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107
107
뭐야? 나 연애해?
“무슨 마스크를 이렇게 많이 사 왔니?”
“엄마, 다 필요할 때가 있을 거예요.”
“마스크는 여기서도 파는데….”
이안이 한가득 가져온 마스크를 보며 나현주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아들이 괜히 가져오진 않았을거라는 생각에 마스크를 창고에 둔 나현주가 이안을 살짝 안아 주었다.
“그래도 휴가가 나왔네? 잘 왔어.”
“당분간 못 올 거 같아서… 억!”
덕잘알 사촌 방패를 썼던 큰아버지의 딸, 제시 최가 이안의 등을 퍽 쳤다.
“누나 언제 왔어?”
“방금, 와 우리 집안에도 아이돌이 다 나오네. 너 인기 많더라?”
“여기서?”
지나가는 흔한 미국인이 체감할 정도로 유명해진 건가. 이안이 금시초문인 얼굴로 사촌 누나를 쳐다봤다.
“케이팝 좋아하는 애들 사이에서는 마이디어랑 너네 가장 좋아하던데?”
“그래?”
“하필 내가 바쁠 때 왔었니? 투어 언제 또 해? 나도 티켓 좀 줘.”
“누나 하는 거 봐서.”
이안은 등짝을 한 대 더 맞았다.
오랜만에 가족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떡국을 먹었고, 회포를 풀었다. 닷새간의 꿀 같은 휴가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이안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담았다.
* * *
“…우리 이사 간다고 하지 않았어?”
이안이 숙소에 도착하고 본 것은 냉장고 앞에 쌓여 있는 수많은 명절 음식들이었다. 캐리어 가방을 대충 거실에 들여놓은 이안이 주방으로 향했다.
“왔냐?”
조태웅은 식탁에 앉아 태연하게 동그랑땡을 하나 집어 먹고 있었다.
“숙소 이사 간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다들 바리바리 챙겨 주시더라. 멤버들이랑 같이 먹으라고.”
“어른들이 다 그렇지.”
“그래도 지금 겨울이라 이사할 때 같이 들고 가도 괜찮지 않겠냐?”
“얼려 가면 괜찮을지도….”
이안은 조태웅의 옆에 앉아서 동그랑땡을 하나 집어 먹었다. 데우지 않아서 차가웠지만, 역시 집밥이라 맛은 있었다.
“잘 쉬다 왔냐?”
“어, 너도?”
“와, 장난 아니야. 사인해 달라고 앨범까지 들고 왔더라고. 말했으면 내가 챙겨 가는데. 할머니는 우리 집안에 슈퍼스타가 나왔다고 호들갑 떠시고. 사촌 동생들 사진까지 찍어 주고. 무슨 팬싸장 온 줄.”
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쫑알쫑알 말하는 얼굴에서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조태웅은 냉장고를 뒤적거리며 음식을 하나둘 넣었다.
“너는 가서 뭐 했냐?”
“똑같이 뭐, 떡국 먹고 친구들 만나고… 맞다. 거기 케이팝 좋아하는 애들이 우리도 많이 좋아한대.”
“진짜?”
“거리 나가면 나 알아보는 사람도 몇 있더라.”
“우와… 우리 진짜 많이 컸다, 많이 컸어.”
조태웅이 바보처럼 흐흐 웃었다. 이안은 인기척이 없는 숙소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근데 다들 어디 갔어?”
“어디 가긴, 아직 안 왔어. 내가 첫빠.”
“그럼 이 음식들이 전부… 니가 갖고 온 거야?”
“그렇지.”
한 사람이 가져온 명절 음식이 이 정도라고? 이안이 불길함을 느낀 그 순간, 도어 록을 열고 들어온 김주영이 소리쳤다.
“누구 집에 있어? 나 좀 도와줘! 짐이 너무 많아!”
이안은 저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 * *
아위는 숙소 이사를 준비했다. 아쉽게도 회사와는 멀어지지만 무려 방 다섯 개에 화장실이 세 개나 있는 넓은 평수로 이사를 간다.
“너네 팬들 선물 잘 챙겨라. 팬레터라도 잊어버리는 날엔….”
박진혁이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난 이미 집에다 갖다 놨는데.”
“근데 우리가 안 잃어버려도 깔 사람은 까. 팬레터 주작해서 만들어서 깔걸?”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팬들의 선물을 박스 가장 깊은 곳에 둔 김 현이 거실에 놓여 있는 콜라주 액자를 소중하게 뽁뽁이로 감쌌다.
[와, 별걸 다 아네. 쟤네 진짜 인터넷 끊어야 하는 거 아냐?]‘그런 거 주작하는 일이 흔해?’
