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alter ego is becoming a tycoon RAW novel - Chapter (71)
#71
새로운 질서 (1)
펄럭펄럭—
[후흐흐흐··· 어떻게 된 게 쓰레기는 치워도 치워도 끝이 보이질 않는군.]달빛도 비추지 않는 어두운 밤.
한 고층빌딩 위에 바람을 맞으며 휘날리는 검은 옷자락이 있었다.
어둠을 두른 듯한 모습에서 제대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한 쌍의 푸른 안광이 전부.
그 두 눈은 화려하게 빛나는 야경을 내려다보며, 세상을 오시하는 절대자처럼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사실 절대자라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가 바로 아우테리카 차원의 재앙, 불사왕 그 자체였으니까.
‘한 번 휩쓸고 지나간 지역의 범죄율이 줄어들긴 했는데, 그 이상으로 커버하는 지역이 계속 넓어지면서 일거리는 오히려 늘고 있으니.’
불사왕이 되면서 얻은 무한한 마력과 「마도의 길」, 「마력 지배」 등의 스킬을 이용해 그동안 애용해 오던 ‘전염성 사역마법 최종본_수정_2차_FINAL(3)_진짜마지막’을 대대적으로 손보았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전염성 사역마법 완전판’.
더 은밀하고, 더 정확하며, 더 넓은 범위를 탐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로 인해 그의 활동 영역은 서울 전체를 뒤덮고도 계속해서 늘어났고, 처벌하는 악인들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아지는 중이었다.
[악의가 들끓는 이 세태가 통탄스럽기 그지없구나. 그 마음에 품은 독기가 얼마나 컸으면 이럴까.]사회가 이렇게 혼란스러워진 게 어떻게 그들만의 탓일까.
그들 또한 이 세상에 상처 입은 또 다른 피해자가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그래, 너희들의 세상을 향한 울분, 내가 전부 받아주마. 더는 바깥으로 그 악의를 분출하지 않을 수 있도록··· 내 품 안에서 영원한 평온을 누리게 될 것이다. 크흐흐흣—]누군가는 그 불행의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모든 부정함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는 한스야말로 그 일에 가장 적합한 존재이리라.
그때 또 새로운 신호가 감지되었다.
이능을 이용한 강도살인, 안타깝게도 이미 몇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듯했다.
[저런··· 저질러 버렸구나.]이렇게 되면 또 그가 거둬들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스의 몸이 어둠에 휩싸이며 그 모습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사라지기 전, 그의 발밑에 드리운 음영에서 수백이 넘는 무언가가 아우성치듯 일렁거렸다.
곧 도착할 신입을 열렬히 환영하듯··· 매우 거칠게.
***
“어때? 뭔가 알겠어?”
“으음··· 대충은 알겠네요.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트라우마를 반복 재생하는 건데, 저주에 사념까지 섞어서 우회도 불가능하게 만들어 놨어요.”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병원 침대에 누워 잠든 이의 머리에 한 손을 올려놓고 답했다.
“그건 이미 알고 있던 거고. 해주(解呪)는? 할 수 있겠어?”
“아, 그거요? 절대 못 하죠. 체계가 다른 것도 있는데, 일단 나보다 수준이 더 높아요. 괜히 잘못 건드렸다간 나까지 살(煞) 맞을걸요.”
그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았던지, 질문을 던진 양복 사내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흘겨보았다.
“그럼 대체 할 수 있는 게 뭐야? 따로 알아낸 건 없어?”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네요. 이 저주를 건 인간, 터무니없는 괴물이에요. 나 같으면 이 양반하고 싸우느니 그냥 곱게 자살하는 편을 택하겠어요.”
“···그 정도야?”
이능관리국 범죄수사과 팀장인 박한철은 거칠게 머리를 긁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 모자 쓴 사내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위해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지금 그는 흑마법에 대한 자문으로 수사에 협조 중인 상황이었으니까.
“일단 흑마법의 수준이 높아요. 복잡하고 견고한 구조를 보아하니, 어느 차원에서 오랜 시간 동안 발전되어 온 걸 체계적으로 배운 것 같아요.”
거기에 대충 겉핥기로만 익힌 수준이 아니라, 그 비전까지 제대로 깨우치고 습득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흑마력의 밀도가 말이 안 나올 정도예요. 단순히 양이 많다는 문제가 아니라, 그 질 자체가 달라요. 대체 어떻게 이렇게 순수한 기운을 쌓았는지 물어보고 싶네요.”
기운을 키우다 보면 불순물이 쌓일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사용된 흑마력은 놀랍도록 정순했다.
애초에 부정한 기운인 흑마력이 이렇게까지 될 수 있다는 걸 그도 이번에 처음 알았을 정도로.
“마지막으로··· 그쪽 체계만의 특징인지 비전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저주를 사용하는 방식이 인간 같지가 않네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모자 쓴 사내는 날카로운 눈으로 침대에 누운 이의 속마저 꿰뚫어 보듯, 다시 찬찬히 살펴봤다.
