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85
85화 야무지게 먹어야지
“자자, 갓 들어온 뜨끈뜨끈한 신상품 있습니다! 어서들 오세요!”
“싸게 드리고 있습니다!”
사울 경매장.
한국의 수도 서울에 위치한 가장 거대한 경매장.
게이트에서 나오는 전리품들을 비롯.
그것을 가공하여 판매하는 제작자들까지.
헌터들의 메카다운 공간.
그곳을 찾아오는 이들의 대부분은 각성자다.
게이트에 직접 들어가서 사냥을 진행하는 헌터들이 다수였으나 돈 많은 부자들도 꽤나 많은 편에 속한다.
“아직도 멀었나?”
“에휴. 요즘 경매장은 질 좋은 것들이 없으니 쯧!”
“하나같이 거기서 거기라니까?”
무구의 기능을 직접 사용할 수는 없다 해도 백화점과 같이 평범한 물건과는 다른.
무언가 신묘한 힘을 품고 있는 물건이라는 것.
그것은 자연스럽게 부자들의 소유욕을 이끌어 내기 마련인 법이다.
그러나 늘 비슷한 무구와 부산물, 그리고 제작템들까지.
사람들은 익숙함에 쉽게 질리는 법이라고 했던가?
헌터들이야 어차피 목숨이 걸린 일이었으니 값싸고 효과 좋은 가성비 물건을 찾으면 그만이지만 부자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가슴에 응어리진 흑우력을 폭발시킬 만한 물건이 필요했을 시점.
“에잉. 추후 VIP경매장이나 찾아가야지, 원.”
가지고 있는 것은 돈뿐인 그들이었기에 VIP경매장 쪽으로 관심을 두려던 찰나.
경매장에 파장을 일으킬 만한 물품이 등록된 바로 그 순간이었다.
“……리본 비단옷? 비단이면 비단이고, 리본이면 리본이지. 어떻게 저 두 개가 붙을 수가 있지?”
“잠깐만. 미친! 저거 전설 등급이잖아?”
“저, 전설 등급이 경매장에 떴다고?”
“시, 심지어 드워프가 제작한 거야. 게다가 출품자가…… 김진우! 그 농부잖아!”
“미쳤다, 미쳤어! 효과 실화냐? 길드장, 길드장부터 불러!”
VIP경매장도 아닌.
일반 사울 경매장에 출현한 전설 등급의 옷.
심지어 그 효과 또한 완전히 귀족 직업과 친화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어디 그 뿐만이겠는가?
“어머! 어머머! 저 색감 고운 것 좀 봐!”
“만져 보지 않아도 부드러울 것 같은데?”
“진행 요원 양반. 한 번만 만져 보면 안 될까?”
“죄송하지만 구매하기 이전에는 불가능합니다.”
리본 비단.
드워프인 만트가 손수 명주실을 다듬어서 제작해 낸 비단 옷.
곱다 못해 아름다운 색감과 보는 것만으로도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지는 의류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심금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요소였으니,
“그럼 경매 진행하겠습니다. 시작가는 1억! 최소 단위는 기본 자유입니다!”
전설 등급을 자랑하는 리본 비단옷의 첫 데뷔는 사울 경매장에서 성공적인 신호탄을 쏘았다.
* * *
사울 경매장에 출현한 전설 등급의 무구로 시끄러워지는 한 편.
해당 물품을 운송하고 출품하는 일까지 담당했던 전성그룹.
본사 건물 안에서 경매장의 실황을 영상으로 전달받고 있는 회장, 정국진은 계속해서 탄성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굉장하군.”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
그 정도 쯤이야 평범한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쉽게 볼 수 없는 전설 등급의 옷.
심지어 드워프가 직접 제작한 것이 등록되었으니 뜨거운 감자가 되는 것이야 불 보듯 뻔할 일.
허나 그러한 뻔한 것에 놀랄 정국진이 아니다.
“26살이라고 했던가? 20중반의 나이에 벌써 이 정도의 안목을 가지고 있다니…….”
평범한 사람은 전설 등급의 무구를 손에 넣게 되면 VIP경매장이나 좀 더 높은 곳에 올리려고 하는 것이 보통이다.
아무래도 그런 쪽이 더욱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고, 세상의 수많은 부자가 찾아오기 마련이니까.
그렇지만 거기에는 장점도 있으나 단점도 있다.
