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42)
에는 황족하고도 안면이 있다던데……’
지금까지 이우는 그 이야기를 뜬 소문이라 생각하고 무시했으나, 이렇게 실제로 엮이게 되자 그 뜬소 문마저도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우를 기겁하게 만든 소녀는 태연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호랑이잡이?”
“그래. 널 여기 부른 이유니라!”
“그래! 근래 호랑이 한 마리가 산에서 내려와 사람을 잡아먹으며 민생을 도탄에 빠트리고 있노라! 이미 마을 하나가 완전히 사라져 버릴 정도지!”
그 호랑이는 현령이 부른 사냥꾼들을 되레 농락할 정도로 똑똑하고, 또 매우 잔인하다고 했다.
어린아이부터 성인 남녀 구분없이 그 호랑이가 죽이고 다치게 만든 사람의 수가 300을 넘어갈 정도였다. 심지어 먹으려고 죽이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지고 놀려고 죽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확실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곳은 산이 울창하고 마을이 드문드문 이어져 있었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다른 마을로 이동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약초를 캐러, 농사를 지으러 나가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이 정도면 군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토벌을 계획해야 할 정도였다.
그때 현령이 말했다.
“그 호랑이를 토벌할 기회를 주겠노라!”
“예? 제가요?”
“반응이 그게 무엇인가! 황실이 허가도 받지 않고 제멋대로 검을 들고 다니는 불경한 강호인들을 눈감아 주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이런 일을 처리하라고 두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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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세란은 관졸들에게 붙잡혀 어딘가로 향했다. 멀리 창고 같은 큼지막하고 낡은 건물이 눈에 들어 왔다.
그때 그들에게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아까 전 현령 옆에서 질문을 던지고 안색이 하얗게 질렸던 관졸이었다. 대충 주워 듣기로는 훈련대장이라 했다.
그녀의 눈을 피한 훈련대장이 그녀를 붙잡은 관졸들을 향해 말했다.
“이자는 내가 안내할 테니 너희들은 가서 쉬어라.”
“어, 형님이 웬일입니까?”
“됐다. 가서 쉬어라.”
“어휴, 그럼 우리야 좋지요! 안 그래도 배고픈 참인데, 그럼 저흰 밥 좀 먹으러 가겠습니다!”
“그래.”
잘됐다는 듯이 그녀를 인계한 관졸들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착잡한 표정의 훈련대장은 그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후 말했다.
“그냥 가게나.”
“ 예?”
“모른 척할 테니 이틈에 조용히 떠나란 말이네. 자네 실력이라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나.”
백리세란이 인상을 찡그리고 돌아보았다.
“언제는 호랑이를 죽이는데 협조하지 않으면 범죄자로 만든다더니?”
심지어 그녀가 호랑이를 잡는데 협조하지 않으면 현재 붙잡아 놓은 다른 강호인들을 처형하겠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건…… 어쨌든 현령님께 내가 알아서 보고할 테니, 그러니 그냥 떠나게나.”
“그럼 지금 붙잡혀 있는 사람들은요? 그들도 풀어주시는 겁니까?”
순간 훈련대장의 표정이 굳었다.
“자네가 그들까지 신경 쓸 필요없네.”
풀어주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백리세란이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왜 저만 특별취급이죠?”
“그야 자네는 아직 어리지 않나. 쓸데없이 묻지 말고. 갈 건가 말 건가!”
훈련대장이 백리세란을 향해 압박하듯 소리쳤다.
하지만 백리세란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물끄러미 관찰하듯 바라보는 시선에 오히려 훈련대장은 섬뜩함을 느꼈다.
‘무슨 어린 계집애 시선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순간, 백리세란이 픽 웃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제 뒷배가 무서운 거겠죠. 어려서면 처음부터 잡아오지를 말든가.”
노골적인 조롱에 훈련대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래! 나 같은 소시민은 자네의 뒷배가 무섭다네. 당연하지 않은가? 검 좀 쥔다면 자네의 모친과 부친의 명성을 모르는 이가 어딨 겠는가.”
주먹을 꽉 쥔 훈련대장이 목이 꽉 멘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산군의 발톱에 강호인들이 몇이나 당했는지 아는가? 그 호랑이는 그냥 산군이 아니야. 만약 자네가 당하기라도 한다면 현령님이야 빠져나갈 구멍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갑작 말을 멈춘 훈련대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사정을 알았으니 그냥 조용히 떠나주게. 부탁하지.”
백리세란이 잠시 물끄러미 바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제가 도망가면 이제 다른 사람을 잡아다 채워 넣을 생각이고요.”
“됐어요. 저기 문이나 여시죠.”
백리세란이 어느새 도착한 창고 문을 고갯짓했다.
“자네……!”
훈련대장이 버럭 소리쳤다가 애써 입을 다물었다.
한참 씩씩거리던 훈련대장이 뭔가 떠올린 듯이 두꺼운 빗장으로 잠겨 있는 창고의 문을 열었다.
이내 열린 문 안에서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가지각색의 차림새의 사람들은 딱 보아도 강호인들처럼 보였는데, 이곳에 끌려온지 조금 됐는지 지 저분한 모습에 심지어 사슬에 수갑을 차고 있는 자도 있었다.
