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Spoon Orcs Hate Muscle Loss RAW novel - Chapter 96
근수저 오크는 근손실이 싫다 95화
뿌드드득!
놀랍게도, 그녀의 팔이 활을 재어 시위를 잡아당겼다.
“어? 어?”
분명 아직 정령의 힘이 팔에 깃들지 않았을텐데, 그녀의 순수한 팔 힘만으로 활 시위가 잡아당겨졌다.
단 한 번도 해낸 적 없는 그 일을 무의식적으로 해낸 상황에, 프로테나의 뇌가 순간 정지했다.
꾸이이이익!
“헉!”
정지한 그녀의 뇌를 멧돼지의 괴성이 뒤흔들어 깨웠다.
“저, 정령이여!”
콰아악!
뿌드드득!
갑자기 정령의 힘이 더해지면서 작은 숏보우가 비명을 지르며 크게 휘어졌다.
피유우웅!
전에 없는 강력한 소리를 내며 프로테나가 쏜 화살이 맹렬히 멧돼지를 향해 날아갔다.
퍼억!
꾸이이익!
원래 가슴을 노리려 했던 화살은 갑작스럽게 너무 강하게 당겨버려서 그만 빗나가 멧돼지의 앞다리에 맞았다.
그러나 그 단단한 멧돼지의 앞다리를 화살이 관통했다.
“어?”
이것도 프로테나에게 있어서 처음 있었던 일이다.
콰당!
멧돼지는 그녀의 앞에 앞다리가 무너져 넘어져 버둥거렸다.
“잘했다! 프로테나! 흐음!”
타닷!
그 뒤로, 로헨이 맹렬하게 뛰어와 멧돼지 위로 점프했다.
“우오오! 롸잇 웨잇!”
빠아악!
로헨은 바로 멧돼지 위로 올라탄 뒤, 양 손으로 깍지 끼고 머리를 내리쳤다.
구히이익!!
보통의 멧돼지라면 내가 내려친 주먹 한 방에 절명했을 거다.
하지만-.
“아, 아직 방심하지 마세요!”
“음?”
꾸워어어어!!
내 주먹에 절명했어야 했을 멧돼지가 갑자기 기분 나쁜 연기를 뿜더니 괴성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으억?”
내 주먹이 꽂힌 머리에서 뿔이 돋아나온다. 이빨이 마구 자라기 시작했다.
게다가 덩치가 커지며, 털이 기분나쁜 모습으로 변화한다.
꾸워어억!
“우엇!”
녀석이 몸을 세차게 뒤흔들었다. 나는 빠르게 뒤로 뛰어 착지!
“뭐야 저 녀석은!”
“마수예요! 모습을 숨기고 있는!”
“허어?”
마수라니, 이런 또 처음 보는군.
“평범한 짐승이 아닌가?”
“몬스터와의 혼종 같은 거예요! 그러니까…… 나쁜 거!”
“나쁜 거로군!”
어쩐지, 사냥 싫다, 숲의 아이들을 해치기 싫다 징징거리던 녀석이 사냥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싶더니.
“근데 좀 일찍 좀 알려주면 덧나냐!”
“조심해욧!!”
구오오오!
녀석은 분노한 듯 눈을 시뻘겋게 빛내며 나를 향해 돌진했다.
심지어 방금 화살에 맞아 꿰뚫린 다리도 곧바로 나아버렸다.
‘그냥 평범한 짐승 정도로 생각하면 안되려나.’
“우오옷! 라잇 웨잇!”
그렇다면, 어디 한번 힘을 확인해 보지!
콰아아앙!
“으히익!”
나는 놈과 정면 힘싸움을 선택했다.
놈의 뿔 달린 머리가 뻗는 내 두팔과 격돌했다.
“그,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했는데!”
프로테나의 상식으로는, 마수화 된 러너 보어와 정면으로 부딪쳐서 무사할 존재는 없다. 성체인 그리즐리라도 말이다.
그녀의 머릿속엔 마수화된 러너 보어의 뿔에 꿰뚫린 끔찍한 로헨의 모습만이 보였다.
‘이, 이틈에 나도 그냥 튀어버릴까?’
