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47
248화 농장 속 육해공
150만에 달하는 규모의 뉴튜브 채널이 난리가 난 시점.
진우는 농장에서 팜오리들이 준비해 둔 수확을 만끽하며 입가에 미소를 띤다.
“지금쯤이면 꽤 볼 만하겠는데? 몰리. 방해할 생각은 아니지만, 진행은 괜찮게 되고 있어?”
– 장난 아니에요. 이 녀석 이거 어지간히도 착한 척하고 다녔나 본데요. 팬덤이 장난 아니긴 한데 빼도 박도 못할 증거까지 다 보여 주면 할 말 없죠.
“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놈 없지. 특히 저런 놈들 일수록 더더욱.”
진우 자신만 하더라도 털면 수두룩하게 나오는 게 먼지인데 뭘 새삼스럽게.
당장에 게이트들의 핵을 부수는 짓만 해도 헌터 사회에서는 매장을 넘어서서 곧장 빌런으로 찍혀서 현상 수배범이 되더라도 할 말 없는 범법행위다.
어디까지나 중요한 것은 걸리느냐, 걸리지 않느냐의 문제일 뿐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진우가 해당 게이트들을 정화하고 주인이 됨으로써 구제받은 목숨들도 상당하지 않은가.
처음으로 했던 핵을 부수는 행동을 통해 탄생했던 칼날 파괴신 부르스티와 야생을 받아들여라를 통해 얻은 몸통박치기도 그렇지만 그 밖에도 게이트라는 나만의 공간이 생긴 덕분에 농사도 좀 더 폭넓게 할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아무래도 진우가 기르는 작물들 중에는 평범함과는 지극히도 거리가 먼 딱 봐도 인체에 ‘유해한’ 느낌이 가득한 작물이나 약초들도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문제없이 수확해 낸 작물들은 고스란히 진우의 경험치와 돈으로 환산되어 준 덕분에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위선도 심하면 독이라던데. 저 정도로 심각한 놈이면 이제 알아서 무너지겠네. 그래도 끝까지 잘 부탁해.”
– 걱정 마세요. 사과문이든 4과문이든 간에 이 녀석 정보가 너무 많아요. 안 걸릴 줄 알고 막 저지른 게 한두 개가 아니라니까요?
“그럼 마무리 잘해 주고. 흐음, 이제 사실상 저쪽 문제는 신경 쓸 것도 아니려나.”
덧붙여 그 자본의 힘을 유용하게 잘 활용하기까지.
다른 누구도 아닌 요정 찻집의 요정들.
정보를 다루는 솜씨 부분으로는 지구상의 그 어떤 프로를 데려와도 비빌 수 없는 실력자들이 가득한 곳이니 백운승의 헌터 인생은 끝이나 다름없다.
아니, 헌터 인생을 따지기 전에 빌런으로 쫓기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내용들.
헌데 평생을 도망자로 살아야 되는데 안 그래도 눈에 띄는 외팔이가 되어 버린 상태다.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누가 최고의 정보통 요정 찻집 아니랄까 봐, 따끈따끈한 최신 정보들도 한가득이다.
거기에는 길드에서 진우를 압박했던 정치인들과 엮인 것들도 적지 않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박쥐같이 붙어서 그들의 뒷일을 처리해 준 것부터 시작해서 이번 한탕으로 선거에 나갈 자리를 약속받는 부분까지 전부 다 정보로 뿌리면 어떻게 될까?
다른 걸 다 떠나서 한 번 문 것.
화제가 될 만한 거리라면 놓치지 않는 대한민국의 기레기들은 물론이요,
그들에게 친히 정보를 제공해 줄 의사가 가득한 요정들까지 있으니 시시각각 도주로가 생중계되다시피 할 터.
이제는 굳이 진우가 나서지 않더라도 알아서 자신이 저지른 업보에 파묻혀 죽을 놈이다.
불쌍하냐고? 천만의 말씀.
녀석이 게이트 내에서 약육강식을 논하면서 짐꾼의 목숨을 장난감 다루듯 가지고 놀았으니, 이제는 반대로 사냥감이 되어서 쫓기는 기분도 느껴 볼 때다.
[……내 선지자지만 능구렁이가 따로 없구나.]“먼저 시비를 걸었으면 자기들도 그에 합당한 타격을 받을 각오는 되어 있어야죠.”
[그건 맞는 말이다. 자연은 평등한 법이지.]결과가 평등하게 죽음이라는 것은 애석하지만 말이다.
솔직히 남의 고통을 자신의 기쁨으로 삼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식이 아니라는 것쯤은 생전 아버지의 말씀으로 잘 알고 있는 진우다.
