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39)
몸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처음 오월궁에 왔을 때는 반시체나 다름없는 상태였거늘. 믿기지 않는 회복 속도였다. 모두 천마의 능력이었다.
유일하게 별채를 들락날락하며 시중을 들던 오월궁의 제자가 그를 괴물 보듯 바라보았다.
이만하면 되었다 싶은 날.
그가 떠나기위해 별채를 나섰다. 소리없이 왔듯 소리없이 떠날 생각이었다.
그때 하늘에서 흰 새 한 마리가 그를 향해 날아왔다. 그리고 갑자기 그를 향해 달려들어 머리칼을 쪼기 시작했다.
아프진 않았지만 귀찮았다. 무상한 눈으로 손을 뻗어 흰 새의 날개를 부러트리려던 순간이었다.
“낙락아!”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묘하게 기분 나쁜 느낌에 손이 멈췄다. 그리고 아이를 바라본 순간, 기분 나쁜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의 앞으로 달려온 아이가 뛰어 올라 흰 매의 다리를 잡아챘다.
“죄송해요! 잠깐 한눈판 사이에.”
예닐곱으로 보이는 사내아이였다. 하늘색 반질거리는 옷감에 은사로 수놓은 차림새는 활동성을 고려했으면서도 고급스러운 것이 귀한 집안 자제임을 알리고 있었다.
귀공자 같은 낯에 오만해 보이는 인상이 누군가를 똑 닮아 있었다.
“가만히 좀 있어! 저기 괜찮으세요? 그, 다친 데는 없으세요?”
퍼덕거리는 매를 억누르려 애쓰던 아이가 그를 보고는 입을 허 벌렸다. 귀공자답던 인상이 와장창 깨지는 표정이었다.
그는 아이의 왼팔에 난 상처와 흉터를 보고 부목을 대어 목에 고정한 오른팔을 보았다.
“ 팔은?”
“아, 부러졌어요! 근데 이제 다 나았어요!”
“왜?”
“엄마가 하지 말란 거 하다가……
“연이가 부러트렸나?”
아이는 사내가 부른 연이라는 이름이 제 엄마를 말하는 것이란 걸 뒤늦게야 알아들었다.
이 위험해 보이는 매력의 사내가 대뜸 제 어머니의 성함을 다정하게 불렀고,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문장과 이었기 때문이었다.
“제 엄마가, 제 팔을요?”
아이의 손에 힘이 빠진 틈을 타 흰 매가 다시 날아올랐다. 다만 이번에는 야율을 공격하지 않고 하늘로 높게 날아갔다.
“연이가 허락하던가?”
“뭐, 뭐를요?”
“저 매를 제갈가의 술법으로 길들이는 걸.”
아이가 입을 쩍 벌렸다.
“대인께서 그걸 어떻게 아세요?”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지 마라.”
성가시다는 목소리에 아이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놈과 닮은 건 낯짝뿐인가.”
“네?”
넘어가라는 듯이 손을 내젓고 말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해라.”
아이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제갈 세가주한테 말했어요. 저도 가지고 싶다고. 누나는 고양이가 있는데, 나는 없으니까!”
제갈 세가주.
‘그러고 보니 그녀석도 살아 있었지.’
천마신교를 손에 넣으며 제갈 세가주의 귀찮은 짓거리에 대해 몇 번 보고를 받은 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이름을 객체로 받아들인 것은 깨어나고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가 떠오르는 대로 말했다.
“제갈화무, 그녀석이 순순히 알려 줄 놈은 아닐 텐데.”
“사실은 비밀인데, 대인께만 알려드리는 거예요.”
‘‘비밀?”
“네. 엄마 아빠도 몰라요.”
미약한 흥미가 흘렀다.
그는 말하라는 듯이 턱짓했다.
이곳에 사람이라곤 그뿐인데도 아이는 목소리를 낮춰 소곤거렸다.
“제갈 세가주께서 나중에 제가 커서 제갈이랑 혼인하는 조건으로 알려 주셨어요!”
“혼인?”
“네! 낙락이를 길들인 방법이 제갈 세가의 비술이래요. 그래서 제갈 세가 사람이 아니면 알려 줄 수 없다고, 그러니까 제가 나중에 커서 제갈이랑 혼인한다면 알려 줄 수 있다고 했어요!”
처음은 속삭이는 듯했으나 갈수록 흥분을 참지 못한 듯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고는 그의 표정을 어찌 생각 했는지, 변명하듯이 덧붙였다.
“엄마랑 아빠도 할아버지들이 반대하는데 마음대로 결혼했으니까……”
“그러니까 너도 괜찮다?”
“그리고 누나는 결이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나도 당연히 있어야 해요!”
아이의 까만 눈동자 안에서 새파란 불길이 타오르는 듯 보였다.
그가 말했다.
“역시 그녀석을 닮아서 멍청하군.”
“ 네?”
그때 다시 날아온 흰 매가 그의 머리맡을 돌았다. 이어서 누군가 이곳을 향해 달려왔다.
“허억. ……님.”
오월궁 복장의 여인이 그와 아이를 보고 사색이 되었다.
