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306
23 화
놈과 나는 많은 부분이 유사하지만 절대적으로 다른 점이 존재한다.
그 점 때문에라도 우리가 형제일지 모른다는 의심은 오래전에 버렸다.
내 신격의 근원이 내부에 있는 반면, 놈의 근원은 외부에 있는 것인데,무 슨 까닭에선지 놈은 아주 천천히 힘을 잃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확신하건대 ‘그날’이 분기점이었다.
그날.
그날 말이다.
그날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구덩 이와 신격의 근원에 새겨진 흉터가 억 겁의 세월을 뚫고 또다시 화끈거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왜인지 당시에 나는 한 눈뿐이었는 데,그날은 남은 눈마저 잃어버리며 신격의 일부분까지 상실되고 만 날이 었다.
그날 내가 어떤 능력을 잃었는지는
지금에 와서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놈과 전쟁을 지속하는 데에는 전혀 방 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날은 시작을 알 수 없는 시작점에서부터 지금까지를 통틀어 가장 격렬하게 싸운 날이었다.
어떤 한 이름에서 시작된 것으로 기 억 한다.
지금에는 그 이름 또한 잊혀지고 말 았지만,그것의 죽음이 알려진 이후 놈이 전장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했던 점만큼은 잊지 않았다.
최초의 시도였다.
그날을 분기점으로,놈에게선 전장
을 옮기려는 시도가 꾸준히 있어 왔 다.
왜 전장을 옮기고 싶어 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놈이 바라는 바 라면 거기에서 놈이 나를 완전히 끝장 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기 때문일 테니.
나는 그런 놈을 저지해야 할 것이다.
나는 놈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졌으 니까.
놈도 나를 죽이기 위해서.
그렇게 우리의 존재 이유는 서로를 죽이는 데에 있었다.
그래서 드는 의문이었다.
무슨 까닭으로 나는 이토록 놈을 증 오하고 있는 것일까.
보라.
모든 건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단지 망각되었을 뿐이지.
이 전장이나 우리가 서로를 죽일 목 적으로 끝없는 전쟁을 계속해 오는 데 에는 다 시작이 있었던 것임이 틀림없 다.
하지만 놈과 다르게,나는 왜 놈의 죽음만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는 것 일까? 유일해지겠다는 욕심은 왜 이 리 작은 것일까?
우리가 신격의 근원을 서로 다른 곳 에 두고 있는 것만큼이나 그 또한 큰 차이점이다.
서로의 죽음을 바라는 것은 같아도 목적만큼은 다른 것이다.
놈이 날 죽이려 하는 까닭은 본인이 유일해지기 위해서인 반면에 나는 놈 의 죽음을 최고로 치고 있다.
바로 거기에서 건성건성 일을 도모 하지 못하게끔,나를 지배해 오고 있 는 오래된 버릇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 었다.
정말이지 놈을 죽일 수만 있다면 무 엇이든 할 수 있다.
놈의 죽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이 리도 가슴이 벅차오르지 아니한가.
지금까지 놈의 죽음은 원대한 포부 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영원한 세월 속에 조난당한 이 여행자에게 길을 보여 주는 게 있 으니.
놈 스스로 하나둘 꺼트려 가는 빛이 바로 그것이리라.
놈에게서 한 줄기의 빛이 사라질 때 마다 이 여행자에게는 이정표가 되어 왔다.
본래 놈에게는 500여 개의 빛줄기가 존재했었다.
하지만 지금!
놈에게 이어진 빛줄기는 200여 개에 불과하다.
비로소 우리는 순수한 힘만 따져 보 자면,동등해진 것이다.
다시 보라.
모든 건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놈이 저렇게 스스로 힘을 잃어가는 게 과연 우연히 일어난 것일까? 천만에.
온 우주가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기회는 지금이다. 전 우주가 너를 돕고
있다. 놈을 죽여라. 저 사악한 신을 죽여 라! 네 한 몸을 불사를지라도!
나는 거기에 응해 줄 생각이었다. 전 신에 가득한 흉터의 자극 따윈 짓눌러 버리며 공격을 가할 뿐이다.
내 자랑스러운 피조물들과 함께.
