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천하제일 사냥 대회에 출전하겠다고?”
“네. 그럴 생각입니다.”
대회에 대한 정보도 얻을 겸 해서 갈레온을 찾았다.
사실, 우리는 이 세계관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
이 세계의 땅덩어리는 얼마나 큰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또 주산업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사냥을 하는지. 거의 대부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에 이 모든 것들을 우리 스스로 알아내야만 했다.
“나쁜 소식이로군.”
사냥 대회 이야기가 나오자 갈레온의 표정은 순간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왜요? 뭐 잘못된 거라도 있습니까?”
“많이 잘못됐지! 자네들이 사냥 대회에 출전한다면 단번에 유명해질 테니까 말이야.”
“저희가 다른 상회에 들어갈까 봐 그러십니까?”
“당연하지! 그거 말고 내가 기분 나쁠 이유가 뭐 있겠나?”
갈레온의 뇌 구조는 온통 우리와의 계약 생각뿐인 듯했다.
“그런데 이 대회가 그렇게 유명합니까?”
나의 질문에 갈레온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짓는다.
마치 ‘이 새끼는 뭐지?’ 하는 듯한 눈빛.
아무래도 백치미 넘치는 질문이었나 보다.
“유명하냐니. 이거 나원참 어이가 없어서!”
이 정도 반응이면 답변을 들은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아! 유명한 건 물론 알고 있습니다만, 사냥 대회의 위상이 최근에 어떻게 변했나 궁금해서 말입니다.”
라며 일단 말을 돌려 보았다.
그러자 갈레온은 뭔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련을 하느라 최근에 속세를 떠나 있었던 것이로군.”
“……네. 바로 그겁니다.”
생각해 보지 않은 편리한 설정이었다.
“최근 몇 년 천하제일 사냥 대회의 위상은 더욱 커졌다네. 관중들이 많아지면서, 우승 상금도 훨씬 올라갔고 말이야.”
“그렇군요.”
좋은 소식은 아니다.
이번 퀘스트의 클리어 조건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며 실패는 곧 죽음이다.
32층에서는 호감도 -100을 찍는 순간 사망이라고 공지해 놓았으니까.
갈레온은 우리의 참가를 달가워하지 않으면서도 온갖 정보와 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이상한 점들이 발견된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천하대회 사냥 대회의 개최 시기는 매년 이맘때쯤이며, 장소는 헬리오 산.
그런데 이야기에 따르면 헬리오 산은 그냥 일반적인 산이 아니다.
‘마치 탑이나 던전의 느낌?’
도전자들에게는 메시지 창이 나타나고, 괴물들은 끊임없이 리젠 되며, 때로는 미션이 부여되는 신기한 곳.
심지어, 평소에는 헬리오 산에 입장하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고 한다.
산 입구의 포털이 열리는 것은 매년 단 이틀뿐.
‘포털이라니! 이것부터가 말이 안 되잖아!’
우리가 아는 한, 32층의 세계관은 중세 유럽쯤의 아주 평범한 곳이었는데 헬리오 산은 규격을 한참 벗어난 신비의 장소였다.
“올해 대회는 거를까도 싶었는데, 자네들이 출전한다니 따라가야겠군.”
“따라오신다고요?”
“그래! 다른 상회 놈들이 자네들을 채 가는 꼴을 볼 순 없지 않은가! 나 역시 관중석에 앉아 있을 거라네.”
관중석은 도대체 또 뭔지.
어쨌든 독특한 장소라는 것은 분명했다.
‘헬리오 산이라…….’
비록 디버프의 저주를 받고 있지만,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
탑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라면, 그게 어디든 내 무대니까.
* * *
헬리오 산은 32층의 세계관에서는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지는 모양이었다.
산 주변에는 온갖 주술적인 건축물들이 세워져 있었는데, 사람들은 이 헬리오 산을 영접하는 곳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헬리오 산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대부분은 천하제일 사냥 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찾은 관중들.
