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is an SSS-class reward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악당의 결말 (3)
전직 검사였던 서정현은 직접 재판에 참여해 강남 길드의 악행을 낱낱이 까발렸다.
제일 먼저 처벌받은 것은 유태오와 구 강남 길드 3분대 헌터들이었다.
던전에서 헌터 한 명을 미끼로 쓰고, 던전 보상을 챙겨갔다는 증언.
억울하게 사망한 헌터도 있었지만, 유태오 분대장은 시체도 써먹으라고 했다는 증언.
당시의 상황을 인정하며 죄를 뉘우치겠다는 분대원 한 명의 자백.
그 자백으로 인해 3분대 사이에서 일어난 분열.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3분대 헌터들의 죄가 여실히 드러났다.
유태오는 징역 9년, 미끼 작전을 실행한 헌터들은 징역 8년, 그 외 방조한 이들은 징역 3년에 처해졌다.
이들은 앞으로 각성자 전용 수감소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다.
유태오는 이 모든 게 한이경이 시킨 일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정현과 나의 합작으로, 기억을 가진 채 한이경의 스킬에서 벗어난 유태오는 어떻게든 감형을 받고자 한이경이 저지른 죄를 고발했다.
하지만 되려 본인이 브로커로 활동했던 정황이 발각되면서 추가로 벌금형을 받았다.
강남 길드 3분대 헌터들이 모두 처분받은 뒤.
한이경도 법정에 섰다.
한이경은 국내 최고 로펌에서 변호사 군단을 기용해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려 했다.
그러나 한이경의 스킬에 당했던 사람들이 모두 증인으로 섰다.
유태오, 시위 선동자, 증언을 거부했다던 어느 자산가, 그리고 박이원까지 모두 증인으로 선 데다가, 서정현이 강남 길드의 힐러 신윤현까지 증인으로 세워, 강남 길드가 저지른 모든 범죄의 중심에 한이경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판결은 서정현의 손을 들어줬고, 한이경은 부패재산 몰수와 무기징역에 처해졌다.
그렇게 한이경은 감옥에 들어갔다.
한편, 구원 길드장은 기자 회견을 열었다.
그는 기자 회견을 통해 한이경과 공모해 수호 길드장의 가족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국민 앞에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수호 길드장과 국민 모두에게 사죄했다.
한이경에게 조종당하고, 수호 길드를 모욕했던 박이원의 명예는 순식간에 추락했다. 그러나 그가 한이경에게 죄를 미루지 않고 사죄한 것에 주목하는 시선도 없진 않았다.
수호 길드장은 구원 길드장의 사과를 쿨하게 받아줬다.
잘못한 만큼 성실히 헌터 활동을 이어가길 바라며, 다음엔 던전에서 만나자고 했다.
덕분에 정하나는 대인배 이미지를 얻었으며 사과까지 받은 수호 길드는 완전히 입지를 굳혔고, 정하나는 이젠 수호가 1위 길드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나 1위가 수호 길드가 맞는지는 부산 길드의 의견을 들어봐야 했다.
부산에서 일어난 반협회 시위가 한이경의 음모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위 선동자를 잡은 부산 길드의 주가가 올랐다.
김신욱이 멋대로 저지른 계약을 파투 내지 않고, 서정현을 도와준 덕이었다.
결과적으로 부산 길드는 남부 시민들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길드 1위로 성장했다.
사람들은 수호 길드와 부산 길드, 양대 산맥의 시대가 왔다고 떠들었다.
구원 길드와 강남 길드의 몰락, 그리고 수호 길드와 부산 길드의 성장.
새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 사이에서 우리 길드 역시 고평가를 받고 있었다.
수호 길드와 동맹을 맺은 길드이기도 하고, 천혜 길드장에게 마수를 받을 정도로 친분도 있고.
김신욱이 헌터가 됐다는 소식을 SNS로 알리며 부산 길드와의 친분도 증명됐다.
김신욱에게 SNS에 글을 올리라고 한 건 나였다.
김신욱은 길드 피아노 소유권을 받아 가는 대신, 내가 시키는 대로 글을 올렸다.
글을 올리라고 한 이유는 김신욱이 부산 길드에서 이유 길드로 이적했다는 소식을 퍼트리기 위해서였다.
대한민국 대표 피아니스트 김신욱이 A급 헌터였으며, 이번에 SS급 던전 공략에도 참여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김신욱은 단번에 스타가 됐다.
부산 길드의 우병삼은 SNS에 ‘언제나 응원한다, 신욱아! ^^’라는 글과 함께, 어린 김신욱과 우병삼이 같이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 덕에 이유 길드가 부산 길드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졌다.
수호 길드와 부산 길드, 천혜 길드 모두와 친분이 있는 길드.
거기에 구지상이 있는 길드.
소속 헌터가 5명 밖에 없는 소형 길드지만, 이유 길드는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화제의 길드였다.
이 화제성에 가장 직격타를 입은 건 안타깝게도 진준성이었다.
진준성은 진지하게 자퇴를 고민하고 있었다.
