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54
54화 던전 속 약초와 축산업의 시작
자연을 벗 삼아 서로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는 농부라면 그저 한 번의 큰 수확으로 거둔 이익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인간인 이상 욕심이 없을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자고로 과유불급인 법.
일전에 진우는 식생의 군락지가 자생은 유지 할 수 있게끔 보존해 두고 왔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첫 번째 이유로는 이곳 게이트 내부를 마음껏 오고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과,
“……이게 여기서도 적용된다고?”
두 번째로는 식생들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손이 닿은 화염초나 잎사귀 등에 진우의 특성인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가 고스란히 적용되었다는 것.
그로 인해 군락지는 왕성한 성장력을 뽐내며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아니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넋이 나간 상태로 자연의 놀라운 광경을 지켜보는 것도 잠시.
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진짜 농부라면, 그리고 욕심 많은 인간이라면 지금의 군락지의 성장 속도만으로 만족할 수야 있겠는가?
물론 폭발 화염초나 호롱 잎사귀는 제대로 된 지식 없이 재배한답시고 손을 대면 패가망신하기 딱 좋은 약초들이다.
허나 진우가 누구던가?
지구에 없던 핑크 인시리움도 100%의 발아율로 수확하는 것에 성공해 낸 자가 아니던가?
뭐, 그도 양심은 있는지라 혼자 했다고는 말 못 하겠다.
애초에 천묵이의 허락이 없었더라면 씨앗은 토양을 오히려 썩혔을 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와줘요, 펠기르브!”
[영험한 약초와 영물들을 재배하는 법(약초학 드루이드 펠기르브)]※ 해당 글은 요정 여왕 티타니아로부터 공식 인증된 베스트 공략입니다.
3,550만 원을 들인 값어치를 훌륭하게 해 주고 있는 약초학 드루이드계의 설명충, 펠기르브.
요정 여왕님에게 공식적으로 인증받은 공략답게 아주 제대로 본전을 뽑을 수 있다.
핑크 인시리움, 만드라고라에 관련된 정보는 물론이요, 폭발 화염초와 호롱 잎사귀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 대부분의 이들은 폭발 화염초가 조금만 자극을 받으면 터지는 식물이라고들 생각하는데 그건 큰 착각이다. 그저 다른 식물에 비해서 무척 예민할 뿐, 핵심이 되는 씨방 부분만 조심히 다루면 폭발하는 일은……(중략) 잘만 보듬어서 키워 낸다면 폭발 화염초로부터 귀중한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호롱 잎사귀는 훌륭한 벌레들의 터전이 되어 줄 것이다.
“이건 의외인데?”
그때는 대충 넘겨 봐서 단순히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자세히 파고들어 가 보니 약초학도 신기하기 그지없다.
만드라고라 때만 해도 그렇지 않던가?
인간은 만드라고라를 뽑아서 먹는 단순무식한 방법만 떠올렸던 것에 반하여 펠기르브는 약초에게 일방적인 착취가 아닌, 공생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았다.
만드라고라에게서 정기를 수확하는 것처럼, 폭발 화염초에게서는 열매를 얻을 수 있고, 호롱 잎사귀는 벌레들을 키우는 좋은 터전이 되어 준다고 한다.
“펠기르브. 아니, 드루이드가 그런 거겠지.”
드루이드.
농부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직업이지만 이제는 다르다.
세계수가 존재하는 숲을 거닐고, 실제 세계수를 오고 가면서 느껴 본바.
드루이드는 공통적으로 자연을 벗 삼아 함께 살아가는 직업이다.
그중에서 체르는 상인, 브락시온은 조류를 기르는 축산업 종사자 같은 느낌으로 조금씩 다른 점이 있다는 정도?
진우의 경우는 거기에 농사에 전념한다는 걸 덧붙인 편이고 말이다.
“그나저나 벌레라…….”
폭발 화염초에게서 얻을 수 있는 열매 같은 종류야 납품에 있어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약초에서 자란 열매야 사과라던가, 인삼의 열매같이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인 만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터.
그러나 벌레의 경우에는 얘기가 다르다.
밀웜 먹방에 환장하고 헤드뱅잉 쇼를 보여 주는 팜오리들이면 모를까.
몇몇 해외 국가 외에는 ‘괴식’으로 평가받는 품종.
물론 미래 먹거리의 대표 주자로도 손꼽히는 것이 벌레라는 것도 뉴스를 통해서 본 기억이 있긴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또한 생각을 전환해 보면 그만이다.
“벌레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으니까.”
펠기르브 선생님께서 이르기를.
