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65
266화 신들의 상점 사용법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는 맛난 풀들.
토마토나 사과처럼 과즙이 풍부한 과실부터 감자나 고구마같이 씹는 맛이 있는 작물들까지 한가득한 농장.
하물며 입가심으로 씹는 잡초마저도 천하일품의 맛을 자랑할 정도다.
[메에엥- 이게 천국이지.]아스가르드도 신의 힘에 의해 나름 싱그러운 초목과 초원이 가득한 곳이긴 했지만, 질적인 부분에서의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는 법.
특히나 아예 몰랐다면 모를까.
한 번 맛본 이상 포기할 수 없지 않겠나?
우물- 우물-
또한 초월자라곤 해도 헤이드룬의 근본은 염소다.
일단 입에 무언가가 들어오면 자신도 모르게 되새김질하는 것이 본능.
그 과정에서 연신 느껴지는 맛의 풍미에, 알게 모르게 미식가의 길에 들어선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만 하더라도 당장 이 오염된 땅에 가까운 지구를 벗어나 깨끗한 아스가르드로 돌아가고 싶었던 마음이었지만, 이미 희석을 넘어 완전히 사라져 버린지 오래였다.
[메에엥, 상점을 지키는 일이야 차원이 어디가 되었든 할 수 있는 일이니까.]자신에게 주어진 업만 할 수 있다면 문제없다 이 말씀!
뭐, 가끔씩 자신의 털을 깎거나 젖을 짜는 경우가 있긴 했어도 그 정도는 충분히 참아 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천연 뷔페를 무한하게 공짜로 이용하도록 해 주지 않는가?
[다른 녀석들에 비하면 대접도 나쁘지 않고.]……특히나 때마다 녹용이 잘려 나가는 사슴들과 비교하면야 자신의 대우는 꽤나 나쁘지 않을 터.
무엇보다도 젖을 짜는 일은 아스가르드에서도 심심치 않게 있었던 일이니 오히려 익숙한 입장이었다.
그렇게 헤이드룬이 진우의 농장에 정착한 후로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영생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초월자에겐 크게 느껴지지 않을 시간.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진우라는 인간의 성장세는 가히 파죽지세를 넘어설 정도였다.
[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야?]아스가르드 신들의 경쟁자라 볼 수 있는 거인들의 땅, 요툰헤임의 지배자가 되어서 돌아온 인간.
물론 거인왕이 침략해 왔다가 역으로 당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던 바다.
단, 그건 어디까지나 아우둠라가 함께였기에 수월하게 막았던 것일 터.
그러나 그때는 보지 못했던 흔적이 이제 와서 보이기 시작했으니,
[신살자라니…….]“사정상 그렇게 됐습니다.”
[무슨 농사 짓는 것마냥 간단히 말하지 마라 메에엥!]신살자.
말 그대로 신을 죽이는 자라는 거다.
신을 삼키는 늑대란 이명으로 수많은 핍박을 받아 왔던 펜리르와 맞먹는 이명.
이제 전투 쪽으론 문외한에 가까운 자신은 물론이요, 어지간한 초월자들은 가볍게 상대할 무력을 갖추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헌데.
[그, 그러니까 신들의 상점을 이용하고 싶다고?]“네.”
이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신들의 상점도 이용하고 싶다고 한다.
안 그래도 이레귤러 수준인 인간이 신들의 무구까지 넘보게 된다면 그야말로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다는 격일 터!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아스가르드의 초월자 식구 중 하나에 속하는 헤이드룬이다.
신살자의 표적으로 아스가르드의 초월자가 걸리게 될지 또 누가 알겠는가?
[이, 이것 참 안 됐군. 나도 열어 주고 싶지만 오늘은 상점을 정리하는 중이라서 이용하기 힘들다.]“신들의 상점도 쉬는 날이 있습니까?”
[물건 정리도 해야 되고, 입고받아야 하는 것도 있으니까.]“그럼 언제쯤 이용 가능할까요?”
[메에에엥, 두, 두 달 정도…….]“그렇게나요?”
[이곳과 신들의 세계의 시간축이 다르다는 것쯤은 이제 알고 있잖아. 원래 귀한 물건일수록 돈이 있어도 사기 힘든 거라고.]그나마 헤이드룬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시간을 끄는 것 정도일 뿐.
