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41)
를 마친 남궁류청과 백리연이 전각을 나오자 앞뜰에서 오월궁의 어린 제자들과 함께 뛰어다니고 있던 남궁희와 이를 지켜보는 백리세화를 볼 수 있었다. 모든 고뇌와 근심이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이내 그들을 발견한 남궁희가 달려 왔다.
“엄마! 아빠! 얘기다 끝났어?”
“그래.”
“나 궁금한 거 있는데, 있잖아. 왜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랑 같이 안 살아? 친할머니는 친할아버지랑 살잖아. 아빠도 엄마랑 살고.”
백리연과 남궁류청 둘 다 어찌 설명해야 할지 말문이 막힌 사이 뒤따라온 백리세화가 남궁희를 향해 말했다.
“그런 거 묻는 거 아니야.”
“왜? 난 궁금한데.”
“ 그건.”
백리세화는 거기까진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듯이 답을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백리연은 백리세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원하는 이와 함께 지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매우 힘든 일 이란다.”
그때 남궁류청이 옆에서 추임새를 넣었다.
“맞아. 무척, 아주, 힘들지.”
깊은 의미가 담긴 듯한 어조에 백리연이 그를 흘겨봤다.
눈을 깜빡이며 그들을 바라보던 남궁희가 알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아빠, 엄마가 힘들게 했구나!”
백리연은 순간 비틀거리며 난간을 짚었다.
남궁류청은 아들을 향해 맞았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모습에 남궁희가 눈을 빛내며 어떻게 힘들었냐고 물어보았다. 백리연이 어처구니없는 저 부자에게 뭐라 말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을 때였다.
“어머니, 저 여기 오월궁에 독특한 악기가 있다고 해서요. 아까 보여 준다고 하셨는데…… 보러가 봐도 되나요?”
“물론이지.”
“누나! 아까 그거지? 피리!”
“엄마, 엄마 나도 볼래!”
휴, 백리연은 속으로 안도하며 백리세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다만 함부로 연주하려 들지 말거라. 음공용으로 만들어져서 위험해.”
“걱정 마세요. 조심할게요. 희아도 잘 살피고요.”
걱정하는 바를 알아서 척척 말하는 것이 정말로 믿음직스러웠다.
허락을 맡은 남궁희가 날 듯이 계단을 뛰어내려 갔다. 그 뒤를 따르며 세화가 소리쳤다.
“계단에서 뛰지마. 위험하잖아. 게다가 너 아직 팔 다 안 나았잖아.”
“안 아파!”
“잘됐네. 그럼 도와주지 않아도 되겠네.”
“ 뭘?”
“가법 베껴 쓰는 거.”
“아니, 나 아파! 아파! 엄청 아파!”
“그럼 뛰지 마.”
백리연은 멀어지는 아이들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함께 바라보던 남궁류청이 아이들이 완전히 눈앞에서 사라진 후 입을 열었다.
“정말 괜찮겠어?”
백리연이 남궁류청을 돌아보았다. 남궁류청은 찡그린 채 되물었다.
“그녀석 믿을 수 있는 거 맞아?”
백리연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믿는 거야?”
회귀에 대해 밝혀진 것은 많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천마의 힘을 중심축으로 한다. 야율이 시간을 돌린다면 천마의 힘은 계속 그에게 존재할 것이다. 과거로 힘을 가진 채 돌아갈 수 있다.
“그놈은 이미 널 배신한 적도 있어.”
“그래서 알아.”
의아한 눈빛에 백리연이 말을 이어 갔다.
“그는 내게 미안하지 않기 때문에 그 일을 후회하지 않아.”
남궁류청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후회가 없는 사람이 왜 시간을 돌리겠어?”
“그녀석에 대해 잘 아네.”
백리연은 남궁류청을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 질투해?”
“그런 한심한 녀석을 누가?”
“음, 질투하네.”
“네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어때? 돌아갈 거야?”
남궁류청은 팔짱을 끼곤 고개를 기울였다. 과거의 일들이 스치듯 떠오르고 가라앉았다.
“돌리고 싶은 일들이 많긴 하지. 네가 힘들었으니까. 다치지 않도록…… 힘들지 않도록 바꾸고 싶지.”
“그런데?”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 때문에 차마 못 돌리겠군.”
백리연이 잘 안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 그러니 앞으로도 후회없이 살도록 해야지.”
“그래.”
백리연의 눈이 먼 허공을 향했다.
그녀는 바랐다. 그가 후회가 없으므로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행복에 만족해 돌아갈 생각이 없기를. 그의 남은 나날이 평온하기를. 그녀가 행복한 만큼.
백리연은 남궁류청을 돌아보았다.
“우리도 이만 가자.”
“그래.”
나란히 걷는 그녀의 손을 남궁류청의 손이 꽉 붙잡았다.
〈외전 4 마침〉
외전 5. 이윽고 세상에 인연이
백리세란, 그녀는 그야말로 강호의 금탯줄 중 금탯줄이었다.
아버지는 남궁 세가주였으며 어머니는 백리 세가주의 하나뿐인 외동딸로 현 무림맹주였다. 심지어 어머니는 그녀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천마를 쓰러트린 적이 있기도 했다.
현 강호를 대표하는 두 가문의 결합이다 보니 그로 인해 약간 독특한 가정사가 있긴 했다.