[인기 좀 끈다 싶으면 흔하지. 어딜 가나 이상한 사람은 있으니까. 근데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 팬덤 긁는 게 목적이거든.]‘할 짓도 더럽게 없네.’
아침 일찍부터 짐 정리를 시작한 멤버들이 상자를 하나둘 현관 앞에 쌓았다. 박동수는 아침 일찍부터 출근해 멤버들의 짐을 싸는 것을 도왔다.
“얘들아 대충 다 정리 됐니?”
“넵. 중요한 건 저기 빼 놨어요.”
“좋아. 이삿짐 센터 왔으니까 회사에서 연습이라도 하고 있어.”
이사 같은 경우는 연예인 이사를 전문으로 해 주는 업체에 맡겼다. 아위가 쓰던 숙소는 연습생들의 숙소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따로 옮길 가구는 없었다.
“우리 2월에 시상식 몇 군데 가는 거지?”
“세 군데 있어요.”
“끝이 없네, 끝이 없어.”
그래도 원래 음방에서 하던 무대 그대로 하면 되었던 터라 따로 준비가 필요하진 않았다.
이주혁과 박진혁은 작곡실에, 남은 멤버들은 아위의 공식 마이튜브에 올라갈 커버 곡을 연습하기로 했다.
“우리 숙소 어디라고 했지?”
“김포, 넓다니까 기대된다.”
“솔직히 일곱 명이서 방 두 개 화장실 하나는 너무 했어.”
“이제 화장실 공성전 안 해도 돼서 다행이다.”
특히, 아침마다 화장실을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 꽤나 스트레스였었다.
그들이 지하로 내려오자, 마침 점심때라 옆 연습실에서 나오는 연습생들이 아위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 설 잘 보냈어?”
“네.”
아위를 발견한 임노을이 연습생들 사이에 숨었지만, 조태웅의 눈을 피하진 못했다.
“노을이 안녕!”
“아… 안녕하세요.”
자리를 뜨려는 임노을은 조태웅의 어깨동무로 가로막혔다. 이안은 반대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다리는 괜찮고?”
“깁스 풀었네, 다 나았나 보다.”
양어깨가 잡힌 임노을의 동공이 사정없이 떨렸다.
“그땐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음엔 바나나 우유 직접 주고. 잘 먹었어.”
“그… 그걸 어떻게.”
임노을의 표정이 싸해졌다. 놀리는 건 이쯤으로 할까? 이안이 임노을의 등을 떠밀었다.
“얘들아 점심 맛있게 먹어.”
연습생들이 계단으로 향했다. 김 현이 이안과 조태웅에게 핀잔을 줬다.
“야, 그만해라. 누가 보면 삥 뜯는 줄 알겠다.”
“우리는 나름 챙겨 주려는 건데…. 반응이 재밌잖아.”
조태웅과 이안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안은 남팬이 같은 회사 연습생이라는 게 신기해서 더 말을 걸기도 했다.
월드 투어 이후 호흡이 워낙 잘 맞아서 그런지, 마이튜브에 올릴 댄스 커버 영상은 금방 녹화를 마칠 수 있었다.
업로드까지 마친 멤버들이 폭발적으로 올라오는 댓글을 확인하고 있을 때였다.
작곡실에 있었던 이주혁이 연습실의 문을 열고 말했다.
“얘들아 명진이 형이 슬슬 올라오래. 이사 다 끝났나 봐.”
“새 숙소!”
연습실에 누워있던 멤버들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멤버들이 신나서 기차놀이를 하면서 1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잠깐 쉬러 나온 연습생들이 그들을 익숙하게 지나쳤다. 처음에야 ‘이 회사 이상한가 봐.’라고 했었지 지금은 이미 회사의 분위기를 다 파악한 모습이었다.
* * *
“슬슬 다 왔어.”
“저쪽이에요?”
“어, 저 앞에. 보이지?”
김명진의 말에 멤버들이 창문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주변을 훑었다.
“일단 상가 있고.”
“아까 대형 마트 지나갔었어.”
“좋아.”
이주혁과 박진혁의 눈이 예리해져서 숙소 근처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이안이 반대쪽을 가리켰다.
“저기, 편의점 있다.”
“오 좋아 좋아. 편의점 있으면 게임 끝났지.”
밴이 부드럽게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밴에서 내린 멤버들이 킁킁 냄새를 맡았다.
“신축이네. 일단 10점 드립니다.”
“새집 냄새 아주 향기롭고요.”
“마침 새집 증후군 걸려 보고 싶었어.”
멤버들의 주접을 뒤에서 보고 있던 김명진이 웃었다.
“얘들아 여기야. 여기 15층.”
“15층? 와 고층이네.”
“경비 시스템도 잘되어 있으니까 귀찮은 일도 적을 거야.”
“정말 좋아요, 형.”
