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68
268
진 (2)
이안은 김용민의 죽음이 양인준 그리고 진과 관련되어 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에 빠질 겨를도 없이 사건은 흐르고 있었다.
약에 취한 이대열이 뺑소니로 사람을 죽이고 도주했다는 소식은 양인준에게 제일 먼저 알려졌다.
“뺑소니라고? 근데 친 사람이 누구?”
양인준은 이마저도 이용한다. 청화 그룹에 대가를 받고 이대열의 뺑소니 사건을 더 커지기 전에 무마시키고 다른 사건으로 덮어 버린다.
[단독] 조민환♥임혜지 열애 ‘동갑내기 배우 커플 탄생’― 대박
― 헐
― 진짜 의외ㅋㅋㅋㅋ
― 오 ㅊㅋㅊㅋ
― 잘어울리네
[단독] ‘프로젝트 아이돌’ 참여, 다이아몬드 용민 뺑소니 추정 사망― 프아 김용민??? ㅁㅊ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 친하게 지내진 않았지만 같은 그룹 생활을 했던 의리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다이아몬드 멤버들, 서럽게 울고 있는 임태우.
청화 그룹 측 사람이 장례식장에 와서 김용민의 부모님에게 이 사건을 조용히 하는 대가로 금전을 약속한다. 대기업과 맞서 싸우기엔 김용민의 부모는 힘도 없었고, 아들을 잃었다는 슬픔에 빠져 맞서 싸울 의지도 없었다.
“이제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회장님.”
모든 일을 해결한 양인준이 씨익 웃었다. 지켜보는 사람이 소름 돋을 정도로 악랄한 표정이었다.
김용민이 죽은 뒤로 상황은 빠른 배속으로 흘렀다. 약점이 잡힌 이대열은 양인준의 손에 놀아나게 되고, 양인준은 승승장구한다. 위기가 와도 혼자 능숙하게 빠져나가고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양인준이 펜대로 죽인 사람만 다섯 명. 그가 묻은 사건의 억울한 피해자들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와 무슨… 죽지도 않네.’
자신의 야망을 이룬 양인준은 아주 평화롭게 은퇴했고 심지어 100살 넘게 살아서 장수하기까지 한다. 이안은 혀를 쯧 찼다.
“인생… 너무 쉬웠어….”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마지막까지 미친놈이잖아.’
이안은 인상을 팍 찌푸렸다.
진은 평소 말투도 묘하게 사람 신경을 긁으면서 열 받게 하는 것에 탁월했고, 다른 사람의 좌절과 불행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악질일 줄은 몰랐다.
자신이 한 일에 죄책감도 없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의로 뭉친 사람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반투명한 상태의 이안은 아무 감각도 느끼지 못했지만, 속이 메스꺼운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이걸 왜 보여 주는….’
갑자기 이변이 생겼다. 양인준이 숨을 거둔 후, 갑자기 뒤로 빨리 감기가 되더니 양인준이 최다 클릭상을 받았을 당시로 돌아온다.
죄를 짓는 사람은 언젠간 벌을 받게 되어있다는 말은 다 거짓이었다. 적어도 양인준이 살아 있을 때는 그랬다.
지금 이안이 양인준의 과거를 보고 있는 것처럼 죽어서 영체 상태의 양인준도 과거의 자신을 보게 된다. 양인준은 자신의 과거 발자취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작게 말했다.
[뭐야?]그건 이안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싶어 저승사자를 흘끔 쳐다보니 일단 보라는 말만 하고 다시 입을 다물었다.
[이게 뭐야?]양인준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계속되었다. 영체 상태의 양인준은 처음에는 의문을 가지다가 나중에는 자신이 이룬 업적에 자아도취를 한다.
고칠 점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즐기는 것도 잠시뿐 자신의 죽음을 본 뒤 다시 최다 클릭상을 받을 때로 돌아오는 것이 반복되었다.
[대체 뭔데!]그 반복이 몇십 번, 백번이 넘어가면서 점점 작아지는 영체 상태의 양인준이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안이야 빠른 배속으로 보고 있어서 체감할 수 없었지만, 양인준은 자신의 생애를 지켜보는 것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멈추지 않고 계속. 지칠 만도 했다.
점점 작아지던 양인준의 형체는 급기야 이안이 알고 있는 진의 모습으로 변했다.
[뭐야? 관심 있어? 그냥 사귀지그래?]반복되는 삶의 연극을 보다가 지친 진은 한 여성을 보고 있는 다이아몬드 정민준에게 속삭였다. 변화를 바라고 그런 것은 아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덜 미칠 것 같았으니까.
