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87
87화 강탈의 공주
뜻하지 않게 지구로 난입하게 된 여섯 마리의 뱀.
스바프니르가 최약체로 불렸던 만큼 그 외의 뱀들은 더욱 강할 확률이 상당히.
아니, 거의 무조건적으로 높다.
최약체가 괜히 최약체로 불리겠는가?
“그래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찾아와 준다면 대환영인 것이 진우의 심정이긴 해도 게이트 내부에서의 전투라면 모를까.
이곳 시골 깡촌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괜히 이장님이나 어르신 분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단, 이 부분도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어르신 분들도 이제 쉴 때가 되셨지.”
과거와는 달리 제법 큰 돈을 만지게 된 진우다.
어르신 분들의 땅을 보통 시세보다도 비싼 가격에 매입해 드리고 따로 좋은 곳에 살 만한 곳을 알아봐 드리면 될 일.
그런 곳을 어떻게 알아보냐고? 그거야 진우가 할 일은 아니다.
“비즈니스 좋다는 게 뭐겠어.”
전성그룹.
든든한 대기업이 뒤를 봐주고 있는데 뭐가 걱정일까?
물론 공짜로 해 달라고 할 정도로 양심이 없지는 않지만, 일정량의 비용.
혹은 찐 감자를 선물로 주면 풍수지리 좋은 명당을 알아보는 것도 어렵지는 않은 일.
뭐, 그건 그렇고.
“그 녀석들도 기존보다는 약화 되어서 넘어왔겠죠?”
“하하. 이 정도야 눈칫밥 좀 먹어 보면 알죠.”
이 정도 눈치는 짐꾼 바닥 3년.
아니, 군대 짬밥만 먹어도 알게 되는 거랍니다, 신이시여.
아무튼 그렇게 약화된 상태라고 해도 스바프니르의 경험을 통해서 전리품은 상당히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
하물며 진우에게는 뱀들에게 가히 무한한 원한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드워프가 하나도 아닌 2명이나 대기 중이다.
“니드호그도 아니고. 그까짓 쫄따구 뱀들쯤이야. 언제든지 재료로 가져만 오라고. 쓸 만하게 만들어 주지.”
“이다음으로는 어느 부위의 무구로 제작을 해 보는 게 좋을까?”
예전의 그룩이었더라면 겁에 질렸겠지만, 진우가 일전 스바프니르를 사냥하면서 확실하게 신뢰를 쌓았다.
또한 드워프의 가장 큰 장점은 전리품을 질 좋게 다듬는 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손만 대면 신화 등급이니까 말이지.”
그룩이 진우에게 처음으로 제작해 주었던 천둥석 건틀렛을 비롯하여 볼보의 돌 신발.
그리고 만트와의 합작으로 탄생시킨 비늘 장갑.
신화 등급치고는 상당히 평범한 겉모습이었지만 그 효과는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다.
[스바프니르의 장갑(신화)]* 사용 조건 : 모든 능력치의 총합 200 이상
* 민첩+25, 마력+27
※ 스바프니르의 지혜(액티브) : 10분 동안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스킬 및 특성으로 사용되는 마나의 소모량이 50% 감소하며, 캐스팅 속도를 상승시킵니다. (쿨타임 60분)
※ 스바프니르의 걸음(패시브) : 이동 속도가 10% 상승하며, 회피율 또한 20% 상승합니다.
– 일곱 번째 뱀 스바프니르의 비늘과 심장 등. 중요 부위를 잘 정제하여 제작해 낸 장갑입니다. 지혜와 더불어 가속하는 힘을 품고 있습니다.
진우에게 유독 부족했던 민첩과 마력을 잔뜩 올려 주는, 말 그대로 최고의 옵션.
거기에다가 붙어 있는 두 개의 추가 효과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제 누가 날 뚜벅이라고 부르겠어?’
흔히 고기 방패로 취급받는 탱커의 최대 약점인 기동성.
물론 이미 천묵이를 통해 얻은 염력을 통해서 극복한데다가 속도에 특화된 버프를 부여해 주는 바람의 정령인 실프의 존재.
※ 달빛 흑표범의 발걸음(패시브) : 이동 속도가 50% 상승합니다. 해당 효과는 마나를 소모하지 않습니다.
흥정의 신이신 대지모신의 도움으로 저렴하게 구했던 흑표범의 가죽 갑옷의 이속 증가 효과까지.