무엇보다도 아군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적은 늘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여태까지의 살아온 냉혹한 사회가 알려 주지 않았던가?
뭐, 그것을 논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적이 생긴 마당이라 딱히 와닿지도 않기는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선지자여, 그런 생각을 하는 것치고는 지금까지의 행적이 평화와는 거리가 먼 편이라고 본다만?]여간해서는 진우 편을 들어주는 여신님마저 손절 칠 정도이니 오죽할까?
물론 여기에도 진우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부분은 당연히 존재한다.
“……제가 전쟁광도 아니고 원해서 한 건 하나도 없거든요. 다 자기들이 알아서 소똥 무덤으로 걸어 들어왔지.”
지구를 제2의 거점으로 삼으려고 했던 헬라나, 제 무덤인 줄도 모르고 침입해 왔다가 똥 무덤에 생을 마감한 거인왕 등.
진우를 적대했던 초월자들의 말로를 생각해 보면 다들 썩 좋지는 않다.
헬라도 실상 따지고 보면 죽음의 여신인지라 죽음만 당하지 않았을 뿐이지 자존심으로는 이미 진우는 몰라도 대지모신에게는 굽힌 지 오래다.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는 몰라도 나, 나는 소똥 무덤엔 안 들어갔어!”
“그래, 그 대신에 지옥표 고추를 맛봤지. 드래곤도 물리치는 국내산 고추가 최고여. 한 번 더 맛볼텨?”
“……그, 그 끔찍한 건 두 번 다시 먹고 싶지 않으니 사양토록 하지.”
그래도 꼴에 초월자.
나름 판타지 종족 하면 최강으로 손꼽히는 드래곤이라고 귀도 밝다.
자기 욕하는 건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오는 니드호그를 보면 말이다.
과거 고추 테러부터 농축액 스프레이 고문에 이르기까지.
차라리 상처 난 곳에 소금을 뿌리면 뿌렸지, 어지간한 고문 기술자들도 혀를 내두를 만한 신종 유기농 고문법들의 향연이기는 했다.
근데 그건 그거고, 까놓고 말해서 니드호그는 욕먹을 만한 짓을 하긴 하지 않은가?
“그때 내가 힘이 좀만 약했으면 진짜 죽이긴 했을 거잖아?”
“그거야…… 다 상관이 시켜서 한 일이라고 해명했잖나. 그리고 너도 내 가죽이랑 피로 만든 가죽을 도둑질해 놓고서는…….”
“아주 죽으라면 죽기도 하겠어. 그렇게 말하는 녀석이 그때 그렇게 누런 이를 드러내면서 웃어 보이냐? 그리고 도둑질이라니. 노예처럼 드워프님들 다루던 건 생각 안 하지?”
“끄응. 그렇지만 그건 인간 너도 만만치 않다고 본다. 내 평생 드워프한테 똥을 주면서 가공하라는 놈은 종족을 떠나서 네가 처음이었어. 얼마나 억울했으면 나한테 착취당했던 드워프들이 울상지으면서 투덜거렸겠어?”
“…….”
정확히는 소똥 지옥이 묻은 전리품이겠지만 겉으로만 보면 똥덩어리 그 자체이긴 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긴 하다.
공밀레 찬양을 외치던 자신이 과연 니드호그의 드워프 착취를 욕할 자격이 있을까?
흠흠, 그건 그렇고.
과정이 어쨌든 간에 결말이 좋으면 만사 오케이 아니겠나.
드워프들은 거인왕을 비롯한 거인들의 시체와 착용하던 무구들을 녹여서 경험을 얻고 진우는 완제품을 얻었으니 일석이조.
……조금 더러운 게 흠이긴 했어도, 기브 앤 테이크는 기브 앤 테이크.
원래 농부로 살아가기 위해서 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아니겠나.
[드워프는 대부분 농부가 아니라 대장장이나 전사가 천직인 것으로 알고 있다만?]“그런 사소한 건 넘어가자고요!”
뛰는 진우 위에 나는 여신님 있다고.
씹덕 여신님 앞에서는 두 손 두 발 다 드는 진우다.
* * *
“후우, 수확은 이 정도면 앞으로 며칠은 걱정 없겠지?”
굳건한 체력 특성과 넘쳐흐르는 체력 능력치가 버텨 주고 있으니 사실 지친 느낌은 단 1미리도 없지만 진우가 없는 동안 농장을 돌봐주었던 팜오리에 대한 예의라고 해야 할까?
언제나 그렇지만 보람찬 풍작을 만끽하는 것은 늘 보람차다.
