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24
224
어쩌다가 우리랑 같이 데뷔했지?
“날씨는 좋다.”
“한국보다 춥지는 않네.”
밴에서 내린 멤버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말을 꺼낼까 말까 계속 망설이던 김명진이 아림픽의 출연 소식을 알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 짬 좀 찼는데 거기 가서 누워만 있어도 뭐라 안 하지 않을까?”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어쩔 수 없지.”
“그래서, 집이 어디야?”
“앞에.”
애써 마음을 다잡은 멤버들은 사방을 둘러보다가, 이안의 집을 보자 묘한 표정을 지었다.
“단독이야?”
조태웅의 질문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번화가가 있고, 거기서 4층짜리 주택이라니.
“최이안 기만 오지게 했네.”
“뭐? 그냥 평범한 주택이라고?”
멤버들이 이안의 어깨와 팔뚝을 가볍게 툭 쳤다. 이안은 뭐가 문제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 들어가면 샹들리에 없고 센트럴 파크도 안 보이고 수영장도 없는데?”
“미국 모르는 우리가 봐도 입지가… 좋지 않냐?”
“한국의 강남쯤 될 거 같은데요, 형.”
“서담이가 제대로 봤네.”
이 사람들 언제 부동산 전문가가 됐지? 이안은 팔짱을 끼고 멤버들이 뭐라 말하는지 지켜봤다.
“이런 집에서 어쩌다가 우리랑 같이 데뷔했지?”
“그러게…. 그래도 이런 집에서 어디 명문대 경제학과 나와서 월스트리트 테크트리 안 타고 우리 소속사에 길캐당해서 다행이다.”
“아니면 여기서 길캐당해서 할리우드 영화 찍고 있었을 수도 있어. 어디 만화 원작 영화에서 보라색 브릿지 머리 한 수학 천재로 나왔을걸?”
“인정.”
뭐가 이렇게 구체적이야. 조태웅과 김주영의 대화에 이안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가 짧은 계단에 올라가 현관문을 열기 전에 안쪽에서 누가 문을 열었다.
“어서 와!”
“안녕하세요, 엄마!”
이안의 바로 뒤에 서 있던 조태웅이 앞으로 비집고 튀어나와 이안의 어머니, 나현주에게 짧은 포옹을 했다.
“누가 보면 태웅이가 이 집 아들인 줄 알겠다.”
“아들 맞지.”
“엄마?”
이안이 황망히 나현주를 불렀다. 조태웅과 나현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주 보면서 신나게 말했다.
“태웅이 몇 번째 아들 할래?”
“저는 그럼 두 번째 아들 할게요.”
“그래.”
그사이 조태웅의 뒤를 이어서 멤버들이 한 명씩 들어가고, 마지막이 이안이었다.
“안녕하세요!”
“저희가 괜히 와서 귀찮게 해 드리는 건 아니죠?”
이주혁의 말에 나현주가 괜찮다며 손을 휘저었다.
“괜찮아. 근데 어떡하지, 손님 방이 위층에 있는데 계단이라….”
나현주는 멤버들의 큼지막한 캐리어 가방을 보며 미안한 듯 말끝을 흐렸다.
“괜찮아요! 저희 짐 별로 없어요!”
“저희 엄마가 아줌마 드리라고 뭐 많이 싸 주셨거든요. 그거 빼면 별로 안 무거워요.”
“그래? 그렇게 안 챙겨 줘도 된다고 했는데… 한번 보자.”
조태웅과 김주영이 나현주와 얘기하는 사이 이안이 뭔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계단 위쪽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털 뭉치를 보며 이안이 웃었다.
“고양이 이름이 뭐야?”
“덕배.”
“이름 진짜 이상하다.”
“우리 엄마가 지었는데.”
“이상하게 입에 착 감긴다고. 매력적이야. 덕배야.”
김 현이 강아지 부르듯 혀를 차며 부르자, 고양이가 꾸르륵하는 소리를 내더니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어? 이렇게 부르는 게 아닌가?”
“쟤 원래 사람 좋아하는데… 나한테 삐졌나 봐.”
이안이 울상을 지었다. 데뷔하고 집에 온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니 낯을 가리는 것이야 충분히 예상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팠다.
* * *
집에서 짧은 휴식을 취한 멤버들은 바로 밖으로 나섰다. 내일은 사람이 많이 붐비기 때문에, 오늘 간단한 리허설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오, 나 여기 영화에서 본 적 있어.”
“나도.”
“우리 계단에서 춤춰 본 적은 없지 않아?”
“헛디디면 죽음이야. 아픈 게 아니라 쪽팔려서 죽어. 미국 전역에 박제되는 거야.”
무대는 타임스스퀘어의 빨간 계단이었다. 그들이 계단 위에 올라서자, 어디서 소식을 듣고 왔는지 팬들이 소리를 지르며 아위를 반겼다.
“*헤일리.”
