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58
259화 거인 투기장
경매.
아니, 사실상 경매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강매보다도 더한 사기 거래다.
그도 그럴 것이 판매가 불가능한 물품을 팔겠다고 하는 꼴이니 오죽하겠는가?
허나,
“으드득! 내 도끼! 이것도 주마!”
“수, 수퉁 님. 그 도끼는…….”
“시끄럽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어차피 무기는 또다시 만들면 될 일이야. 내가 지배자가 된다면 그건 더 쉬워질 테지!”
“틀린 말이 아니군. 좋아. 네놈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는 내 갑옷을 걸겠다.”
“네네, 이걸로 또다시 무승부네요.”
자기들이 알아서 물건을 가져다 바치겠다는데 진우가 말릴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진우의 입장에서 눈앞의 호갱인 두 거인은 사냥해야 될 적이지, 갱생시켜야 될 진상들이 아니다.
거인왕의 경우처럼 인간을 침략해 오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족속들.
그리고 만약에라도 이 힘의 문양이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해도 진우는 결코 넘기지 않았을거다.
‘저거저거, 눈에 살기 봐라. 아주 그냥 곱게 보내지는 않겠다 이거지?’
힘의 문양을 넘기는 즉시 진우는 이곳을 살아서 나가지 못할 거다.
아마 진우가 벗어나기도 전에 죽이려고 들 테니 말이다.
애시당초 거래 매너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거인들의 세계.
그렇다면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진우도 그에 걸맞게 행동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예컨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거래의 야만인들에게는 야만인다운 대우를 해 주는 것이라는 말씀.
‘그러니까 너무 억울해하지 말라고. 거인 친구들. 너희들이 그렇게 추구하는 약육강식을 그대로 따라 준 것뿐이니까.’
대부분의 차원이 약육강식이 깔려 있는 편이지만, 요툰헤임.
거인들의 세계는 그 약육강식이 더욱 철저하게 깔려 있다.
상인이나 대장장이, 요리사 등.
헌터 사회라면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자본적인 인프라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다.
광물이나 목재, 고기는 얻을 수 있을지언정 그것을 가공할 수는 없는 곳.
그렇다면 어떻게 저것들을 가공했겠는가? 그야 뻔할 뻔자다.
다른 차원들을 침략해서 그곳의 기술자들을 협박해서 가공했을 터.
어떻게 확신하냐고? 다른 건 몰라도 돈을 투자한 정보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 법.
요정 찻집, 티타니아에게서 구매한 정보가 진우에게 확실하게 알려 줬다.
어딘가의 차원에 있는 드워프와 같은 장인들을 착취해서 만든 물건이라고.
[요르의 분쇄자(측정 불가)]* 분류 : 무기
* 사용 조건 : 힘 1,500이상
* 힘+600
* 분쇄하는 야만(액티브) : 지정한 대상에게 힘에 비례한 데미지를 가합니다. (쿨타임 1분)
– 요툰헤임에서 얻을 수 있는 광물 요르 중에서도 순도가 굉장히 높은 최상급의 요르를 가공해 만든 도끼입니다. 압도적인 힘을 실을수록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줍니다.
※ 소유자가 착용하기에는 너무 거대합니다.
[응축된 요르의 갑옷(측정 불가)]* 분류 : 방어구
…….
그리고 확실히 가공 쪽과는 거리가 먼 거인들의 세계에서 이 정도로 실력 있는 장인들의 정성이 가득한 물품들이 제작되었을 리 만무한 일.
무엇보다도 드워프들의 무리를 농장에 들여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진우였기에 잘 알고 있다.
이 정도되는 솜씨로 가공이 가능한 종족은 오로지 드워프들뿐이라고.
그야말로 약육강식에 철저하게 입각한.
자신들이 강자의 위치에 있었던 만큼 약탈을 당연시했던 거인들.
이제는 그 입장이 반대가 된 셈이었으며, 진우는 그저 이 상황을 철저하게 이용하는 것일 뿐.
또한 진우가 이곳을 찾아온 목적부터가 이들을 사냥하는 것이었으니 경매를 빌미로 무장해제도 시키는 셈이니 일석이조인 셈.
“더 없으십니까?”
“네놈들. 물건 더 없느냐?”