날 강하게 만들어주겠단 명목으로 온갖 치욕스러운 자세(각종 운동 자세)를 취하게 만들고,
고통스러운 고문을 가하는 저 오크에게서 도망칠 기회가 아닐까?
프로테나는 무심코 그렇게 생각했는데.
“흐음!”
쿠, 쿠륵?!
뿌드드드득!
로헨은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그의 두 손으로 달려든 마수의 뿔을 붙잡아 돌진을 버텨내었다.
“오호!”
로헨은 오히려 그 엄청난 충격과 밀어붙이는 힘을 즐기는 듯 보였다.
“네놈은 멧돼지 중에는 그럭저럭 힘이 좋구나! 하지만!”
뿌득! 뿌득!
내가 쥔 손아귀에 힘을 더하자 놈의 뿔이 뿌직 소리를 내며 으스러지기 시작했다.
“내가 상대한 핏빛털 만큼은 아니다! 롸잇 웨이잇!”
꾸히이익!
놈의 뿔과 엄니를 손잡이처럼 붙잡고, 들어올린다!
내 척추기립근이 오랜만에 좋은 자극을 받는군!
“게엑.”
로헨이 자신보다 큰 거대한 마수를 붙잡아 들어 올리는 초자연적인 광경에 대한 프로테나의 감상은 그야말로 심플했다.
“베이베에!!”
콰아앙!
꾸히이익!
그대로 들었다 내려쳤다. 놈은 괴로운 비명을 질러댔다.
“한 방 더!”
네놈으로 나의 척추기립근 훈련을 해 주마!
콰앙! 콰앙! 콰앙!
그대로 한 서 너번 빨래 내려치듯이 내려치고 나니까 날뛰던 마수의 기운이 좀 줄어들었다.
“미안하지만 끝내주마! 롸잇 웨잇!”
[상완근 최대출력!]빠아악!
꾸어어어억!
내가 한번 내리쳐본 머리를 전력을 다해 두들긴다!
카카가 만들어준, 더욱 튼튼한 금속 징이 박힌 스트랩을 감은 주먹을 놈의 정수리에 마구 내리쳤다.
빠각! 빠각! 콰앙! 콰직!
꾸워어어어!
부우웅!
녀석은 두개골이 깨진 듯 코피를 흘리면서도 악을 쓰듯 머리를 휘둘러 날 공격하려 들었다.
“흥, 제법 꽤 튼튼하군!”
게다가 녀석은 비틀거리면서도 점차 자세를 새로 잡는 것이, 빠르게 회복을 하는것처럼 보였다.
‘저거 그냥 죽을 때까지 계속 쳐야하나?’
뭐 그래도 되긴 한데, 얼마나 오래 두들겨야할지도 모르니 귀찮고,
‘무엇보다 그러면 유산소성 운동이 되잖아! 근손실 온다고!’
난 내가 정확하게 계산해서 짜 놓은 유산소 루틴을 벗어난 유산소는 사양이란 말이다!
“빛의 정령이여…… 섭리에 벗어난 삿된 것을 물리칠 힘을!”
후우웅-.
그 순간, 그녀의 활 끝에 잠시 빛이 날아들어 깃들 것 같다가 이내 깜빡였다.
마치 불이 붙으려다 만 것 같은 실망스런 모습이었다.
“아……저, 정령님! 제발! 부탁해요! 저 마수를 해치워야 한다구요! 제발……!”
프로테나가 누군가에게 우는 목소리로 애원을 하자.
화아악!
마치 마지못해서 붙는단 듯 다소 희미한 불빛이 그녀가 겨눈 활의 촉에 깃들었다.
“크읏!”
활을 당기느라 힘을 쓴 팔의 고통을 느끼며 그녀는 시위를 놓았다.
피유웅-!
퍼억!
쿠워어어어!
그녀가 쏜 정령의 힘이 깃든 화살이 날아가 정확하게 마수 러너 보어의 엉덩이에 꽂혔다.
그러자 마수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 듯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흐음?’
화살에 깃든 정령의 빛이 녀석에게 스며들자 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기분 나쁜 기운이 줄어들었다.
