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씨앗이란 이름의 미끼를 던지다
생전 처음으로 경험해 본 비행기는 생각보단 나쁘지 않았다.
푯값으로는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 일등석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제법 긴 비행시간에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
다만 그렇다고 해서 집보다 편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누가 뭐라 해도 집이 최고인 법.
거기에 더해서 일등석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푯값으로 제 돈 내고 타기에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
‘뭐, 라타콜에 비하면 훨씬 양심 있는 가격이지만 말이야.’
1회 편도 이동만으로 100억이라는 비용을 요구하던 거대 다람쥐 라타토스크에 비하면 일등석 비행깃값은 되려 우습게 느껴질 지경.
게다가 이번 비행기 푯값은 전적으로 전성에서 100% 전액 지원해 주는 상황이다.
나로서는 내가 필요해서 나가는지라 돈을 내겠다는데도 꿋꿋이 거절하니 어쩌겠는가?
이유 없는 공짜, 호의가 아닌.
계약 관계에서 오는 혜택이라면 굳이 사양할 필요는 없겠지.
또한 무엇보다도 전성.
대기업에서 오는 파워의 진정한 진면목은 오랜 비행시간 끝에 도착한 미국의 공항에서 빛을 발휘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진우 씨.”
“예.”
살아생전 해외여행과는 담쌓고 지낸 진우지만, 적어도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 전성의 부회장이라는 지위.
물론 단순히 권력이 세다는 이유만으로 하이패스되지는 않겠으나 적어도 평범한 범인보다야 효과적인 것은 부정할 수 없을 터.
“이제 들어가도 괜찮아요.”
“엄청 빠르네요.”
“후훗, 힘 좀 썼죠.”
줄 서는 일 없이 빠르게 통과된 입국 심사.
그렇게 통과한 이후에는 그야말로 탄탄대로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회장님! 우선 휴식부터 하시겠습니까?”
미리 얘기를 전해 들은 것인지 공항 입구에서 대기 중인 전성의 직원들.
손수 차까지 준비해 온 것을 보아하니 일 처리 하나는 금방 끝낼 것 같다.
‘이래서 대기업, 대기업 하는 거구나.’
모르긴 몰라도 진우 혼자서 왔더라면 꽤나 고생했을 거다.
언어의 장벽에서 오는 문제도 그렇지만 빡센 입국 심사와 더불어 목적지로의 방향 잡기 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전성’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만사가 다 해결되었다.
거기에 덧붙여서,
“잠시만요. 진우 씨. 좀 쉬었다 가시겠어요? 아니면 바로 가시겠어요?”
“괜찮다면 바로 갈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말씀드렸던 경매장으로 부탁드릴게요.”
“예. 알겠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다 챙겨 주는 상황 속에서도 진우의 의견이 최우선으로 된다는 점.
차를 대기 중인 직원들도 눈이 있고, 눈치라는 게 있다면 알 수밖에 없다.
훗날 전성의 오너가 될 부회장 정수아가 자기 자신의 의견보다도 먼저 원하는 것을 묻고 있는 인물.
행색은 평범할지라도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만큼 무지한 행동이 또 없을 터.
그렇게 도착과 함께 즉각 시작된 경매장으로의 이동.
동시에 진우는 비행기에서 이동하면서 이것저것 요정 찻집을 통해서 알아본 정보를 추려 보았다.
‘우선 자금에 있어서 문제 될 건 없다.’
서울 VIP경매장에서 핑크 인시리움을 비싼 값에 팔아 마련한 넉넉한 종잣돈.
그 밖에도 대박 약초는 아니더라도 기본이 되는 작물들의 납품으로 벌어들인 돈도 있었으니 경매장에서 만드라고라를 싹 쓸어 모으는 것에는 충분한 총알들이었다.
허나 이번 경매장 행은 그저 약초를 구하러 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 진우 님. 조심하시는 게 좋아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원래 이런 거 막 알려 주면 티타니아 여왕님께 혼나겠지만, 감자를 주시는 고객님은 흔치않으니……연금 협회 측에서 진우 님에 대한 정보를 캐고 있답니다.
미국의 경매장 정보를 수집하던 중에 알게 된 연금 협회의 목표.
협회는 뜻밖에도 핑크 인시리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요약하자면 진우를 노리고 있다는 뜻.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까지 진우에 대한 정체가 밝혀지지는 않았다는 정도랄까?
