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Crime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후일담 10년 후
상황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총을 든 무장 괴한들이 은행을 습격 한 것이 1시간 전의 일이었다.
계획은 완벽했다.
엡실론이 경찰 회선을 해킹해서 시간을 끄는 사이 리더인 알파, 돌격 대장인 베타와 똘마니 감마 세 명이 돈을 챙긴다.
거기까지 필요한 시간이 약 300초.
은행 밖에는 도주 담당인 델타가 벤을 세워두고 대기하고 있다.
물론 알파는 같은 차로 계속해서 도주하는 바보짓을 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일정 거리를 이동 할 때마다 타고 있는 차를 바꾼다.
그렇게 하면 추적의 실마리를 주지 않고 도망을 칠 수 있다.
분명 계획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다.
그런데 상황이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그렇지만 지금 와서 후회해 봐야 엎질러진 물이었다.
알파는 초조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뭐하는 거야! 확실하게 인질들을 지키란 말이야! 저 자식들이 우리 생명줄이라고!”
총을 들고 인질들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던 베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렇게 불만이면 네가 하던가! 뭐? 완벽한 작전? 이게? 응? 입이 뚫려 있으면 말을 해 보라고!”
알파는 단숨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번 판을 만든 것이 알파였기에 리더가 되었을 뿐이다. 베타보다 경력, 실력은 물론 연륜까지 어느 것 하나 나은 것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베타가 팀에 참가해 준 것 만으로 큰 절을 해야 될 정도였다.
그는 전직 마피아 출신으로 총기를 다루는 실력부터 두둑한 배짱까지 갖춘 베테랑이었다.
그때 어디로 사라졌는지 한동안 보이지 않던 감마가 다가와 말했다.
“형님들. 갑자기 왜 싸우고 그러십니까?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지만 이제 완전히 한배를 탄 동료 아닙니까? 똥이라도 씹은 표정 하지 마시고 이렇게 웃으면 얼마나 좋습니까.”
감마는 그런 말을 하며 너무나 해맑은 표정으로 웃었다.
그러자 결국 참지 못한 알파가 폭발했다.
“이, 이 자식이! 옥수수 털리고 싶어서 환장했나!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이 다 누구 때문인지 알고 있는 거야?!”
“그거야 뽀오쓰가 지휘를 잘 못 해서 그런 것 아입니까?”
알파는 결국 참지 못하고 흥분해서 감마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참아라, 알파. 일단 작전이 끝날 때 까지는 동료다.”
“아오 아주 그냥……! 쓰바! 저 원숭이 같은 자식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거 아니야!”
“감마를 팀원으로 넣은 것도 네가 한 일이지 않은가. 그걸 잊지 마라. 우선 여기서 빠져 나갈 일부터 생각하는 것이 맞다.”
“알았어, 알았다고. 젠장…….”
지금 이곳에 있는 멤버는 알파를 포함해 세 명 뿐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들만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했다.
알파는 이를 갈며 감마를 노려보았다.
저 자식이 알고 보니 완전 X맨이었다.
나름 실력 있는 침투원이라고 해서 팀에 껴 주었다.
확실히 자물쇠를 따는 것이나 보안을 무력화 하는 것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잘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저 사단급 고문관 자식…….”
감마가 한 시간 동안 한 실수만 해도 영화 한 편은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수로 경보를 울리게 만들고.
도망치려고 은행을 빠져 나오는데 돈 가방을 금고 안에 두고 오질 않나.
말 그대로 내부의 적 그 자체였다.
결국 은행을 털고 도주한다는 계획은 실패했다.
지금은 손님들을 인질로 잡고 도주용 헬리콥터를 요구하고 있었다.
감마가 손바닥을 비비며 말했다.
“베타 형님은 좀 쉬십쇼! 인질들은 제가 관리 하겠슴다!”
“쓰읍! 진짜 이번 일만 마치면 저 고문관 녀석 소개해 준 중계업자 옥수수를 다 털어버린다!”
잔뜩 흥분한 알파에게 베타가 손짓을 했다.
그리고 구석으로 가서 인질들에게 들리지 않게 주의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론 X맨인 감마에겐 인질들이나 잘 감시하고 있으라고 말 해 두었다.
“우선 진정하고 들어봐라.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여기서 빠져 나가려면 조금 더 강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우선 경찰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인질을 한 명씩…….”
