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228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227화
제도의 중앙에 있는 겹겹의 성벽으로 보호되고 있는 화려한 황궁의 안,
황금색 장식에 파란색 카펫과 태피스트리로 장식된 하얀 대리석의 황궁 복도를, 한 남자가 걸어갔다.
딱 봐도 지체 높은 문신으로 보이는 옷차림의 남자는 거대한 할버드를 든 기사들이 선 황금색 문 앞에 섰다.
“황제께 고할 일이 있다. 문을 열어라.”
철컹! 쿠르르릉!
그 말을 듣자 기사들은 교차하여 든 할버드를 치우고, 문을 열었다.
구구절절한 신분 증명이 필요 없이 그 한마디에 황궁 가장 깊은 곳의 문이 열린단 것에서,
남자의 신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문 너머는 의외로 그리 크지 않은, 황궁의 크기에 비하면 소박한 공간이었다.
온갖 종류의 서류와 두루말이, 그리고 뭔가 영상이 나오고 있는 수정구슬이 있는 커다란 탁자가 있었다.
그 주변에는 각종 아령, 케틀벨, 그리고 가벼운 무게의 원판이 있는 탄력봉과 바벨, 그리고 풀업바가 있었다.
전형적인 운동을 좋아하는 사무직의 방 같은 느낌의 방이었지만,
이곳이야말로 제국의 심장이자 두뇌, 황제의 개인 집무실이었다.
“무슨 일인가 콜칸. 자네가 직접 뭔가를 전달하는 건 꽤 오랜만이로군.”
“제가 아니면 폐하께선 그 서류더미에서 나오시질 않으실 테니까요.”
“실례로군. 그래도 간단한 운동은 계속하고 있네. 나라고 언제나 앉아있지는 않아.”
그러며 서류더미 너머에서 ‘황제’가 나타났다.
그는 짧은 황금색 머리카락에, 역시나 짧은 턱수염을 기르고 있는 거구의 남성이었다.
보라색의 황제의 용포 너머에는 잘 단련된 신체가 있음을 옷 너머로도 알 수 있었다.
등은 굽지 않고, 황제의 위엄을 살리듯 넓은 어깨가 떡 벌어져 있었다.
여러모로, 몸 좋은 미중년으로 뭇 사람들이 동경할 만한 모습이었다.
다만 그 표정은 사석이어서인지 몰라도 근엄함과는 거리가 있는,
타인을 편안하게 하는, 약간의 업무의 피로함이 묻어있는 표정의 얼굴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또 변경지대에서의 흑마련의 준동 문제인가? 심각한 일인가?”
“이번에 제7군단을 파견하지 않았습니까. 앞서서 하는 걱정은 그만두는 게 건강에 좋습니다. 오늘은 그저 사소한, 재미있는 소식을 전해드리러 온 것뿐입니다.”
비서장 콜칸은 훗 웃으며 신문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런 간단한 업무라면 굳이 자네가 오진 말게.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지 않나.”
“두려움을 모르는 용맹한 사자 황제 ‘유진 산도프 13세’께서 들어오는 소식을 두려워하십니까?”
콜칸은 훗 웃으면서 신문을 황제에게 건네주었다.
“제도 신문이로군, 아직 발간되지 않은 건가?”
“인쇄소에서 막 보내준 것입니다. 금주의 신문에서 꽤 재미있는 소식들이 나와서 말입니다.”
“그런 말을 하니 기대되는군. 어디 한번 볼까.”
그러며 황제, 유진은 신문을 펼쳐보았다.
“호오, 센토우르 더비가 화제로군?”
“그렇습니다. 올해의 센토우르 더비는 뭔가 분위기가 확 다릅니다.”
“그렇긴 하군. 1면부터 3면까지 센토우르 더비의 소식으로만 도배가 된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황제는 흥미롭다는 듯 신문을 읽어내려갔다.
“‘최약에서 최강으로,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는 켄타우로스 바라야…… 최강의 재능을 가진 켄타우로스 들이 연일 기록을 갱신한다, 게다가 대회를 가리지 않고 연일 출전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게다가 켄타우로스들의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에 관객들이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는군요. 도박사들이 아닌 순수하게 경기를 즐기는 일반 관객들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합니다.”
“그건 선조께서 기뻐할 일이로군. 자신을 도운 켄타우로스 들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 처음 시작한 일이니까.”
흥미롭다는 듯 황제가 중얼거렸다.
“재미있는 소식이로군. 계속해서 소식을 알려주게. 신문보다도 먼저.”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국이 뒤숭숭한지라 직접 보러 나가지 못하는 게 무척 아쉽군.”
그러며 황제는 신문에 있는, 활짝 웃으며 야마바바와 프레이니아와 함께 있는 바라야의 사진을 보았다.
*
“사람들의 영혼을 더럽히고 돈놀이에 빠져들게 하는 그 센토우르 더비에 신자들이 빠져들다니, 통탄할 일이로다.”
