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59
260화 어부지리
보통 신화나 영화 매체 속에 등장하는 거인들은 우람한 근육과 호탕한 웃음 등.
영웅스러운 모습이 조명되기 마련인 법이다.
허나,
“그냥 몸만 큰 몬스터지 뭐.”
신화는 신화, 영화는 영화일 뿐.
초월자라고 해서 모두가 완벽하지는 않다.
특히나 거인들의 경우에는 오로지 무력만으로 초월자의 경지에 도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마지막으로 본 모습도 웅장한 전투 광경이 아닌 맨발과 맨몸의 청춘을 불사르는 주먹질뿐.
아, 그리고 덧붙이자면 요툰헤임의 날씨 자체가 늘 혹한의 추위가 몰아치는 환경 때문이기 때문인 것인지 몰라도 거인들의 기본 상식에는 ‘목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피를 뒤집어쓰고 전투를 치르고 난 이후에는 그저 휘몰아치는 눈 폭풍에 쓸려 나가게 두면 만사 오케이인데 시간 낭비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그 덕분에 어지간한 냄새는 버티는 진우도 한 수 접을 지경이다.
“펜리르 님. 솔직히 말해 봐요. 빨리 벗어나고 싶었죠?”
– 부정하지는 않겠다. 다만, 냄새 자체만 놓고 보면 네가 사용하는 소똥 지옥이 몇 수 위다.
“크흠, 어쨌든 그건 안 썼잖아요.”
후각 테러에 더한 안구 테러.
그야말로 여러 의미로 오감을 공격하는 거인의 생태 환경 구조.
그런 의미에서 진우의 농장은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꾸왁, 꾸와아악!
삐삐! 삐삐삐삐!
꺄꺄꺄꺄!
언제 어디서나 환경이 어찌 되었든 뛰어노는 팜오리들.
어른 응애 할 것 없이 성실하게 일하는 것은 기본이요, 근본 자체가 물을 사랑하는 ‘오리’에 걸맞게 거인들과는 정반대로 하루에도 수십 번은 연못에 몸을 담그며 목욕 삼매경에 빠진 팜오리들이다.
“이게 안구 정화지. 암.”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가 기본 상식으로 깔려 있는 팜오리들답게 하루 종일 거름을 뿌려 둔 논과 밭을 뛰어놀아도 냄새는커녕 귀염뽀짝한 모습만 한가득이다.
“내가 너희들 덕분에 살맛이 난다 진짜.”
대지모신과 정령왕, 체르같은 이들이 인생의 선배라면, 팜오리와 약초맨들은 진우에게는 힐링 그 자체라 할 수 있겠다.
단순히 가축을 넘어서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대가족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이 생활을 길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살려 둘 수는 없지.”
조금의 갱생의 여지도 주지 않는 무자비함.
헬라나 니드호그처럼 이용해 먹을 거리가 있을 정도로 유능한 것도 아니고 그저 단순무식한 지능에다가 싸움박질만 좋아하는 거인은 써먹을 곳 하나 없는 족속들이다.
차라리 요툰헤임의 식생과 광물이 더 이용 가치가 높은 상황이었으니 오죽하겠는가?
죽여서 전리품으로 다듬는 게 백번 이득이라는 말씀.
[단 하나도 살리지 않기로 확실하게 마음을 먹었구나. 선지자여.]“혹시 실망하신 건 아니죠?”
[아니, 그럴 리가. 그리고 거인들이라면 선지자보다도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그 녀석들은 말로 설득이 될 놈들이 아니긴 하지.]어떻게 보면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요툰헤임의 지배자가 되자마자 행한 게 거인 일족의 청소라니.
그렇지만 거인 쪽에서 억울해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선빵은 저쪽이 먼저 쳤으니까.”
명백한 정당방위.
애당초에 진우가 요툰헤임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다 쳐들어온 거인왕이 아우둠라와 소똥 지옥의 합공에 죽음을 맞이한 덕분이었으니 말이다.
앞으로 요툰헤임에서 기를 설원초와 환경에 적응한 팜오리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사전 작업인 거인 종족의 완전한 멸종.
[그러고 보니 선지자여. 거인들 중에서 미미르만큼은 죽이지 말고 이용하는 걸 추천하고 싶구나.]“미미르? 그 거인은 좀 다른 겁니까?”
