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doll is Gigant RAW novel - Chapter (151)
151. 거신의 후예.
“영주님, 저들을 도와주세요.”
“응?”
에테나가 내 옆에 섰다.
“고민하고 계신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휴! 이번 일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큰 문제야.”
“그래도 수인들은 우리나 드워프, 오크들보다 훨씬 나은 상황입니다. 그들은 아직 멸망하지 않았고, 자신들을 지킬 힘이 있습니다. 영주님께서 도와주신다면, 그 괴수들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들은 영주님께 충성을 다할 겁니다.”
에테나의 말뜻은 알아들었지만, 솔직히 회의적이었다.
엘프와 드워프, 오크 차원을 멸망시킨 놈들이다.
그런 놈들하고 싸워서 이겨야 했다.
과연 내가 돕는다고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곳 차원이 무사할 수 있을까?
성공만 한다면 지속적인 마석 공급도 가능하고, 수십만 명의 수인들이 내 명령을 따를 것이다.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당장 급한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숫자를 늘리고 있는 개미 군단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일단 수인들과 거신 용병들의 능력을 봐야겠어.’
여왕개미와 개미 군단과 싸우다 보면, 그들의 의지와 전투력을 볼 수 있을 테니까.
난 테오아칸에 돌아가자마자 라이진 국왕에게 병력을 이끌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에테나와 괴조인형을 타고 차원 균열로 향했다.
그리고 아리칸 왕국의 관문을 향해 날아갔다.
***
[아리칸 왕국]“지금 마석이라고 하셨소? 마석이야 우리도 항상 부족하긴 한데······.”
마석 이야기가 나오자, 마르틴 국왕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수인들의 차원에 마석 광산이 있습니다. 그들을 도와 거대 괴수를 잡는다면, 그 마석 광산을 제가 독점할 권리를 얻게 됩니다. 그럼 아리칸 왕국에 마석을 저렴하게 공급하겠습니다.”
마르틴 국왕이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성공만 한다면야 우리에게도 이득이지만, 그 상대가 멸망급 괴수라면 너무 위험하오. 나와 기사들의 목숨을 걸기에는 충분하지 않소.”
예상대로 마르틴 국왕은 마석 만으론 움직이지 않았다.
동맹의 영지를 지키는 일도 아니고, 원정 임무에 죽을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일이었다.
아무리 동맹이라도 참전을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다.
“비공정 3척을 더 드리지요.”
마르틴 국왕의 눈빛이 살짝 반짝이긴 했지만, 마음을 움직이진 못했다.
하지만 아리칸 왕국을 움직일 결정적인 카드는 있었다.
“록체스터 대영지의 기간트 생산 공방을 그대로 아리칸 왕국으로 옮겨드리죠.”
그 순간 마르틴 국왕과 기사들이 눈이 배로 커졌다.
협상은 이미 끝났다.
마르틴이 물었다.
“영지전에서 이겼다는 소식은 들었소. 하지만 대영지를 차지할 수도 있는 거요?”
“록체스터 대영지는 이미 우리 상대가 아닙니다. 기간트도 100여 기밖에 없고, 비공정이 단 3척뿐이지요. 물론 지금도 열심히 기간트를 만들고 있겠지만, 그 기간트에 탈 기사들이 부족합니다.”
“그들을 언제 도모할 생각이시오?”
“길게 끌 생각은 없습니다. 이번에 수인족 차원에서 여왕개미를 잡고, 마석 광산을 안정시키면 바로 움직일 겁니다. 그러니 아리칸 왕국에 기간트 공방이 생기는 것은 늦어도 2년 안이 될 겁니다.”
난 마르틴과 원탁의 기사들을 쳐다봤다.
“원탁회의가 필요하다면, 기다리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소.”
그때 마르틴 국왕이 벌떡 일어섰다.
“나와 크루세이더 기사단이 모두 출정한다. 기간트와 비공정을 준비하라!”
“네! 전하!”
아리칸 300년간의 오랜 염원이다.
그걸 내가 이루어 준다고 했으니, 기간트 100기가 문제겠는가.
사실 동맹의 강화를 위해 적당한 이득만 취하고 아리칸 왕국에 기간트 공방을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그 기간이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었다.
난 영지에 들려서 비공정을 추가로 챙겼다.
그리고 거신들과 영웅 기사들, 트라스의 개 기사단, 엘프, 오크 해병대까지 이끌고 아리칸 관문을 넘어서 기다렸다.
그리고 장벽을 넘어온 아리칸의 크루세이더 기사단을 태우고 곧장 차원 균열로 향했다.
***
[테오아칸]14척의 비공정이 테오아칸 상공에 나타나자, 도시의 수인들과 거신 용병들이 거리에 몰려나왔다.
전에 비공정 한 척을 본 것과는 달랐다.
고오오오! 위이잉!
비공정들이 차례로 지상으로 향했다.
기이잉! 쿵! 쿵!
