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62
62화 약초를 구하러 미국에 갈까나
“쩝. 어째 생각해 보니 아깝게 느껴지네.”
유리 자이스.
정확히는 미국에 넘긴 만드라고라의 정기.
세계수의 기운을 품은 폭발 화염초 열매야 넉넉한 양으로 가지고 있다지만 영구적인 효과를 누리려면 족히 80회는 섭취해야만 한다.
반면에 만드라고라의 정기는 1번의 섭취로 마력 능력치를 2나 올려 주는 효과를 가졌다.
물론 강력한 힘을 가진 옵션만큼 수확량은 적다.
“우끼? 정기는 한 달에 한 번이다. 그 이상으로 뽑으려 들면 만드라고라의 건강에 좋지 않아. 욕심은 금물이라고 친구.”
“나도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야.”
한 달에 1개.
뭐, 만드라고라가 존재하는 한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을 거의 반영구적으로 획득 가능하니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터.
그러나 사람 마음이라는 게 원래 그런 법 아니겠는가?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
그것이 사람의 슬픈 운명인 법.
“쩝. 한 달 뒤면 내가 섭취할 게 생기니까 참도록 할까.”
어차피 같은 레벨의 타 각성자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능력치를 보유 중인 진우다.
자고로 욕심은 화를 부르기 마련이라고 하지 않던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허나,
“……엔코. 혹시 만드라고라를 더 구한다면 이런 걱정이 사라질까?”
“우우? 당연한 소리를. 다만 개체마다 수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이 다르긴 하지만 그 정도는 중급 전사. 아니, 끽해 봤자 50년 후면 상급 전사가 될 이 몸이 알아보는 것쯤이야 누워서 바나나 먹기지.”
황금알을 가지고 싶다면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그 거위를 더 추가로 매입해 오면 될 일 아니겠는가?
솔직한 말로 종잣돈.
시드머니는 이제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는 데다가 벌이도 예정되어 있는 진우다.
물론 만드라고라.
국내에서도 VIP경매장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한 약초.
그 개수도 터무니없이 적은 편인데다가 대부분 서로의 인맥을 통해서만 유통되는지라 경매장에서조차 보기 귀한 몸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국내가 아니면 되는 거잖아?”
아주 심플하고 간단한 해결 방법이다.
국내에 없다면 해외로 시선을 돌리면 그만인 법.
요즘 같은 글로벌 시장 속.
해외라고 한국처럼 VIP경매장이 없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먼 거리를 헛걸음할 수는 없는 노릇.
진우에게는 미리 알아볼 방도가 존재했다.
“궁금하면 알아보면 그만이지.”
– 부르셨나요? 진우 님의 전문 담당 요정 몰리입니다!
요정의 가루를 사용하자 뿅~ 하며 모습을 드러낸 하급 요정 몰리.
1번 부르는데 무려 10만 원이라는 양심 없는 가격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깝게 느껴졌지만, 해외까지 헛걸음하게 될 비용과 비교 선상에 놓고 보면 기적의 마법마냥 양심 있는 가격으로 보였다.
또한 요정들의 정보로 도움받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은근히 합리적인 가격으로 볼 수도 있는 일.
한 가지 더 좋은 점이라면 지구.
진우가 속해 있는 이곳에 대한 정보라면 수천, 수만 가지의 정보 중에서 골라낼 필요도 없다는 장점도 있다.
– 요청하신 검색 결과에 부합하는 내용을 찾았습니다.
“오, 그래?”
역시 해외, 글로벌 시장!
많은 사람이 활동하는 만큼 공급량도 상당한 세계.
그렇지만 정보를 찾아낸 몰리의 표정이 어째 썩 좋지 않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 흐음, 그게…… 일단 한번 보시겠어요?
A4용지 크기만 한 공간 속.
앙증맞게 적힌 글씨와 몇 장의 사진들.
거기에 담겨 있는 내용은 진우도 알고 있는 조직들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연금 협회잖아?”
대륙이라 불리는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곳곳에 각종 약초를 공급하는 약초 공룡.
하지만 문제는 연금 협회가 정수아와 유리 자이스의 암살을 주도했던 단체 중 하나라는 거다.
예컨대 약초 공룡은 공룡인데 속이 시커먼 단체라는 셈.