은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알파와 베타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이제 슬슬 인질을 처치 할 생각이야? 그럼 놀고 있을 시간 없겠네.”
고개를 돌려 확인하자 여전히 재수 없는 표정으로 웃고 있는 감마가 서 있었다.
“야, 인질들을 잘 보고 있으……, 으, 으악!”
지금까지는 무슨 일을 시켜도 나무늘보 같았던 감마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감마는 알파의 다리를 걸어 바닥에 쓰러트린 후 베타의 뒤로 돌아갔다.
그리도 몸을 회전시키며 상대의 팔을 낚아 챈 후 단숨에 비틀었다.
“뭐, 뭐야! 이 자식이!”
베타가 비명을 질렀다.
어느새 그의 팔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알파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설마, 설마 저 원숭이 자식……!
감마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형님들, 이번 달 실적 감사합니다. 강동 경찰서 서태혁 형사입니다. 김동수 씨와 배성준 씨 당신들을 특수 절도 및 불법 총기 밀매 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 당신들은 묵비권을 행사 할 수 있으며…….”
“으아아아악! 개자식! 감히 우리를 속였겠다! 이 사기꾼 새끼가! 내가 누구인줄 알고!”
흥분한 은행강도 김동수를 향해 서태혁 형사는 빙긋 웃어 주었다.
“응? 당신들이 누구인지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오히려 그쪽이 이제부터 어디에 갈지 궁금해 해야 하지 않나? 앞으로 적어도 3년은 나오지 못할 테니까.”
“으, 으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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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사님! 보안망을 해킹하고 있던 코드네임 델타와 차량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엡실론을 체포 했습니다. 형사님 말대로 정말 그곳에 있더군요.”
“그래요? 수고 많으셨어요.”
“그런데 부임하신지 얼마 되지도 않으셨는데. 벌써 이렇게 굵직한 사건들을 몇 개나 해결 하시고……. 도대체 비결이 무엇입니까?”
“음, 불타는 정의감?”
서태혁의 농담에 순경이 빙긋 웃었다.
태혁은 뻐근해진 목을 풀며 벗어 두었던 코트를 입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것으로 대충 블랙리스트들은 어느정도 정리가 끝난 것 같은데.”
신입 형사로 부임한 이후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범죄자들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알고 있었으니까.
서태혁 형사에게는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그는 앞으로 4년 후까지의 미래를 알고 있었다.
대부분이 범죄자에 대한 것들이었고 지금은 나비효과인지 제법 달라진 부분도 많았다.
그렇지만 그것만 해도 형사에게는 황금 같은 기억이었다.
문득 형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10년 전의 일을 생각했다.
‘범죄 스킬…….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꿈만 같은 1년이었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얻었던 최후의 범죄 스킬을 떠올려 보았다.
‘분명 대리 출석 스킬이었지?’
처음 얻었을 때는 뭐 이런 쓸모없는 스킬이 다 있나 싶었다.
10년 전, 태혁은 광대가 만든 코어 드라이브를 정지시키기 위해 월상 연구소 안에 혼자 남게 되었다.
그리고 별로 멋있지도 않은 대사를 말하며 분위기를 잡고 있던 도중 문득 새롭게 배운 범죄 스킬에 대해 떠올렸다.
그러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것은 시전 자를 대신 해 무언가를 해 줄 ‘매개체’를 생성하는 스킬이었다.
‘매개체로 사용하기 위해선 동등한 가치를 지닌 물건이어야 했지. 그리고 나는…….’
조마경과 자신이 가진 범죄 스킬을 제물로 바쳤다.
그것으로 코어 드라이브를 파괴 해 줄 분신을 만들었다.
나타난 것은 마치 귀신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알이 있어야 할 공간이 뻥 뚫려 있었으며 입은 귀까지 찢어져 시뻘건 무언가가 뚝뚝 떨어졌다.
그것이 태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 세상에 인간의 악의가 남아 있는 한 또다시 누군가가 범죄의 신이 되어 줄 것이다.
아, 그러셔?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자신의 집 침대 위였다.
오랜만에 풋풋한 고등학생 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는 서태혁의 귀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은행 앞에 있는 건물 경비원으로 보이는 사람 두 명이 떠들고 있었다.
“아, 사장님 오신다고 했는데 누가 입구를 막고 차를 대 놓은 거야!! 겁나 비싸 보여서 어떻게 뺄 수도 없고 환장하겠네!”