사실상 뚜벅이 신세는 진즉에 벗어난 지 오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강화되는 효과가 싫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배부른 소리지.”
강해지는 것을 마다할 각성자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예로부터 아끼다 똥 된다고.
진우는 지금, 존버하면서 쌓아 두었던 신용도를 사용할 타이밍의 적기로 보았다.
* * *
쌓아 놓은 재화가 많을수록 더욱 두근거릴 수밖에 없는 쇼핑.
자그마치 85의 신용도.
능히 신화 등급의 아이템, 그중에서도 최상품을 구매하기에도 충분한 수치다.
그렇다고 해도 본래 진우였더라면 명품 1개를 걸치는 것보다는 가성비 좋은 아이템 2, 3개를 고르는 편에 속했지만, 이때만큼은 예외라고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성비를 챙기는 것도 좋지만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
혹여라도 만약의 사태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순서대로 한 마리씩 찾아와서 각개 격파한다면 참 좋겠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모르는 법 아니겠나?
스바프니르 때와는 달리 넘어온 여섯 마리의 뱀이 뭉쳐서 습격해 올 확률도 충분히 고려는 해 봐야 할 터.
그렇기에 진우도 신용도를 다 사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가장 효과 좋은 아이템을 찾고자 열심히 눈을 움직였다.
“이건 아니야. ……흐음, 이건 나쁘지는 않은데. 좀 그렇다.”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대량의 능력치를 획득할 수 있는 귀중한 영약부터 특성을 담고 있는 영단 등.
누가 신용도 상점 아니랄까 봐.
하나같이 탐스러운 것들 투성이지만, 능력치는 진우가 지금 수확하는 새로운 작물과 약초 등으로도 기대해 볼 만한 부분이고, 특성은 혹하기는 해도 과거 획득했던 ‘야생을 받아들여라’가 워낙에 효과적인 데다가 어울리지 않는 것들도 많아 과감하게 배제했다.
“……신용도가 넘치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되기도 하는구만.”
없을 때는 없는 대로.
쥐어 짜내서 최대한 알맞은 걸로 구했었던 반면 이제는 여유가 있으니 딱 하고 고르기에 애매한 상황.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약간의 비교 끝에 그나마 더 나은 쪽의 물품으로 구매를 결정하려던 찰나였다.
“아빠. 이건 뭐예요?”
어느새 다가온 것인지.
진우의 곁으로 찰싹 붙는 유진 공주님.
지금도 이런데 새삼 더 성장하면 얼마나 강해질지 감도 잡히지 않는 태초의 아이다.
“유, 유진아, 너 이게 보이니?”
“만져지지 않는 신기한 공간!”
유진과는 유물을 통해 연결된 영향인 탓일까?
지금까지는 진우만 볼 수 있었던 신용도 상점을 같이 구경하게 된 상황.
“어! 아빠, 이거요, 이거! 반짝반짝 예쁜 별!”
“얘도 참. 별이 어디 있다고 그러니?”
“아빠 바보야? 여기 있잖아!”
대뜸 상점을 향해 손을 쑤욱 집어넣는 김유진.
진우에게는 보이지도 않는 ‘별’의 언급.
그저 어린아이의 치기 어린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허나 유진이는 보통의 아이가 아닌 태초의 아이.
당연하게도 유진의 행동으로 인한 변화는 실제로 존재했으니,
[신들의 상점 속 티끌에 접근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신들의 티끌 상점이 해금되었습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신들의 티끌 상점’] [신용도가 20 상승합니다.]“……어?”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과 신용 상점.
그 뒤를 이어 숨겨져 있던 또 하나의 상점.
“헤헤, 나 잘했지?”
“그럼! 잘 했고 말고!”
명품 백화점의 문을 열어 버린 태초의 아이, 유진 공주님이시다.
* * *
맨 처음.
진우가 각성을 하게 되었을 때.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만으로도 놀라움을 토해 내던 것이 진우다.
물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이제는 몇몇 개인이 구매할 수 없는 국가 재정 단위의 물품들을 제외한다면 이제는 눈에 익숙해진 물품들이었다.
신용 상점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이제는 항시 농장에 상주하고 있는 두 명의 드워프들 덕분에 재료만 공급해 주면 얻을 수 있는 유니크, 전설 등급의 무구. 그리고 꽤나 많이 보유하게 된 신화 등급의 아이템들.