당연하게도 그러한 곳에서 유통하는 만드라고라가 정상일 턱이 있겠는가?
“근데. 이게 진짜 만드라고라라고?”
– 예. 일단은 맞습니다.
눈이 돌아가 있는.
속된 말로 약에 찌든 표정을 한 만드라고라들.
그래도 바로 뽑아서 죽이는 것보다는 나은 것 아니냐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 다르기 마련인 법이다.
특히나 그중에서도 만드라고라에 있어서는 펠기르브 선생님 다음으로 진심인 편인 잔나비 일족, 옌코가 있었으니,
“치, 친구여. 그것이 뭐냐? 설마 만드라고라를 이렇게 다룬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못 볼 꼴을 보기라도 한 듯.
두 눈이 시뻘겋게 물든 게 상당히 무섭다.
엔코는 정예들로만 이루어진 잔나비 일족에서도 상급을 코앞에 둔 중급 전사.
녀석이 작정하고 살기를 흩뿌리자 공기 자체가 일그러진다.
꾸, 꾸와아아악-
삐, 삐삐삐!
– 저, 저 녀석 왜 저래?
– 야 이 녀석아. 너 때문에 오리들 겁먹었잖아. 표정 안 풀어?
“일단 좀 진정해. 맹세하건대 이건 내가 이런 거 아니야. 너도 알 거 아니야. 내가 이런 짓을 할 놈이었으면 대지모신 님께도, 세계수의 뿌리에게도 인정받았겠어?”
“우끼이……그, 그건 맞다.”
그제야 ‘분노 조절 잘해’ 모드로 돌아간 엔코.
힐끗 돌아보니 몰리는 시간이 다 된 영향인지, 아니면 지레 겁먹고 찻집으로 돌아간 것인지 사라져 버렸다.
‘설명은 해 주고 가야 할 거 아니야, 몰리.’
다시 불러서 물어봐도 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만드라고라 전문가께서 눈앞에 계시지 않는가?
“진정했으면 말해 봐. 이게 어떻길래 그렇게 화를 낸 거야?”
“우, 우끼!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할 수 없어! 차라리 찰나의 고통으로 죽여주는 것이 낫지! 이건 영원한 고통을 주는 행동이다! 뽑힌 상태에서 괴상한 약품 처리를 해 비상식적으로 살아남게 유지만 하고 있는 상태란 말이다!”
약에 찌든 만드라고라의 모습.
인간도 마약에 시달리면 망가진다는데 약초라고 어디 다르겠는가?
“……그럼 살릴 수도 없다는 거야?”
“보통의 경우라면 죽음으로 돌려보내 줘야겠지만 친구. 너라면 다르다. 대지모신 님의 보살핌이 깃든 흙 속에 묻어서 회복기를 가진다면 회복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렇단 말이지?”
정보에 의하면 미국의 경매장에 나오는 만드라고라의 개수는 자그마치 4개.
전부 구해서 회복만 제대로 시켜 준다면 사실상 정기는 꾸준히 얻을 수 있게 될 터.
“좋아. 저 친구들은 내가 어떻게든 구해 올게.”
“치, 친구여…….”
거기에 덧붙여 엔코.
잔나비와의 사이가 좋아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야 있을까?
감동 어린 눈빛으로 진우를 바라보는 엔코의 눈길.
그러나 만드라고라를 향한 녀석의 진심은 진우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섰다.
“기다려라, 인간. 이번에는 나도 함께 가겠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원숭이 수인의 모습으로 꿋꿋이 해외행을 따라오겠다는 녀석.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었으니,
슈슉- 퍼엉-!
머리에 나뭇잎 하나를 얹고 대뜸 수인을 맺자 피어오르는 연기 구름.
그 속에서 나타난 것은 원숭이 수인이 아니다.
“이렇게 하면 문제는 없겠지?”
– 와, 변신술!
– 나 이거 나루X에서 봤다!
“노움 녀석들아. 이건 변신술이 아니라 둔갑술이라는 거다!”
어디로 보나 인간의 모습.
그것도 상당히 훤칠한 미남이 된 엔코였다.
* * *
만드라고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들을 대량으로 구해 내고자 결정한 미국행.
