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84
84화 리본 비단옷
굳이 먼 길이라고 할 수 있을 중국까지 다녀온 노력.
혹여나 의심을 살까 자신이 중국에 입국했다는 사실 또한 숨겨야 했기에 전성에게서 소개받은 비행기 편으로 다녀오기까지 한 노력.
그 노력답게 잿빛 숲 부족의 드워프, 만트 데름은 그 가치를 여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상당히 의외였어. 리본 누에의 명주실은 나도 예전에 기회가 있어서 몇 번 만져 본 경험이 있었는데 진우. 자네의 것은 더욱 특별한 느낌이야.”
“내가 말했잖나. 이 친구는 평범한 드루이드가 아니라니까?”
[리본 누에 고치(희귀)]* 분류 : 재료
– 리본 누에가 탄생하고 남긴 고치입니다. 손상된 부분이 전혀 없기에 질 좋은 명주실을 얻을 수 있으며, 비단으로 가공하여 부드러운 의류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리본 누에가 유충에서 성충이 되는 과정에서 고치를 거치며 딱 1번 얻을 수 있는 명주실.
귀하디 귀한 비단으로서 가공된 재료는 최고의 제작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드워프의 손을 거친 결과 엄청난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와아, 엄청 아름다운데요?”
“크헐헐! 그야 나 만트의 손길이 더해졌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비단 특유의 부드러운 감촉.
계속 만지게 되는 중독성도 그렇지만 비단 재질로 만들어진 덕분인지 예술의 ‘예’자도 모르는 진우가 보기에도 옷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붙은 효과가 전혀 없을지라도 돈 많은 부잣집 아가씨들을 흑우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위력.
더욱 놀라운 것은 드워프가 제작한 물품답게 효과 또한 알짜배기라는 거다.
[리본 비단옷(전설)]* 분류 : 방어구
* 사용 조건 : 마력 80 이상
* 마력+20
※ 리본 비단의 부드러움(패시브) : 일정 확률로 공격의 피해를 완전히 회피합니다.
※ 생명의 리본(액티브) : 몸에 깃든 병마의 기운이나 독과 같은 해로운 효과를 회복시킵니다. (쿨타임 120분)
– 드워프의 뛰어난 실력과 질 좋은 리본 비단의 합작으로 완성된 옷입니다. 무척이나 부드러우며 우아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리본 조각에 담긴 생명의 힘을 통해 몸에 부여된 해로운 효과로부터 회복할 수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귀족으로 취급받는 마법사나 힐러에게 딱 어울리는 옵션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증가하는 마력 수치도 그렇지만 탑재된 패시브와 액티브 효과도 무시할 수가 없다.
“마법사랑 힐러에게도 가장 중요한 건 일단 생존이니까 말이지.”
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을 마법사와 헌터의 생존율을 극대화시키는 힐러.
아이러니하게도 두 직업은 모두 몬스터의 어그로를 끄는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아예 지능이 존재하지 않는 몬스터라면 모를까.
고블린 정도만 되어도 가장 먼저 노려지는 것이 바로 귀족의 운명.
그러한 귀족 직업에게 회피 능력의 추가와 리본 조각의 해독 능력은 각각 엄청난 메리트가 될 수밖에 없다.
‘……하하, 이거 대체 얼마에 팔리려나?’
헌터 중에서도 돈 많기로 소문난 귀족들의 전용 방어구라도 해도 될 정도!
앞서 말했듯.
경매장.
특히 사울 VIP경매장을 비롯하여 해외로까지 판매처가 확장되면 돈은 곱절로 뻥튀기할 것이다.
각국의 문화를 떠나서 아름답고 효과 좋은 비단옷은 희귀한 보석처럼 자연스럽게 경쟁을 부추기기 마련인 법.
하물며 제작해 낸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드워프.
전세계에서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제작에 있어서는 그 어떠한 대장장이나 재단사를 끌고 와도 찍어 누르는 최강의 손재주 종족이 아니던가?
전설 등급의 방어구 중에서도 감히 예상 못 할 정도로 출중한 옵션과 뛰어난 모양새를 자랑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요, 세 말하면 입 아픈 일.
‘우선은 판매로 결정이다.’
일단 주 능력치가 체력인 진우가 사용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옵션.
무엇보다도 이미 신화 등급의 방어구가 있는 마당에 굳이 사용하는 것은 욕심일 터.
어찌 되었든 판매하는 방향 쪽으로 결정된 비단옷.
