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47
47화 그러니까 아는 사이라고 말했잖아
대놓고 불청객 취급하는 표정.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나름 차려입는다고 입었다지만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청년인 진우다.
명품 양복은커녕, 시계 같은 그럴듯한 사치품 하나 걸치고 있지 않은 입장.
사람을 판단할 때 겉모습만 보면 안 된다고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
그것도 전성이라는 대기업 그룹의 본사를 책임지고 지켜야 할 입장에서 아무나 들일 수는 없다.
진우 또한 사회생활을 해 봤기에 이러한 사정을 이해 못 할 정도로 성격이 모나진 않았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선이라는 게 있기 마련인 법이다.
“이건 뭐죠? 제가 무슨 피해라도 준 건 아니잖아요?”
고성방가라던가 폭력 등의 피해를 끼친 것이 전혀 없음에도 진우를 찾아온 것은 정수아가 아닌 경호업체의 가드들이었다.
대기업의 경호원들답게 하나같이 실력 있는 고등급의 각성자들.
예전이었더라면 기세만으로도 주눅이 들었겠지만, 피터 자이스와 땅의 상급 정령인 노아단을 비롯, 세계수의 숲에서 거인인 브락시온을 만나고, 거대 다람쥐를 탈 것으로 이용해 본 입장에서 주눅이 들 이유가 있겠는가?
“저기요. 확인해 보시면 된다니까요. 김진우라는 사람이 왔다고 전화 넣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이봐. 부회장님이 얼마나 바쁜지 알아? 너 같은 놈의 시간 가치랑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분이시다, 애송아.”
“가뜩이나 최근 암살 때문에 그쪽같이 수상한 놈들은 더 못 들여보내 주지.”
허 참.
아니, 그 암살을 막아 준 게 나거든? 딱히 의도하고 막았던 암살은 아니지만.
그리고 나랑 나이대도 비슷해 보이는데 애송이는 무슨.
어찌 되었든 안내 데스크 쪽에서 저렇게 나오니 다른 방법을 쓰면 그만이다.
‘내가 전화 넣으면 그만이니까.’
정수아는 물론이요, 정국진 회장님의 직통 번호까지 있는 마당에 굳이 안내 데스크 직원의 도움만 기다릴 필요는 없을 터.
다만, 문제는 그러한 진우의 행동이 가드들에게는 좋지 않게 보인 모양이다.
“이 새끼가!”
“너 품속에 있는 그거 뭐야?”
암살 사태로 매뉴얼이 강화라도 된 것인지 진우가 핸드폰을 꺼내려는 행동을 오해한 뒤 힘을 동원하기 시작한 가드들.
그러나,
“응?”
“어, 어어? 무슨 놈의 힘이…….”
농사로 다져진 힘과 체력.
그 밖에도 추가적으로 섭취한 영약과 녹용들로 동레벨의 각성자들과 비교했을 때 ‘사기’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의 능력치를 보유한 진우다.
대기업의 가드들이 꽤나 한가락 하는 각성자들이라고는 해도 잔나비 두령 시드.
아니, 그 밑의 하급 전사들보다도 나약한 각성자일 터. 힘으로 밀릴 진우가 아니었으며, 이제는 그저 체력만 높은 고기 방패도 아니다.
– 인간! 내 드릴을 쓰는 거다.
– 꺄르륵, 꺄륵! 요즘 머머리가 대세라던데?
– 그래? 그럼 활활 태워 버릴까?
– 뒤처리는 나한테 맡겨. 화재 걱정 없도록 불만 꺼 줄게!
사실 말은 안 했지만 아까부터 진우의 곁에서 재잘재잘 시끄럽게 떠들면서 실로 잔인한 말을 내뱉고 있는 사대 속성의 정령들.
새삼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 보니 허수진을 차에 두고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무를 뽑아 버리듯.
어깨째로 팔을 뽑아 버리던 행동.
그때는 암살자이고, 게이트 내부라서 그렇지.
본사에서 가드들을 상대로 그런 일이 터지면 정수아가 와도 말리기 힘들어질 테니까.
“핸드폰 꺼내는 건데 무슨 문제라도?”
“이, 이 새끼가!”