구지상이랑 한 번만 대화하게 해달라는 애들은 어떻게든 무시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자기한테 고백까지 하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는 이유였다.
진준성은 고백으로 가장해 자신의 성적을 떨어트리고 성공을 방해해서, 이유 길드의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계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서 여러모로 걱정이었다.
윤지석은 진준성이 고백받은 게 처음이라 그런 것뿐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그것보다 지하의 태권도장을 어떻게 바꿀지 같이 고민해달라고 했다.
태권도 사범을 관두고, 본격적으로 이유 길드의 사무장으로 일하고 싶다면서 말이다.
윤지석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생기 있어 보였다. 누가 봐도 태권도 사범님보다 지금의 일이 더 즐거운 듯했다.
그런 사람을 말릴 이유는 없었기에, 나는 윤지석에게 지하에 공방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아직 길드로 데려오지 못한 한 힐러를 위한 공방이었다.
윤지석은 ‘그 힐러’를 위해서라면 태권도장 따위는 필요 없다며, 흔쾌히 공사에 착수했다.
길드가 소란스러운 와중에도 고주연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여전히 칠성활이 다루기 어려운 것 같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하느라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고주연답게 착실히 자기 길을 가고 있었다.
구지상과 김신욱은 B급 던전을 공략하러 자리를 비웠다.
실전 전투 경험이 필요한 김신욱이 던전 갈 생각을 안 해서, 구지상에게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김신욱은 구지상에게 끌려갔고, 두 사람은 즐겁게 던전을 공략 중일 것이다.
두 녀석이 나간 뒤, 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조금 전 모르는 번호로 문자 하나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이유영 길드장님. 구원 길드장, 박이원입니다.
한 번 만나 뵙고 싶어서 연락드립니다.
구원 길드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편히 방문 부탁드립니다.」
장난 문자라고 생각해서 넘겼지만,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했다.
마침 구지상도 없던 터라 나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다.
그러자 몇 번의 신호음이 간 뒤, 한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크흠. …여보세요, 이유영 길드장님?』
“이거 구원 길드장님 휴대폰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박이원입니다. 실례지만 이용건 헌터에게 부탁해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한번 뵙고 싶어서요.』
이용건의 이름까지 나온 걸 보면 진짜 박이원인 듯했다.
마침 나도 박이원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던 참이라 전화를 끊지 않았다.
“그럼 길드장님이 저희 길드로 오시는 게 어떻습니까?”
『이유 길드를요? 거기엔… 크흠, 제가 찾아뵐 염치가….』
“구지상 씨 없으니까 그냥 오세요. 저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구원 길드장과는 거래하고 싶은 게 있었다.
바로 구원 길드 훈련장에 있던 던전 시뮬레이터였다.
고주연이 능률 있게 훈련하려면 그 장치가 필요할 것 같았다. 구지상도 그게 없어서 불편한 것 같았고, 하다못해 김신욱도 부산에는 있었는데 왜 여긴 없냐며 투덜댔다.
나는 그런 장치가 필요 없지만, 길드원들이 갖고 싶어 하니 마련해둘까 싶었다.
박이원은 구지상이 없다는 말에 비로소 편히 말했다.
『그럼 1시간 내로 찾아뵙겠습니다.』
이후 전화를 끊은 박이원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길드에 도착했다.
***
박이원은 긁히면 겁이라도 날 정도로 비싸 보이는 검은 외제차를 끌고 왔다.
머리를 깔끔하게 넘기고 정장을 갖춰 입은 남자는 얼마 전에 내가 손발을 포박했던 꼴사나운 놈과 동일 인물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박이원은 투명한 테의 안경을 고쳐 쓰고서 내게 인사했다.
“이유영 길드장님, 오랜만입니다. 길드로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이렇게 저자세입니까, 안 어울리게.”
내가 대놓고 말하자 박이원은 머쓱하게 웃었다.
나는 녀석을 응접실로 안내했고, 박이원은 나를 따라오며 말했다.
“이유영 길드장님께서 제 목숨을 구해주셨으니까요. 은인에게 예를 갖추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입에 발린 말 안 하셔도 됩니다. 구지상 씨 데려가서 얄밉다고 생각하는 거 다 압니다.”
박이원은 내 말을 부정하지 않은 채로 멋쩍게 웃고는 응접실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사실 제가 이유영 씨를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지상이를 좋은 헌터로 이끌어줄 사람이라는 건 압니다. 그러니 정중하게 대하는 거고요.”
“은인이니까 예를 갖춘다고 하시더니, 그쪽이 본심인가 보네요.”
“툭 까놓고 말하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박이원은 계속해서 내게 맞춰주고 있었다.
수호 길드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여전히 괘씸하긴 했지만, 사과하기도 했고 예도 갖추고 있으니 나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차라도 내오겠습니다.”
박이원이 앉아서 응접실 내부를 눈으로 훑어보는 동안, 나는 차를 타워서 박이원과 내 앞에 한 잔씩 내려놨다.
박이원은 일회용 종이컵에 담긴 현미 녹차를 보며 말했다.
“지상이는 잘 지냅니까?”
“성인이니 알아서 잘 지내지 않겠습니까.”