만드라고라와 약초에도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지 않았던가?
이처럼 벌레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을 터.
당장에 그 예를 손꼽아 보자면 신비의 나비인 시오가 있다.
꽃가루를 통해 작물이나 꽃 등의 수분 활동을 도와 주는 충매화 활동을 가능케 해 주는 나비부터 집단 활동이 가능한 꿀벌.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실을 제공해 주는 누에나방에다가 땅을 고르게 해 주며 훌륭한 비료인 분변토를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지룡地龍이라고도 불리는 지렁이 등.
세상에는 자연이나 인간에게 크나큰 도움을 주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익충이 존재한다.
한가지 문제라면 그러한 벌레들을.
몬스터가 도사리고 있는 게이트 내부의 환경 속에서도 견뎌 낼 수 있을 정도의 개체를 쉽게 구할 수 있느냐겠지만 이 또한 진우에게는 손쉬운 정답이 존재했으니,
[오늘 아주 품질 좋은 상품들이 다수 들어왔는데 때마침 잘 찾아오셨습니다, 우리 고객……아니, 호갱님!]촤르르르륵-
[무지개 나비는 쉽게 볼 수 없는 샘물 주변에서만 서식하는 귀중한 생명체야. 나도 무척이나 힘들게 구한 품종인데 돈이 급해서 내놓는 거야. 이 녀석들이 나비치고 사회성을 갖춘 집단형 곤충이라 따로는 못 내놓고, 한 번에 50마리 다 구매할 수 있는 녀석만 데려가게나. 괜히 다른 드루이드한테 뺏기지 말고 당장 구입하라고! 그래, 지금 보고 있는 너! 너 말이야 너!]※ 상품명 : 무지개 나비(희귀) 50마리 – 구매 비용 15억 원
* 일정 주기마다 다양한 힘을 가진 비늘 가루, 무지개 인분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쓸만한 비단을 얻고자 한다면 누에만큼 자연 친화적인 게 또 없지. 아, 혹시라도 번데기를 삶을 생각은 하지 말게나. 이 친구들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부화 과정 중에 고치를 망가트리진 않으니까 말이야. 또한 날 때부터 붙어 있는 리본은 녀석들의 상징이자 목숨 같은 것이기도 하니 뗄 생각은 꿈에도 생각하지 말게나!]※ 상품명 : 리본 누에 유충(희귀) 100마리 – 구매 비용 3억 5천만 원
* 어째서인지 귀여운 리본을 달고 있습니다. 또한 리본이 달려 있을 때 누에의 능력치 및 생산력이 상승합니다.
[용과 같은 힘으로 흙을 파내는 지렁이! 이건 더 이상 지렁이가 아닌 지룡이여!]※ 상품명 : 지룡(전설) – 구매 비용 7신용도
* 성장의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지렁이입니다.
* 일정 주기마다 농작물 및 약초 재배에 큰 도움이 되는 분변토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크기에 비례하여 더욱 많은 양을 빠른 시기에 얻을 수 있습니다.)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
돈도 제법 만지게 되었겠다.
진우는 이제 망설임 없이 축산업 쪽의 투자에도 손을 뻗기 시작했다.
* * *
“후우…….”
특성인 ‘굳건한 체력’과 더불어서 높은 수치에 달하는 체력 능력치까지.
여간해서는 쉽게 지치지 않는 진우라지만 게이트 내부.
군락지를 형성 중인 식생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다듬는 것은 상당한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일.
특히나 폭발 화염초의 경우 충격이 가해지면 ‘폭발’이라는 이름 그대로 터지기까지 하는 예민한 녀석이었으니 더욱 조심스럽게 손봐야 할 놈이다.
“그래도 이 정도로 손봐 두었으면 폭발할 일은 없겠지.”
붕~ 부우웅~(물론이에요.)
꾸왁~ 꾸와아악~!
진우의 말에 시오와 팜오리 세 마리가 응답하듯이 답변한다.
씩씩하게 날개를 펼쳐 보이는 팜오리와 시오.
당연한 말이지만 이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뻔할 뻔 자다.
붕~ 부우웅~
부우웅~
시오의 움직임에 맞춰 녀석의 곁에서 함께 비행하는 무지갯빛의 50여 마리의 나비.
이전의 농장에서도 그랬지만 ‘나비의 유혹’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전설 등급의 나비인 시오에게 있어서 그 밑 등급의 나비를 다루는 일쯤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평범한 나비가 되었든, 희귀 등급의 무지개 나비가 되었든 시오의 말을 충실히 따르는 녀석들.