그들은 매번 영상 통화로나 볼 수 있었던 헤일리 폴스를 오늘에서야 직접 만나 볼 수 있었는데, 이안의 부름에 헤일리가 뒤를 돌아봤다.
“*오, 와우.”
헤일리는 이안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손을 흔들었다.
“*안녕 애들아! 너네 인기 장난 아니다.”
“*오랜만이라고 해야 할지 처음 본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러게, 맨날 화면에서만 보다가 이렇게 만나게 되니 어색하다.”
그렇게 말했지만 헤일리는 붙임성 좋게 멤버들과 대화를 나눴다.
타임즈스퀘어의 무대는 헤일리와의 캐럴 곡, ‘Happy Chrismas’와 신곡인 ‘챗(Chat)’을 부를 예정이었다.
“*그래서, ‘슈퍼스타’가 된 소감이 어때?”
“*우린 원래 스타였어.”
“*아 맞다. 그랬었지.”
“*헤일리, 너는 어때?”
이안의 질문에 헤일리는 활짝 웃었다.
“*그때 찔러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너희 아니었으면 내가 언제 이런 무대를 서 보겠어.”
“*무슨 그런 말을 해.”
굳이 이주혁에게 같이 작업하자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어도 헤일리는 언젠가는 잘됐을 것이었다.
그가 알고 있는 미래라면 아위보다도 더 세계적인 성공을 이루게 되니까.
‘이걸로 더 잘됐으면 좋겠는데.’
이안은 내심 괜히 엮였다가 예정된 미래에서 벗어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우리랑 곡 작업 안 했어도 너는 잘됐을 거야.”
“*오, 와우… 주혁, 얘 원래 이러니? 나 좀 반할 거 같아.”
“*쟤가 좀 저래. 괜히 넘어가지 마.”
헤일리의 농담에 옆에서 듣고 있던 이주혁이 질색했다. 그녀가 하하 웃었다.
“*나도 알아. 지금도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팬들 눈치 보이는걸.”
“*에이, 너무 과장한 거 아니야?”
헤일리가 팬들을 등지고는 속삭였다. 이안과 이주혁이 피식 웃고는 난간에 기대서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팬들은 사소한 팬 서비스에도 소리를 질렀는데, 즉각 반응 오는 것이 꽤 재밌었다.
잠시 오디오 체크가 끝나고 드디어 리허설이 시작됐다. 첫 곡은 ‘Happy Chrismas’였는데, 헤일리가 첫 도입부를 시작하자, 이안이 깜짝 놀라서 그녀를 바라봤다.
‘와, 쉽게 부르는 거 같은데 무슨….’
역시 미래의 톱스타는 달랐다. 탁월한 작곡 실력에 개성 있는 음색, 라이브 실력도 상당했다. 리허설이라 가볍게 부르려던 이안도 덩달아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안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진지한 표정으로 리허설에 임했다.
완성도 높은 라이브 무대에 근처에 있던 팬과 관객들이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몇몇 마이튜버들의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아위와 헤일리 폴스의 리허설 영상이 급속도로 퍼져 갔다.
“*뭐야, 너네 진짜 잘 부른다. 이거 리허설 아냐?”
“*그러는 너도…. 원래 이렇게 힘주고 불러?”
“*그래? 그냥 몸풀기였는데?”
헤일리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자, 이안이 허탈하게 웃었다. 역시, 대단한 사람이었다.
“우리 춤은 어떻게 추지? 계단이라고 대충 추기는 싫은데….”
“지금 맞춰 보자.”
헤일리가 밑으로 내려가고, 스태프가 잠시 음향 체크를 하는 동안 김 현이 계단의 위쪽으로 올라가 멤버들의 동선을 지휘했다.
“이안아, 좀 더 밖으로 나가 봐. 동선 넓게 쓰자.”
“이렇게 내려가는 건 어때?”
김주영이 계단의 가장자리에서 발목을 꺾어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이주혁이 쓰읍, 숨을 삼켰다.
“나대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자. 우리 투어 앞두고 누구 다치면 안 돼.”
“주혁이 형 말이 맞아. 그냥 내가 하란 대로 해. 너는 너무 나갔다. 안쪽으로 한 걸음 들어와 봐.”
“쳇.”
김주영은 혀를 차면서도 군말 없이 김 현의 말을 들었다.
-현재 타임스스퀘어 아위 상황
마이스타에서 영상 따왔는데 문제 되면 삭제함ㅇㅇ
└현장감 대박
└라이브 진짜 잘한다
└현이 동선정리 존멋ㅠㅠㅠㅠㅠ
└헤일리 폴스도 오지는데?
-근데 아위랑 헤일리 폴스랑 접점이 없는데 어떻게 같이 콜라보한거야?
접점이라곤 미국 출신 이안이 밖에 없는데? 인맥인가? 둘이 동창이었어?