“애초에 저주라는 건 양날의 검이라, 사용할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단 말이죠? 자칫 잘못하면 자신한테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그런 얘기를 많이 듣긴 했지.”
“그런데 이 양반은 그에 대한 방비가 하나도 없어요. 더 빠르고 강하게, 오직 효율만을 추구한 방식. 그런데 또 그게 너무 자연스럽게 들어맞는단 말이죠.”
저주에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었다.
뭔가 우회로라도 있어야 해주든 뭐든 시도할 텐데, 이건 어떻게 손을 댈 수조차 없었다.
“저주 면역 스킬이라도 가지고 있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이건 그 수준이 아닌 것 같단 말이죠? 뭔~가 미묘하게 어긋난 듯한 느낌? 인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하려나···.”
“하! 저주에 인간성은 얼어 죽을. 그놈도 미쳐도 한참 전에 미쳤겠지.”
“에이, 느낌이 그렇다는 거죠. 그리고 흑마력 사용자라고 다 정신이 나간 건 아니잖아요? 저만 해도 이 정도면 멀쩡한 편 아닌가요?”
박한철은 모자 쓴 남성, 안성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그는 평소에는 얌전한 편이었지만, 한 번 발작해서 사고를 치고 잡혀 온 이력이 있었으니까.
특별한 스킬로 흑마력의 정신 오염을 막기는 했으나, 그것이 완벽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그가 귀환한 직후, 힘들게 생계를 유지하던 부모님의 가게에 건달들이 들이닥쳐 난리를 치는 것을 목격하고 그 제어가 풀려버렸던 것이다.
다행히 살인까지는 가지 않았던지라, 여러 가지가 참작되어 지금은 이능관리국의 일을 도우며 지내는 중이었다.
‘저렇게 보여도 고위 흑마법사이기도 하고. 사실 도망갈 수도 있었는데 부모님을 생각해서 순순히 잡혀올 정도로 정신이 잘 잡혀있는 놈이기도 하니.’
그동안 제법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도 사실인 만큼, 더는 그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이 저주를 건 게 하회탈이라고 했죠? 범죄자를 죽이고 나면 시체까지 가져간다고요?”
“그래, 그 자리에 흑마력이 가득한 피만 남겨진 경우도 있고,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고 가져가 버린 경우도 있고.”
“와우··· 이 정도 수준의 흑마법사가 사용한 사령술? 그거 진짜 무섭네요. 영혼까지 노예가 되어버릴 텐데.”
“···정말?”
“네크로맨서 앞에서는 죽는다고 끝이 아니에요. 그 몸은 물론 영혼이 닳아버릴 때까지 재활용할걸요. 아까 제가 괜히 자살하는 게 낫다고 한 게 아니죠.”
물론 안성진처럼 그쪽은 전공이 아니라 생각보다 약할 수도 있었다.
시체는 연습용으로 가져간 것일 수도 있으니.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상대에게 그런 요행만을 바라는 것도 미련한 짓이었다.
“사실 여기 이놈은 들어온 지 제법 됐어. 하회탈이 한창 활동할 때 당하고 아직 퇴원하지 못한 놈이지.”
박한철은 침대에 잠든 채 누운 사내를 턱짓하며 말했다.
그 사내도 범죄자였으니, 조사를 편하게 하기 위해 마음대로 재워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한동안 잠잠했던 하회탈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거든. 그래서 오늘 막 들어온 놈들이 있는데, 그놈들의 치료도 대충 끝난 상황이니 네가 한 번 봐줬으면 좋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그래도 당한 직후의 상대에게선 뭔가 더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흠··· 그럼 한 번 봐 볼까요?”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으니 안성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들은 중환자실에 들어선 후, 전신에 붕대를 감고 있는 미라를 마주하게 되었다.
“어··· 이 인간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 꼴이 된 거래요?”
“어디 보자···, 방화로군. 그나마 사망자가 없어서 이 정도로 그친 모양이다. 요즘 하회탈은 강력범들을 주로 잡느라 대부분 즉결 처형이거든.”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바빠진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안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든 환자의 머리맡으로 이동해 그 머리에 한 손을 올리고 눈을 감았다.
그러길 잠시···.
“흡!”
한순간 눈을 번쩍 뜬 그는 황급히 손을 떼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아···.”
“왜? 뭔가 다른 게 있어?”
“아하··· 아하핫— 그래서 팀장님! 이, 하회탈을 잡아서 뭐 어떻게 하신다구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실실 웃으며 딴소리를 하는 안성진.
박한철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일단 묻는 말에 순순히 말해주었다.
“잡는다고 하기보단 일단 정체를 파악하는 게 먼저지. 그 다음엔 재차 검증을 거친 후, 회유하게 될 거고. 능력도 있고 나름의 선도 잘 지키는 것 같으니까.”
“저처럼요?”
