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ucky Encounter From the Game Turned Into Reality RAW novel - Chapter 96
게임 속 기연이 현실로 96화
25. 한발 걸치다(5)
아드리안과 아르시아의 등장.
하지만 그들이 누군지 모르는 루이스 페어몬트로선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다, 당신 뭐야?”
그러나 단 한 가지,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이들이 환영할 만한 손님이 아니란 점이었다.
지하 벙커 상황실 관계자들의 굳은 표정과 자신에게 향해지는 아드리안의 적개심과 동정심이 섞인 이해할 수 없는 눈빛.
무엇보다 면전에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폭언만 봐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루이스의 물음에 아드리안이 씩 웃으며 답했다.
“아드리안 로렌스 후작, 그리고 그녀는 나의 약혼녀 아르시아 클라인 백작이다.”
친절한 자기소개에 루이스는 순간 그게 누구냐는 반응을 보였으나, 이내 두 눈을 크게 떴다.
최근 기연자인 자신보다 유명세를 띄고 있는 건방진 인물의 이름과 같았으니 말이다.
“우릴 엿 먹인 그?”
“맞아. 그리고 네가 이곳에 오기까지 겪은 일들을 계획한 사람이기도 하지.”
“뭐라고?”
이해가 되지 않는 건지 이해하기를 싫은 건지 계속 멍청한 반응을 보이는 루이스의 모습에 그의 아버지이자 공화국 대통령인 카트로 페어몬트의 등 뒤에 숨어 단검을 들이밀고 있던 한 사내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참고로 내 친구야.”
“이즈라엘 오스카!”
“이즈라엘 오스카 프리우스다. 누구 마음대로 이 나라의 근간이 되는 이름을 빼먹어?”
공화국의 국명인 ‘프리우스’를 성으로 사용하는 가문.
그런 가문은 단 한 곳뿐이다.
프리우스 공화국이 왕국이던 시절 나라를 이끌던 왕가의 이름이었으니까.
사랑하는 국민을 위해서라며 공화제란 제도를 만들고 스스로 왕위를 내려놓은 어리석은 가문 말이다.
“빌어먹을 자식이! 이제 와서 봉건제를 부활시키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그럴 생각 없는데? 나는 선조께서 남긴 공화제란 제도가 자랑스러우니까.”
프리우스 가문은 최근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해당 가문이 모습을 감추자마자, 혁명군의 활동이 왕성해지기 시작했기에 그들의 배후에 프리우스 가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최근 힘을 얻고 있던 상태였다.
그들이라면 명분도 충분히 갖고 있고, 재력이면 재력, 인력이면 인력, 인맥이면 인맥, 왕위만 없을 뿐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는 가문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그 추측이 정답이었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네놈이 반란군의 수괴렸다?”
“주변 사람들 전부 눈치챈 걸 가지고 뭐 대단한 거 알아낸 것마냥 굴어?”
“이익!”
분노 가득한 루이스의 반응에 그를 보호하며 이곳에 데려온 뱅가드들이 침입자 세 사람을 에워쌌다.
아드리안의 경우 현재 가장 유명한 대마법사이고, 이 안에서 이즈라엘 또한 대마법사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거기에 오러마스터인 아르시아가 함께 있으니, 지하 벙커에 침입한 적은 대마법사 2명과 오러마스터 1명이 되는 셈이다.
‘공격할까? 해볼 만할 것 같은데?’
루이스는 입술을 깨물며 고민했다.
대통령이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을 제외하면 생각만큼 불리한 전력 차이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이 벙커 상황실 안에 카트로 대통령의 측근이자 대마법사인 ‘제르가 마법원장’과 ‘판멜 국방연구소장’이 자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결단을 내린 루이스는 아군 대마법사인, 제르가와 판멜에게 눈짓을 했다.
신호를 주면 공격을 하란 제스처였다.
하지만 그의 신호를 받은 핵심전력인 두 대마법사가 맹렬하게 고개를 내저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아무래도 대통령의 신변을 걱정하는 것일 터.
그에 루이스는 죽일 듯이 두 사람을 노려보며 눈빛으로 협박했다.
“눈빛이 뜨겁네, 뜨거워.”
그런데 마치 전부 읽고 있다는 듯 이즈라엘이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지하벙커 상황실과 연결된 생활구역의 문이 열리면서 세 사람이 들어섰다.
그들의 등장과 함께 루이스처럼 적들과 싸워볼 만하다고 생각했던 뱅가드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이유는 그 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오러익스퍼트와 질적으로 달랐으니 말이다.