“저, 저희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빈털털이인 게 보이잖습니까?”
“크으, 빌어먹을!”
“크하하! 수퉁. 네놈의 운도 거기까지구나.”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진우의 눈앞에 있는 산의 거인과 돌의 거인.
그리고 그 밑의 하수인들까지 싹다 옷가지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가 된 상태가 되어 버렸다.
힘의 문양의 경매에 돈이 없으니 물건들을 죄다 걸다 보니 생겨난 일.
하지만 가장 최악인 것은 상업적인 인프라가 전혀 깔리지 않아 있던 거인들답게 값어치에 대한 무지가 심각하다는 거다.
“왜 웃으시는 거죠?”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내가 더 많은 물품을 냈으니까 당연히 지배자의 권능이 될 힘의 문양은 나의 차지가 되는 것일 테니.”
“아뇨, 지금까지 정확하게 무승부입니다.”
“……그게 무슨?”
“확실히 양으로만 따지고 보면 더 많으시지만, 질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이쪽도 만만치 않으니 무승부라는겁니다.”
거인들이 지불한 물품들에는 측정 불가 등급 말고도 그 밑에 해당하는 신화 등급도 상당히 많다.
뭐, 그렇다고 해도 가치를 따지고 보면 정확하게 무승부가 될 턱이 없겠지만 앞서 말하지 않았던가.
거인들에게 이러한 가치를 매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경매란 법칙 자체가 없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
게다가 상업에 있어서 어린아이만도 못한 이들을 다루는 것쯤이야 진우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도 쉬운 일이다.
“보통 이렇게 되었을 때는 둘 중 한쪽에서 양보하는 게 기본입니다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구나!”
“내 목에 도끼가 들어오는 한이 있어도 양보란 없다!”
정확하게 예상했던 대로의 답변.
서로 벌거숭이가 된 채 노려보면서 분노를 태우고 있는 거인들.
“그렇다면 경매 자체가 무효가 될 텐데 괜찮을까요?”
“무효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어떻게 방법은 없는 거냐, 인간?”
“이건 너무 잔인해서 말씀드리기 힘들었는데 말이죠…….”
“뭐냐! 무엇이든 말해라!”
그들을 향해 진우는 한껏 등 떠밀기 좋은 해결책을 덧붙였으니,
“물건이 부족하다면야 얻으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말이냐!”
“뭐긴요. 적이 되는 쪽을 죽여서 취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
무구를 얻는 방법 중 가장 심플하면서도 간단한 상대를 죽이는 것.
지구.
아니, 적어도 문명인이라면 이러한 제안에 치를 떨 것이다.
경매장에 와서 싸움박질이라니 이 얼마나 무식하냐면서 말이다.
허나,
“그렇군! 그런 방법이 있었어!”
“이렇게 간단한 해결법이 있었을 줄이야! 진즉에 이렇게 할 걸 그랬어!”
단순무식의 끝판왕.
몸만 컸지 뇌는 쥐똥만 한 거인들 아니랄까 봐.
진우의 어처구니 없는 해답을 거의 솔로몬의 지혜를 보는듯 찬양하는 야만인들이다.
* * *
호랑이 격인 거인왕이 죽고 난 이후 우트가르트성을 점거한 두 마리의 여우.
진우가 녀석들을 치우는 방법으로 가장 먼저 생각해 낸 것은 바로 둘을 싸움 붙여서 죽기 직전의 상황까지 몰아붙인 후 마무리를 자신이 짓는 일종의 어부지리를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무식한 놈들이라고 해도 다짜고짜 찾아가서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를 말한다면 이상하게 볼 것은 불보듯 뻔하다.
최악의 경우에는 두 거인이 한순간 힘을 합쳐서 자신을 노리는 것.
그렇기에 진우는 이렇게 판을 깔았다.
결코 의심받지 않을 판인 힘의 문양을 건 경매.
모든 종족을 막론하고 욕망 앞에서는 솔직해지고 또 무지해지는 법.
안 그래도 똑똑함과는 거리가 먼 거인들이다.
그러한 이들에게 욕망의 덩어리를 앞에 대고 흔들면 어떻게 되겠는가?
“죽어라!”
“요툰헤임의 지배자가 되는 것은 바로 나다!”
콰직! 콰직!
