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40)
류청 품에 안겨 있던 백리세화가 내려와 냉랭한 말투로 말했다.
“낙락이가 날아가서 희아가 그 뒤를 쫓다가 사라졌어요.”
남궁류청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날던 흰 매를 보았다. 흰 매는 겁을 먹은 듯이 더 높은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또 저 새가 문제군. 하, 내가 말했잖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갈화무 그 자식이 희아한테 무슨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해.”
백리연 품 안에 안겨 있던 남궁희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 아빠. 히잉. 아니야, 낙락이 잘못. 낙락이 가두지 마.”
“남궁희.”
엄한 목소리에 남궁희가 제 아비에게 달려갔다.
“아빠, 잘못했어요.”
남궁희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잘못했다고 앵앵거리며 매달리자, 남궁류청의 무뚝뚝하던 입매가 더운 여름날 엿가락처럼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렸다.
백리연이 속으로 혀를 찼다. 남궁류청은 첫째 딸인 백리세화에게는 못 해 줘서 안달이었고, 둘째인 남궁희에게는 해 달라는 걸 다 해 줘서 문제였다.
결국, 남궁류청이 풀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희아, 앞으로는……”
“아버지.”
백리세화의 밝은 갈색 눈동자가 애답지 않게 차분히 제 아비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남궁류청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남궁희, 아무리 그래도 이번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만약 큰 문제라도 생겼으면 어쩔 뻔했느냐?”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인 남궁희가 입술을 깨물며 억울한 눈으로 누나를 슬쩍 노려보았다. 하지만 백리세화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남궁류청이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여긴 남궁 세가도 백리 세가도 아니다. 분명 여기 오기 전부터 조심하라고 몇 번을 말했거늘. 만약 문제가 생겼다면 너만 혼나고 끝나는 게 아니고. 너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구나.”
“아니, 아니에요.”
“오늘부터 매일 가법을 스무 번 씩 베껴 쓰거라.”
눈을 동그랗게 뜬 남궁희가 제 아비에게 매달렸다.
“히잉, 아빠. 나 팔 부러졌는데, 아픈데.”
남궁희의 코맹맹이 소리에 백리세화가 냉랭하게 말했다.
“그럼 왼손으로 써. 양손을 쓰는 건 무공에도 도움이 될 거야.”
“아, 누나!”
“어머니 아버지 앞에서 목소리 높이지 마. 넌 반성해야 해. 낙락이는 결이랑 달리 어리니까 네가 더 잘 관리해야 한다고 했잖아.”
“그렇지만”
“그렇지만 뭐. 내 말이 어디가 잘못됐어?”
남궁희가 씩씩거리며 입을 열지 못했다.
백리연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젓고 남궁희의 어깨를 토닥였다. 바로 남궁희가 매달리듯 백리연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엄마, 누나 너무해.”
“희아, 누나 말 틀린 거 없다. 하지만 왼손으로 글을 쓰기는 어려울 테니 수는 열 번으로 줄이마.”
남궁희가 역시 엄마뿐이라는 듯 표정이 환해졌다.
백리연은 말을 이었다.
“대신 화아가 옆에서 열 번 제대로 쓰는지 감시하거라.”
“네, 어머니.”
“어, 엄마!”
백리세화가 남궁류청을 돌아보고 말했다.
“아버지, 이제 외조모님 보러가요. 아직 인사드리지 못했잖아요.”
“그래.”
남궁류청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남궁희를 바라보다가 백리세화의 채근에 세화의 손을 잡고 먼저 별채를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입을 비죽이던 남궁희는 왼손을 제 어머니를 향해 뻗으며 말했다.
“엄마, 나 안아 줘. 못 걷겠어.”
백리연이 남궁희를 안아 들자, 지금까지 눈치 보듯 하늘을 맴돌던 낙락이 내려와 백리연의 왼팔에 앉았다. 그러고는 미안하다는 듯이 남궁희의 팔에 부리를 문질렀다. 남궁희가 혼내듯 손가락으로 정수리를 콕콕 찔렀다.
“너 때문에 혼났잖아! 가법 네가 써!”
낙락이 모른 척 부리를 돌리자 남궁희가 부리를 잡고 다시 돌리려고 들었다. 그렇게 한창 낙락과 손장난을 치던 남궁희가 갑자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맞다, 엄마.”
남궁희의 표정을 본 백리연이 말했다.
“못한 말이 있느냐?”
“있잖아요, 그 사람이…… 엄마한테 전해 달랐어요.”
“……무엇을?”
남궁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빛 한 점도 찾아볼 수 없던 암흑 같은 눈동자. 소름이 끼치는 눈빛이었다.
흉신악살의 눈빛이 그런 걸까? 아니, 그런 것과는 뭔가 달랐다.
그는 자신에게 미약한 흥미를 느꼈지만, 그 흥미조차 그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남궁희는 어머니께 그런 미치광이 같은 사람의 말을 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전하지 않았다가는 악몽을 꿀 것 같았다.
남궁희는 제 엄마를 보며 생각했다.