일단 첫째인 언니는 백리 세가에 입적되어 성이 백리였고, 둘째인 오라비는 남궁의 성을 물려받았다. 그리고 셋째인 그녀는 백리의 성을 물려받아 백리세란이 되었다.
연년생 남매인 언니와 오라비와 달리 무려 일곱 살 차이가 나는 늦둥이 막내딸인 그녀를 두 가문의 모두가 목숨처럼 아꼈다.
그녀도 가족을 사랑했고 두 가문을 사랑했다. 하지만…… 허전했다.
백리 세가는 언니의 것이었고, 남궁 세가는 오라비의 것이었다. 그녀도 오로지 자신만의 것을 가지고 싶었다.
다른 이에게 말한다면 욕심이 끝도 없다, 배부른 소리 한다 말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단 한 번도 이 감정을 말하지 못했다.
당연히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모두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니, 말하면 다들 깊이 슬퍼할 것을 알았기에.
여덟 살, 일곱 살 차이가 나는 언니와 오라비는 그녀가 검을 쥐기 시작할 때 이미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다소 냉랭하지만 믿음직스럽고 뛰어난 언니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방지축 사고뭉치로 매일같이 고함처럼 이름이 불리지만 사랑스러운 오라버니.
그녀는 늘 그들의 그림자에 안에 갇혀 있는 기분이었다.
모자란 것 하나 없지만, 답답하고 허전한 느낌.
채워지지 않는 그 목마름에 백리세란은 계례를 치르자 강호 기행을 핑계로 가문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다치고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
그리고 지금.
“등의 검을 보니 강호인이신가 보오?”
허름한 창을 든 관졸로 보이는 이가 그녀 앞을 막아섰다.
백리세란은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현령님께서 부르십니다.”
“예?”
백리세란은 의아함을 감추지 않고 물었다.
“저를 왜요?”
“따라오라면 묻지 말고 따라오십시오. 현령님의 명을 거절하겠다는 겁니까?”
작은 현에서 관졸로 일하는 이우. 그는 산골짜기 출신으로 시골 작은 무관에서 무공을 배웠다.
하지만 은둔 고수라는 건 소설 속에나 존재하는 이야기였다. 시골 무관의 무공은 하급이었고, 그는 무공과 재능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삼류 수준에 멈췄다.
하나 삼류래도 일반인보다는 훨씬 나은 힘을 지녔기에, 그 능력을 살려 관졸로 일하고 있었다.
30대 후반에 능력을 인정받아 훈련대장까지 되었지만, 근래는 자신이 하는 일에 큰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그건 다 새로 부임한 현령 때문이었다.
그때 그의 부하인 관졸 둘이 또 강호인을 하나 붙잡아 현청으로 데려왔다.
‘재수 없으려니. 하필 여길 지나가서는.’
등에 검을 멘 소녀는 아직 솜털도 안 마른 보송보송한 얼굴로, 이제 막 계례를 치렀을 나이로 보였다.
이우는 속으로 혀를 차며 제 부하를 보았다.
‘저놈들은 현령님이 강호인이라면 다 데려오라 했다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어린 애를 데려와?’
그리고 소녀는 역시나 검 좀 휘두를 줄 안다고 겁도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강호인답게 관졸에게 끌려 오면서도 표정은 태연했다.
‘어린 소녀 혼자 떠돌아 다니게 하다니. 대체 부모는 뭐하는 인간들이야?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군.’
곧이어 현령이 나와 강호인을 맞이했다.
“어서 오게, 강호인. 이름이 어찌 되지?”
“백리세란이라고 합니다.”
“그렇군, 백리 소저. 내가 그대를 왜 불렀는지 알겠는가?”
“ 아뇨.”
현령과의 대화를 지켜보던 이우는 고개를 슬쩍 기울였다.
‘백리세란?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데?’
이우가 눈치를 보다 끼어들었다.
“이름이 익숙한 듯한데, 장사의 백리 세가와는 어떤 관계이오?”
현령 옆의 호위 무사 같아 보이는 자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제 외가입니다.”
“외, 외가?”
“모친의 성함이 백리 성에 연 자 되십니다.”
그 말에 이우는 순간 숨이 턱 막 혔다.
그는 현실을 부인하며 다시 물었다.
“호, 혹시 혀, 현 무림맹주 백리 대협을 말하는 것이오?”
“백리 대협이라니?”
이우는 현령을 향해 몸을 숙여 귀엣말했다.
“정파 무림 연맹의 대표입니다. 현령님, 이자는 그냥……”
그러나 현령은 이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태사의 손잡이를 내리치며 말했다.
“잘됐군! 어미가 절세 고수라고? 호랑이 자식은 응당 호랑이일 터. 호랑이 잡이로 딱이로군! 만약 불의 한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 고수가 나서지 않겠는가?”
이우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미친 자식!’
본인이 관리라고 뭐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인데 관리라는 감투가 자다가 칼침 맞는 것도 막아 주는 만능은 아니었다. 그나마 현령이면 눈치라도 보겠지만 자기 같은 아랫사람은 그것도 없었다.
이제 완벽히 기억났다. 남궁 세가와 백리 세가의 늦둥이 막내딸! 남궁 세가와 백리 세가 두 쪽 모두 그 막내딸을 정말 목숨처럼 아낀다고 들은 것까지!
백리 세가의 소저인 걸 알고 보자 왜 알아보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갓 피어난 꽃처럼 화사한 외모가 눈에 들어왔다.
저런 외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