존대에는 존대로, 반말에는 반말로 대답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
게다가 듣보잡 시골 청년에게 힘으로 쩔쩔매고 있다는 사실이 어지간히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나 보다.
밀고 당기기의 힘 싸움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자 그들은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제압하려고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최악의 판단이었다.
어째서냐고? 그야…….
– 바위처럼, 단단하게!
진우의 몸통을 향해 휘둘러진 가드의 주먹, 그리고 그 모습에 즉각적으로 노에르와 수십의 노움들이 바위 갑옷을 만들어 냈다.
자, 그러면 여기서 문제.
사람이 단단한 바위를 향해 힘을 실어서 후려치면 어떻게 될까요?
“끄아아아아악!”
정답은 간단하다.
존나 아프다.
그것도 조온나게 아플 거다.
“꺄아아악!”
“너, 너 이 새끼! 아주 미쳤구나?”
“나 참 어이가 없네.”
먼저 폭력을 동원한 건 자기들이면서 가만히 맞은 사람보고 난리블루스를 추고 자빠졌다.
“뭐야, 저거?”
“무슨 일 있는 거 같은데?”
“큰일 난 거 아니야?”
가뜩이나 많은 사람이 오가는 로비.
그러한 입구에서 주먹을 쥐고 데굴데굴 구르는 가드 덕분에 한층 더 소란스러워진 상황.
남은 가드 한 녀석은 제 혼자선 안될 거라고 생각한 것인지 지원군을 불렀고, 안내 직원은 전화를 호출한다.
그렇게 바쁘게 이루어진 통화.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진우에게 전화위복이 되어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소란 속에 찾아온 정수아.
“부회장님!”
“지금 여기는 위험합니다! 오지 마세요!”
그 모습에 한 번 더 난리블루스 스택을 쌓는 가드였지만, 그들의 철저한 경호 행위는 어처구니없게도 배반당했으니,
“위험하기는요! 제 손님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예요?!”
“……예?”
정수아의 말에 바위 친 손을 쥐고 구르던 것도 멈춘 채 멍해진 가드의 모습.
아니, 그러니까 그쪽 부회장과는 이미 아는 사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죄송해요, 진우 씨. 몸은 괜찮으세요?”
“아뇨, 뭐. 별로 아프지도 않았는데요. 좀 무시당한 게 그렇긴 하지만요.”
“무시…… 라니요?”
“아무래도 촌놈이잖아요? 수아 씨랑 알고 있다는데 믿지를 않더라고요.”
“…….”
미안하지만 내가 대인배는 아니라서 말이지.
무시한 것에 대해서는 소소하게나마 복수해 줘야 응당 계산이 맞지 않겠는가?
“…….”
전성그룹.
대기업인 만큼 연봉과 서비스가 탄탄한 대신 상벌도 확실하다던데.
앞으로 회장될 몸인 인물에게 찍혀서인지 싸늘하게 죽어 버린 가드의 표정.
뭐, 스스로 판 무덤이니 내 알 바는 아니었다.
* *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을.
꽤나 오랜만에 보는 정수아의 모습이다.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 없이 그대로였던 정석우와는 달리 정수아는 마지막으로 보았던 때와 상당히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어른스러워졌다고 해야 하려나?
듣자 하니 이제는 헌터 일보다도 전성을 물려받을 후계자로서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직원이나 가드들이 ‘부회장’으로 호칭하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한 모양.
사실상 회장인 정국진을 제외하면 이 기업의 2인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죄송해요. 정말이지 뭐라고 해야 할지…….”
“괜찮습니다. 수아 씨가 잘못한 일도 아닌데요, 뭘.”
“아뇨, 직원 관리 부분도 제가 해야 할 일 중 하나인걸요. 아버지. 아니, 회장님께서도 분명히 그렇게 말씀하셨을 거예요.”
그러한 인물이 지금 로비에서 엘리베이터, 그리고 방으로 향하는 곳까지.
가는 길 내내 진우를 향해 사과하기 바빴다.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이 아닌 부하 직원이 저지른 결례.
남이 한 행동으로 불거진 일이다.
사실 어쩌라고? 식으로 나와도 할 말은 없다.
실제로 정수아가 잘못한 일은 없으니까.
허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아니면 정수아라는 사람이 그런 걸까?