오랜 시간과 정성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열매를 맺은 다양한 과일나무의 달콤한 과실과 먹음직스러운 구황 작물들.
당연한 말이지만 이것들의 가장 큰 수혜를 누리는 이들도 정해져 있었으니,
꾸왁! 꾸와아악!
삐삐! 삐삐삐삐!
“그래그래. 그렇게 보채지 않아도 너희들 몫은 당근 남겨 뒀지.”
아이템화가 적용된 영향으로 인해 여타의 다른 작물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신선도를 자랑하는 진우의 수확물들이다.
허나 아무리 그렇다 한들 갓 따고 갓 수확한 작물과 비빌 수 있겠는가?
낚시꾼이나 어부들만이 진정한 활어회를 맛볼 수 있는 것처럼 농부에게도 그 나름대로 농부만이 누릴 수 있는 산해진미가 있는 법.
아삭- 아삭-
“으음~ 이 맛에 농부 하지 암.”
드넓은 자연경관 속에서 갓 딴 꿀 사과를 깨작거릴 수 있는 묘미랄까?
한 가지 더하자면 말뿐만인 ‘꿀’ 사과가 아니다.
위잉~ 위이이잉~
위에에엥~
“너희들도 언제나 고맙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늘 아무 곳이나 슬쩍 보면 늘 누비고 다니는 꿀벌 무리들.
팜오리들이 지상에서 열심히 일하는 육군이라면 농장을 누비고 다니는 꿀벌 동산의 꿀벌들은 명색이 공군이라고 이름 붙여도 부족함이 없다.
굳이 누가 부탁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과일나무에 핀 꽃에 올라타서 꿀을 흠뻑 들이마시는 꿀벌들.
꽃가루를 운반하는 충매화 활동.
자연 수정이 이루어진 작물과 그렇지 못한 작물.
이 두 가지의 차이가 이루어 낸 격차는 진우가 농부가 아니더라도 뼈저리게 알고 있다.
“맛 하나로 평가를 내릴 수가 없을 정도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진우는 지구 외의 차원.
매드 핀이라고 불리는 척박한 차원을 겪어 보지 않았던가?
그곳에서 작물이 싹틀 수 없었던 것에는 척박한 땅의 환경이 가장 큰 원인에는 나비나 벌.
하다못해 새나 박쥐, 그것도 아닌 파리조차 없던 것이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농장이 번창하기 위해서는 품질 좋은 모종도, 기름진 땅 정도가 필수 옵션이라면 꿀벌과 같은 이들은 +@를 더해 주는 두 번째 필수 옵션인 셈이라 할 수 있을 터.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건 못 참지.”
팜오리들도 응애 오리 때부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토실토실 탐스러운 엉덩이를 가지고 있었지만, 공중에서 씰룩거리는 꿀벌들도 실로 치명적인 귀여움을 지니고 있다.
누가 보면 엉덩이 변태라고 해도 할 말 없을 정도겠지만, 종족도 다르니 뭐 어떠한가.
애완동물을 귀여워한다고 다 변태는 아니지 않겠나.
꾸와아악!
삐삐삐!
“응? 너희들도 당연히 최고야.”
팜오리들 각자 다른 개체들이나 천묵이한테 관심이 쏠릴 때에는 딱히 질투를 못 느꼈는데 이상하게 꿀벌들이랑은 경쟁심이라도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육해공군 사이가 좋던가?”
진우가 괜히 팜오리와 꿀벌을 군대에 비유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군인 대접이 밑바닥을 기어서 그렇지.
미국이나 몇몇 국가만 해도 군인이란 직업은 소방관이나 의사와 같이 존경받는 1순위로 꼽히는 직업 중 하나다.
다만 국가를 막론하고 군대라는 집단이 지니고 있는 위계질서의 가장 큰 단점.
거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겠지만 3개의 거대한 집단으로 나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였으니,
“그럼 해군은 어디 있는 거지?”
팜오리가 수륙양용이 가능한 조류라는 것을 감안하면 육군+해군 vs 공군 느낌이니 밸런스는 붕괴되는 것과 매한가지.
허나 농장에 팜오리와 꿀벌들 다음으로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굳이 멀리 가서 찾아볼 필요도 없다.
어째서냐고?
– 어라?
– 뭐야, 여기 분위기 왜 이래?
– 인간 또 무슨 짓을 한 거냐.
– 바위는 아무고토 모른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나타난다고.
하급부터 상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찾아온 정령들.
따지고 보면 물의 정령을 제외하면 해군과는 거리가 아득히 멀었지만 이미 불붙은 질투심에 그런 게 무슨 상관일까.
좋든 싫든 간에 강제로 해군으로 낙점된 정령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