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46
247화 선동과 날조에는 진실이 답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선동과 날조로 승부를 보는 기사에는 기사로 맞받아치는 것이 응당 도리에 맞지 않겠는가.
전성 그룹부터 경매장 총괄 관리인, 미국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인맥을 만들어 둔 진우다.
그런 판국에 기자 인맥 하나 없을 리 있을까?
당장에 큰 영향력을 지닌 사람까지도 필요 없다.
사지 멀쩡하고 기자로서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지고 있는 각성까지 한 신창수.
대지모신 길드가 창설될 당시에는 신참이고, 뉴비 그 자체였지만 진우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 이후부터는 승진 고공행진을 타게 된 입장이다.
대지모신의 홍보 외에도 사냥에 나서는 모습도 전혀 문제없이 찍을 수 있게 해 주는 최적의 드워프제 카메라.
그리고 그러한 방탄 카메라에서는 아주 기가 막힌 영상이 재생되고 있는 상태였으니,
“이, 이런 말도 되는…….”
영상 속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백운승이다.
피해자라고 정치인이 줄곧 외쳐 대던 허수진에게 팔이 잘려 나간 비운의 피해자이자, 외팔이가 되어 버린 A등급 헌터.
헌데 그러한 인물이 영상 속에서 저지르고 있는 짓은 끔찍하기 이를 데가 없다.
직접 손수 짐꾼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양반이다.
산채로 몬스터들이 있는 곳으로 던지는 것은 물론이요,
– 크큭. 그래, 싸워라 싸워. 이기는 놈은 살려 준다니까?
– 역시 약한 놈들끼리 싸우는 게 꿀잼이야. 묵은 스트레스가 확 내려가네.
짐꾼들끼리 서로 싸움을 붙이는 일까지 서슴지 않고 벌이는 광경.
당연하게도 어설프게 제압하는 것이 아닌 완전히 죽이는 것이 조건일 뿐더러 백운승은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 주, 죽이면 살려 준다고…….
– 그걸 믿었어? 순진한 새끼. 그러니까 그 나이 먹도록 짐꾼 같은 거나 하고 있는 거 아니냐. 네가 나가서 뭐라고 소문낼지도 모르는데 내가 뭣 하러 살려 주겠냐?
사람의 목숨을 장난감처럼 취급하는 그 모습은 뉴튜브를 운영하던 백운승의 원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보일 지경이다.
뭐, 겉과 속이 다른 것은 세상 어디에나 있기 마련인 법이라지만 넘어도 되는 선이 있고, 안 되는 선이 있다는 것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거 가짜뉴스. 하, 합성이나 조작 같은 거 아닌가?”
“제가 그렇게 의미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는 놈으로 보이십니까?”
“…….”
그럼에도 꿋꿋이 마지막 변호를 해 보려고 애쓰는 정치인들이었으나, 진우가 등급이 낮은 헌터나 짐꾼이라면 모를까.
세계 최초로 SSS등급의 헌터가 된 자신이다.
제아무리 길드에 좋지 않은 일이 관련되었다 한들 이 정도로 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터.
굳이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봐야 알겠는가?
이쯤되면 바보라고해도 어디를 편들어야 이득이 되는 것인지 뻔할 뻔 자.
“크, 크흠. 이거. 영 써먹지 못할 청년이었구만.”
“사람은 겉 만보고는 모른다더니. 에잉. 이번에 팔 하나 날라간 걸로 끝난 게 오히려 다행인 거였어. 쯔쯔쯔.”
“대지모신 길드도 고생이 많군. 힘내도록 하게.”
누가 정치인 아닐라까 봐 손대면 베일 것만 같은 칼같은 손절.
그러나 떠나가는 그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줄 정도로 진우가 바보겠는가?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가 설마 이것뿐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의원 나으리들?”
“……딸꾹.”
예나 지금이나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닌 법.
포식자의 눈빛을 보이는 진우 앞에서 잔뜩 쫄아 보이는 정치인들이었다.
* * *
150만에 달하는 채널 규모를 지닌 백운승의 뉴튜브 채널은 결코 우연 같은 것 따위로 얻은 것이 아니다.
자본과 시간, 전략 등을 아끼지 않고 쏟아부은 백운승의 노년을 책임져 줄 든든한 경제적인 버팀목.