일단 VIP 자체가 비밀리에 진행되는 극소수의 공간이라는 점.
그렇기 때문인지 김진우.
그 사내는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사울 경매장에서 물건을 등록했고, 출품자로서 과거의 ‘전성그룹’으로 등록하던 때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올렸다.
대놓고 앞으로도 이러한 물품이 더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과 홍보 효과를 누린 셈.
“마치 내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군.”
이전의 핑크 인시리움을 직접 받을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그 때는 그저 기분이 좋아서 했던 말이라면 지금은 100% 진심이다.
정국진.
자신의 젊은 시절.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받게 되었던 전성그룹.
그 때만하더라도 전성은 대한민국에서는 널리고 널린 자그마한 중소기업 중 하나일 뿐이었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회사.
허나 회장인 그의 안목과 지휘 아래 전성은 한국 굴지에 손꼽히는 대기업으로서 발돋움했다.
그러한 정국진이 보기에도 김진우의 행보는 놀라웠다.
“보면 볼수록 탐나는 인재야.”
단순히 실력이 뛰어난 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는 사내.
거기에다가 각국의 정상들에게 눈도장까지 찍었겠다.
이만큼 화제를 이끌고 다니는 인물이 또 있을까?
“허허허.”
어디 모르는 남정네들이 수아에게 질척거린다면 아버지로서 노발대발하겠으나 김진우에게 있어서만큼은 무언의 승낙을 내릴 정도.
“우리 딸내미가 보는 눈은 있다니까.”
아니, 오히려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 *
전성그룹의 회장 정국진.
대기업을 이끄는 회장으로서 타고난 안목을 지닌 그라고는 해도 세상은 넓고, 차원은 다양한 법.
적어도 진우에게는 전성 그룹을 비롯하여 미국의 대기업들을 가볍게 찍어 누를 만한 재력을 갖춘 인물이 조력자 격으로 존재했다.
“여러모로 조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체르님.”
[엣흠. 뭘 이 정도 가지고. 이 정도는 웬만한 황금 고블린이면 다 날 때부터 기본으로 깨우치고 있는 거라고.]황금 상단을 이끌고 있는 거상 드루이드 체르.
그가 대충 던져 주는 정보는 하나같이 주옥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웬만한 기업의 CEO도 혀를 내두를 만한, 경제를 이해하고 보는 눈.
숲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드루이드들에게 있어서 체르는 그저 탐욕이 가득한 황금 고블린 중의 대빵 정도로 보여질 테지만, 자본주의사회.
특히나 황금만능인 대한민국과 더불어 수많은 국가에게는 체르만큼 훌륭한 조언자가 또 없다.
[키힛! 아무튼 돈을 좇는 것이야 당연하고 백번 옳은 말이지만 더욱 중요한 건 기대감을 심어 주는 거야. 이런 물품을 언제든지. 또 다른 버전으로도 내줄 수 있다는 자신감. 그걸 누구나 입장 가능한 일반 경매장에 출품함으로써 보여 주는 거지.]특유의 웃음과 함께 조언을 아끼지 않는 체르.
그의 말로는 신참인 진우를 마음에 들어서 많은 것을 알려 주고자 하는 것일 터.
뭐, 당연한 말이지만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
비용 따위는 들어가지 않는 조언일지언정 도움을 받은 이상 진우도 그냥 넘어갈 정도로 유도리가 없지는 않다.
“보리랑 홉 씨앗을 더 구할 수 있을까요?”
[히엑? 벌써 다 사용했다고? 그 물량을?]“네. 어쩌다 보니…….”
[키힛힛.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성장력이라니까.]황금 상단을 이끄는 체르는 명색이 상인이다.
상인에게 그냥 돈을 보답으로 주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인상을 줄 터.
그렇다면 간단하다.
기브 앤 테이크로서 다양한 물품을 다루는 체르에게서 대량의 물건.
특히나 농부인 진우에게 있어서 알파이자 오메가라 할 수 있는 씨앗류를 구매하는 것.
보리와 홉.
둘 다 드워프 맥주의 주재료가 되는 데다가 농장의 드워프가 하나가 아닌 둘이 된 이상 필요량도 더욱 많아진 상태.
거기에 덧붙여서 진우의 요구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리고 괜찮다면 과일 쪽 씨앗도 알아볼 수 있을까요? 사과든 딸기든 뭐든지 상관없습니다.”