올해의 센토우르 더비가 뭔가 다르다는 것은 제도의 마르두크 교단 중앙교구에 까지 흘러 들어갔다.
싫어도 알 수밖에 없는 것이, 경기가 있는 주말 교회 예배를 오는 신도의 숫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마르두크 교단의 교황 ’보드리지아‘는 탄식하며 짜증스럽게 신문을 던졌다.
“짐승이나 다름없는 본능으로 달리는 켄타우로스에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데다, 뭐라? 어린 신도들이 갑자기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그렇다고 합니다. 교단의 청년회에서 갑자기 교단의 수양 시설의 이용신청을 하더니, 그곳에서 달리기 하는 기막힌 일이…….”
“마르두크시여 육체의 정념에 빠져버린 저 어린 양들을 구원하시옵소서…….”
교황은 탄식하며 성호를 그었고, 그를 보좌하는 보좌관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카이란 개혁이 닿지 않은 중앙교구는 마르두크 교단의 왜곡된 가르침을 따르고 있었다.
육체를 단련하거나 강한 육체를 숭상하는 것이 곧 영혼의 타락을 불러올 거라는 가르침 말이다.
그렇기에 센토우르 더비가 갑자기 대중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모으자,
교황과 중앙교구 입장에서는 이단들이 횡횡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장 오늘 있을 경기에도 신도들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오늘 교황님께서 주관하시는 기도회에도 출석율이 절반 이하를…….”
“마르두크시여…… 그보다, 지난번보다 더 출석율이 줄었는데 대체 무슨 일인가? 오늘은 1등급 경기가 있는 날도 아닌데?”
“왠지 잘 아시고 계시는군요.”
“사소한 것은 신경 쓰지 마라! 이유나 얘기해보도록 하라!”
“그게, 오늘은 그 에클레스가 갑자기 2등급 경기에 나온다고 해서…….”
덜커엉!
“그런 건 빨리 말했어야지 이 멍청한 녀석!!”
“에, 예, 에, 에에엣?!”
그러더니 교황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집무실을 나섰다.
“자, 잠시만요 교황 전하! 곧 있으면 신도들과의 기도회가 있습니다! 준비 하셔야-.”
“에에잇! 어차피 신도들도 없는 기도회 따위 열리나 안 열리나 상관없지 않나! 취소다 취소!”
“에에에엣?!”
“그딴 것보다 에클레스의 달리기를 보지 않고서 배기겠나! 우오오오!!”
그 내로남불에 보좌관은 어이가 없어서 조그맣게 기도문을 중얼거렸다.
*
“으그그그극!!”
“으끼야아악!!”
센토우르 제1 숙소의 의무실에서 켄타우로스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겨우 이 정도로 우는소리 하지 마라.”
쭈우우욱!
“꺄아아악!”
야마바바의 대퇴사두근을 로헨의 손이 꾹 누르며 밀고 나가자 그 야마바바가 하이톤의 비명을 내질렀다.
본인도, 주변 누구도 그녀가 이런 목소리의 비명을 지를 수 있단 것을 알지 못했을 터.
“아프지만 시원해! 그러니까 꾹 참아!”
“이, 이런 걸 매일 견뎌오는 거냐 파라……끼야아앙!”
야마바바는 로헨의 손이 오갈 때마다 하이톤의 비명을 내지르며 온몸을 뒤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로헨은 무자비하게 그녀의 다리 근육을 풀어주었다.
로헨의 다리 마사지가 끝나고, 네 명의 켄타우로스들이 의무실 침대에 축 늘어졌다.
“다들 근육과 뼈에 무리는 없다. 다만 피로도의 임계점에 이르렀으니 다음 경기들은 쉬는 것을 추천한다. 적어도 3일 정도는 가벼운 운동을 하며 휴식을 취해야 한다. 야마바바.”
“어?”
“너는 누구보다 뼈가 튼튼하지만 근육의 힘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인대에 무리가 가기 쉽다. 조심하면서 스트레칭에 신경 쓰는 게 좋아. 이번에도 염증으로 발전될 수 있는 손상이 발견되었으니까.”
“오, 오우…….”
“프레이니아는 반대로 뼈가 다소 약하다. 관절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서 충격을 상쇄하는 것을 신경 써야 할 거야.”
“아, 알겠습니다…….”
프레이니아도 로헨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라야.”
“응?”
바라야는 자신에게 뭔가 말을 해주려나 기대하며 눈을 반짝였다.
“……파이팅.”
“파이팅!”
싱거운 말에 다른 켄타우로스들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바라야는 아무런 문제가 없나요?”
“내가 직접 관리하니까. 그리고, 애초에 바라야의 신체 내구성은 너희들보다 훨씬 더 튼튼하다.”
비록 근육의 질 같은 타고난 다른 자질은 다른 켄타우로스들에게 밀리지만, 그녀에게도 타고난 자질이 있었다.