다가온 여인이 아이를 제 뒤로 보내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이 아이는 궁주님의 손자입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니 계신 걸 발설치
못할 겁니다. 제발 자비를 베풀..”
사정을 알지 못하는 오월궁의 사람이라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이는 누가 봐도 정파 백도 무림의 자제였고 상대는 마교의 인물, 심지어 이곳에 있는 게 비밀인 인물이었으니. 언제 손을 뻗어 영원히 입을 막는 손쉬운 방법을 실행하려 들지 몰랐다.
“꺼져라. 진짜 죽이기 전에.”
살기에 짓눌린 오월궁의 여인은 누렇게 질린 안색으로 바들바들 떨면서도 차마 떠나질 못했다.
천마의 힘을 흡수한 이후, 그는 살의를 억누를 이유가 없었다. 이미 자비롭게 한 번 경고까지 마친 상황.
그가 그의 말을 무시한 오월궁의 여인에게 손을 뻗을 때, 여인 뒤의 아이가 말했다.
“누나, 가요.”
“하, 하지만 희야.”
“진짜 죽이기 전이라잖아요. 누나 안 가서 죽이면 어떻게 해요?”
여인을 향한 살기를 느낄 텐데도 아이의 얼굴은 약간 창백해진 것을 빼면 태연했다.
그때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남궁희! 너, 어딨어!”
사내아이가 재촉했다.
“빨리요. 세화 누나까지 여기 왔으면 좋겠어요?”
오월궁의 여인이 사내아이를 보고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내 이를 악물고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일으켜 세워 떠났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리 멍청하다고 한들 오월궁 여인의 태도를 보면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을 터. 그런데도 침착하다는 건…….
“내가 누군지 아나?”
“아뇨. 하지만……”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던 아이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그를 응시했다.
“낙락이는 악(惡)를 싫어해요. 대인은 악인이시죠?”
“알면서도?”
그때 그의 눈에 바들바들 떨리는 아이의 손끝이 보였다.
아이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아니었으면 낙, 낙락이를 죽였을 테니까.”
찰나 아이는 제 턱이 잡힌 걸 느꼈다. 까치발을 선 아이가 괴로워 인상을 썼다.
귓가로 희미한 중얼거림이 들렸다.
“조금은 쓸 만한 부분이 있군.”
“놔, 놔요.”
그때 저 멀리 아래 오월궁 궁문에서 숨기려야 숨겨지지 않는 기운이 느껴졌다. 바람을 타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얘네들은 어디 가서 놀고 있는 거야? 엄마 아빠가 왔는데도 나와 보질 않고.”
순간 시선과 머리와 발이, 아니 온몸이 저절로 그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향했다.
총군사를 죽인 후, 그는 싶다면 언제든지 백리연에게 갈 수 있었다. 백리 세가를 지난 적도 있으며 심지어 이끌던 무림맹원과 충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신호탄을 본 백리연이 오기 전 떠났다.
그래서 그녀가 단 한 번도 그 모습을 본 적 없었다. 한 가지 의심되는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중얼거렸다.
“역시, 그래도 똑같지 않아.”
그는 입을 열어 아이에게 말했다.
“네 어머니께 전하거라.”
아이에게 말을 전한 그가 손을 뿌리쳤다.
“악!”
나동그라진 아이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일방적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오월궁의 산 바윗돌위. 소지(小指) 보다 작은 모습이었지만 예민한 기감으로는 그녀의 명주실 같은 부드러운 머리카락부터, 태양을 녹인 듯한 금빛 눈동자의 동공의 움직임까지 보였다.
궁문을 넘은 백리연이 오월궁의 시비와 마주했다. 오월궁의 시비에게서 말을 전해 들은 백리연의 눈이 커지고 바닥을 박찼다.
백리연이 몇 개의 전각을 지나치고 순식간에 별채에 도착했다. 흩날리던 긴 머리카락이 사르륵 가라앉았다.
“희아야!”
“엄마! 흐아아아앙!”
진이 빠진 듯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던 아이가 비틀비틀 제 어미의 품에 안겼다.
“왜 이제 와! 허어어엉!”
백리연이 아이를 소중하게 껴안으며 고개를 들었다. 금색 눈동자가 그가 있는 곳을 단번에 짚어 냈다.
하지만 그가 자리한 곳은 일방적 시야를 지닌 곳. 서로의 눈이 마주치되 마주치지 않았다.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역시 쓸데없는 의심이었다. 혹시나 과거의 일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후회되지 않았다.
그가 원한 이는 무능력하게 떨며 공포에 질려 그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던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이렇게 똑바로 응시하며 죽음에도 뛰어들 수 있는 그런 이였다.
“울지 말렴. 엄마가 왔으니까 괜찮아.”
이어서 여자아이를 품에 안은 남궁류청이 별채에 도착했다. 사내아이와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새침한 표정조차 고와 보이는 예쁘장한 얼굴로, 길거리 누구에게 물어도 사랑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을 외모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저 아이도 백리연과 닮지 않았다는 감상을 줄 뿐이었다.
거기까지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