“훈련 부분에서 부족하진 않고요?”
박이원은 이미 부족함을 느낄 거라고 단정 지은 것 같았다.
구원 길드와는 비교되는 응접실, 내온 차는 평범한 티백 녹차, 길드장은 평범한 반팔과 반바지 차림.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모였다.
내가 말없이 쳐다보자, 박이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본론을 꺼내 볼까 하는데…. 길드 대 길드로서 저희 구원 길드가 이유 길드의 헌터들을 지원해드리고 싶습니다.”
“구지상 씨 때문입니까?”
박이원은 부정하지 않았다.
“이런 작은 길드에서 성장하기엔 지상이의 그릇이 너무 큽니다. 이유영 씨 역시 느끼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 길드 헌터들의 그릇은 크고, 그에 반해 길드는 작다는 걸요.”
언뜻 들어보면 그럴듯한 말이었다.
실제로 고주연은 효율적으로 훈련하지 못하고 있었고, 구지상도 스킬 훈련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김신욱도 불만이 많았다.
이들의 그릇이 큰 데 반해 이유 길드가 너무 작아서 성장이 더디다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확고하게 말했다.
“전 그릇 장수가 아닙니다.”
박이원은 오해하고 있다. 나는 길드원들을 스타로 만들어주기 위해 길드에 들인 게 아니다. 이들의 그릇을 키우고자 길드원으로 들인 게 아니다.
길드원들은 어디까지나 나와 함께 몬스터와 싸워줄 동료다.
내가 시뮬레이터를 필요로 하는 이유 역시, 길드원들이 몬스터와 더 잘 싸우기 위해 그걸 원하기 때문이다.
박이원은 난처하게 웃더니, 변명하기 시작했다.
“뭔가 오해가 있었나 봅니다. 저는 이유 길드와 좋은 관계를 맺고 투자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이유 길드가 수호 길드와 맺은 동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릅니다. 그런 것보다는 구원 길드 훈련장의 시뮬레이터를 한 대 팔아주셨으면 합니다. 살 테니까요.”
박이원의 표정을 보니, 나를 말을 안 통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게 보였다.
나 역시 박이원을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박이원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이용건 같은 구원 길드 헌터들은 박이원의 운영 방식 속에서 성장했다.
그들은 분명 훌륭한 헌터다. 이용건의 목숨을 건 전투를 본 적 있는 나는 이용건이 따르는 박이원 길드장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박이원이 우리 길드에 자기 방식을 적용하게 둘 생각은 없었다.
박이원의 길드와 우리 길드는 거래 상대 정도면 족했다.
박이원은 어지간히 납득하기 힘들었는지, 한참 고민하던 끝에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 건은 거래 계약서를 들고 다시 찾아뵙죠. 다만… 왜 투자를 거부하시겠다는 건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시뮬레이터 살 돈도 충분히 있는데 굳이 투자까지 받을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투자를 받으신다고 하시면 시뮬레이터 정도는 지원해 드릴 의향도 있습니다. 길드도 지금보다 더 키울 수 있도록 도와드릴 테고요.”
“글쎄요, 커 봤자 별로 도움도 안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박이원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어투였지만, 더 설득할 마음은 없었는지 찻잔을 비우고서 일어났다.
어차피 내가 무슨 설명을 하든 박이원은 날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박이원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길드를 나서는 박이원에게 한마디 했다.
“박이원 길드장님은 마지막으로 던전 들어가 보신 게 언제입니까?”
“네…?”
“던전에서도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헌터잖습니까. 길드장님도, 저도.”
박이원은 내 말에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받은 듯했다.
내가 뭘 그렇게 충격적인 말을 했다고 저런 반응인지 알 수 없었다.
녀석은 혼잣말하듯이 중얼거렸다.
“…지상이가 그래서 여기를 선택했군요.”
박이원은 내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그대로 차를 몰고 길드에서 벗어났다.
점차 멀어져가는 외제차는 이 동네와 어울리지 않아서 이질적으로 보였다.
나는 그 이질적인 차가 사라질 때까지 지켜봤다.
* * *
다음날, 박이원은 약속대로 시뮬레이터 장비와 거래 계약서를 들고 길드를 찾아왔다.
계약 체결은 순조로웠고, 박이원은 깔끔하게 거래를 끝낸 뒤 돌아갔다.
그리고 며칠 뒤.
구원 길드의 이름이 ‘본 길드’로 바뀌어 새 시작을 한다는 뉴스가 떴다.
영어 본(Born)과 한자 본(本) 모두에서 의미를 따와 새로 뿌리부터 튼튼히 하겠다는 이중적인 의미의 ‘본’이라고 한다.
이용건이 부길드장 자리에 올랐다는 좋은 소식도 껴있었다.
나는 그 기사에 적힌 박이원의 인터뷰를 읽었다.
겉멋을 뺀 단정한 30대 남자가 무언가를 결심한 얼굴로 말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박이원이 한 말이 적혀 있었다.
「던전에서 볼 수 있는 길드장이 되겠습니다.」
아무래도 박이원의 결말은 다른 악당들과는 좀 다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