백리세란의 시선에 훈련대장은 눈을 피하면서 변명하듯 말했다.
“아무래도 폭력적이다 보니 말이다. 몇 명이 소란을 피워서 현령님이……”
“하, 폭력적이요? 그 힘이 필요해서 데려온 거 아니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대우해 놓고 사람 잡아먹는 호랑이를 상대하라고 시킨다고요? 참 잘도 진심으로 상대하겠어요.”
그래도 어쩌겠느냐, 범죄자가 되어 관군에 쫓기고 싶지 않다면 우리 말을 들어야지, 하는 배짱이 절로 읽혔다.
관무 불가침이라지만 이런 사소한 잔챙이들까지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확실히 정말 막 나가는 흑도가 아니고서야 강호인들도 웬만해서는 관군과 척을 지지 않았다. 괜히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남은 인생이 고달파지기 때문이었다.
훈련대장이 말했다.
“보면 알다시피 여긴 자네가 있을 만한 곳이 아닐세.”
훈련대장은 자신했다. 귀하게 자란 아가씨일 터인데 이 꼴을 보고도 저 사이에 같이 있겠다고 답하지 못할거라고.
“정말 저 치들 사이에서 함께 부대끼겠단 말인가? 고집 부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생각을 돌리게나.”
그리고 백리세란이 뭐라고 답하기 직전, 그때 창고 제일 깊은 안쪽에서 이곳에 어울리지 않게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산군이 분노한 이유는 사냥꾼들이 산군의 두 자식을 잡아다 한 아이는 팔아 치우고 한 녀석은 산 군의 가죽을 노려 인질로 삼다가 눈앞에서 죽였기 때문이야.”
열대여섯 정도 될까? 갓 관례를 마쳤을 나이로 보이는 소년은 독특한 빛의 안광을 지니고 있었다.
소년이 말을 이었다.
“전멸한 산골 마을부터 현령에, 이 산의 사냥꾼까지 모두 한패지.”
훈련대장이 기겁해 소리쳤다.
“그, 그게 무슨 헛소리야!”
소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백리세란을 보다가 중얼거렸다.
“……안 놀라네.”
“응. 예상했거든.”
훈련대장이 놀라 말했다.
“뭐, 뭐라? 알고 있었다고?”
그 순간 백리세란은 번개같이 손을 뻗어 훈련대장의 목덜미를 내리 쳤다.
훈련대장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이게 무슨!”
강호인들이 깜짝 놀라 웅성거렸다.
백리세란은 곧장 품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무기는 죄 압수당한 상태였지만 훈련대장이 막아서 품까지 뒤져 가진 않았다. 이내 빛이 서린 그녀의 단검이 두부 베듯 쇠 사슬과 수갑을 잘라 냈다.
“어떻게?”
“소, 소저는 대체 누구요?”
“검이 워낙 좋아서요.”
이 단검은 본디 오라버니의 것으로 여행을 떠날 때 몰래 슬쩍한 것이었다. 덕분에 아주 요긴하게 잘 써먹고 있었다.
그때 독특한 안광의 소년이 말했다.
“백련정강으로 만든 단검인가?”
“어? 어떻게 알았어?”
백리세란이 손안의 단검을 빙그르르 돌렸다.
창고안의 강호인들이 백련정강 소리를 듣자마자 탐욕어린 눈빛을 했다.
유일하게 소년만 평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스승님이 말씀해 주신 적 있어. 백련정강으로 된 단검이 백리 세가에 있다고.”
“맞아. 정확하네.”
그리고 백리세가라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몇몇은 숨을 들이켜며 서둘러 탐욕 어린 눈빛을 거뒀다.
이건 남궁 세가에 대대로 물려 내려오던 백련정강으로 만든 단검이었다. 그걸 그녀의 어머니가 할 아버지께 받았다가 오라버니에게 물려주었다고.
그리고 그걸 그녀가 가문을 떠나면서 몰래 슬쩍 해왔다.
매우 귀한 만큼 오라버니가 아끼던 검이었으니 그녀가 떠난 뒤 이 단검이 사라진 걸 알고 목덜미 좀 잡았을 터였다. 팔팔 날뛰었을 오라버니의 모습을 보지 못한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었다.
백리세란이 방긋 웃으며 단검을 소년에게 내밀었다.
“한 번 볼래?”
“보게 해 준다면.”
“자.”
명문가의 가보가 되고도 남을 병기가 가볍게 소년에게 건네졌다.
소년은 단검을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다시 가볍게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벌써 다 봤어?”
“어떤 것 같아?”
“그냥 겉으로는 평범하네.”
백리세란은 눈을 살짝 크게 떴다가 재밌다는 듯이 작게 웃었다.
“그런데 신기하네. 이 단검의 이야기는 아는 사람이 드문 얘긴데……”
백리세란의 맑은 눈동자에 소년의 모습이 비쳤다.
단검을 돌려준 소년은 백리세란이 도와주기도 전에 손목을 비틀어 그대로 수갑을 부서트렸다.
곁에 있던 자들이 깜짝 놀라 소년에게서 주춤 멀어졌다.
질 좋은 사슬은 아니었다지만 그래도 대부분이 삼류 무사인 여기 갇힌 이들이 부서트릴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눈을 크게 뜬 백리세란이 중얼거렸다.
“아, 더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