└밑밥 까는 거 티난다ㅋㅋㅋㅋ 주혁이 뮤클 계정으로 연락한거라고 했음
└└어디서??
└└└잡지 인터뷰에 나왔거든ㅋㅋ 너무 대놓고 루머 만드려는거 아냐?
└요즘 아위 역바이럴 늘었다더니 이런 거로 날조하려나 보네ㅋㅋㅋㅋ
* * *
리허설을 끝내고 헤일리와 짧은 저녁 식사까지 끝낸 멤버들은 이안의 집으로 향했다.
“아까 아줌마가 이안이 어렸을 때 앨범 꺼내 준다고 했는데.”
“헐, 진짜?”
“근데요…. 이안이 형도 어릴 때 흑역사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박서담의 말에 다른 멤버들이 눈을 반짝 빛냈다.
‘에이, 설마….’
이안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나도 모르는 뭔가의 흑역사가 있다면, 그리고 그걸 멤버들이 발견하면… 최소 5년 놀림감이었다.
“아냐, 난 어릴 때도… 나쁘지 않았어. 별거 없을걸?”
“야 들었어? 쟤 목소리 사정없이 떨리는 거 들었어?”
“재밌겠다!”
“*이안!”
아위가 밴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저 멀리서 누군가가 이안을 크게 불렀다. 남여 섞인 8명 정도의 무리가 이안에게 빠르게 다가왔다.
[인싸였구만.]몰려온 사람들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이안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나 학교 다녔을 때 친구들.”
멤버들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그래? 오랜만일 텐데 만나고 와. 우리 먼저 들어가 있을게.”
“맞아요, 형. 재밌게 놀다 와요.”
“너무 늦게만 오지 마라. 우리 내일 인터뷰 있는 거 알지?”
멤버들은 미련 없는 듯 집 안으로 먼저 들어갔지만, 목소리에서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다.
“*너희 멤버들 소개는 안 해 줘?”
이안이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대뜸 하는 소리가 멤버들 얘기라…. 느낌이 좋지 않았다.
[유명세 이용하려고 온 거네.]차마 그렇게 생각은 안 해 봤는데, 이렇게 모인 것을 보니 의심은 확신으로 점점 굳어졌다.
“*오랜만이다. 어떻게 알고 왔어?”
“*너 볼 드랍 나온다는 거 이미 다 알려져 있잖아. 그래서 너희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언제 오냐고 물어봤지.”
이안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어렸을 때 친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었다.
“*오랜만인데, 저기서 같이 술 한잔 먹고 갈래?”
“*맞아.”
이안은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서 고등학교 중간에 자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친하지 않은 사람도 끼어 있었다.
“*미안한데, 우리 멤버들도 안에 있고 나도 시간 얼마 못 빼서 다음에 기회 되면 보자.”
아무래도 아쉬움을 담은 멤버들의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다.
“*그럼 멤버들 같이 데리고 나와. 궁금하다.”
“*맞아. 다음이 언제야? 너 스타라서 바쁘잖아.”
무엇보다 이들은 진의 말대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재회가 아니라 아위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온 것 같았다.
이안은 기분 나쁜 것을 숨기고 활짝 웃었다.
“*그건 안 될 거 같다. 내일도 일정이 있어서. 알잖아, 나 바쁜 거.”
“*그래?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연락해.”
“*아, 왜 그래. 아쉽게. 저기서 같이 술 한 잔만 하고 들어가.”
이안과 지금까지 영상 통화든 메시지로든 친분을 유지하고 있던 친구들은 쉽게 물러났지만, 안 친했던 사람이 더 유난이었다. 이안은 점점 귀찮음이 밀려왔다.
“*바쁘다니 어쩔 수 없잖아. 내일 공연도 있고.”
“*맞아, 이렇게 본 거로 됐어. 우리끼리 가자.”
그걸 눈치챈 다른 일행이 억지 부리는 그들을 말렸다. 이안은 몇몇 절친들과 짧은 포옹을 했다.
“*이렇게 봐서 반가웠어. 투어 티켓 보낼게. 나중에 통화하자.”
“*그래, 잘 가.”
그들을 보내고 이안이 집 안으로 들어오자, 부엌에 있던 멤버들이 현관 쪽으로 나와 어리둥절하게 이안을 쳐다봤다.
“뭐야, 왜 왔어?”
“왜 왔냐니. 여기 내 본가인데요.”
“친구들은?”
“그냥 보냈어.”
“왜?”
멤버들이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이안을 쳐다봤다. 차마 당신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재밌다는 오글거리는 말을 할 수는 없어서 이안이 코웃음을 쳤다.
“나 없는 동안 내 어릴 때 사진 보려고? 어림도 없지.”
“이거 봐! 이안이 형 흑역사 많다니까요!”
“빨리 가서 확인해 보자. 엄마! 앨범 어딨어요?”
멤버들이 우당탕 뛰면서 나현주를 찾았다. 이안도 웃으며 그 뒤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