김명진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탄 멤버들이 상기된 얼굴로 층수가 올라가는 것만 빤히 쳐다보았다.
“우와!”
“넓은데?”
숙소에 들어선 멤버들이 거실에 들어섰다. 거실에는 멤버들의 짐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짐을 체크하던 박동수가 피곤한 얼굴로 눈을 비볐다.
“얘들아 방은 너네 알아서 정하고. 내일 형이 데리러 올게.”
“고마워요, 동수 형!”
매니저들이 나가고, 멤버들이 신나게 집 안을 둘러보았다. 가구는 미리 채워져 있었다. 주방과 거실, 거실에 화장실이 하나 있었고, 독방 세 개와 화장실 딸린 큰 방 두 개가 있었다.
“그럼 일단 방을 정하자. 어떻게 정할래?”
“일단 주혁이 형은 독방 써야지.”
“그건 당연한 거고.”
큰 방에는 두 명씩 들어갈 수 있게 양 벽에 침대가 놓여 있었다. 멤버들이 거실 식탁에 앉았다.
“얘들아 나는 큰 방 써도 괜찮은데.”
“아냐 형 독방 써. 우리 형은 과로사하면 안 됨.”
“독방 쓰는 거랑 그게 무슨 상관이야?”
김주영이 고개를 뒤로 빼 두 턱을 만들며 인상을 썼다.
“형. 솔직히 나 형이랑 같은 방은 못 써. 잠꼬대 무서워서.”
그의 말에 김 현이 손을 번쩍 들었다.
“나 주혁이 형 잠꼬대 들은 적 있어. 솔직히 좀 무섭더라.”
“그래? 미안…. 그럼 내가 독방 쓸게.”
“그럼 독방 하나는 주혁이 형으로 확정.”
내심 독방을 쓰고 싶었던 이주혁이 냉큼 일어나 자신의 짐을 찾아 방으로 가져갔다. 박진혁이 남은 멤버들을 바라봤다.
“독방 쓰고 싶은 사람?”
전부가 손을 들었다.
“그럼 깔끔하게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두 명이 남은 독방 쓰고 큰 방은 알아서 나누는 거로?”
“콜.”
김 현의 말에 멤버들이 비장하게 손을 내밀었다. 서로 눈빛 교환을 하던 멤버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안 내면 독방 없음 가위바위보!”
김 현이 입을 열었고, 이안이 가위를 내밀었다. 남은 멤버들은 보자기를 내밀고 있었다. 이안이 벌떡 일어났다.
“난 감 수고.”
“아씨… 삼세판하자.”
“응, 그런 거 없어~”
옷 소매를 잡는 조태웅의 손을 뿌리친 이안이 희희낙락하게 자신의 짐을 옮겼다. 남은 멤버들이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가위바위보를 했다. 이안에 이어서 승자는 박서담이었다.
“아싸! 형들 수고요.”
박서담도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짐정리를 하러 갔다. 짐을 옮기던 이안과 박서담이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주영아, 우리 우정 알지? 형들보다는 동갑인 내가 낫지 않냐?”
“야, 형이랑 너랑 댄스 듀오잖아. 우리는 같은 방을 써야 시너지가 난다 이 말이지.”
“형 눈치 많이 늘었다? 그리고 솔직히 쟤네들보다 내가 더 깔끔한 거 알잖아.”
역시 큰 방에서 모셔 가려는 사람은 그룹의 정리왕 김주영이었다. 김주영은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룸메이트 후보들을 훑었다.
* * *
새 숙소에서의 들뜬 하루도 지나고, 아침. 이안은 시끄럽게 울려대는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으으….”
이안이 앓는 소리를 냈다. 오랜만의 늦잠을 방해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인상을 팍 찌푸린 이안은 핸드폰을 잡자마자 통화가 끊기는 상황에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부재중 통화 14건
“뭐지?”
발신인을 보니 전부 박동수였다. 이안이 기지개를 켜고 방 밖으로 나서자 박동수의 연락을 받은 멤버들이 하나둘 거실로 나오고 있었다.
“너네도 동수 형 전화 받았어?”
“네. 무슨 일이지?”
“근데 톡은 뭐 이리 많이 왔어?”
톡 메시지를 확인하던 멤버들이 이어서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을 들어갔다.
‘뭐야?’
이안도 다른 사람들의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 내용은 물음표와 함께 기사 링크가 첨부되어 있었다. 이안이 기사의 링크를 눌러 보는 순간, 터무니없는 내용에 입을 쩍 벌렸다.
“야, 뭐야 이거?”
“최이안, 이 기사 뭐야?”
여섯 명의 멤버들이 이안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눈이 커다래진 이안이 동문서답했다.
“…뭐야? 나 연애해?”
나 언제 여자친구 생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