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38)
적 기억은 아주 희미했다. 시시때때로 열병을 앓았고, 커서 돌아다닐 만하게 되었을 때는 방 밖으로 나갈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었다.
그의 기억 속 모친은 멍청한 여인이었다. 저를 노리던 벽가에서 무사히 도망쳐 놓고는 양모가 숨 넘어가기 전에 보고 싶어 한다는 소식에 도망친 곳으로 돌아왔다가 붙잡혔다고 들었다.
처음부터 보고 싶다고 한 건 거짓이었다. 양모는 이미 옛적에 돌아가신 지 오래였다. 양모가 뭐라고.
그리고 이내 바보 같던 친모마저 잃었다.
“가장 비천하고 힘든 곳으로 팔아넘기게나.”
“아무렴 걱정하지 마십시오!”
노비상은 고개가 떨어질 듯이 굽신거렸다.
“조모님께서 부탁하시지 않았는가? 그들을 가여이 여겨 목숨만큼은 살려 달라고. 내 어찌 조모님의 유언을 어기겠느냐!”
“역시 가주님. 자애로우십니다!”
이후, 그를 데리고 간 노비상은 천귀조에게 죽었다.
“거참. 특이한 체질인데. 흠, 꽤 재미있을지도.”
천귀조 아래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아이들을 죽여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천귀조는 그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무공을 가르치고 서로 죽이게 했다.
“사, 살려 줘.”
“살고 싶으면 네가 날 죽이면 돼.”
“시, 싫어. 어떻게 사람을……”
몇 번이나 반복된 일이라 듣기 귀찮았다. 손을 뻗어 그대로 아이의 입을 막았다. 이내 아이는 영원히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 모습을 보며 천귀조는 때때로 광소했다.
“으하하하하! 아주 이거 괴물이로군!”
다른 아이들을 죽이더라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죽이지 않아도 천귀조에게 죽었다. 이 세상은 약하면 죽는 게 당연했다.
그렇게 천귀조의 소굴에서 살아 남았다. 그리고…… 백리연 그 아이를 마주했다.
마주치자마자 알 수 있었다. 백리연 그 아이가 자신을 무척이나 싫어한다는 것을. 그가 가장 잘 아는 것이 바로 적의였다.
백리연 그 아이는 다른 사람들을 향해서 생글생글 웃다가도 그만 보면 표정을 굳혔다. 어쩌다 가까이 붙게 될라치면 흠칫 놀라며 떨어지려고 들었다.
그렇게 분명 저를 싫어했을 텐데. 그런데 홁더미가 쓸려 오던 그 순간, 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의강! 괜찮은가? 연이는? 연이는 어디 갔나? 왜 이 녀석들만……
백리의강은 넋이 나간 낯이었다.
남궁완이 백리의강의 멱살을 잡고 으르렁거리듯 물어보았다.
“왜 대답이 없어! 어디 갔냐고 묻잖아!”
분통을 터트리던 남궁완이 백리의강을 뿌리치고 그를 돌아보았다.
남궁완이 그의 어깨를 부러트릴 듯이 쥐고 소리쳤다.
“네가 말해 봐라. 왜 너희들만 있어! 어?”
“말해 보라고! 왜 아무도 말이 없어!”
그는 방금 있었던 일을 늘어놓았다.
“저랑 저 여자애를 대협께 밀고 흙더미에 쓸려 갔어요.”
그러자 그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 그 아이는 그를 살리고자 죽은 것이다.
그를 살리고자…….
남궁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왜 네 녀석을……?”
그러게. 그도 궁금했다.
“아니, 대체 왜……! 아니, 네놈들만 아니었다면……!”
바닥에 내동댕이치다시피 한 충격에 기침이 나왔다. 핏발 선 눈으로 기침하는 그를 내려다보던 남궁완이 분노에 찬 신음을 토하며 맨손으로 바위를 깨부쉈다.
“왜 하필이면 왜! 그런 멍청한 짓을……!”
백리의강이 초점 없는 눈으로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
“이 아이들의 잘못은 아니니, 그만하게. 힘든 일도 견뎌낸 아이니까……. 살아, 살아 있을 걸세.”
그는 기침하며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죽었겠지. 저 산사태에 휩쓸리고 살아 남는다고?
저 멀리 그의 눈에 산사태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가 보였다.
그곳은 폐허였던 마을이 있었다는 흔적조차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분명 그렇게 생각하는데 왠지 기이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이게 살아 있을 것 같아서 느껴지는 두근거림이라 생각했다.
그래. 살아 있을 것이다. 아니 살아 있어야 했다. 여기서 죽을 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다시 만나면 물을 것이다. 그녀를 저렇게 사랑하는 아비를 두고 왜 싫어하는 자신을 살렸는지.
그래서 찾아다녔다. 왜 자기를 살렸냐고 묻고 싶어서. 찾고 찾고 또 찾아다녔다. 나중에는 왜 자신이 그 아이를 찾는지조차 잊어버렸다. 그저 살아 있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처음으로 제 어미의 행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했다.
서산의 오월궁.