그때 놈도 내 병사들을 베며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놈이 일으킨 공격이 눈앞을 시뻘겋 게 만들었다.
만들어진 것에 불과한 두 눈알은 놈 의 가벼운 입김조차도 버텨 내질 못했
다.
으
거기에서부터 흘러내리는 피가 양 뺨을 적시는 게 느껴지기도 잠깐.
두 눈을 부릅뜬 곳으로 시야가 다시 선명해졌다.
또 터진들 다시 만들어 내면 되는 일 이다.
그쪽으로 소비되는 힘은 놈이 직전 에 잃은 힘에 비하면 〇에 수렴할 정도 로 미비한 것!
과연 육안상의 시야를 되찾자마자
감각 망으로는 읽히지 않은 게 보였 다.
놈의 눈 말이다.
놈 역시 언젠가 입은 상처가 좌측 이 마에서부터 오른 턱까지 비스듬히 그 어져 눈을 지나친 흉터로 자리 잡았지 만.
나와는 다르게 신격으로 부릅떠져 있다. 전장 바깥까지 볼 수 있는 놈만 의 힘.
그러나 거기에서 확인하고 싶은 건 다른게 아니었다.
놈의 시선 처리.
날 노려보는 와중에도 내게 완전히
몰입하지 않은 뭔가를 느낄 수 있었 다.
놈은 이번에도 전장을 옮기는 데 중 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전장 바깥에 대체 무엇이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만 반드시 막아야 한다. 지금껏 그렇게 버텨 왔듯이!
거의 동시에 시작됐다.
팟!
놈이 만들어 낸 기운은 흑색의 빛깔. 내가 만들어 낸 것은 금색의 빛깔.
흑금(黑金)의 두 기운이 서로를 붙잡 고 늘어지면서 전장 전체로 퍼져 나간 다.
그 순간 놈도 나만큼이나 오늘의 싸 움에 큰 각오를 하고 나왔다는 걸 깨 달았다.
놈은 제 몸을 보살피지 않았다. 놈의 흉터가 급격히 벌어져 버리며 아까운 기운들을 흘려 내기 시작했을 때야말 로.
초열에 온 피부가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이 엄습해 왔다.
내 입술사이에서 나오는소리였다. 놈이 폭발시키는 힘에 대적해서 힘 을 끌어올리던 때에 내 흉터 전부도 결국 벌어지고 만 것이었다.
서로의 힘이 동등해진 것과는 별개 로,그간 누적되어 온 흉터는 내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작 큰 문제는 가슴 쪽 흉터가 벌어 지며 드러나고 만,신성의 근원에 있 었다.
그 옛날처럼 놈에 의해 신성의 근원 에 피해를 받아선 안 된다는 경고가 뇌리에서 번뜩였다. 고통스러운 계산 이 획획 돌았다.
만일 신성의 근원을 포기해서 놈을 죽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겠지만. 그것으로 놈을 껴안고 소멸의 불구덩 이 속으로 뛰어들고 말겠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없는 일이다.
계산을 끝낸 나는 신성의 근원을 보 호하는 쪽으로 힘을 분배했다.
그때 팽팽하게 힘을 겨루고 있던 흑 금(黑金)의 기운은 지금까지 그래 왔 던 것처럼 놈의 우세로 기우는 조짐을 보였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칼날이 날아와 스쳤다.
어딘가의 피부를 긁고 지나갔다.
빌어먹을. 또 하나의 큰 흉터가 이 몸에 생기는 순간이었다.
놈이 권능으로 일으킨 검은 손아귀 가 내 발목을 쥐었다.
그것은 나를 지상으로 내동댕이칠 목적으로 꽤 강한 힘이 실려 있었고, 속이 메스꺼울 정도로 크게 으스러지 는 소리를 어김없이 동반시 켰다.
드드드득,다리삐가 으스러진 소리 였다.
군데군데 터져 버린 피부 사이에서 는 어김없이 황금이 기운이 피처럼 홀 렀다.
그렇지 않아도 온갖 흉터가 벌어져 있었기 때문에 급격히 빠져나가는 힘 은 충분히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일이 었다.
그러나 그러한 일격을 허용한 까닭
이 무엇 때문이겠는가!