‘저 엘프가 뭘 한 건진 몰라도, 이건 뭔가 약해졌다는 뜻인가?’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혹시나 전투라도 일어날까봐 챙겨온, 뛸 것을 생각해 30kg짜리 케틀벨을 허리춤에서 꺼내들었다.
“롸잇 웨잇!!”
빠가악!
꾸우어어억!
케틀벨을 바로 놈의 뚝배기에 내리쳤다.
일격에 놈은 부들부들 떨며 털썩 주저앉았다. 내 주먹에 저항하던 것관 다른 모습이다.
“한방 더!”
빠가악!
꾸어어억!
“아직도 숨이 붙어 있구만!”
콰직!
이번엔 제대로 두개골이 쪼개지는 소리가 났고, 놈의 머리에 붙은 7개의 구멍에서 피가 퍽 튀어나왔다.
“그래도 모르니까 확실하게 끝내주마! 라잇 웨이잇!!”
콰지직!
세 번째, 양손으로 붙잡고 케틀벨 스윙의 요령으로 내려친 케틀벨은 한 방에 놈의 머리통을 완전히 박살내었다.
“흠!”
머리통을 잃은 마수의 시체는 몇 번 펄떡이다, 기분 나쁜 기운이 가스 빠지듯 빠지며 잠잠해졌다.
“꽤 강한 녀석이지만, 산짐승보다 좀 더 튼튼한 거 빼면 크게 다른 것 같지도 않군.”
“…….”
별것 아니었단 듯 손을 툭툭 터는 로헨을 본 프로테나는 넋을 잃은 채 주저앉았다.
“말도 안 돼, 마수를 칼 같은 것도 없이 잡다니…….”
“프로테나.”
“히잇! 네!”
용케도 도망가지 않았네. 도망갈 줄 알았더니.
아, 그냥 내 업적에 정신줄을 놔버렸던 거군.
“고맙다. 네 그, 정령술…… 이었던가? 그게 있어서 쉽게 놈을 해치울 수 있었다. 마수란 녀석과 싸우는 건 처음인지라.”
“아, 아뇨…… 제 정령술은 너무 보잘 것 없어서…….”
특히 정령술에 능한 엘프라면 저런 마수를 한 방에 정화시켜버릴 정령술을 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자신의 정령술은 기껏해야, 마수를 약화시키는 것 정도에 불과했다.
“아마 제 정령술이 없었더라도…… 충분히 저 마수를 죽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쩐지 조금 풀죽은 얼굴이다. 저런 타입은…….
‘뭔가 문제가 있어서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그런 타입이다.’
헬스장에 찾아오는 사람들중, 자신의 성격을 고치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자신의 몸에 대한 문제는 별로 인식하지 못한걸 보니, 아마도 이 녀석도 그런 타입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운동 동기부여를 해 주기 위해서는…….’
“아니, 너의 그 정령술이 없었다면 분명 위험했을 지도 모른다.”
“엣…….”
“보아하니 이 숲에서는 이런 마수들이란 것들을 자주 맞닥뜨리게 되겠지. 나는 그 녀석들에 대한 지식이 없다.”
이 세계는 나에게 상식이란 것이 전혀 통하지 않는 판타지적 존재로 넘쳐난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줬다.
그리고 단순히 근육의 힘만으론 그 존재들과 맞서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것도.
“마수에 대한 너의 지식은 분명 큰 도움이 되겠지. 부탁한다. 너의 지식을 빌려다오.”
대신 널 강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말이야!
“…….”
“……프로테나?”
“……으흑!”
날 멍하니 보던 프로테나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어?”
“흐아아아앙…… 으허어엉…….”
프로테나는 뜬금없이 주저앉아서 아주 통곡을 했다.
당황은 했다. 하지만, 이런 적이 몇 번 있어서 금방 이해했다.
“저, 저어…… 누군가에게, 훌쩍! 잘 했다고…… 칭찬 받은 적이…… 으허어엉…….”
“충분히 칭찬 받을 일에 칭찬을 했을 뿐이다.”
“으아아아앙!”
이런, 오히려 더 크게 울어버리게 만들었군.