“와! 선배! 이 차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예요!”
“알고 있는 차야?”
“당연하죠! 남자의 로망인 람보르기니 중에서도 제일 비싼 모델이란 말이에요!”
“……어, 얼마나 하냐?”
“이거 완전 풀 옵션이에요. 이 정도면 거의 7~8억 정도는 할 걸요?”
“와……, 무슨 집 한 채를 타고 다니는 수준이네. 내가 저거 사려면 환생을 한 3번은 해야 겠다. 도대체 이런 차는 누가 타고 다닐까?”
“아무래도 재벌 3세나 유명 연예인 같은 사람 아니겠어요? 하여간 저희 같은 사람들이랑은 인연이 없는…….”
태혁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경비원들을 향해 다가갔다.
“아, 그거 제 찹니다. 여기 앞 은행에서 업무를 좀 보느라 잠시 주차를 해 놨는데…… 바로 빼겠습니다.”
경비원들은 태혁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순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수군대기 시작했다.
괜히 이상한 오해를 산 것 같아 헛기침을 몇 번 한 후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내밀었다.
“강동 경찰서 강력 2팀 서태혁 형사입니다.”
그러자 선배 경비원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혀, 형사님이셨군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이상한 오해를…….”
“아하하, 괜찮습니다. 하여간 수고 하십시오.”
태혁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정말 본인 차인가 봐.”
“세상에. 선배 저 사실 처음에는 형사님이 아니라 동네 건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런 비싼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일 줄이야…….”
“임마! 내가 평소에 그렇게 외모로 사람 평가하지 말라고 했잖아.”
“며, 명심하겠습니다.”
자동차를 다른 곳에 대고 있으려니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 왔다.
-어, 태혁아! 사건은 어떻게 됐냐.
“아? 강석이 형. 당연히 민간인 사상 제로. 범인은 전원 체포.”
-오우! 짜식. 네가 너무 일을 열심히 하니까 형 매일 야근해야 되잖아. 무슨 경찰서가 다 퇴근하는데 서장 혼자 남아서 야근을 해야 되냐. 완전 선진 경찰서 아니냐?
태혁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어느새 배불뚝이 아저씨가 된 조강석은 알고 있던 미래보다 훨씬 높은 자리에 올라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을 빼면 그대로였다.
-아참, 너도 오늘 애인이랑 데이트라면서? 다음에 한번 얼굴이나 보자. 누구인지 엄청 궁금하다. 도대체 얼마나 예쁜 분이기에 이렇게 꼭 꼭 숨겨 두고 그래.
“음……. 사실은 형도 아는 사람이에요.”
-그, 그러냐? 그러니까 더 궁금하잖아! 자꾸 그러면 수사관들 푼다!
“우와……. 이거 공권 남용인거 알아요?”
-그러니까 순순히 불으시지! 쳇. 하여간 바로 퇴근해도 되니까 내일까지 보고서만 확실하게 제출해라.
“알겠습니다. 조강석 서장님.”
-……니가 그러니까 무지 닭살 돋는다.
태혁은 강석에게 걸려온 전화를 끊으며 빙긋 웃었다.
아직 잡아야 할 블랙리스트는 제법 남아 있었다.
그 이후에도 처리해야 할 사건은 잔뜩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없었다.
자신에게는 수많은 범죄자들과 얽히며 범죄의 신으로서 살았던 경험이 있었다.
모든 것은 언젠가 다시 나타날 새로운 범죄의 신과의 싸움을 위해…….
그저 작은 문제가 하나 있다면――.
태혁의 어깨를 정장을 입은 미모의 여자가 치고 지나갔다.
“앗, 죄송해요.”
“아닙니다. 제가 전화를 하느라 앞을 제대로 못 본 탓이죠.”
태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그의 머릿속에 스치듯 떠올랐다.
‘잠깐만, 설마…….’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 들어 있지 않은지 확인을 해 보았다.
묘하게 부드러운 천 조각이 만져졌다. 그것은 아마도.
‘……젠장 또 훔쳐 버렸잖아! 이러다 형사가 현행범으로 체포 되겠다!’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는 태혁의 옆을 여자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지나갔다.
다행히 소중한 무언가를 도둑맞았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 아주 가끔.
몸이 닿은 사람의 물건을 훔쳐 버릴 때가 있다는 것 정도?
후일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