[어? 진짜 가잖아. 뭐지?]여기서 이변이 일어난다.
정민준이 결심한 듯 발을 내디뎠다. 마치 진의 속삭임을 들은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 다음 회차에서는 정민준이 속도위반으로 결혼한다는 기사가 떴다.
[뭐야? 설마… 내가 바꿀 수 있는 거야?]다이아몬드 이지원의 학폭 의혹을 크게 터뜨리고, 누군가의 열애설을 미리 터뜨리기도 했다. 그 때문에 열애설 당사자는 뭇매를 맞아야 했고, 무대 위 조명을 떨어뜨려 멀쩡했던 한 연예인의 다리를 못 쓰게 만들기도 했다.
[재밌잖아.]물론 잘 안 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껏 봐 왔던 것과는 다른 과거,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 진은 그 사이에서 신나게 부유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 *
[끝입니다.]‘이게 뭐야.’
다시 하얀 스튜디오로 돌아온 배경, 이안은 막힌 숨을 토해 냈다.
‘그 모든 게… 다 양인준이 한 거라고? 아니 잠깐, 이게 돼?’
저승사자는 대답하지 않고 의미심장하게 웃기만 했다. 이안은 답답하고 혼란스러웠다.
‘분명 첫 시작은 내가 알고 있는 거랑 달랐잖아.’
다이아몬드에서 학폭 논란으로 빠르게 탈퇴하는 이지원도, 속도위반 결혼으로 탈퇴했던 정민준이 버젓이 마지막 곡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밖에도 사고를 당해 장애를 입었을 한 연예인이 버젓이 스케줄을 소화하고, 사기당해 은퇴한 연예인이 매체에 나오고 있었다.
김용민이 뺑소니로 치어 죽는 거 외에는 그가 알고 있던 사실보다 상황이 더 나아져 있었다.
하지만 양인준이 진이 된 이후로 점점 톱니바퀴가 맞물리기 시작했다. 이안이 알던 과거로 점점 바뀐 것이다.
[원래라면 귀인께서 겪었어야 할 일이었습니다.]‘뭐?’
[보시는 대로 살짝 바뀌었지만.]다시 배경이 바뀌었다. 싸늘한 시체로 남은 김용민,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저승사자.
[제가 귀인을 처음 봤을 때 했던 말, 기억나십니까?]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승의 시스템이 바뀌었다고 했었지. 그것 때문에 꼬여 버린 그가 김용민의 삶을 살고, 이제야 최이안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이것’도 거기서 파생된 변수였습니다.]저승사자는 목에 걸린 카메라를 살짝 들었다.
[‘이것’이 계속 과거를 되풀이하는 건, 절차 때문이었습니다.]‘….’
[나쁜 놈들을 바로 저승으로 인도하기에는 ‘아래’는 너무 포화상태였거든요.]누구보다 수상해 보이는 저 입에서 나오는 ‘나쁜 놈’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았다.
[과거를 되풀이하면서 잘못을 뉘우치는 건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적어도 잘못을 인지하고 있어야 ‘아래’로 가는 문이 열리죠.]‘쟤는 끝내 열지 못했고?’
[네, 몇백 번의 되풀이 동안 한 번도 문이 열린 적이 없었습니다.]징하다 진짜. 이안이 혀를 쯧 찼다.
[설마 그 와중에 ‘이것’이 이승에도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지만.]‘그럼 양인준이 바꾼 과거를 내가 살고 있었다는 말이야?’
[그렇다고 봐야죠. 음, 다중 우주라고 한다면… 이해하시겠습니까? 그거랑 비슷한 겁니다.]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화나 만화에서나 볼 법한 그 이론이 진짜 있던 거라고?
너무 초현실적이라서 믿기지 않았다.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이것’이 이승의 인간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이것’을 찾았습니다. 거기서 발견하게 된 거죠, 잘못된 육체로 환생한 귀한 혼을요.]이안, 자신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도 ‘이것’에 영향을 받아 삶이 꼬여 있었던.]‘그래서, 진의 시간이 끝났다는 건….’
[마지막 유예 기간이었습니다. 귀인의 곁에 붙어 있으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죠.]직접 피해자를 보고, 곁에서 도와주면 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한 것이다. 저승사자가 카메라를 톡톡 두들겼다. 정신을 차린 진이 삐빅 기계음을 내면서 불을 깜빡였다.
‘…할 말 없어?’
이안은 진의 렌즈를 쳐다봤다. 잠시 조용하던 진이 작게 말했다.
‘뭐?’