하지만 이거로 이해했다. 이 아이가 공동체에서 쫓겨난 덴 저런 사정이 있었을 거다.
나는 그저 옆에 앉아서 프로테나가 맘껏 울도록 놔 두었고, 훌쩍거리며 울음을 멈출 때에 붉나무 드링크를 마시라 건네주었다.
“저…… 어째선지 정령술이 너무 약해서……. 그래서…….”
“사람이 모든 걸 잘 할순 없는 법이다.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네겐 뛰어난 활솜씨가 있지 않나.”
“하지만…… 이 정도는 우리 바람걸이 공동체의 엘프에겐…….”
“네가 지금 있는 곳은 공동체가 아니며 네 옆에 있는 것도 엘프가 아닌 오크다.”
“아…….”
“지금 너의 능력이라면 우리에게 분명 큰 도움이 된다. 그러니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라.”
“으……읏…….”
“그렇다고 또 울지 마라. 울면 근손실 난다.”
“무, 무슨 말인 진 모르겠지만…… 아, 알겠어요…….”
훌쩍이며 눈물을 닦는다. 그래, 눈물은 운동의 고통의 와중에 흘리는 거다.
“그럼 이제 슬 일어나자. 다른 녀석들도 배고플 테니까.”
“네에…….”
“아, 그렇지. 바로 하나 물어볼 게 생겼군.”
“네?”
나는 검붉은 피가 쭉 뽑혀나온 마수의 시체를 가리켰다.
“마수는, 먹을 수 있는 거냐?”
“…….”
프로테나는 마치 음식물 쓰레기통을 가리키며 저거 먹을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을 본 듯한 표정으로 날 보았다.
*
프로테나 왈, 마수의 피는 생물체에 치명적인 맹독으로 작용해서 절대로 먹지 않는다고 한다.
“뭐 그런 이유로, 아쉽게 나와 프로테나가 잡은 녀석은 가져오지 못했다.”
“어쩔 수 없지.”
“설치해놓은 덫에 씨알이 굵은 토끼들이 많이 잡혔으니 괜찮다.”
끼이이이!
그러며 에이크는 머리에 뿔이 난 기괴한 토끼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저건 마수 아니지?
“컹!”
“엄마야!”
“오, 레타.”
그리고 우리를 따라온 레타도 노루 한 마리를 목에 물고 등장했다. 이런 기특한 녀석.
“바, 반려 늑대 같은 건가요……?”
“아니, 나의 동료이자 내 회원님이다.”
컹!
“힉!”
레타는 자신을 반려동물 취급한 것에 대해 불만이라는 듯 컹 짖었다.
프로테나는 놀라 움츠렸다. 너무 놀래 키지 마라.
“마수는 종종 제국의 영토 안에서도 보이곤 하죠. 상급의 마수가 나타나면 제국 차원에서 토벌도 종종 벌입니다. 하지만……바남 인근의 숲에서 마수가 나오는건 처음 듣는 일이군요.”
“처음인 일이 많군.”
“이곳 ‘하을바람’ 숲에선, 아 우리들은 그렇게 불러요! 종종 마수가 나와요. 과거 대전쟁의 저주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서 그렇다고 들었어요.”
“의외로 마의 대지에 접경해있는 우리들의 고향에선 마수가 안보였는데.”
“슬란 산맥은 워낙 토착 짐승들이 강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카이란의 말에 나는 순간 핏빛털을 떠올리며 빠르게 납득했다.
“아무튼 뭐 먹을 건 충분하니 식사준비 부탁한다.”
나는 마수 놈에게 쓸데없이 주먹질한 터라 계획에도 없던 유산소를 한 분량만큼 근력운동을 하고싶어졌다.
오늘은 오랜만에 바벨 운동을 할까 해서 탄력봉을 찾아가던 찰나,
“저, 저기 로헨……!”
“음?”
“혹시…… 그, 운동이란 것에 관해 얘기 좀……할 수 있을까요?”
“…….”
프로테나의 말에 난 그녀가 울음을 터뜨렸을 때보다 더 놀랐고.
동시에, 굉장히 기뻤다.
“일단 여기 앉아서 잠시 상담해보실까요 회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