허나 당연한 말이지만 판매할 물량은 이것 하나로 끝이 아니었으니,
“아, 그리고 여기. 그거랑 같은 효과로 10벌 정도 더 만들 수 있으니 원한다면야 금방 만들어 주지.”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애시당초 100마리의 리본 누에 유충에게서 얻어 낸 명주실.
제아무리 마리당 얻는 실의 양이 적다 한들 1벌만 제작될 턱이 있겠는가?
진우가 보유한 특성의 힘까지 더해져서 한껏 더 많아진 생산량으로 제작될 총 11벌의 비단옷.
거기서 얻게 될 수익도 그렇지만 좋은 일은 한 번으로 끊이지 않는 법이라고들 하던가?
“그 전에 진우. 잠깐만 이리로 와 보게나.”
진우를 데리고 가는 만트.
걸음을 옮긴 곳에는 이제는 드워프들의 시그니처라고 해도 될 수염에 맥주 거품을 묻힌 채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그룩이 있었고,
“어어, 진우 왔나? 이것 참. 생각보다 제작에 오래 걸려서 미안하군. 자, 받아두라고. 나랑 만트가 합심해서 만든 걸작품이니 말이야.”
“크헐헐. 워낙 질긴 탓에 고생 좀 하긴 했지만, 원수를 다듬는 맛이 일품이라서 색다른 기분이었지.”
두 드워프의 호탕한 웃음과 함께 내밀어진 하나의 가죽 장갑.
리본 누에의 비단으로 옷이 아닌 장갑으로 만든 것인가? 싶을 수도 있겠으나 ‘가죽’ 장갑이라는 점에서 명주실이 재료로 들어갔을 리는 없을 터.
덧붙여 고급스러움을 넘어서 무언가 강력한 힘을 품고 있는 듯한 장갑.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니,
[스바프니르의 장갑(신화)]과거 그룩에게 주었던 스바프니르의 시체.
그것이 신화 등급의 장갑이 되어 진우의 손에 쥐어졌다.
* * *
각국의 정상들도 안달이 나서 직접 찾아오게 만들 정도로 유명해진 진우의 입지.
그러나 유명해진다는 것은 누누이 말했지만 그에 비례할 정도로 단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봐 진우! 나야 나! 그때 짐꾼할 때 내가 많이 챙겨 줬잖아?”
“이야, 완전히 사람이 달라졌네, 달라졌어.”
수시로 진우의 집 인근으로 찾아드는 인파들.
이것도 다 그놈의 기레기들이 문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운 채 사생활을 자기 맘대로 침해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우리 기억하지?”
“기억은 합니다만.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할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지 않던가요?”
“아, 아하하. 그런가? 그래도 이거 좀 섭섭하네. 마정석도 하나 챙겨 줬었는데 말이지.”
“…….”
흔히들 진상은 자신들이 진상인 것을 모른다는 말.
그것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 주는 진상의 모습이 나타났다.
진우가 3년 동안 짐꾼 시절을 겪어 오면서 만나 온 수많은 F등급의 헌터.
그중에서도 눈앞의 인물들은 악독하기로 유명한 놈들이었다.
약속된 것보다도 더욱 위험한 게이트의 안쪽까지 들어가자고 부추기는 데다가 짐꾼이 그에 응하지 않으면 서슴치 않고 무력까지 동원했었지.
짬밥이 아니었으면 이들과의 일을 돕다가 요단강을 건널 뻔했던 때를 생각하면 참.
마음 같아서는 ‘바위처럼 단단하게’로 튼튼해진 주먹을 면상에 꽂아 주고 싶었으나, 굳이 진우가 나서지 않더라도 진상들의 처리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진우 씨! 저 왔어요!”
진우의 집 쪽으로 접근해 오는 한 대의 고급 차량.
한껏 밝은 목소리로 내린 청발 청안의 여인은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전성의 부회장인 정수아다.
– 오, 물딩딩이. 성장했구나?
– 이것들이! 선배님이라고 안 불러?
– 한 번 물딩딩이는 영원한 물딩딩이지.
그리고 그녀의 곁에 딱 붙어 있는 물의 중급 정령인 운다이르.
정령사로서의 힘이 강화되면서 운디네가 중급 정령으로서 각성을 하게 된 것이다.
듣자 하니 중급 정령사가 되는 것에는 자신의 도움이 컸다고는 하는데, 진우로서는 딱히 물품을 납품한 것 외에는 전성에게 한 일이 없기에 의문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분들은 뭐죠?”