물론 헤이드룬의 입장으로서도 산해진미가 가득한 이 농장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운영되었으면 했기에, 진우가 죽지 않고 오래 살았으면 하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그간 인간의 행보로 보았을 때 대지모신이 선택한 인간은 티르나 거인들처럼 전투광이 아니다.
먼저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밭을 일구고 수확하는 농삿일을 좋아하는 농부이지 않은가?
허나 헤이드룬이 생각하지 못한 것이라면 표정 관리를 전혀 하지 못했다는 거다.
다른 이들과의 접점도 크게 없다 보니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
그리고 그 정도 거짓말쯤은 따로 능력이 없더라도 병영 생활과 사회생활을 해 본 진우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없다.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염소가 구라치는 걸 보는 날도 있고 말이지.’
물론 그동안 보여 준 헤이드룬의 행보론, 굳이 진우에게 손해를 입히려 이러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더 이상 싸우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럴 거다.
능력치만 놓고 봐도, 초월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낮은 수치의 헤이드룬이 그것을 증명할 터.
하지만 영생을 살아갈 수 있는 초월자와 달리 필멸자는 살아갈 수 있는 일자가 그리 넉넉하지 않다.
덧붙여 그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공격받지 않는 것도 아니다.
힘이 없으면 몬스터는 물론이요, 같은 동족에게도 약탈당하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드루이드인 진우가 열중하고 있는 농업.
농부라는 직업은 태생부터가 전투와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과즙과 영양이 가득 담겨 있는 작물을 기른다는 것만으로도 약탈의 위협은 상시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병충해 역시 시시때때로 심심하면 찾아온다.
매 순간순간이 전쟁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바로 농부의 삶이다.
거기에 초월자가 하나 낀다고 한들 예전이라면 모를까.
대지모신의 도움을 받는 데다가 요툰헤임이라는 차원까지 먹은 진우에게는 오히려 좋은 입장.
게다가 죽여 봤자 얻는 거라곤 전혀 쓸모없는 해충들과는 달리, 초월자들은 푸짐한 전리품까지 덤으로 얹어 주지 않던가?
‘그러니까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 둬야지.’
먼저 선빵을 갈기진 않을지라도 정당방위로 모든 걸 벗겨 먹겠다는 의지.
이것을 확실하게 실천하기 위해서라도 철두철미한 준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 아니겠는가?
“그래도 어떻게, 구경만이라도 안 될까요?”
[아무리 그래도 규칙은 어길 수 없다.]“이걸 드려도요?”
[……메에엥? 그 달달한 냄새가 나는 건 뭐냐. 인근에서는 본 적이 없는데?]“그야 당연하죠. 이건 따로 신경 써서 기르는 우량종자니까.”
헤이드룬 외에도 뮤린 등 농장에서 자유롭게 방목한 가축들이 적지 않은 진우다.
팜오리들이야 알아서 잘하겠지만 다른 가축들은 제 배만 채우면 그만인 경우가 대부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도 아니고 귀한 작물이 있는 곳에 방목해 두었을 리가 있겠는가?
당연히 값비싼 것들은 따로 믿음직스러운 팜오리들에게만 맡겨 둔 상태였다.
그리고 오직 그곳에서만 수확 가능한, 신화 등급부터 시작하는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작물과 약초들.
“방해 안 하고 구경만 할게요. 네?”
[……끄응, 그렇다면 문제 일으키는 일은 없도록 해야 된다.]제아무리 초월자라고 해도 염소는 염소.
이성을 찍어누른 본능.
진우가 건네준 작물을 입에 머금은 채 행복한 표정으로 되새김질하는 헤이드룬이었다.
* * *
[이거이거, 손볼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메에엥.]신들의 상점에 들어서자마자 푸념을 내뱉듯이 울어 보이는 헤이드룬.
그래도 ‘입고’라든가 물건 정리 등.
헤이드룬이 말했던 것이 전부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다.
“확실히 물건이 더 늘어나긴 했네.”
맨 처음 헤이드룬과 만났을 당시에 있었던 신들의 상점 물품들보다 더욱 늘어난 양.
당연한 말이지만, 개중에는 판매된 것도 존재한다.
물품을 거래하는 상점이라는 걸 감안하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단지 일반적인 드루이드 상점과 비교했을 때, 가격 차이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판매되는 양 역시 상상 이상으로 텀이 길다는 정도랄까?
“쩝. 메긴기요르드는 역시 바로 팔려 나갔나 보네.”
뭐, 그렇다곤 해도 추후 신용도에 여유가 생기면 구매하려 했던 물품이 매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아쉬울 수밖에 없긴 했다.