기간트들이 연이어 왕국 앞 광장에 내리자, 그 모습을 본 수인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마르틴 국왕의 13미터 퀸급 기간트 우가스를 보자, 입을 떡 벌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비공정과 기간트가!”
라이진 수왕과 수인 지휘관들 역시 경악했다.
“제 병력이 이 정돕니다. 물론 저쪽 차원에는 더 많지요.”
난 일부러 이 병력이 모두 내 것인 양 말했다.
어차피 수인들의 언어는 나밖에 모르니까.
암 드로운과 두 거신 기사도 내렸고, 영웅 기사들도 비공정에서 내렸다.
그리고 트라스의 개 기사들도 비공정에 내려 연신 주변을 둘러봤다.
기사들도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는 수인들이 신기한가 보다.
“테오아칸의 병력은 얼마나 준비하셨습니까?”
“수인족 최고 전사 3,000명을 뽑았고, 거신 용병 100여 명을 고용했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광산에 들어갈 수 있는 병력은 한계가 있었다.
이들은 광산 입구에서 개미 군단을 유인할 것이다.
그 틈에 크루세이더 기사단과 우리가 여왕개미를 칠 계획이었다.
테오아칸의 병력은 그날 바로 출발했고, 우리 병력은 비공정으로 이동할 예정이었기에 6일 후에 출발하기로 했다.
***
그날 밤이었다.
“타일러 주군을 뵈옵니다.”
10미터 크기의 여 마법사가 내게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알리사 엘가, 드디어 다시 만났군. 일어나게.”
“감사합니다.”
2년이 훌쩍 지났다.
그녀는 내게 거신들의 후손이 살아 있다면 그들은 데려오겠다고 했었다.
“죄송합니다. 그들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괜찮네. 이미 코린트 왕국의 거신들에 관해선 이야기를 들었네. 산맥 위에 자기들의 왕국을 만들고, 신처럼 군림하며 내려오지 않는다고?”
“휴! 그렇습니다.”
그녀는 내게 코린트 왕국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알리사는 코린트 왕국에 도착하고, 그곳이 과거 이데아 제국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라고 생각했다.
거대한 집들과 넓고 반듯한 도로가 있었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한 100미터 높이의 거대 장벽이 왕국 전체를 두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인구는 많지 않았다.
코린트 왕국의 거신은 대략 1만 명 수준.
그들이 이곳 차원으로 건너온 숫자가 수백 명이었다.
정상적으로 인구가 늘었다면, 최소 그 수십 배는 있어야 정상이었다.
아무래도 코린트 왕국은 철저히 인구를 조절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왕궁으로 가지 않았다.
이곳은 왕궁이 없었다.
그리고 왕도 없었다. 그런데 왕국이란다.
코린트 왕국을 통치하는 그룹은 마탑이었다.
그리고 마탑의 원로들이 서로 이견을 조율하는 곳이 원로회였다.
알리사는 그 원로회에서 12명의 원로와 이야기를 나눴다.
알리사는 먼저 자신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들이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녀는 그들의 선조와 같은 시대 사람으로 그것이 궁금했었다.
코린트 원로들도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났기에 과거를 전부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일부 기록이 남아 있었기에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순 있었다.
수백 명의 거신은 이곳 차원에 들어오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신들이 사는 세상처럼 이곳도 마나가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쫓기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곳은 대수림이었고, 그곳엔 괴수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들 일행 중에는 거신 기사와 마법사들이 있었기에 괴수를 죽이고, 대수림을 벗어날 순 있었다.
그리고 이들을 맞이한 것은 거대한 사막이었다.
이들은 대수림에서 괴수를 잡고 식량과 물을 준비해 사막을 건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푸른 땅에 도착했고, 그곳엔 어느 정도 지능을 가진 수인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거대 장벽처럼 거대한 모래사막이 대수림의 괴수로부터 이 수인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물론 어쩌다 사막을 건너온 괴수들도 있었다.
수인들은 괴수를 막기 위해 나름 나무와 바위를 깎아 만든 무기로 대항했지만, 그 피해가 컸다.
그 모습을 본 거신들은 수인들을 돕기 시작했고, 이들과 함께 모여 살기 시작했다.
초기 거신들은 이곳이 집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잠시 들렸다가 고향으로 돌아갈 거로 생각했다.
이데아 제국이 멸망하긴 했지만, 다른 지역에 사는 거신들도 있었고, 메제트의 탑도 있었기에 차원 마법진을 이용해 자신들을 구하러 올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100년, 200년, 300년······.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거신들의 수명이 길긴 하지만, 영원히 살 순 없었다.
거신들은 원래 세상의 거신들이 자신들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곳 세상에 살기 위해 적응했다.
수인들은 굳이 대수림의 괴수를 잡아먹지 않아도 열매나 곡식, 그리고 작은 사냥감만으로 충분히 먹고살 수 있었다.
하지만 거신들은 수인들보다 훨씬 많이 먹어야 했다.
특히 거대한 체격을 유지하기 위해선 괴수의 피와 살을 먹어야 했기에 꾸준히 사막을 건너 대수림으로 가야 했다.