다른 켄타우로스들보다 더 강인한 몸의 내구성, 그리고 언제나 긍정적인 사고.
그것이 타고난 자질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의 힘든 훈련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정말 고맙습니다. 저희의 조련사…… 아니, 트레이너도 아닌데도 이렇게 봐주시고…….”
야마바바의 트레이너인 조그만 여성 트레이너가 고개를 숙이며 감사했다.
나는 훈련을 봐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신체의 위험을 체크 해주고 몸을 치유해주는 것만은 해주기로 했다.
‘켄타우로스의 몸은 강인하지만, 동시에 약해.’
달리는 것 그 자체에 모든 것을 올인한 육체이기에, 모든 것이 아슬아슬하다.
근육은 강하지만 뼈는 경량을 위해 가볍고, 인대도 충분히 강하진 않다.
‘조금이라도 무리한다면, 언제든 부서지고 끊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육체.’
듣자 하니 그렇기에 경기 중에 다리가 부러지거나,
인대가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어 은퇴하는 일이 생각보다 매우 잦다고 한다.
‘두 다리 무사히 은퇴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그렇게 말할 정도로.
“로헤……아니, 로난 트레이너!”
그러다 필립이 문득 급하게 달려왔다.
“에클레스야. 에클레스가 역시나 이번에도 1등이야.”
“흐음.”
“그 녀석, 별난 일이네.”
“보름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연달아 대회를, 그것도 1200, 1400, 2000m를 말이야.”
“그걸 또 다 이겨대는 게 역시 그 녀석이구만.”
“대단해! 완전 다른 거리를 다 이기다니!”
“역시, 최강 에클레스입니다.”
확실히 그 모든 거리를, 그것도 2, 3등급을 가리지 않고 출전해서 이기는 건 확실히 대단하다.
그 야마바바 조차도 1400에서 그녀에게 졌을 정도니까.
“원래라면 엠퍼러 더비 출전을 확정짓고 1등급 대회 이외의 다른 대회는 나서지 않을 계획이었던 듯합니다만, 갑자기 맹렬하게 대회에 출전하는군요.”
“아마도 우리들의 인기가 부러웠던 걸 거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선수의 인기는 곧 조련사의 명성과, 무엇보다 돈에 직결되는 일이니까.
‘그건 예상한 바이나, 하지만…….’
“흐음…….”
하지만, 이건…….
“로헨 트레이너?”
“혹시, 에클레스의 트레이닝이 어떤지 알 수 있나?”
“예에. 리오 부 트레이너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훔쳐……아니, 정찰했습니다.”
“호오?”
“이래 봬도 저희 기사단에서 척후 전문이었으니까요.”
그저 인품 좋은 근력훈련 좋아하는 피트니스 모델 같은 여자라 생각했더니, 그래도 역시 기사단원이군.
“그래서, 훈련 강도는 낮아졌었던가?”
“아뇨, 본 결과 평소 훈련 그대로, 아니…… 오히려 더 훈련 강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뭐?”
그 말에, 나는 표정이 굳어졌다.
나의 태도에 바라야와 필립이 응?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직접 가 봐야겠군.”
나의 말에 바라야와 필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다음 날, 에클레스가 있는 제도 남쪽의 제2 센토우르 기숙사로 달려갔다.
‘설마 대회 다음날, 그것도 2000m를 달린 바로 다음날에 훈련을 하진 않겠지만…….’
제정신 박힌 지도자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제2 센토우르 기숙사로 향했다.
파아아앗!
“웃!”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야외 운동장을 달려가는 검은 형상을 보았다.
“에클레스.”
“허억, 허억, 허억…….”
에클레스는 막 전력 질주 훈련을 마친 듯 숨을 헐떡인다.
“이 멍청한 녀석! 뭐야 이 기록은!”
그런 그녀에게, 조련사 개링이 욕을 질렀다.
“이런 달리기로 놈들을 이길 수 있겠나! 에에이! 한 바퀴 더다!”
“읏…….”
개링의 막무가내의 지시에 에클레스는 처음으로 눈썹을 찌푸리며, 불만을 드러냈다.
늘 묵묵히 개링의 지시를 들었던 그녀답지 않은 반응이었다.
“뭐냐 그 눈빛은! 반항하는 거냐!”
“……아닙니다.”
“늑대 먹이가 될 네년을 살려서 쓸모 있게 만든 건 나란 말이다!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고 싶거든 당장 달려!”
“……예.”
그러며 에클레스는 비틀거리며 다시 달리려 했다.
안색은 창백하고, 다리는 부들거린다. 땀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고, 거친 숨이 터져 나온다.
-명백한 오버트레이닝이다.
“멈춰라!”
“아앙?!”
타앗!
나는 곧바로 울타리를 넘어 에클레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당신은……?”
“에클레스, 이 이상 달리다간 넌…… 죽는다.”
에클레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