농부면서 땅을 너무 버려두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숲의 주인’이 있는 한 거리에 따라서 마나만 더 소모될 뿐.
언제든지 오갈 수 있는 칼날엄니 숲이나 인내의 숲도 그렇고, 두 숲에 심어 둔 약초들은 알아서 잘 성장 중인 상태였다.
거기다 본가라 할 수 있는 집도 팜오리와 노움들이 지켜 주니 진우가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만 적용해 주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다, 이 말씀!
뭐, 수확의 경우에는 웬만하면 경험치 때문에라도 직접 하는 편이 좋지만, 이 부분도 만약에 들어 놓은 보험이 존재한다.
“미국 간다며? 나도 데려가 주면 안 되겠냐?”
“그럼 집은 누가 지키고?”
“……치사한 놈.”
“나도 놀러 가는 거 아니야. 물건 보러 가는 거지.”
“선물 잊지 마라.”
“걱정 마. 이장님이랑 네 어머니 것도 잊지 않고 챙겨 오마.”
“믿는다.”
진우의 불알친구이자 선지자로서 첫 포교 활동으로 각성한 석우.
녀석이 수확하는 작물도 아이템화가 된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바.
농사일의 경력만큼은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진우의 지인이다.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 걱정 마라, 선지자여.]“아하하, 넵.”
덧붙여 일단은 대지모신의 신도로서 포교된 상태인 만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주는 대지모신의 존재도 있다.
……어, 잠깐만.
그러면 선지자인 나도 똑같이 일거수일투족을 본다는 뜻 아닌가?
[그건 노코멘트 하겠다.]“…….”
뭐라고 해야 할지.
어째 조금 찝찝한 기분이다.
* * *
해외.
그것도 전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미국의 이름 높은 경매장.
그러한 곳을 진우같이 평범한 한국의 시골 농부가 다짜고짜 찾아간들 입구컷 당하기 딱 좋다.
허나 전성을 뒀다가 뭐 하겠나?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인맥이요,
비즈니스 아니겠는가?
– 좋아요. 저희로서는 나쁠 것 없죠. 저희 회장님도 다양한 세계를 보면서 식견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했으니까요. 말씀하신 미국 경매장의 주최 측과도 연결점은 있으니 들어가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예요.
진우의 요청에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곧장 긍정의 뜻을 비치는 수아의 말.
– 경호원이나 파티원으로서 동행한다고 하면 이 부분도 문제 될 것 없죠.
덧붙여 엔코까지 간다고 했음에도 문제없다고 오케이 승낙이 떨어진다.
역시 전성의 힘.
대기업은 대기업이라는 걸까?
이웃 나라도 아닌.
먼 나라 미국에도 펼치는 막강한 영향력.
물론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의 기본은 기브 앤 테이크인 법.
“어서들 와요! 옆에 분이 엔코이신 건가요?”
“네. 그런데 수아 씨. 정말로 괜찮으시겠어요? 굳이 따라오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아뇨, 중요한 계약자를 챙기는 것도 회사의 역할 중 하나니까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미국에 힘을 써 주는 대신이었을까?
정수아가 미국으로 동행하기로 했다.
아니, 사실상 이건 오히려 더 도움을 받는 셈이다.
해외로 가게 되었을 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언어의 장벽.
진우에게는 ‘야생을 받아들여라’가 있다 한들 이건 어디까지나 자연의 동식물에게나 통하는 소통이다.
따라서 영어에 능숙한 정수아의 합류는 가히 국밥이라 칭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든든했다.
“제가 필요해서 가는 건데 비행깃값은 지불하게 해 주세요.”
“괜찮아요. 미국에 가시는 것도 작물과 관련된 일이시잖아요? 그 정도 지원은 전성에서 충분히 해 드릴 수 있답니다. 진우 씨는 그냥 몸만 오시면 돼요.”
“하, 하하…….”
덧붙여서 전성은 진우가 요구하지 않았던 것들도 척척 갖춰 놨다.
어째 본사에서 있던 일 때문인 것 같기도?
너무 과하게 챙겨 주니 부담스러울 지경이지만, 받아 주지 않으면 섭섭해하는 표정이었기에 하는 수 없이 진우는 못 이긴 척 받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