[거인왕이 지배하던 시절부터 폭력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할 수 있을 지혜의 거인이다. 선지자 그대도 관련된 아이템을 얻지 않았던가?]“아…….”
[미미르의 샘물(초월)]*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온전하게 섭취할 시 24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50만큼 증가하며, 이후 영구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0/1 1회 한정)
– 지혜를 품고 있는 현자의 우물인 미미르의 샘에게서 퍼 올린 샘물입니다. 마시는 것만으로도 머리를 맑게 해 줍니다. 단, 강제로 미미르에게서 약탈한 영향인지 지식이 담기지는 않았습니다.
거인왕에게서 획득했던 전리품들 중 확실히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까운 ‘초월’등급의 아이템.
거기에다가 설명에 추가로 포함되어있는 ‘약탈’로 인해 약화되었다는 부분.
뭐, 약해진 것치고는 누가 초월 등급 아니라고 성능은 여전히 끝내줬지만, 1회 한정 적용이었던지라 진우도 실제로 획득했던 날 즉시 섭취했던 만년 설원초와는 달리 샘물은 만약을 위해서 먹지 않고 남겨 두었다.
혹시라도 또 모르는 거 아니겠나?
설명에 적힌 ‘지식’을 담을 수 있게 될지 말이다.
어찌 되었든 간에 진우는 요툰헤임 지배자의 상징인 힘의 문양을 통해서 차원 내에 위치한 것만으로도 대량의 힘을 얻을 수 있는 입장.
[추가로 미미르는 폭력을 혐오하는 만큼 수퉁이나 흐룽그니르도 거인왕만큼 싫어한다.]“그거참 좋은 소식이네요.”
거기에 덧붙여 해당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에게 호감작까지 할 수 있기까지!
점차 기다려지는 두 거인의 수확 시간.
그리고 머지않아 흐르고 흐른 시간 속에서 거의 유사 작물처럼 먹기 좋게끔 여물기 시작했으니,
– 이제 슬슬 결판이 날 것 같다 계약자여. 속도가 둘 다 많이 처졌다.
“역시 정령이 이럴 때는 좋다니까.”
– 그걸 알면 앞으로 잘하도록!
“넵! 물론이죠!”
육체가 없는 정신체이기에 환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것이 바로 정령이다.
또 땅의 정령왕 테라웰의 경우에는 특유의 뛰어난 조각 능력으로 진우의 모습과 똑 닮은 인형을 세워 두기도 했다.
집중해서 확인해 보면 들키고도 남겠지만, 목숨을 건 주먹다짐을 하고 있는 두 거인에게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있기나 하겠는가?
“고생했으니 안식을 줘야겠지.”
농부가 된 이래.
최초로 살아 숨 쉬는 거인을 수확할 때가 도래했다.
* * *
산의 거인 수퉁과 돌의 거인 흐룽그니르.
요툰헤임에서 거인왕 다음으로 강한 공동 이인자라고는 해도 세상에 복제한 도플갱어가 아닌 이상에야 능력치나 직업 등.
모든 부분에서 똑같을 수는 없는 법.
서로 확신이 없기에 목숨을 걸고 붙지만 않았을 뿐.
제대로 된 판이 깔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순간에 요툰헤임의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더 이상 ‘이인자’라는 초월자로서 거슬리는 호칭으로 불리지 않을 기회.
허나 제아무리 무력과 육체에 강인한 거인들이라고 해도 평생을 강자로만 군림해 온 탓에 생각하지도 못한 진실이 존재했으니,
“쿨럭, 거의 다 이긴 것을, 아쉽게 되었군. 쯧.”
“흐흐흐흐, 그동안 즐거웠다. 이제 잘 가거라 흐룽그니르.”
패배를 직감하고 받아들이는 표정으로 눈을 감은 돌의 거인.
콰직-!
머지않아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요툰헤임의 주신격 초월자.
하지만 거의 다 잡은 돌의 거인에게 최후를 선사한 것은 수퉁이 아니다.
“네, 네가 어떻게 감히……! ”
엄청나게 높은 힘 능력치는 때때로 민첩과 같은 효과를 내기도 해 주는 법.
우트가르트성에 도착하자마자 높은 수치의 힘으로 땅을 박찬 진우의 주먹이 막타를 깔끔하게 스틸한 것이다.
평상시의 멀쩡한 상태였다면 감히 시도하지 못할 자칫 자살행위가 될 수도 있는 일.