어찌 되었든 암살을 계획했던 일도 그렇고 진우에 대해서 결코 좋은 의미로는 생각되지 않는 놈들.
그러한 녀석들이 자신에 대해서 파헤치고 핑크 인시리움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다면 진우로서도 망설일 이유가 없다.
‘그렇게 원한다면 넘겨줘야지.’
경매장이란 물건을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물건을 팔 수도 있는 공간이다.
전성의 영향력이라면 해외의 경매장에서 물품 등록하는 것도 문제는 아닐 터.
[핑크 인시리움의 씨앗(유니크)]그러한 경매장에서 진우는 연금 협회가 그토록 바라는 핑크 인시리움의 태초의 상태라 할 수 있는 씨앗을 팔기 위해 등록할 생각이다.
핑크 인시리움에 대해서 그득그득한 욕심을 드러낼 놈들이었으니 십중팔구는 거금을 투자해서라도 입찰하려고 들 터.
그러나 정작 구매하는 것에 성공한들 녀석들은 상상도 못할 거다.
* 사용 조건 : 천년 묵은 핑크 인시리움이 인정한 대상
– 심으면 꽃과 열매가 맺히는 핑크 인시리움의 씨앗입니다. 본래 인내의 숲에서만 생장이 가능하나 천년 묵은 특별한 존재가 곁에 있을 경우 생육이 가능해집니다. 인정받지 못한 자가 땅에 심을 경우 썩게 되며 땅을 죽게 만듭니다.
※ 해당 설명은 인정받지 못한 자에게는 ‘???’로 표시됩니다.
※ 당신은 인정받았습니다.
씨앗에 담긴.
인정받지 못한 자에게는 되려 ‘약’이 아닌 ‘독’으로서 작용하는 씨앗의 숨겨진 힘을.
뭐가 되었든 만드라고라를 학대했던 놈들.
덧붙여 자신까지 노리려고 하는 녀석들에게 좋게 대할 이유가 있을까?
땅을 죽게 만드는 빅 엿도 먹이고, 비싼 값에 입찰을 유도하여 팔아 치움으로서 두둑하게 돈을 챙기기까지.
‘벌써부터 기대되네.’
이가 썩을 것만 같은 달달함.
이런 걸 두고 ‘일석이조’라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 * *
전 세계 곳곳에 다양한 지부를 두고 뿌리내린 연금 협회.
당연한 말이지만 그 가운데에는 미국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미국에 존재하는 50개의 주 중에서도 큰 주마다 설치된 지부들.
그 가운데에서도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위치한 가장 큰 지부에서는 오늘도 바깥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 비명이 울려 퍼진다.
끼에에에에엑-!
즉살의 힘이 소멸된 비명을 내지르는 만드라고라.
‘그분’에 의해 완전히 순화된 덕분에 이것들은 뽑혀도 죽지 않는다.
다만, 모든 일 처리가 만족스러울 수는 없기 마련.
“쯧. 다 좋은데. 만드라고라 이것들은 너무 시끄러워서 탈이야.”
순화를 통해 재배가 가능해졌다고 한들 만드라고라는 만드라고라인 법이라고 했던가?
약초인 주제에 찢어지라 내지르는 비명은 웬만한 약초들을 다 섭렵해 온 미국 지부의 알케미스트도 참기 힘든 고통을 선사해 준다.
생긴 것도 순화된 만드라고라인지라 더욱 마음에 안 들 지경.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치익- 치이이익-
끼에- 끼에에엑…….
“후후후, 역시 그분의 힘은 대단하군. 이 시끄러운 종자들을 단숨에 조용하게 만들어 버리다니.”
뿌려진 약물 탓에 조용해진 만드라고라들.
이 또한 순화 과정 중 발명된 ‘그분’의 약재 중 하나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연금 협회의 각종 재료와 더불어 만드라고라의 잎과 열매로 만들어 낸 약물.
이것은 만드라고라를 조용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효과를 증진하는 힘까지 담겨 있다.
“크크크, 돈 버는 것만큼 쉬운 일이 없다니까.”
사람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듯.
알케미스트들에게도 각자 다른 법.
미국의 지부장인 셀던이 최고로 여기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돈이다.
돈이 있어야만 재료를 구할 수 있고, 연구를 할 수 있는 법.