“오러마스터만 넷…….”
아르시아를 비롯해 혁명군 이즈라엘 사령관의 측근인 기동타격 대장 셋을 더해 같은 공간에 무려 4명의 오러마스터가 몰려 있었다.
“오러마스터만 전투 전력인가? 대마법사도 빼먹지 말라고.”
아드리안이 손가락으로 이즈라엘과 자신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는데, 루이스의 눈에는 장난을 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외부에서 막았어야 할 전력을 안으로 들인 이상 이 싸움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어째서 이놈들의 침입을 허락한 겁니까!?”
이런 상황에 루이스는 자신의 아버지인 카트로 대통령에게 짜증 내듯 그렇게 물었다.
카트로 대통령은 입을 다물었고, 그런 그를 대신해 아드리안이 비웃듯 말했다.
“딱히 침입한 게 아니라 네 아버지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왔거든.”
“그게 무슨?”
“지금 당장 목이 베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그게 궁금하냐?”
“…….”
루이스는 뒤늦게 자신이 지금 목소리를 높일 때가 아니란 것을 깨닫고는 아버지를 따라 입을 닫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아드리안이 한발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궁금하면 알려줄까?”
루이스는 눈알을 굴리다가, 조금이라도 시간을 끄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은 내가 네 아버지와 면담을 가지면서였지.”
그리고 아드리안은 과거를 회상하며 이곳의 침입 경로를 설명했다.
* * *
“설마 이렇게 마주하게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군요. 요즘 론델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계신 아드리안 로렌스 후작님?”
프리우스 공화국 대통령 집무실.
카트로 페어몬트 대통령과 대면하게 된 나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와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내겐 그가 관심을 가질 만한 수단이 매우 많았으니까.
예를 들면 루카스 대공의 자금을 세탁하는 과정에서 얻은 투자의 천재란 호칭도 그렇고, 지난번 그들의 청탁을 지금이라도 받아들이면 프리우스 공화국 정부를 골머리 썩히게 만드는 혁명군 활동에 제동을 걸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공화국 정보부를 상회하는 블루문이란 세계적 정보기관이 뒤에 있지 않은가?
독재자에게 블루문의 힘 일부라도 빌려준다면 날개를 달게 되니, 나는 그에게 유용한 패가 참으로 많았다.
“저도 제 발로 이곳을 찾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프리우스 공화국의 대통령이면 우리 라인하츠 왕국의 적대국인 크로이센 제국의 황제와 비슷한 위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인물을 상대로도 주눅 드는 일 없이 떳떳하게 행동했다.
나는 이 나라 사람이 아니다.
괜히 잘 보이고자 비굴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너무 저자세로 나가면 상대에게 의심을 살 수도 있는 일이니, 나는 고개를 빳빳하게 들었다.
“후작께선 무례하시군요. 앞에 계신 분은 대 프리우스 공화국의 대통령 각하십니다.”
“대통령 각하를 향한 무례는 우리 공화국을 향한 도전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덕분에 대통령의 심복이자 오러마스터인 라미너스 장군과 제르가 마법원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나는 어쩌라는 태도로 담담히 말했다.
“오늘 전 조국인 라인하츠 왕국과 상관없이 개인의 신분으로 대통령님과 거래를 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입니다. 오히려 무례한 건 거대 대상을 압박하는 당신들의 태도 같습니다.”
오만하기 그지없는 발언.
하지만 그 발언은 내가 건넬 거래 내용이 그만큼 가볍지 않고 대통령도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뜻했다.
당연히 라미너스 장군과 제르가 마법원장이 발끈했지만, 공화국의 독재자 카트로 대통령만큼은 오히려 흥미를 보였다.
“호오, 그 거래가 무엇인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굳이 사이도 좋지 않은 후작님을 위해 시간을 뺀 만큼 마음에 드는 거래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그럴 겁니다.”
나는 그러면서 아공간을 열었다.
그러자 두 사람이 전투태세를 취했으나, 나는 왜 그렇게 과민반응하냐며 콧방귀를 뀌며 두 개의 물건을 테이블에 올렸다.
“포스 코어 아닙니까?”
그건 뱅가드 장비와 천공요새의 핵심 장비라고도 할 수 있는 포스 변환장치, 일명 포스 코어였다.
두 개의 생김새는 비슷한 듯 보이면서도 미묘하게 달랐는데, 나는 그 두 개를 모두 1차 봉인까지 풀었다.