그렇기에 여간한 것들이 아니고서는 크게 놀라거나 할 일이 없어진 진우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신들의 상점이라고?”
신들의 상점.
뭐, 정확히 표현하자면 중간에 ‘티끌’이 포함되어 있는.
썩 좋지 않은 어감이지만 해금하는 것만으로도 업적과 함께 신용도를 무려 20이나 추가로 얹어 줬다.
지금까지 진우가 달성한 수많은 업적 중에서도 20의 신용도 상승이 이루어진 것은 손에 꼽을 정도.
다만 괜히 ‘티끌’이 아니라는 걸까?
문이 열리고 확인된 상점에 올라와 있는 품목은 야생의 드루이드와 신용 상점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그 개수가 적었다.
“이게 끝이야?”
거대한 궁전.
그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1개의 구슬과 거울을 닮은 듯한 방패.
고작 2개밖에 안 되는 아이템이었으나 정보를 확인해 보자 얘기가 달라졌다.
[구슬을 사용하면 늑대가 튀어나와! 늑대가 뭐가 무섭냐고? 당연히 그냥 늑대가 아니지! 무려 신을 죽인 늑대! 펜리르의 자식 둘이 깃든 구슬이니까! 물론 한 성깔 하니까 제대로 길들이려면 고기 제공 좀 잘해야 할 거야.]※ 상품명 : 스콜과 하티 구슬(측정 불가) – 구매 비용 150 신용도
* 구슬 속에 깃든 스콜과 하티를 깨웁니다.
※ 주의! 두 늑대는 자신보다 약한 자의 말은 듣지 않습니다. 공격받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어떤 공격이든 흡수하고 반사하는 무지개 반사! 아르테의 거울 방패만 있으면 상대가 누구든 간에 공격 한 번은 문제 될 게 하나도 없다니까? 한 번 믿고 사 보라고!]※ 상품명 : 아르테의 거울 방패(측정 불가) – 구매 비용 350 신용도
* 사용 조건 : 모든 능력치의 총합 500 이상
* 모든 능력치+45, 체력+80
※ 절대 흡수(패시브) : 가해지는 데미지의 80%를 누적하며 흡수합니다.
※ 절대 반격(액티브) : 방패에 누적된 데미지를 강화시켜 지정한 대상을 향해 한 방에 뿜어냅니다.
“미, 미친 거 아니야?”
상상을 뛰어넘는 효과를 지닌 ‘측정 불가’ 등급의 아이템들.
그렇지만 진우의 입에서 미쳤다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옵션 때문만이 아니다.
“가격이 무슨…….”
명품 백화점이라는 것은 알겠으나 터무니없이 비싼 금액.
과거 80 신용도를 자랑하던 흑표범의 가죽 갑옷에도 기겁했었는데 이건 뭐.
가장 저렴한 게 2배에 가까운 150 신용도에다가 비싼 건 4배인 350.
보유하고 있는 신용도를 탈탈 털어도 무엇 하나 구매할 수 없는 가격이다.
“에휴, 쩝. 그래. 솔직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게 어디냐.”
업적의 달성까지 추가해서 진우가 현재 보유 중인 신용도는 105.
어차피 그림의 떡.
빠르게 주제를 파악한 진우가 추후의 미래를 그리며 다시금 신용 상점으로 발길을 돌리려던 순간이었다.
덥썩-
대뜸 신들의 상점 진열대에 놓여 있는 스콜과 하티 구슬을 냉큼 집어 버리는 우리의 유진 공주님.
“어, 유진아. 그거 막 집으면 안 되는데…….”
“여기, 아빠! 선물 줄 테니까 딸기 줘야 해요! 어라?”
진우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태초의 아이의 강탈 사건.
보통의 경우라면 시스템상으로 제재가 있거나 막히는 것이 정상이었을 터.
허나,
크릉-
크르르릉-
[스콜과 하티가 태초의 아이, 김유진을 주인으로 인정합니다.]구슬 속에서 울려 퍼진 두 늑대의 울음소리와 함께 스르르 유진의 몸으로 스며드는 구슬.
“……이, 이래도 된다고?”
대지모신이 흥정의 여신이라면, 태초의 아이는 강탈의 공주님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