전성을 이끄는 오너가 될 입장이기에 정수아는 부하 직원의 실수도 자신의 오점처럼 진심으로 사과를 건넸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편하신 대로 해 주세요.”
“네! 피해 받으신 부분은 반드시 보상하도록 할게요.”
비즈니스 관계라고는 해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돈이 오가는 것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쪽이 더 편하다면야.
진우로서도 챙겨 받는 것이 있으니 나쁠 것은 없지 않겠는가?
무엇보다도 진우가 전성의 본사로 찾아오게 된 이유.
거기에는 다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서울이랑 지방 쪽에 위치한 경매장이나 개인 사업자나 헌터들에게 구할 수 있는 대로 구해 봤어요. 필요하신 걸로 골라서 그냥 가져가셔서 사용하셔도 괜찮아요.”
“아니요, 그럴 수는 없죠. 비용은 다 지불하겠습니다.”
“정말 괜찮은데…….”
“대신에 전부 구매는 힘들 것 같은데 이거 어쩌죠?”
“아, 그건 괜찮아요. 애초에 전부 다 진우 씨 혼자 사용하기에는 힘든 물량이라고는 생각했어요. 남는 건 저희 쪽에서 사용하면 될 일이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갑질에도 정도가 있지.
진우였더라면 하루가 뭘까?
족히 며칠은 꼬라박아야 어찌 저찌 구할 수 있는 질 좋은 물량들.
이런 것들을 다 알아서 찾아봐 주는 것만으로도 계약 관계로서는 만족스러운 일.
또, 비용 지불은 갑과 을의 관계라고 한들 상도덕인만큼 지키는 게 예의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헤헤, 제가 한 건 별로 없어요. 다 직원분들이 고생하신 거죠.”
겸손을 떠는 정수아.
그러나 이 정도의 일처리는 그저 직원들이 출중하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인원을 배치하고 지시하는 일.
그런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나 다름없을 터.
“괜찮다면 이따 밤에 있을 사울 경매장의 VIP에서도 사람을 보내볼까요?”
“아뇨, 이 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VIP까지로 넘어가면 기본 비용이 수십, 수백억대로 넘어가게 된다.
물론 밭에서 천억의 가치를 지닌 약초, 핑크 인시리움을 수확하는 농부라지만 아이템의 사용 조건을 맞추기 위한 이유 정도로 그 정도 돈을 쓰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
예컨대, 낭비라는 거다.
돈에 여유가 있다고 해서 드루이드 상점에 나오는 품목들보다 질적으로 떨어지는 것들을 구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래서 역시 대기업이 좋긴 좋다.
진우로서도 이것저것 골라서 가져가기 딱 좋게 배정된 물품들.
‘도핑용은 먹는 순서도 생각하면서 해야겠네.’
지속 시간이 무려 6시간으로 긴 대신 효과는 체력+1에 불과한 젠야리의 풀.
F등급 게이트의 내부를 돌다 보면 운 좋게 볼 수 있는 식생 중의 하나지만, 유용하고 가성비가 좋기에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물품이다.
이것저것 확인하면서 계산해 보건대 순간적으로 상승시키는 체력만으로도 가죽 갑옷은 충분히 착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어…….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 아앗! 그, 그건 아니에요.”
아까 전부터 느껴지는 시선.
힐끗 고개를 돌리자 정수아가 진짜로 뚫어 버릴 기세로 쳐다보고 있다.
사과나 거래 관련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으니 이쪽 관련은 아닐 터.
그렇다면 해답은 하나뿐이다.
“제가 이상한 건지 모르겠는데요. 혹시 진우 씨 주변에 있는 정령들이요. 설마 다 진우 씨랑 계약한 건가요?”
“아, 비슷할 겁니다.”
뭐, 정식적으로 계약을 맺은 관계는 아니라지만 힘은 빌려서 쓸 수 있으니 정령들과 전혀 남남이라고 볼 수는 없다.
허나 문제는 다른 쪽에 있었으니,
“세상에…….”
정령.
그것도 1, 2개체 수준의 숫자가 아닌.
수십 개체.
거기에다가 무려 4대 속성과 계약을 맺은 정령사.
이것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몇 없는 정령사라는 이들에게도 특이 케이스를 넘어 아예 전례가 없는, 최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