.
“그리고 허수진이 직접 팔을 자른 게 아닙니다. 백운승이 스스로 칼날에 손을 가져다 넣은 셈이죠.”
“……이건 대체?”
“저도 뉴튜버잖습니까? 제 편집자가 워낙 유능해서 말이죠. 이렇게 쪼개서 보여 주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영상이 너무 빨라서 몰랐나 본데 백운승의 팔이 잘려 나간 것은 정확히 따지자면 허수진의 공격 때문이 아니다.
회전하는 믹서기에 스스로 손을 집어넣어서 썰려 버린 꼴.
“용납할 수 없네. 아무리 그래도 백운승은 피해자고, 대지모신 길드와 대리인이었던 허수진은 가해자라는 건 변치 않는 사실일세!”
“백운승만 피해를 입었잖나!”
“허 참. 뭐, 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상황이 자신들이 원하던 방향으로 흐르지 않자 배 째기식 우기기로 나오는 정치인들의 행태.
당연히 그에 대한 대비책도 준비되어 있었으니,
“조까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하셨죠?”
“물론이다. 그게 법이니까.”
“그럼 ‘고의적 살인’. 오직 쾌락을 위한 살인은 절대로 정당화할 수 없겠군요?”
“……그게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