일 년에 단 한 번 있는 이 행사는 이 대륙의 최고 축제였던 것이다.
“그런데 자네들은 정말로 헬리오 산에 처음 와 보는 것인가?”
“네. 어차피 포털이 열리는 날이 아니면, 결계 때문에 산에 오를 수도 없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말 알면 알수록 특이한 젊은이들이이야.”
갈레온은 고래를 절레절레 젓는다.
헬리오산 입구 앞에는 거대한 홀로그램이 펼쳐져 있었다.
수십 분할로 이루어져 있는 이 화면은 헬리오 산의 곳곳을 비추는 일종의 CCTV인 셈.
‘탑의 로비 같은 곳이군.’
플레이어들을 가둔 종말의 탑은 어쩌면 온갖 차원들로부터 모티브를 따와 완성한 곳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든 이 헬리오 산을 지배하는 것도 32층의 군주인 달빛의 명사수일 터. 나에게는 쉽지 않은 미션들이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했다.
[호감도: -97]사실 달빛의 명사수가 보이는 행태는 너무 양아치스러웠다.
내가 살성 제안을 거절한 게 언제 적 일인데, 그걸 아직까지 마음에 두고 이렇게 뒤끝 작렬을 하다니.
대회 중에 이 호감도를 올리지 않는 한 우승은 요원한 일일지도 모른다.
“어이! 갈레온! 자네도 여기 와 있었나?”
갈레온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남자가 아는 척을 해 왔다.
딱 봐도 다른 지역 출신의 상회 사람. 그의 옆엔 김세용만큼이나 덩치 큰 거한이 있었는데, 보나 마나 소속 사냥꾼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오랜만이군. 제나드.”
“자네 뒤에 두 명은 소속 사냥꾼?”
“그건 아니고 최근에 관심 있게 보는 친구들이지.”
“이 둘을?”
“그래. 이 두 친구가 사냥 대회에 참가한다기에 한번 따라와 봤네. 혹시나 해서 하는 얘긴데 자네는 절대 눈독 들여선 안 돼.”
갈레온의 말에 제나드라 불린 남자는 나와 김세용은 번갈아 훑어보았다.
그리 기분 좋은 눈빛은 아니다.
김세용은 몰라도 나에 대해선 명백히 피식거리는 표정이었으니까.
“갈레온! 자네 요즘 많이 어려운가 봐?”
“그게, 무슨 뜻이지?”
솔직히 나는 알 것 같다.
갈레온 본인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모를 이유가 없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도 같은 생각을 했으니까.
“약속하지. 절대 눈독 들이지 않겠다고. 크크큭!”
나를 바라보는 제나드의 시선은 노골적이었다.
한마디로 병신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모르지만, 이놈의 호감도가 X밥 냄새를 풀풀 풍기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 한술 더 뜬 것은 제나드의 옆에 있던 사냥꾼.
“제나드, 요샌 개나 소나 사냥 대회에 참가하나 봅니다?”
“뭐? 개나 소? 혹시 그거 우리 들으라고 하는 얘기야?”
발끈한 것은 김세용이었다.
녀석은 노발대발하며, 제나드 옆의 사냥꾼을 노려보았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난 작년 대회에서 6위에 입상한 바르가스다.”
“몰라. 그런 개나 소는.”
“뭐? 이런 개 같은 놈을 봤나!”
김세용의 말에 바르가스는 바로 검을 들어 올렸다.
물론 위협만 하려는 것이겠지만 선을 세게 넘었다.
얼마나 우리가 우습게 보였기에.
그때였다.
[스페셜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바르가스를 참교육시키십시오.] [성공 시: 호감도 +5]‘갑자기? 그리고 여기서?’
뜬금없었지만, 보상의 유혹이 너무 달콤하게 느껴졌다.
무려 +5다.
지금껏 두 번의 퀘스트 모두 +1에 그쳤던 것을 생각한다면 어마어마한 수치.