조건을 불문하고 힘 능력치를 2배로 뻥튀기시켜 주는 사기적인 옵션을 달고 있던 무구.
그때는 신용도가 워낙 부족해서 포기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내심 아쉬운 감정을 숨길 수 없을 터.
물론 그렇다 해도 후회는 잠깐일 뿐이었다.
“호오, 이것들도 제법 괜찮은데?”
꿩 대신 닭,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으면 그만일 뿐.
※ 상품명 : 생명과 파괴(초월) – 구매 비용 950신용도
* 사용 조건 : 힘 1,200 이상, 그러나 예외적인 사항도 존재합니다.
*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능력치가 20만큼 상승합니다.
* 뼈에서 살을!(패시브) : 공격받은 대상의 뼈와 살을 분리시킵니다. 굉장히 아플 것 같습니다.
※ 상품명 : 탐욕의 항아리(측정 불가) – 구매 비용 300신용도
* 사용 조건 : 없음
※ 탐욕(패시브) : 능력치의 일부를 영구히 바치는 것으로 특별한 버프를 부여받습니다. (쿨타임 15일)
괜히 신들의 상점 아니랄까 봐, 새로 입고된 것들도 하나같이 괴랄한 것들뿐이다.
메긴기요르드와 비교해도 꿀리는 것이 없거니와, 사용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효과의 아이템들.
헌데 이러한 것들을 알아보기 위해서라면 기본으로 백 단위의 신용도를 사용해야만 한다.
“효율로만 따지고 보면 최악이긴 하네.”
가성비만 놓고 보면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
3천 2백에 달하는 신용도를 가진, 넘치는 재력의 진우라고 해도 충분히 부담될 수밖에 없는 금액이었다.
그러나 진우가 누구던가?
애당초 비싸다고 해서 돌아설 거라면 신들의 상점에 굳이 들어오지도 않았을 일.
게다가 기존의 상점들을 이용하면서 진우가 알게 된 것 중에는, 상점의 기능은 오로지 ‘구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예컨대.
“저기요 헤이드룬 님.”
[메에엥, 안 그래도 바쁜데 무슨 볼일인 거냐?]“별건 아니고 여기 상점에서는 매입도 하시죠?”
상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물건을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
뭐, 그러한 진우의 말에 그래도 나름 상점을 운영하는 염소라고.
부정적인 태도로 나오는 헤이드룬이었으나 그러한 태도도 오래 갈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이건 설마! 미미르의 샘물? 그것도 이 정도의 순도라니! 약탈로 얻은 게 아니잖아?]“요툰헤임의 지배자가 되었는데 이 정도야 당연한 거죠.”
[대체 이걸 어떻게? 미미르가 가만히 넘겨줄 거인이 아닐 텐데?]“지금 그런 게 중요한가요? 이것도 입고되는지 안 되는지가 중요하죠.”
귀하디귀한 미미르의 샘물.
특히나 약탈을 통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허락받고 직접 퍼올린 덕분에 조금도 오염되지 않은, 맑은 지식을 품은 샘물이다.
순도로만 놓고 봐도 여태까지 유통된 것 중 최상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
이 정도라면 능히 신들의 상점이란 자리에 들어서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터.
[괜찮겠느냐, 인간. 지금 이걸 여기에 등록하는 것만으로도 네 입지가 위험해질 수가 있어. 안 그래도 요툰헤임을 꿀꺽한 인간이란 것 때문에 가만히 두고 볼 초월자들이 얼마나 될지는 생각하고 있겠지?]“괜찮습니다.”
물론 굳이 신들의 상점이 아니라 지구의 갑부들이나 황금 상단의 체르 등.
단순히 돈과 신용도만 놓고 본다면 전자 쪽이 더욱 좋을 수도 있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우가 굳이 신들의 상점에 입고하는 이유? 그야 뻔하지 않겠는가.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순도 높은 미미르의 샘물을 공급할 수 있는 인간.
초월자들의 관심을 사기에 이것만 한 것이 또 있을까?
허나.
“제가 바라는 게 그거니까요.”
어차피 이미 엎어진 물.
그렇다면 추후 곯아서 문제가 터지는 것보다야 지금 스스로 터트리는 것이 최적의 타이밍일 터.
무엇보다 초월자들이 차원 제일의 흑우라는 것을 안 이상, 털어먹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털어먹기로 마음먹은 진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