외부인을 받지 않는 폐쇄적인 오월궁은 매일매일이 똑같고 단조로웠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들뜬 분 위기에 심지어 아랫마을에서 꽤 많은 사람이 들락날락 하기도 했다.
그런 어느 날. 오월궁의 가장 깊숙한 내원에 갑자기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피칠갑을 한 사내가 나타났다.
내원을 지키던 오월궁 무사는 기겁하여 검을 뽑아 들어 소리쳤다.
“누구냐!”
“오월궁주는 어디 있지?”
소란에 뒤늦게 나타난 오월궁주의 일대 제자는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고 기겁하여 소리쳤다.
“모두 검을 내려라! 그리고 궁주 님을 모셔 와라!”
그러나 오월궁주가 오기 전에 먼저 사내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오월궁주는 착잡한 눈길로 침상을 바라보았다.
방 안은 창문을 열어 놨어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피 냄새가 짙었고, 침상의 사내를 감싼 붕대에서는 아직도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다면 일어나게.”
사내가 눈을 천천히 뜨자 오월궁주가 말을 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이 필요해 보이는데.”
“며칠이지?”
“쓰러진 후, 일주일이 지났네.”
“소식이 늦군. 대공자는 죽었어. 일주일 전에.”
오월궁주의 안색이 돌변하였다.
“그 말은 이제 자네가……!”
천마신교는 천마가 사망하고 대공자, 우사, 총군사 이렇게 세 파로 나뉘어 지지부진한 후계 다툼을 이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돌연 총군사의 세력이 모습을 감춰 버리고 이후로 대공자와 우사와 싸움이 되었다.
두 해 전 갑자기 총군사의 세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순식간에 우사를 쓰러트리곤 그 세력을 흡수했다. 그리고 이제 대공자 마저 쓰러진 것이다.
“자네가 그런 자리에 흥미가 있는 줄은 몰랐군.”
“흥미?”
“원한 게 아니었단 말인가?”
“궁주, 왜 갑자기 멍청한 소리를 하는가?”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후계 싸움에 발을 들인 이상 한 사람만 살아남는 승자 독식의 세계였다.
끝내 승리를 쟁취한 것은 그였다.
오월궁주가 말했다.
“그래서 여긴 왜 온 게지?”
“대공자를 죽일 때 자폭 공격에 휩쓸렸다.”
하필 대공자를 향해 흡성마공을 쓸 때 공격을 받아 완전히 막을 수가 없었다. 대공자가 일부러 그 순간을 노린 것이겠지만.
자폭 공격으로 인해 받은 피해도 피해였지만, 그로 인해 안정시켜 놓은 천마의 힘이 다시 날뛰기 시작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아직 교는 믿을 수가 없어서.”
“우리는 믿을 수 있다는 건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물음에 의아한 눈빛이 돌아왔다.
“그러니 살아 있지 않나?”
“물론 내가 죽으면 대공자가 교를 손에 넣을까 두려워 살린 것이겠지만.”
창백한 안색 아래 유일하게 선명한 붉은 입술이 매끄럽게 올라갔다.
“서로 이용한 걸로 치자고. 궁주는 후계 다툼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그로 인해 교단의 세력이 약해 지기를 바랐으니.”
오월궁주가 싸늘한 목소리로 냉랭하게 말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오월궁은 천마신교에서 독립한 곳. 여긴 자네가을 곳이 못 돼.”
그가 고개를 기울이자 긴 흑발이 침상으로 흘러내렸다.
“궁주, 이제 이 세상에 내가 가지 못할 곳은 없어.”
“오월궁은 안타깝게도 너무 나약해 내 발을 막을 수 없어 보이는 군.”
“궁주, 내게 원한 게 아니었냐 물었지. 그럼 궁주, 궁주는 벌레에서 벌레를 마음껏 짓밟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어떨 것 같은가?”
오월궁주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이내 결의에 찬 어조로 말했다.
“교단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걸세.”
“마음대로 해.”
“••••••뭐?”
“마음대로 하라는데도 불만이 많아 보이는군.”
갑작스러운 자비였으니, 오히려 머릿속이 더 복잡해질 뿐이었다.
“아, 다만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지.”
하지만 오월궁이 천마가 1기 머물고 있다고 떠들고 다닐 처지도 아니었으니 이건 조건이라고 할만한 것도 아니었다.
침묵하던 오월궁주가 입을 열었다.
혹시 천마신교의 교주로 앞으로 다른 길을 모색할 생각 이……
말을 이어 나가던 오월궁주는 그의 눈빛을 보고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있을 리 없지.”
그가 재미있는 소리를 한다는 듯이 말했다.
“쓰레기는 한곳에 모아 둬야 구린내가 퍼지는 걸 막을 수 있지 않겠나.”
“그 쓰레기들의 꼭대기에 있는 자가 할 말은 아니군.”
“그리고 궁주는 쓰레기통에서 뛰쳐나간 바퀴벌레 쯤 될 테고.”
그 말을 무시한 채 오월궁주가 열어 둔 창을 닫았다.
“그럼, 한동안 머물러 계실 듯하오니 별채 밖으로 나오시지 마십시오. 이 이상은 우리도 배려하기 어려우니.”
그리고 며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