문제는 지금 이곳이 공개된 장소라는 것이다.
자칫 소란을 피우게 되면 대회의 참가가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는 것.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바르가스가 풍기고 있는 기운이었다.
‘버프를 받고 있는 김세용 정도 되려나?’
디버프로 절대 감각이 둔감해졌기에 정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대충 그 정도로는 보여졌다.
참교육을 시키려다 역관광 당하기에 딱 좋은 견적.
하지만 지금 스페셜 퀘스트를 무시하고 지나갔다가는 또 어떤 뒤끝 작렬이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선택의 여지 따위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스윽-
성검의 날을 살짝 움켜쥔 왼손에 생채기가 나며 핏방울이 살짝 묻어난다.
이런 식의 자해가 달갑지는 않지만 아직은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
우우우웅-
역시 이번에도 반응은 있었다.
방법이 지랄 맞아서 그렇지 효과는 확실했다.
나는 곧바로 성검에 한껏 마나를 실어 휘둘렀다.
채애애앵!
바르가스의 검이 날아갔다.
검을 잡고 있던 바르가스는 텅 빈 손을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너 이 개자식, 죽으려고 환장했지?”
바르가스는 살기를 내뿜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바로 모여들었다.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재미난 일이 벌어진 것이니까.
심지어 지난 대회의 6위쯤 되면 이 바닥에선 상당히 유명인사일 터. 더 재밌어질 만한 요소인 건 분명했다.
“검을 들어 상대를 위협한 것! 설령 해할 의도가 없었다 할지라도 충분히 비난받을 만한 행위다.”
“이 병신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게다가 너는 지난 대회의 활약으로 올해의 성적이 더욱 기대되는 우승 후보.”
“뭐?”
상황이 생각보다 나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렇게 군중들이 모여들면, 녀석의 언행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으니까.
나는 도덕책 읊어 대듯 사람들 앞에서 말을 이어 갔다.
“그럼에도 너는 신인 사냥꾼을 상대로 검을 겨누는 만행을 저질렀다. 단지, 너의 기분이 상했다는 이유로. 내 말이 틀렸는가?”
녀석은 바로 반박하지 못한다.
검을 겨눴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니까.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나는 너의 검을 멀리 쳐 낸 것이다. 대회전에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말이다. 혹시 너는 여전히 소란을 일으키고 싶은 마음인가?”
나는 의도적으로, 내가 녀석의 검을 쳐 냈다는 대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이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바닥에 덩그러니 내동댕이쳐진 바르가스의 거대한 검은 초라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지금 녀석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진 상태.
본인이 검을 겨누었다는 건 명분을 잃는 치명적인 행동이었다. 또한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선 양아치 짓을 할 수 없을 테니 이는 내게 아주 좋은 보호막이 되어 주었다.
녀석으로선 한판 붙고 싶겠지만, 거기에 응해 줄 이유는 없다.
더욱이 이미 마나를 소모한 나로서는 괜히 싸웠다가는 샌드백만 될 테니까.
“모든 참가자들은 신전 앞 광장으로 집합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최 측의 안내 멘트는 보호막을 넘어 구원의 손길이 되어 주었다.
나는 물론 지체하지 않았다.
“이만 가자. 세용아. 이런 시비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건 우스운 일이니까.”
나는 바로 돌아서서 집합 위치를 향해 걸어갔다.
구경 온 군중들을 헤치고 지나가자, 사람들은 길을 열어 주었다.
“이 개자식이!”
등 뒤에선 바르가스의 분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가볍게 무시해 주었다.
어차피 승부는 났다.
여기서 더 해 봤자 추해지는 건 누가 될지는 자명한 사실.
[스페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호감도가 +5 상승하였습니다.] [호감도: -92]기분 탓인가?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호감도가 -80대로 진입하면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겠다.
[추가 보상으로 방금 소모한 마나를 모두 회복하였습니다.]예상치 못한 추가 보상까지.
소소하지만 상황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 225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