그 과정에서 또 많은 거신이 죽었다.
숫자가 많지 않았던 거신들은 이대로 가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숫자가 많은 수인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수인들에게 무기와 도구를 만들어 주고, 그들이 대수림에서 괴수를 사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
수인들은 평균적으로 3미터나 되는 키에 힘도 강했기에 잘만 훈련하면 중급 괴수까지는 충분히 사냥할 수 있었다.
처음엔 거신들도 수인들이 말을 듣게 하기가 쉽진 않았다.
수인들은 대수림과 괴수들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나무집 대신에 벽돌집을 지어주고, 울타리 대신 괴수와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을 막을 수 있는 거대 성벽도 지어주었다.
지금 수인들의 도시는 대부분 그때 만들어진 것이었다.
수인들도 작은 무리로 모여 사는 것보다 거대한 성벽에 둘러싸인 큰 도시에서 뭉쳐 사는 것이 괴수로부터 자신들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수인들은 이곳을 유지하기 위해 거신에게 협력하기 시작했다.
수 세대가 흐르고, 거신들은 더는 사냥할 필요도 없었고, 성벽을 짓고 성벽 마법진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마석을 채굴할 필요도 없었다.
수인들의 지능도 점점 진화했기에 이제 힘을 모아 괴수를 사냥했고, 그 괴수 부산물을 거신들에게 넘기고 도구와 무기 등을 받으며 스스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거신들은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늘 기온이 일정한 구름 산맥 위에 터를 잡고, 성벽을 짓고 도시를 만들었다. 그리고 점점 발전했다.
거신들의 인구는 점점 늘어갔다.
그리고 처음부터 이 일을 주도한 자들이 리더가 됐다.
마법사들!
처음엔 기사들의 숫자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거신들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마나의 재능을 보인 거신들도 늘어났다.
그랬기에 기사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그러나 마법사는 마나의 재능만 가지곤 될 수 없었다.
스승으로부터 철저한 교육과 마법의 재능이 합쳐져야 한 명의 마법사가 탄생했기에 마법사의 숫자는 많이 늘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마법사는 대장장이의 일을 독점하면서 권력을 유지했다.
마석을 다루고 마법진을 갑옷과 무기, 성벽에 새기는 등의 중요한 일을 마탑의 마법사들만 공유했고, 외부엔 절대 비밀로 했다.
그리고 이것은 꽤 효과적이었다.
문제가 생긴 것은 다시 수 대가 지나서였다.
거신들의 인구가 너무 많아진 것이다.
수인들이 잡아 오는 괴수 부산물의 양은 일정했기에 당장 늘릴 순 없었다. 그랬다간 황금알을 낳는 닭의 배를 가르는 꼴이었으니까.
그랬기에 마법사들은 대수림으로 거신 기사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거신 기사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싸웠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에 노출됐기에 괴수를 사냥하다가 죽은 거신들이 많아졌다.
거신 기사들의 숫자가 줄어들자, 마법사들은 권력을 유지하기도 좋았다.
하지만 한쪽에만 부당한 압력이 계속 가해지자, 거신 기사들이 폭발했다. 그들은 마법사에 대항해 반기를 들었고, 전투가 벌어졌다.
결과는 마법사들의 승리.
왕궁에 남아 있던 기사들이 마법사들의 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반기를 들었던 거신 기사들은 모두 숙청됐고, 그 가족들도 죽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나이가 너무 어린아이들까진 차마 죽일 순 없었다.
아이들은 추방됐고, 수인들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때 함께 떠난 거신들이 지금의 거신 용병들이었다.
코린트 왕국은 그 이후로 철저히 인구 조절을 하기 시작했고, 여전히 모든 마법과 기술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러다 가끔 마법사들이 수인족들을 둘러보다가 마법에 자질이 있는 거신 아이를 발견하면 그들에게 마법을 몰래 가르쳐 주기로 했다.
코린트 왕국을 지배하는 마법사들끼리도 서로 다툼이 있었고, 마탑의 원로원 수장은 누구나 탐내는 자리였다.
하지만 자신을 따르는 능력 있는 마법사가 많아야 힘을 받아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기에 가끔 외부에서 마나의 재능이 넘치는 제자를 찾기도 했다.
“그 마법사들이 내게 협력하길 거부했다는 거지?”
알리사 엘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마법사지만 옛날부터 마법사들은 고집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권력까지 가지고 있기에 아예 귀를 닫고 있습니다.”
“씁쓸하군. 이 세계가 무너지면 자신들도 무너지는 것을······.”
“그래도 그곳에서 장시간 머물면서 한 명의 원로를 포섭했습니다.”
“응?”
“혹시나 주군께 필요할지도 모를 것 같아서요.”
“그건 잘했군.”
설득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쓸 수도 있었다.
“고생했어. 며칠 후에 여왕개미를 잡아야 하니까, 그대도 철저히 준비하게.”
“네! 주군께 제 실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번엔 거신 마법사의 실력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SS급 괴수를 잡는데, 모든 힘을 쏟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