그런 의미에서 이 시장에서 만드라고라를 직접 재배, 독점할 수 있다는 건 가히 엄청난 힘이 되어 줄 일.
그리고 그러한 셀던에게도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으니,
“행복한 만드라고라의 정기라니? 만드라고라에게서 이런 것도 채취할 수가 있다고?”
미국의 자이스 가문.
그곳에서 암암리에 손을 잡고 협력 중인 강경파의 일원이 보내 준 정보.
아이템의 정보를 바꾸는 것은 ‘그분’이라 해도 불가능의 영역이었으니 거짓은 아닐 터.
대체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 얻어 낸 정기인지, ‘행복한’이라는 말은 왜 붙었는지 몰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이것을 우리 연금 협회의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공급에 있어서도, 수요에 있어서도, 지금 이 순간에도 돈을 갈퀴로 쓸어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연금 협회다.
그런데 만약에 이러한 만드라고라의 정기가.
1시간 동안 말도 안 되게 상승하는 마력의 수치뿐 아니라 기존 만드라고라의 부산물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영구 능력치 상승까지 할 수 있는 물품이 연금 협회의 것으로서 재탄생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물며 이것을 다른 누구도 아닌 미국 지부장인 자신이 가장 먼저 나서서 해낸다면?
“그분께서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실 수 있게 되겠지.”
그분의 관심을 사게 되는 것은 사실상 떼 놓은 당상일 터.
여기에 더해서 행운이 쏟아지기라도 한 것일까?
“끌끌끌. 아니, 이건 또 뭐야?”
입가에 절로 맺히는 미소.
아니, 어떻게 웃음을 참을 수 있겠는가?
“행운의 여신께서 날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시는군.”
[핑크 인시리움의 씨앗(유니크)]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심어둔 경매장 주최 측으로부터 전해 받은, 이번에 출품되는 물건 중 하나라는 핑크 인시리움의 씨앗.
한국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 이번에는 머나먼 바다를 건넌 이국의 땅.
미국의 워싱턴에서 치뤄질 경매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상황.
그 엄청난 기회에 셀던의 두 눈이 욕심으로 희번덕였다.
* * *
미국의 주.
그중에서도 워싱턴 D.C는 명색이 미국의 수도라는 이름과 위치에 걸맞게 화려한 건물과 발달한 시장의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허나 그러한 것들보다도 최고로 손꼽히는 것은 역시나 헌터 협회의 본부가 위치해 있다는 점.
타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숫자를 자랑하는 S등급 헌터의 수부터 그 밑의 A, B등급의 헌터들까지.
당연한 말이지만 강력한 헌터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는 국력이 강하다는 것도 있겠으나 더욱 중요한 것은 수많은 헌터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게이트 부산물의 양이 적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워싱턴 D.C의 중심부에 있는 경매장 속.
늘 끊이지 않고 공급되는 다양한 등급의 부산물들.
자원의 핵심인 마정석부터 가공하는 방향성에 따라서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방어구가 되기도 하는 가죽과 뼈 등.
많고 많은 재산이 오가는 통에 시끌벅적한 환경 속.
경매장의 VIP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휴식처에서 주변을 구경하던 진우에게로 어느새 다가온 정수아가 마실 것을 건네준다.
“목마르시죠?”
“아, 감사합니다. 너무 챙겨 주셔서 죄송하네요. 이 정도는 제가 사 드려야 되는데…….”
“아뇨, 괜찮아요. 전성에서도 진우 씨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니까요.”
하긴, 세상에 이유 없는 호의가 어디 있을까.
스스로의 가치는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법이라고 했다.
진우가 생각하기에도 자신이 재배해 낸 핑크 인시리움뿐 아니라 유리 자이스에게 건네주었던 만드라고라의 정기.
그 밖에도 드워프인 그룩 토르산까지.
되려 홀대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다.
‘계약 기간을 짧게 잡은 게 정답이긴 했지.’
첫 계약부터 1, 2년 정도씩 넉넉하게 성사한 것이 아닌 3개월.
어떻게 보면 꽤 긴 시간이었지만 해당 계약 기간이 이제 반의반도 남지 않은 상태다.
아마 진우가 대기업의 오너의 입장이었더라도 지금의 수아처럼 어떻게든 놓치지 않고자 최대한으로 퍼 주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