그렇지만 며칠 밤낮을 쉬지 않고 동격의 존재와 목숨을 건 주먹다짐을 한 둘과 농장에서 편히 쉬면서 늘 똑같이 농사일을 한 농부인 진우.
컨디션 차이에서 오는 격차도 그렇지만 이곳이 요툰헤임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요툰헤임 힘의 문양(초월)]*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100만큼 상승합니다.
※ 요툰헤임의 지배자(패시브) : 요툰헤임의 차원에 있을 경우 힘이 추가로 500만큼 더 증가합니다.(적용 중입니다.)
요툰헤임에 있는 것만으로 상승하는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증가하는 힘 능력치.
거기에 추가로 초월자를 상대하기에 발동하는 데미 갓의 효과까지.
뻥튀기된 힘 능력치의 괴력은 돌의 거인의 생명을 끊어 버리고도 남을 정도.
그리고 그 결과 진우의 눈앞에는 그야말로 알림음의 세례가 쏟아져 내린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포인트를 5 획득하며 신용도가 2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포인트를 5 획득하며 신용도가 2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포인트를 5 획득하며 신용도가 2 상승합니다.]…….
아우둠라에게 양보하지 않고 확실하게 막타를 쳤기 때문일까?
일인자인 거인왕보다 약한 흐룽그니르를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승하는 레벨은 무려 10개나 된다.
진짜로 어디까지나 상상만 해보았던 두 자릿수의 레벨업.
그러나 막타를 차지한 만큼 진우에게 도달한 보상은 경험치만 있는 것이 아니다.
※ 반신의 힘 : 초월자를 상대로 할 때 모든 능력치가 1,310%만큼 상승합니다. 단, 초월자가 될 경우 반신의 힘, ‘데미 갓’ 칭호는 자동적으로 소멸됩니다.
“……미친.”
막타를 양보했던 아우둠라 때에는 보지 못했던 신살자의 업적.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1천의 신용도 상승과 더불어 데미 갓의 효과 강화.
또 다른 데미 갓을 조우했을 당시 고작 10% 올랐던 때에 비하면 자그마치 300%의 상승 폭은 가히 상상 이상이다.
‘여기서 수퉁까지 잡으면 또 얻는 업적이 있으려나?’
초월자.
그것도 주신격 초월자가 뉘 집 개가 아닌 만큼 당연하게 드는 생각.
하지만 그렇다 한들 방심은 금물이다.
아무리 지쳤다고 해도 기습으로 마무리 지었던 흐룽그니르와 달리 수퉁은 승리를 차지한 거인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이, 이런 주제도 모르는 미물 놈!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기나 하는 거냐! 감히! 신성한 거인들의 결투 의식을 방해하다니!”
막타를 빼앗긴 것보다도 자신들 간의 중요한 전투를 방해했다는 것에 분노의 갈을 부르짖는 수퉁.
확실히 똑똑함이나 능지 같은 것보다도 무력을 중시하는 거인들이기에 이러한 목숨을 건 전투가 더욱 특별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을 터.
진우도 자신의 행동이 떳떳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거인들의 전통을 인간이 뭐 하러 따르지?”
“뭐?”
규칙? 전통?
그건 어디까지나 동급의 대상에게나 통용되는 것이지 않은가.
이미 수퉁을 비롯한 거인들은 앞서 확실하게 말했었다.
“너희한테 인간은 개미보다 못한 미물이라며. 아니면 거인들은 개미를 상대로 할 때도 전통의 중요성을 일일이 따지기라도 하는 건가 봐?”
“…….”
늘 인간을 미물 취급하던 거인들이다.
전통도 하나의 문화라고 친다면 적어도 동격 취급은 해 줘야 따를 의지가 생기는 법 아니겠는가?
막말로 인간들도 개미를 상대로 문화 교류라든가 비즈니스를 한 적이 없으니 피장파장인 셈이라 할 수 있을 터.
“……다른 초월자들이 이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있을 것 같으냐?”
“거참. 걱정도 팔자야. 그런 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놈의 전통인지 뭔지 시간 그만 끌고 이만 죽자.”
“인가아아아아안!”
지친 데다가 분노로 생각이란 것을 잊어버린 벌거숭이 거인과 만피의 자신.
방심하지 않는 한 사실상 승부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콰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수퉁의 육신도 흐룽그니르와 마찬가지로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