어쨌든 그런 정수아가 진우에게 들러붙은 진상들을 바라본다.
혹시나 이장님이나 마을 사람들처럼 지인이라면 생글생글 정답게 웃음으로 맞이할 테지만,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그냥 돈 보고 꼬여 든 날파리죠.”
“뭐? 나, 날파리?”
“아, 그렇게 된 거군요.”
진우의 이어진 말에 단박에 진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냉기를 풀풀 풍기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긴, 그녀도 나름 한국에서는 진우에게 뒤처지지 않는 유명세를 지닌.
대기업 전성의 실질적인 2인자이자 앞으로 주인이 될 몸이기도 한 인물.
진우에 비해서 더 많은 날파리가 꼬이면 꼬였지 덜하지는 않을 터.
당연하게도 경험이 많은 만큼 처리 방법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잘 알고 있다.
“이번 거래 물품부터 볼 수 있을까요?”
“안 그래도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철저한 무시.
상대해 봤자 얻을 것 하나 없으니 신경을 이유가 있을까?
“아니, 이봐! 날파리라니? 이거 유명해졌다고 너무한 거 아니야?”
“이제부터는 전성과의 계약 내용이 유출될 수도 있습니다. 그에 따른 법적 처벌을 감당하실 수 있으신가요?”
“버, 법이라고?”
물론 진상이 괜히 진상이 아니라고.
날파리에서 거머리로 진화해서 들러붙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에 따른 처리 방식도 당연히 준비되어 있다.
개인과 기업 간의 법적 공방.
그것도 평범한 기업이 아닌.
한국에서도 굴지로 손꼽히는 대기업과 시비가 붙어서 좋아할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제아무리 무법 지대의 게이트 환경에 익숙한 헌터라고 해도 법의 굴레에 들어가면 피곤해진다는 것쯤은 겪어 보지 않아도 알 것이다.
“나 참. 더러워서 원.”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하구만 진짜.”
투덜거리면서 참 빠르게도 자리를 뜨는 진상들.
“이제 준비된 물건을 볼 수 있을까요?”
“네, 물론이죠.”
그제야 냉기를 풀풀 흘리는 차가운 이미지에서 본래의 시원한 느낌으로 돌아온 정수아.
그러한 그녀에게 진우는 납품하기로 예정된 물건들을 건네준다.
“오늘도 엄청 풍작이시네요?”
“저야 뭐, 늘 그렇죠.”
“정말이지 진우 님을 만난 전성은 축복받았다니까요.”
엄청난 이익을 남겨 주는 다량의 농작물들.
진우가 직접 판매한다면 더욱 많은 이익이 남기야 하겠지만 물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또 납품해야 할 곳이 늘어날수록 유통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약간의 수수료를 감수하게 됨으로써 얻게 될 수많은 이익.
“축복은 제가 받았죠, 뭘. 그런 계약 조건도 제시해 주셨잖아요?”
“진우 씨에게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첫 계약이었던 3개월이 지나고 다시금 갱신하게 된 전성과의 계약 조건은 진우가 보기에도 미안할 정도로 자신 쪽으로 유리하게 비율이 조정되었다.
9.5 : 0.5. 진우가 거의 다 챙겨 가는 수준의 비율에다가 납품.
특히 가장 큰 비용이 지출되는 운송 비용에 있어서는 무료인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되었다.
단순히 트럭으로 운송하는 것뿐 아니라 해외의 배로 운송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가히 엄청난 혜택.
물론 이렇게 퍼주는 조건들이 있기에 진우도 전성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 가는 것이겠지만.
“어? 그런데 이건 뭐죠? 농작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역시 감이 좋으시네요.”
그리고 진우 또한 비즈니스 관계에 있어서 이렇게 자신에게 많은 것을 지원해 준다면 굳이 요청하지 않더라도 언제나 좋은 제품을 보여 주는 법이었으니,
“이번에 드워프 님께서 제작하신 옷입니다. 나쁘지 않은 효과죠?”
“세, 세상에…….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정확히는 그룩 토르산이 아닌 만트 데름이 만들어 낸 옷이었으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리본 누에에게서 얻어 낸 값진 비단과 그것으로 제작된 최상품의 비단옷.
핑크 인시리움에 이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상품을 유통하게 되었다는 점.
그것만으로도 전성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있어서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칠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