발 한쪽이 뜯겨 나가는 한이 있더라 도 놈에게서 빼앗아 와야 하는 게 있 었다.
그 어느 때보다 놈이 본인을 아끼지 않는 지금.
놈과 동일한 권능을 직전에 완성해 두었다.
화악-!
금빛의 손아귀가 놈을 향해 뻗어가 는 게 감각망 안에서 뚜렷했다.
네놈은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 내게 서.
없는 눈이 또 뒤집어 까지는 듯한 고 통이 먼저 부딪혀 왔다.
저항 끝에 결국 오른 다리가 뜯겨 나 가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의 권능도 놈을 쥐어뜯고 지나가는 데에 성공했다.
비록 놈이 내게 가한 것처럼 놈의 사 지 중 무엇도 뜯어내지는 못했으나 소 기의 목적이 바로 목전에 이르러 있었 다.
놈에게서 공간을 다스리는 권능을 제거할 수 있다면!
그 제물로 다리 한쪽 따윈 얼마든지
바칠 수 있는 것 아니 겠는가.
권능의 손아귀 안으로 놈에게서 뜯 겨 나온 게 쥐어졌다.
콰직!
그것이 손아귀에서 터졌다.
그때 천상이고 지상이고 할 것이 없 이 흔들렸다.
이는 전장 자체가 파괴되려는 현상 이다.
그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제야 까마득히 먼 옛날에 있었을 시작점의 사실 하나를 깨닫고 말았다.
이 전장은 놈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 이 라는 것을!
전장의 파괴와 함께 놈의 병사와 내 병사들이 죄다 갈려 나간다.
어딘가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웃을 수 있었다.
기시감을 받았기 때문이 었다.
남아 있던 눈알 하나와 신성의 근원 에 생채기가 생겼던 그 옛날에도, 이 렇게 웃었던 것 같다.
나는 육신에 치명상을 입었지만,놈 은 외적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이것으로 놈은 전장을 옮기려는 시
도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때.
등 뒤로 뭔가에 부딪혀 골이 흔들렸 다. 그것은 거대 결계였다.
지금껏 전장 바깥에 위치하고 있던 차원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었는데,어 느 생명력을 집대성한 구성이 증강된 것이었다.
또한 신격으로 구성된 게 아님에도 나나 놈에게서 단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게끔 만들어진 사실에 약간의 놀라 움마저 일었다.
그런데 더 큰 놀라움은 결계 안에서 내게 동조해 오는 뭔가에 있었다.
결계의 근원에서 흘러나온 그것이 내게 시사하는 바는 분명했다.
바로 내가 이 결계의 주인이라는 것 이다.
결계 안으로 들어가고자 한다면 나 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때,결계 전반에서 진동이 느껴졌 다.
충격의 파장이었고 놈도 저 멀리 결 계 위로 충돌했었는지 날 특정해 모습 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날아가 버린 신성의 다리 대신, 새로운 다리를 만들어 내며 몸을 일으 켰다.
만들어진 것에 불과한 눈과 다리라 고 해도 그쪽으로 보호할 수 있는 힘 을 분배할 수만 있다면 놈과의 싸음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놈이 힘을 잃어 가는 주기가 짧아지 고 있다.
다음 순간은 직전보다 더 빨리 찾아 오겠지.
그때가 되면 나는 공멸을 머릿속에 서 지워도 될 만큼 놈의 우위에 서게 될 것이다.
그래서 드는 아쉬움이다.
눈과 다리에 분배할 만한 힘이 없다 는 것이.
그때,뇌리가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 다.
발밑,결계의 아래에서 일어나 있는 힘 때문이었다.
그 힘은 결계 아래의 시간을 붙잡고 있는데 사용되고 있는 힘이자 나와 동 일한 힘,아니 시작점의 내가 남겨 둔 힘이었던 것이다.
강력한 결계는 증폭된 힘으로 거둬 들인다 해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다만 차원 하나의 시공을 얽매고 있던 힘이 라면…….
다음 주기가 도래하기까지 놈과 싸 울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리라!
결계 아래에 얽매이진 힘을 거둬들 이면서 였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승부수가 되겠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