지금이야 잘나가는 A등급 헌터이자 대한민국의 랭커로서 활동하던 백운승이지만, 본래 자신의 한계는 그 누구보다도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법이라고 했다.
제법 시간이 흘러도 제자리걸음인 능력치와 성장의 잠재력이 낮은 자신의 직업, 거기에다가 최대한 위험한 게이트는 피하는 습성까지 있는데 재물욕도 상당한 편에 속한다.
단순히 욕심이 많은 것을 넘어서 투자 같은 것이 아닌 도박 같은 한탕주의에 찌들어 있는.
그야말로 성장에 있어서 브레이크를 걸기 딱 좋은 삼위일체를 갖춘 행동거지.
그렇기에 150만 채널을 운영하고, 랭커임에도 불구하고 모아 둔 재산이라고는 거의 없다시피 한 그다.
애당초에 자존심을 굽히고 대지모신 길드를 찾아갔던 것도 다른 대형 길드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아니, 글로벌 길드 단위로 봐도 최상급의 대우를 보고 선택했던 것이지 않던가?
다만 대체 어떻게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미 생활을 알고 있던 것인지, 거절당한 것은 뜻밖의 일이긴 하다.
“빌어먹을 연놈들 같으니라고. 자기들도 똑같이 하면서 위선은 겁나게 떨어요.”
묵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저지른 살인.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남들도 당연하게 할 거라는 안일한 생각.
물론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어도 걸리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나저나 감이라는 게 무섭긴 하다 이건가? 대체 어떻게 알아차린 거지?”
솔직히 증거가 있을 거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것도 아니고 걸리면 그대로 감옥 직행인 데다가 삶과 명예를 다 잃는 헌터 라이센스가 걸린 일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요정 같은 말도 안 되는 정보원이 있는 게 아닌 이상 걸릴 일은 없다는 뜻.
그렇기 때문일까?
씨익-
“엿 같긴 해도 이건 기회야.”
백운승의 입가에는 어느덧 교활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비록 팔 하나를 잃었다지만 달리 말하자면 이것은 대지모신 길드의 과잉대응이다.
설령 자신이 먼저 칼을 뽑았다 해도 대지모신 길드의 그 여자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상태이지 않은가?
거기에다가 백운승은 정치인들과도 어느 정도 연줄이 있었고 덕분에 약속도 받아 낼 수 있었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을 대가로써 정치계에 한 자리 공천해 주겠다는 약속.
랭커 출신이라면 지지받는 것쯤은 어렵지 않은 일이니 까놓고 말해서 나쁘지 않은 거래다.
애당초에 헌터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다 먹고 살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가 아니던가.
추가로 덧붙여 백운승은 계산이 철저한 사내다.
정치계에 들어설 수 있게 해 주는 약속은 약속이고, 자신이 받은 피해에 대한 보상은 따로 받는 것이 도리에 맞을 터.
“개같은 대지모신. 죽을 때까지 빨아먹어 주지. 야, 준비됐지?”
“언제든지 완료입니다. 형님.”
“너는 빠릿빠릿해서 좋다니까.”
그의 또 다른 별명인 거머리.
쿨럭-!
“크흐으으-!!!”
어차피 외팔이로 살아야 할 인생.
일부러 치료가 끝난 상처 부위를 자극하자 울컥 피가 튀긴다.
그와 함께 시작되는 백운승의 라이브 방송.
괜히 150만의 채널 규모를 갖춘 게 아니라는 걸까?
– 뭐, 뭐여 이게.
– 대지모신 길드 진짜 미친거 아니야?
– 김진우 이거 SSS등급이라고 막 나가는 거 봐. 이제 잘나간다 이거지?
– 사실상 랭킹 1위나 다름없을 테니까 뭐가 두렵겠냐고.
시작과 함께 병실의 사방이 붉은빛 선혈로 낭자된 모습에 찾아온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부분이 기겁할 수밖에 없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백운승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으로 채팅창이 가득찬다.
– 대지모신 길드가 아무리 대단해도 그렇지.
– 길드원으로 받아 주기 싫으면 그냥 거절하면 될 걸 가지고 왜 공격질이냐고.
– 그러니까 말이야. 지들이 운승 오빠 인생 책임 져 주기라도 한데?