각자 하나씩의 호롱 잎사귀를 터전으로 잡은 나비들은 시오를 중심으로 꽃가루를 운반하는 충매화 활동을 시작한다.
물론 군락지 내 변화의 바람은 비행하는 나비들 뿐만이 아니다.
꾸물꾸물-
사각- 사각-
마찬가지로 호롱 잎사귀를 터전으로 삼고 활동을 진행 중인 꼬물이들.
조그마한 핑크빛 리본을 몸에 달고 있는 누에 유충은 호롱 잎사귀를 뽕잎을 따먹듯이 야금야금 배부르게 잘도 먹어 치우면서 몸집을 키워 나가고, 그 모습을 팜오리들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어째 입가에 침이 고이는 듯한 모양새.
하긴, 진우의 눈으로 보기에도 밀웜이나 리본 누에 유충이나 얼핏 보면 도찐개찐.
그러나 팜오리들의 농부로서의 인내력은 식탐을 가뿐하게 억눌렀다.
꾸왁, 꾸와아악!(착한 친구, 먹으면 안 돼!)
꾸와아아아악~(참는 오리에게 더욱 맛난 특식이 있을 거야!)
철혈의 의지를 뽐내며 진우를 도와 군락지를 다듬어 주는 팜오리들.
그러한 팜오리들의 도움 덕분에 진우도 수월하게 작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휴우. 고생했다, 얘들아.”
꾸왁~ 꾸와아악~
꾸와아아앙!
비록 이제 겨우 초석을 깐 수준이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이대로 쭉쭉 문제없이 나간다면 탄탄대로를 걷게 될 일.
그도 그럴 것이 한번 생각해 봐라.
그냥 작물.
평범한 감자나 배추조차도 아이템화되었을 때에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의 성능이 추가되었다.
그렇다면 만약에 식생.
폭발 화염초의 열매라던가 호롱 잎사귀를 터전으로 삼고 질 좋은 실을 뿜어낸 리본 누에의 실로 짜낸 비단 같은 것을 수확해 낸다면 과연 어떠한 성능을 자랑하게 될까?
더군다나 진우에게는 단순히 이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팜오리들의 생육 개선 효과도 그렇지만 진우의 특성인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의 효과로 한층 더 강력해질 옵션.
핑크 인시리움이라는 실제 사례도 있지 않던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농부로서 두근거리게 만드는 느낌.
뭐, 그것들 외에도 진우에게 기대감을 심어 주는 에이스는 또 한 마리 있다.
꼬물 꼬물~
꼬물~ 꼬무우울~
눈에 상당한 힘을 줘서 집중해야 보일 정도로 자그마한 크기의 지렁이.
일반적으로 볼 수 있을 지렁이보다도 훨씬 더 작은 크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얕볼 만한 녀석은 결코 아니다.
[지룡(전설)]* 레벨 : 1
* 성별 : ?
* 나이 : 1(생후 1개월 미만)
* 직업 : ?
* 능력치 포인트 : 0
무려 전설 등급의 지렁이.
그럼에도 7신용도라는 착한 가격을 자랑하는 녀석.
뮤린이를 14신용도, 시오를 13신용도에 구매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같은 전설 등급 내에서는 확실히 저렴한 가격.
허나,
* 힘 : 1 민첩 : 1 체력 : 35 마력 : 0
“이거 실화냐?”
1레벨치고 말도 안 되게 높은 체력 능력치.
이 정도면 초창기 진우의 체력 수치를 아득하게 넘어서는 수치이지 않은가?
그건 그렇고 왜 성별이랑 직업은 ‘?’인 걸까?
“……성별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말이지.”
지렁이야 워낙에 자웅동체로 유명한 생명체 중 하나였으니 성별은 넘어간다 해도 직업까지 ?라니.
원래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로 가려져 있으면 더욱 생기는 호기심.
꼬무우울?
그러나 소통을 하고 싶어도 눈도, 귀도, 코도 없이 그저 입과 꼬리 부분만 있는 녀석이 할 수 있는 것은 진우의 말을 듣지 못한 채로 꼬물꼬물 움직이는 바디랭귀지 정도.
하물며 1레벨인 탓에 크기도 워낙에 작아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지경.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걱정되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겠지.”
* 성장의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지렁이입니다.
성장의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지렁이.
말 그대로 무한하게 크기를 부풀릴 수 있다는 점.
많이 먹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거대해질 테니 그때 가서 소통의 장을 열어 보면 될 일.
거기에다가 일단은 전설 등급에 걸맞게 녀석이 보유 중인 특성과 스킬의 효과도 상당히 매력적인 것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