코어는 각 마탑의 기술력이 집약된 만큼 함부로 분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 수많은 암호가 걸려있을 두 장비의 봉인 어렵지 않게 풀었다는 뜻은 두 개 모두 내가 제작했다고 볼 수 있었다.
“하나는 제 소유의 로렌스 마탑에서 제작한 팬서1.0의 포스 코어고, 다른 하나는 이곳 혁명군이 사용하고 있는 뱅가드 장비의 포스 코어입니다.”
“네!?”
내 말에 기사인 라미너스 장군만 고개를 갸웃거렸고, 카트로 대통령과 제르가 마법 원장의 표정에는 황당함이 깃들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설마 반역군의 코어가 정말 후작님의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란 말입니까?”
“얼마 전, 이제 고인이 되신 가르시아 국무위원장님께서 제게 찾아와 반역군의 코어가 내 기술을 훔쳐 만들어진 것이라 고발해 달라는 청탁을 해오셨죠. 그에 저는 거짓말에 어울릴 필요성을 못 느끼고 무시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것이 사실이었던 것이죠.”
“허어.”
이는 지난 청탁 스캔들을 뒤엎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결국, 프리우스 공화국의 주장이 옳고 내가 틀렸다는 셈이니까.
더불어 프리우스 공화국 국민들의 민심을 뒤흔들고 있는 혁명군이 진짜 도적집단이란 의미였으니, 이 사실만 공표되면 혁명군의 위세는 크게 꺾일 수밖에 없었다.
“오오, 그렇다면 혁명군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주시겠지요?”
“당연히 그래야죠. 내 물건을 훔친 도적에게 자비를 베풀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는 분명 큰 이득이긴 했지만, 내 실수에 의해 쓰고 만 누명을 벗는 것뿐이다.
아마 대통령이 생각했던 이득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그럼 우선적으로 우리 대통령 각하께 사과를 하는 게 우선이지 않겠습니까?”
“말로 전하는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사과를 못하겠다는 거요?”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으시죠.”
나는 대통령에게 당근을 제시했다.
“사과의 의미로 두 개의 선물을 드릴 생각입니다.”
“선물이라 하시면?”
대통령도 내 사과에는 흥미가 없는지, 선물이란 말에 관심을 드러냈다.
“두 개다 정보입니다.”
하지만 정보란 말에 미간을 좁혔는데, 내가 툭 테이블에 내려놓은 종이 서류를 집어 든 대통령이 그 내용을 살펴보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이, 이것이 사실입니까?”
“공화국에도 정보부는 있겠죠? 그들 통해 해당 기업들을 조사하면 이 정보가 진짜인지 갈피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내가 건넨 첫 번째 자료는 두 개의 기업 자료였다.
바로 머지않아 주가가 폭등할 기업의 기밀 자료 말이다.
“수익률은 얼마입니까?”
“적으면 2배, 많으면 10배까지 바라볼 수 있습니다. 추천 거래 한도는 첫 번째 기업이 3조, 두 번째 기업이 5조 정도죠.”
도합 8조를 투자하면 16조에서 최대 80조를 벌 수 있는 정보였다.
독재자가 아주 좋아하는 돈의 정보였다.
“이, 일단 확인 좀 해봐도 되겠습니까? 해당 기업들의 기술이 정말 실증 단계인지.”
“부디 공화국의 정보부가 우수했으면 좋겠군요. 시간을 많이 빼앗기지 않게요.”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곧 그는 부하들을 시켜 해당 정보의 조사를 지시했다.
기밀이니만큼 쉬이 접근하지 힘들겠지만, 프리우스 공화국의 정보부라면 가닥을 잡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약 2시간 정도가 흘러 원하는 보고를 받았는지, 대통령의 안색이 밝아졌다.
“왜 이런 정보를 본인이 직접 사용하지 않으시고.”
“저도 써먹을 겁니다. 그러니 제가 지정한 파이를 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하하, 그렇군요.”
당연하지만 전부 뻥이다.
블루문을 통해 정말 누가 들어도 대박으로 보이는 기업들의 정보를 긁어모아 만든 자료였다.
누가 들어도 대박으로 보인다는 뜻은 아직 대박은 아니란 의미다.
성공할 것처럼 보여도 가능성은 확신할 수 없다는 것.
다만 나처럼 믿을 수 있는 신분과 명성을 가진 인물이 옆에서 부채질을 한다면 신뢰도가 대폭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즉, 프리우스 공화국의 대통령은 지금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선물이 두 개라 하셨죠? 설마 이 두 기업의 정보가 전부입니까?”