– 형님. 이거 그냥 넘어가면 안 됩니다. 후원 계좌 열어 주시면 될 수 있는 한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분 덕분에 제가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 ㅠㅠ 오빠 죽으면 안 돼!
– 형 죽으면 무슨 낙으로 살아가라고!
– 우리 형 팔 저거 어떻게…….
백운승이 뭐라고 하든 간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 오는 거의 광신도, 혹은 개돼지라 불려도 할 말이 없는 이들.
안 그래도 극성인 편에 속하던 이들이었는데 다치기까지 했다.
여기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 그런데 대지모신 측에서
– 그러고 보니 싸이코 살인마라고 했던 건 뭐지?
– 씨발. 지금 니들은 그런 게 중요하냐? 우리 형 피 철철 흘리고 계시는 거 안 보이냐고!
– 눈치 챙겨라 새끼들아.
– 매니저 저런 놈들 관리 안 하고 뭐 하냐?
반대되는 의견이나 의심은 그 자리에서 매니저를 통해 추방되기 바쁘다.
그렇게 깔끔하게 물갈이된 채널에 남은 것은 이제 오로지 백운승의 편을 들어주는 개돼지들뿐.
그러다보니 그는 곧장 눈물부터 뚝뚝 흘리며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저도 그렇지만 제 채널에 딸린 식구가 한둘이 아닌데. 이제 제대로 사냥도 못하게 되고 이제 어쩌면 좋을지…….”
– 어쩌긴요 오빠! 대지모신 길드, 김진우가 평생 책임지고 돈 보내 줘야지.
– ㄹㅇ 이건 빼박임.
선빵필승.
특히나 예로부터 선즙을 동반한 선동만큼 강력한 무기가 또 있던가?
설령 이유가 있는 정당방위의 반격이었다 한들 대지모신 길드는 피해를 받은 게 전혀 없으니 무의미한 일에 불과할 뿐.
‘평생 뜯어먹어 주마. 호구모신 길드.’
일단은 가볍게 분위기에 편승해서 억 소리 나는 돈을 요구하려던 찰나였다.
– 지랄하고, 자빠졌네.
“……?”
분명 흑우만 있어야 할 채팅창에 떠오른 욕지거리.
뭐, 간간이 숨어 있다가 튀어나오는 녀석들도 있었기에 머지않아 매니저의 강퇴의 철퇴를 맞을 일만 남았을 터.
허나,
– 감정없는 싸이코패스 아니랄까 봐. 눈물 연기하는거 봐라. 우리 여왕님이 봤으면 혀를 내두르셨을 듯.
– 매니저 뭐 하냐고!
– 너도 외팔이 되고 싶냐!?
– 오타쿠 새끼. 여왕님은 또 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강퇴되지 않는 모습.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 우둔한 개돼지들아. 내가 진실을 알려 주지.
……어?“
자신은 건드리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작되는 라이브 방송의 화면.
본인도, 편집자도 아닌 남의 뉴튜브 채널에 손을 댈 수 있는 이의 종류는 둘 중 하나다.
뉴튜브 관련 운영진이거나, 고글의 첨단 보안 시스템을 뚫을 정도로 실력 있는 해커거나.
전자가 되었든 후자가 되었든 간에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는 능력자들뿐.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뒤를 이어서 화면을 통해 송출되는 영상이다.
– 혀, 형님?
– 오, 오빠? 저, 저거 오빠 아니지? 그치?
하, 합성! 합성이다! 저런 말도 안 되는 걸 믿는 건 아니지?
– ㅋㅋㅋㅋ 그렇게 변명할 줄 알고 친히 준비해 뒀지. 저 때 당시 날짜랑 시간, 저기 피해자 짐꾼과 함께 동행했던 인물은 너뿐이야. 그런데 합성을 어떻게 하겠어? 게다가 여기 있는 네 팬들이라면 누구보다도 잘 알 텐데. 저기 사냥하는데 쓰는 스킬. 저거 한국에서 사용하는 헌터 손에 꼽을 정도로 적지 않냐?
“…….”
게이트 내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아닌.
짐꾼을 사냥하기 바쁜 백운승의 모습.
제아무리 개돼지라고 해도 살인마를 지지할 정도로 정신 나간 블랙말랑카우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