[그러게 누가 휩쓸리랬어? 누가 죽으랬어?]진의 뻔뻔한 대답에 이안은 기가 막혀서 입을 다물었다. 그 상황까지 등을 떠민 건 바로 진이었다.
[그거 하나 못 버티면 연예인 하면 안 되지. 공인이잖아. 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준 것뿐이야.]‘아니지, 너는 클릭 수 때문에 양심 팔아먹은 거잖아.’
[그게 왜 나빠? 난 내 할 일 했을 뿐인데? 야, 기자는 알리는 게 목적이야. 도와주는 게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 봉사자인 줄 알아? 이거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거든?]‘국민이 남 사생활을 다 알고 싶대? 알 권리를 무기 삼고 다른 사람 인권침해는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제대로 사실 확인 안 하고 기사 하나 띡 싸지르고 나중에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정정 보도도 안 하잖아. 이게 저널리즘이야? 이러고도 니가 사람 새끼야?’
이안은 자세히 들여다본 양인준, 진의 과거가 역겨웠다. 황색 언론을 사람으로 한다면 양인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야, 다른 사람들도 다 똑같아! 자기 기분 안 좋다고 다른 사람 혐오 조장하면서 내 주장이 맞고 다 틀렸다는 식으로 얘는 어디가 별로라느니 인성 터졌다느니 창조 논란에 얼평 몸평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다 알면서도 모른 척 급발진하고 조롱하고! 나만 키보드로 사람 죽인 줄 알아? 다 똑같은 새끼들이잖아!]‘그래, 그건 인정한다고 치자.’
이안이 한숨을 쉬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벽 앞에서 뭐라 떠들어 봤자였다.
‘니가 날조하고 선동해서 발생한 피해자는? 니가 돈 받고 덮은 사건들에 발생한 피해자는? 니가 이대열 약점 잡으려고 한 짓 때문에 죽었던 나는?’
[허! 내가 나쁜 놈이야? 남들 다 이러고 살아! 요즘 세상에 착하게 사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지 알아? 막말로 니가 일찍 죽지 않았으면 지금 이렇게 최이안이 될 수 있었을 거 같….]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자기 배터리가 닳아 버린 듯 또 꺼졌기 때문이다.
[깨닫게 하려는 건 실패한 것 같군요.]저승사자는 카메라를 다시 톡톡 두들겼다. 한참을 씩씩거리던 이안이 저승사자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래서, 나한테 이걸 보여 주는 이유가 뭔데?’
[….]‘양인준을 어떻게 해 달라고?’
저승사자가 씨익 웃었다.
[그럴지 말지는 귀인의 선택입니다.]‘운명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글쎄요, 생과 사외에는 괜찮습니다.]과거를 반복한 진은 오로지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살아 있는 사람의 생사를 너무 건드렸다.
‘내가 이대로 모른 척한다면?’
[귀인께서 그냥 지나치신다고요?]저승사자가 기계적으로 웃었다. 그는 ‘아래’서 이안을 지켜봤었다.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자기 이익을 챙기지만 그렇다고 독식하지는 않는다. 자기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은 확실하게 신경 쓰는 의리가 있었다. 그리고 양인준은 이안의 삶에서 계속 마주쳐야 할 인물이었다.
‘내가 뭘 위해서? 무슨 대가를 받고? 나도 너희 바뀐 시스템의 피해자야.’
[대가는 이미 치렀습니다.]‘뭐?’
[기적, 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주어 없이 뜬구름 잡는 소리였지만 이안은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았다. 예후가 좋아 봤자 식물인간을 피하지 못할 거라는 소견을 받았던 박세온.
죽었어야 할 그가 살아났던 건 이안의 혼이 제 자리를 찾아서였고, 식물인간이 될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결국, 저승사자의 개입이 있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네, 귀인께서도 피해자인 것은 맞지요. 보상을 상의 없이 드린 것도 맞고….]혼란스러운 이안의 표정을 응시하던 저승사자가 다시 조용해진 진의 몸체에서 메모리 카드를 꺼냈다.
[이 정보가 도움이 될 겁니다.]메모리 카드를 쥔 저승사자의 손이 이안의 이마를 덮었다.
* * *
“…헉!”
정신 차려 보니 병원의 복도였다. 숨을 몰아쉰 이안이 복도 벽에 등을 기댔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야, 최이안 뭐 해? 우리 이제 가야 돼.”
“어? 어어….”
이안을 찾으러 병실 밖으로 나온 조태웅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무슨 일 있었어?”
“글쎄… 좀 골치 아픈 일을 떠맡게 되어서.”
양인준을 어떻게 참교육시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