서로가 벌거숭이가 된 채 주먹다짐하기 바쁜 거인들의 모습.
이제는 진우가 싸우지 말라고 뜯어말려도 들끓는 피를 참을 수 없을 터.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우가 말릴 이유가 없는 것이 애초에 불붙은 싸움에 기름을 붓는 것을 넘어서 기름통째로 집어 던진 게 바로 진우다.
“여기가 바로 VIP 관람석이지, 암.”
골리앗을 상대하던 다윗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인간은 가볍게 밟아 죽일 수 있는 거인들이 새치혀에 속아서 알아서 서로 힘 빼 주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진우에게 있어서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팝콘이 없다는 것 정도랄까?
그 밖에도 수퉁과 흐룽그니르를 따르는 하수인 거인들이 죽어 나감으로써 경험치를 얻을 수 없다는 점도 아쉽긴 했지만, 그 정도는 포기할 수 있다.
“대어를 낚기 위해서인데 송사리 몇 마리 놓치는 것쯤이야. 감당할 수 있지.”
이미 과거에 거인왕의 막타를 아우둠라에게 양보해 줬음에도 얻었던 경험치의 양을 생각해 보면 직접 막타를 쳤을 때의 양은 송사리 한두 마리와는 비교도 안 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세 말하면 입 아픈 수준.
거기에다가 이미 벌거숭이인 저들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미 경매를 통해서 무기, 방어구, 장신구까지 죄다 진우의 차원 가방 안에 안전하게 모셔 둔 상태다.
공식적인 경매도 아니었으니 돌려줄 의무도, 이유도 없는 것은 당연지사.
오히려 목숨까지 챙겨 갈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돌려줄 이유가 없는 것은 더더욱 없다.
다만, 무장해제가 된 것이 무조건 좋다고 볼 수는 없었으니,
“……그나저나 이거 너무 결판이 안 나는데?”
– 그대가 무기를 앗아 갔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아…….”
안 그래도 튼튼한 편에 속한 거인의 육체다.
거인왕보다는 약할지라도 명색이 공동 이인자들답게 어지간한 날붙이는 물론이요, 주먹질에 쉽게 박살이 날 리가 있겠는가?
VIP 관람석에서의 구경도 어느 정도지.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고 해도 수십 시간을 관람하면 질리기 마련인 법.
헌데 그것이 발가벗은 거인들의 충돌이라면 오죽할까?
피 끓는 사투도 영화관에서나 봤을 때야 웅장하지, 현실에서는 냄새나는 엉덩이에 불과할 뿐!
그렇기에 진우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거 어차피 막타만 내가 치면 되는 거니까.’
진우가 그 강력한 아우둠라를 굳이 데려오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던가?
전리품 등을 전부 다 양보하더라도 절대로 막타만큼은 양보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던가?
이 말을 달리하자면 결국 저 둘이 승부를 보기 직전에만 진우가 이 자리에 있으면 그만이라는 뜻.
초월자들을 죽이러 오긴 왔어도 변치 않는 시간은 금이라는 점.
농부라는 직업에 걸맞게 빠르게 현실과 타협하는 진우였으니,
“펜리르 님이랑 정령왕들께서 보시기에 저거 언제쯤에 끝날 거 같나요?”
오랜 삶을 살아온 만큼 짙은 연륜을 자랑하는 초월자라면 진우에게 적이 아닌 아군도 많은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질문.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배신감도 큰 법이라고 했던가?
– 내 사견으로 봤을 때는 4일 정도 걸릴 거라고 본다.
– 아니, 계약자여. 내 생각에는 5일이다.
– 다들 무식하기는. 무기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일은 족히 걸리지.
– 바위처럼 단단한 행운의 7일에 걸겠다.
“……아니, 도박판 열겠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어째 확실하게 기대했던 정보는커녕 도박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시간 배팅을 하고 있는 진풍경.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진우와 함께하면서 점차 물들게 된 초월자들.
[아, 그런 거였나 선지자여. 그치만 나는 그런 건 모르겠고, 펜리르랑 같은 4일에 걸도록 하지.]– 역시 대지모신이야. 보는 눈이 있다니까?
[원래 애매할 때는 대세를 따르는 법이지.]“…….”
그중 가장 크게 물든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여신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