[알았어. 신참의 부탁이니까 내 특별히 최대한 빠르게 질 좋은 것으로 구해 보도록 하지.]“감사드립니다.”
새롭게 추가된 보석 꿀벌, 그리고 기존부터 존재하던 시오와 무지개 나비들을 위해 꿀이 풍부한 과일 씨앗의 주문까지.
“오리들도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나도 놀 수는 없겠지.”
제작 쪽은 드워프가 다 맡아 주고 있는 데다가 판매 부분도 전성 족에서 다 알아서 해 주고 있는 실정.
이러한 환경 속.
농부로서 쉴 수야 있겠는가?
진우는 최대한 농사일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채 곧장 소매를 걷어붙이며 일터로 나섰다.
* * *
위잉~ 위에에에엥~
붕~ 부우웅~
숲을 거닐고 있는 꿀벌과 나비.
찬란하게 반짝이는 보석을 박아 넣은 듯한 보석 꿀벌과 무지개 나비는 각자 열심히 날아다니며 꽃의 꿀을 빨아들인다.
쭈웁 쭈웁-
꼬물꼬물-
천적도 없겠다.
굳이 위험을 걱정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꽃에 머리를 박은 채 부르르 떠는 꿀벌의 엉덩이와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
보통은 같은 먹이를 공유하다 보니 경쟁이 붙을 수도 있겠으나 꿀벌과 나비는 싸울 이유가 전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
숲에 존재하고 있는 꽃 외에도 그들의 주인인 진우가 심어 놓은 각종 작물.
특히나 최근 성장하고 있는 과일나무와 그 밖의 과일 꽃에게서 먹는 꿀맛은 나비와 꿀벌에게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진수성찬이라 할 수 있다.
위에에에엥~
붕~ 붕붕~
“그래, 너희들이 만족하면 나도 좋지 뭐.”
본래 존재하던 무지개 나비들은 그렇다 치고.
보석 꿀벌의 여왕님께서 산란 스킬로 탄생시킨 보석 일벌들.
꿀벌이 어째서 사회성 곤충으로 손꼽히는지 알려 주는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많이 태어나는 꿀벌들은 훌륭한 일꾼으로서 꿀을 제공해 줄 터.
“이 맛에 가축을 키우는 거 아니겠어?”
꿀을 제공해 주는 데다가 작물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꿀벌과 나비는 물론이요,
알을 낳아 주고 농사에도 도움을 주는 오리 군단과 매달 정기와 함께 약초를 선사해 주는 약초맨들!
그 밖에도 제법 오랜 시간이긴 해도 녹용을 선사해 주는 착한 사슴까지!
“커커커! 셋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를 버섯. 구워 먹으면 향이 일품이다.”
“너부터 먹어 봐.”
“쳇……!”
……물론 개중에는 수확물을 채집할 때마다 호감도가 깎여 나가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어쩌겠나?
포기하기에는 녹용의 성능이 너무나도 좋은 것을.
거기에다가 진우의 가축은 그저 부산물을 제공해 주는 녀석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 흙 맛있다. 주인도 먹을래?
“아, 아니야. 괜찮아. 마음만 받을게.”
– 파먹는 거 정말로 맛있는데…….
잠깐 신경을 쓰지 않는 동안 폭풍 성장을 이루어 낸 지룡.
대체 언제 스바프니르의 혈액까지 흡수한 것인지는 몰라도 지능까지 생겨난 지렁이.
아니, 이제는 평범한 지렁이를 넘어서 거의 용에 근접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크기다.
“‘땅속의 적응’이라니. 완전 사기적인 효과잖아?”
10m의 크기에 도달하면서 각성한 특성인 ‘땅속의 적응’.
이것을 알게 된 진우가 할 일은 뻔할 뻔 자다.
– 새로운 환경? 그럼 거기의 흙 맛은 다른 건가?
“당연하지. 아주 맛있는 흙들이 넘칠걸? 완전히 너를 위한 뷔페나 마찬가지야.”
– 뷔페? 그게 뭔가 주인? 먹는 건가?
“그럼! 엄청 많이 먹을 수 있을걸!”
– 크오오오! 흙! 파먹는다! 맛있게 먹는다! 야무지게 먹는다!
거대 숲 지그룸을 포함하여 진우가 정복한 수많은 숲.
진우는 그곳으로 대식가이자 토지의 힘을 다듬어서 한층 더 굳건하게 해 줄 지룡을 입장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