“아뇨, 그 두 기업의 정보가 첫 번째 선물입니다.”
그러면서 나는 두 번째 선물을 건넸다.
그건 지도였다.
“이게 뭡니까?”
“혁명군을 자처하는 반란군의 본거지입니다.”
“네? 아니, 이걸 어떻게!?”
“출처가 중요하진 않죠.”
이미 내가 가진 정보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체험한 터라 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광기 가득한 눈빛으로 대통령에게 협박 같은 부탁을 했다.
“내 기술을 훔친 도적놈들을 소탕해 주실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그래 주시겠죠?”
“물론이죠. 이들은 우리도 좌시할 수 없는 범죄조직입니다.”
이해는 일치했다.
“일단 해당 장소를 탐색해 봐도 되겠습니까?”
“조심성이 많으시군요? 편한 대로 하십시오.”
“반란군의 본부를 확인하고 그곳을 토벌하기 전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합니다. 함께 다과나 나누며 기다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내 대우는 완전히 바뀌었다.
크로이센 제국의 황제와 동격이라는 대통령이 더없이 친근한 표정으로 내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나는 몇 시간을 더 녀석과 얼굴을 마주했고, 이번엔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혁명군 본부를 확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단하십니다. 이거 큰 도움을 받는군요.”
이제 나에 대한 의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게 모든 정보를 확인한 그는 마치 나를 애인 보듯 바라보았다.
“뭘요. 저로서도 명예가 걸린 일인 걸요.”
“귀족들에게 명예란 중요란 법이죠.”
그리고 함께 이런저런 덕담을 주고받던 중.
사건이 발생했다.
-콰아아아앙!
“뭐, 뭐냐!? 무슨 일이야!?”
“각하! 기습입니다! 대규모 뱅가드 부대가 도시를 포위하듯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설마 브링엄 제국에서!?”
“일단 지하 벙커로 피하시죠!”
“아, 알겠다.”
나는 난리가 난 대통령궁의 모습에 짐짓 당황한 듯 말했다.
“혹시 공간이동 제한 풀어주실 수 있습니까?”
“죄송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럼 저보고 알아서 도망치라고요? 브링엄 제국군의 포위망을 뚫고?”
내 날카로운 물음에 카트로 대통령과 그의 심복들이 곤란하단 반응을 보였다.
방금까지 애인 보듯 소름 돋게 쳐다봐 놓고 이제 와서 나를 모른 척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군요. 함께 피하시죠. 지하벙커에서 외부로 통하는 피난 경로가 몇 개 있습니다.”
그에 라미너스 장군이 강력한 무력을 가진 나와 아르시아를 굳이 같은 공간에 들일 필요가 있냐는 반응을 보였지만, 대통령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에게 나는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인맥이 되었으니까.
더불어 이 자리에 있는 라미너스 장군과 제르가 마법원장, 금방 이곳으로 달려올 판멜 국방연구소장과 뱅가드들을 더하면 자신의 호위전력이 우위에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그렇게 나는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손쉽게 지하벙커에 들어설 수 있었다.
* * *
나는 벙찐 표정으로 지난 이야기를 들은 루이스 페어몬트를 보며 낮은 웃음을 흘렸다.
“벙커에 들어선 뒤론 아주 쉬웠지. 안센 원수에 의해 미리 포섭되어 있던 네이선 장군과 그의 부하들이 대통령궁에 내분을 일으켜 호위 병력을 쪼개게 만들고 혼란을 틈타 대통령을 인질로 잡아내 친구들을 초대했거든.”
장황했던 지하벙커 점령기에 카트로 대통령과 그의 심복인 두 대마법사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루이스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얼굴을 붉혔다.
“그리 고통스러워하지 마라. 너는 매우 소중한 존재니까.”
내 말에 루이스는 도끼눈으로 그게 무슨 의미냐는 표정을 지었다.
“전쟁 종결을 위해 브링엄 제국에 바칠 선물이거든.”
“씨발!”
그리고 나를 대신에 이즈라엘 사령관이 답하며 다가오자, 루이스 페어몬트는 욕설과 함께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그전에…….”
“뭐, 뭐야?”
“몇 대 맞자. 넌 대통령의 아들이란 이유로 너무 나댔어.”
그러나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이미 인질이나 다름없는 그가 어디로 도망치겠는가.
-퍽! 퍽!
“끄아아악!”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동하던 카트로 페어몬트 대통령과 가짜 기연자 루이스 페어몬트.
이들의 몰락이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