‘엄마는 나보다 더 세니까.’
게다가 그 나쁜 놈도 엄마가 오자마자 도망치지 않았는가? 그러니까 괜찮을 것이다.
남궁희가 사내의 말을 전했다.
“‘이번 생에 후회가 남는다면 나를 찾아와라’라고요.”
순간 어머니가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저 멀리 산등성이를 올려다 보았다. 몸은 이곳에 있으나 어딘가 아주 먼 곳으로 떠난 듯한 시선이었다.
남궁희는 왠지 초조한 기분에 어머니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엄마, 엄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어머니의 시선이 천천히 돌아오고,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마주하자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어딘가 씁쓸해 보이면서도 개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또 반복될 일은 없을 거라는 뜻이란다.”
“네?”
“그러니까 궁주께서 널 위해 준비한 간식을 누이가 다 먹어도 다시 안 만들어 준다는 뜻이야.”
“앗, 안 돼! 내 간식!”
“미안하구나.”
달그락.
찻잔을 내려놓는 손길이 매서웠다.
남궁류청이 어두운 낯으로 말했다.
“이런 일이라면 특히 저희에게 미리 알려 주셨어야지 않습니까?”
“모두가 오월궁을 위험하다고 말하였고, 믿을 수 없다고 말하였어도 저는 궁주님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말을 멈추었던 남궁류청이 껄끄러운 말을 완성했다.
“매우 실망스럽군요.”
오월궁주는 말없이 눈을 내리깔았다.
그때 남궁류청의 손등에 백리연이 손을 얹었다.
“말씀하지 못하실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아마…… 그가 말하지 말라 했을 거야.”
남궁류청은 불만스러운 낯으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했으나 이내 입을 꾹 다물고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버렸다.
백리연은 희미하게 웃었다.
확실히 성격 꽤 죽었다. 예전이었다면 닥치는 대로 쏘아붙인 다음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버렸을 텐데.
오월궁주가 말했다.
“그의 방문은 우리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네. 며칠 전 갑작스럽게 여기에 나타났지.”
“우리가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긴 했죠.”
남궁류청이 불만스러운 듯이 백리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남궁류청을 향해 살짝 미소 지은 후 찻잔을 들었다.
이유가 있다 한들 그녀는 어머니의 사랑을 모르고 자랐고,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그것은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과거였기에 이제와 다시 모녀 관계를 맺을 생각도 없었다. 하나 아이들은 달랐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만큼은 여러 관계를 맺게 해주고 싶었다.
오월궁과 관계를 이어 오고 방문 한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그녀의 자녀들이 더 넓은 세상을 알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느낄 수 있도록.
백리연은 찻잔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하나 궁주님, 만약 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면 저도 오월궁을 가만두진 않았을 겁니다.”
잠시 눈을 내리깐 채 침묵하던 오월궁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크게 다친 상태였네.”
“야율이 부상이요?”
“그래. 대공자가 사망했네. 야율이…… 그가 천마가 되었어.”
남궁류청이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백리연의 반응은 미약했다.
남궁류청이 옆을 돌아보고 물었다.
“알고 있었어?”
“아니, 하지만 짐작은 갔어.”
“어떻게?”
백리연은 그저 미소로 답했다.
얼굴을 쓸어내린 남궁류청이 벌떡 일어났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당장 돌아가서……”
“소가주, 진정하게.”
그런 그를 오월궁주가 말렸다.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걸세. 혹은…… 앞으로도.”
“앞으로도 라니요?”
“일단은 부상을 다스리는데 한동안 주력할 테고, 또한……”
오월궁주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이어질 말을 고뇌하는 듯했다. 이내 오월궁주가 말을 이었다.
“그는 성세에 관심이 없어. 정확히는 무엇에도 관심이 없어 보이더군.”
성세란 마교가 말하는 마교 천하를 이룩한 천마의 이상이 실현된 세상을 말했다.
“그리 생각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오월궁주가 답하기 전 백리연이 끼어들었다.
“야율이 오월궁을 그냥 둔다 하였나요?”
“••••••그래.”
오월궁은 독립이라고 칭하고 중립의 위치를 고수했지만, 마교 입장에서 봤을 때 오월궁은 그저가 장 큰 반역자 집단일 뿐이었다.
남궁류청이 백리연을 돌아보고 물었다.
“이것도 짐작했어?”
백리연은 오월궁주를 향해 질문을 이어 갔다.
“예전에 궁주님, 예전에 혹시 그를 도와준 적 있었나요?”
“……있네. 마교의 내부는 악귀들의 소굴이지. 힘이 있는 자라고 해도 한순간의 방심이 죽음을 부르고 그를 짓밟은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지. 그 아이는 잘 버텼지만 모든 암수를 피할 수는 없었지.”
“그것 때문이겠네요.”
“하지만 그건 서로 약속한 것이 있기 때문이었지. 나는 그에게 투자한 것이 있으니 이를 보전하고자 했을 뿐인 일인데……
“이유는 중요치 않아요. 그는 상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구명의 은은 잊지 않아요.”
천귀조를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