“뭐··· 그렇지? 아니, 근데 갑자기 왜 이러냐? 뭐 알아낸 게 있어?”
답답해진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윽박지르자, 안성진이 먼 곳을 보는 듯한 눈으로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앞에 했던 말, 철회해야 할 것 같네요.”
“오? 뭔가 알아낸 게 있구나!”
그는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저··· 지금 바로 죽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그동안 나랏일 제법 도왔는데, 유공자 연금은 나오겠죠? 모아둔 돈이 얼마나 되더라···.”
갑자기 횡설수설하기 시작한 안성진의 모습에, 그때서야 박한철은 그의 표정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동공이 풀려 초점을 잃은 두 눈은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떨리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 올려 웃는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가득했다.
“···너 괜찮냐?”
안성진은 멍한 얼굴로 조금 전의 일을 회상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저주를 자세히 들여다본 순간.
그는, ‘그 존재’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
[호오—? 넌 뭐 하는 놈이냐?]이전의 저주에서도 본 적 있었던 간단한 사념인 줄 알았는데, ···뭔가 달랐다.
한없이 어두운 심연을 뭉친 것 같은 형체에 푸르게 빛나는 한 쌍의 눈이 자신을 또렷이 직시하고 있었다.
그 영혼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에 안성진의 머릿속이 순간적으로 새하얘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은 발작하듯 급하게 연결을 해제하는 중이었고···.
그 와중에도, 한 쌍의 눈은 그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가 떠나는 순간까지,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계속.
“야! 너 왜 그래! 정신 차려!”
“아하하··· 괜찮아요. 그래도 일단 엄마한테 전화해야 할 것 같으니까 잠시만 놔 주실래요? 잠깐 비밀 임무 맡았다고 하고, 저 순직 처리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처음 살폈던 저주와 이번 저주의 차이.
단순히 더 강해졌다거나 성장했다 정도가 아니었다.
존재 자체의 밀도가 달랐다.
잠깐 편린을 엿본 것만으로도 영혼이 흔들릴 정도였으니.
그 또한 수준 높은 고위 흑마법사였기에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사정없이 덜덜 떨리는 양손을 보며 주먹을 꾸욱 움켜쥐고 다시 결심을 다졌다.
‘이미 존재를 들켰어. 직접 영혼을 관측당한 이상, 그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내 위치를 찾아낼 수 있겠지.’
하회탈의 변덕에 따라 언제든 그의 주변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이 집에 있을 때 그자가 찾아오기라도 한다면···.
‘안 돼! 차라리 지금 죽는 게 나아! 그리고 지금이라면 영혼도 사로잡히지 않고 곧바로 성불할 수 있을지도 모르···.’
찰싹—!
“야! 안성진! 정신 안 차리냐!”
볼에서 전해지는 화끈한 통증과 함께 순간적으로 정신이 돌아왔다.
그제야 주변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야! 대충 무슨 일인지는 짐작이 가는데, 일단 진정해!”
박한철은 패닉에 빠진 안성진의 뺨을 때리고 나서야 그의 눈빛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네가 알아둬야 할 거. 지금까지 하회탈은 범죄자들만 처벌해 왔다는 거야. 그것도 나름의 기준을 두고 죄에 따라 차등을 둬서.”
고의적인 살인 등 강력범의 경우엔 즉결 처형, 그 외에는 지금 그들의 옆에 있는 범죄자처럼 자신의 판단에 따라 형을 집행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쫓고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계속 알고 있었어. 그랬는데 지금껏 우리에게 손을 쓰지 않았지.”
하회탈에게는 오직 범죄자만을 심판한다는 명확한 선이 있었으니까.
“알았냐? 너 지금 제정신 아니야. 마음 좀 가라앉히고 차분히 생각해 봐.”
“아···.”
안성진은 그의 말을 듣고서 심호흡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자신이 어떤 대단한 정보를 알아낸 것도 아니었다.
하회탈의 정체나 위치 같은 건 물론이고, 그 능력조차 ‘대단하다’는 것밖엔 알지 못했다.
그냥, 어쩌다 보니 사념을 통해 우연히 눈이 마주친 것뿐.
이윽고 그는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아주 잠깐 저주를 통해 존재의 편린을 마주했을 뿐인데, 공포에 질려 공황에 빠져버린 것이다.
“아하하··· 그랬구나···.”
“진정됐냐?”
“네··· 저기, 팀장님?”
“어! 그래! 왜? 뭐 할 말 있냐?”
“저, 잠깐만 좀 쉴게요···.”
털썩—!
한순간 긴장이 풀려버린 안성진은 그 자리에서 기절하듯 쓰러졌다.
“엉? 야! 갑자기? 여기서?”
멀리서 들려오듯 박한철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에게는 더 이상 여러 가지를 따질 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
[흐음··· 이런 경우도 다 있군.]사방이 어둠으로 둘러싸인 공간 속, 한스가 한쪽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의 푸른 안광이 향한 방향의 끝에는··· 정확히 한 병원이 위치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