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313
313
[외전] 그룹 빨 좀 받으면 어때.
“…쪘다.”
“망했네.”
휴가가 끝나고 체중계 앞에서 현실을 마주한 멤버들이 바닥에 엎드려 좌절했다.
“아니 뭐 먹은 것도 없는데 4키로나 쪄.”
“형, 이제 와서 먹은 거 없다고 하면 노양심 아냐?”
“이안이 넌 얼마나 쪘는데.”
“…3키로.”
“망했네.”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채 덮어 놓고 먹던 다른 멤버들과 달리 이안은 나름 양 조절을 했는데도 이 정도였다. 여기서 체중이 늘지 않은 사람은 박서담밖에 없었다.
“우리도 한 끼 정도는 쟤처럼 식단 관리할걸.”
“그러게 같이하자고 했잖아요.”
“아니 그래도 우리 모여서 운동도 하지 않았냐?”
“먹는 게 더 크니까.”
박서담을 제외한 멤버들은 바닥에 누워서 현실을 부정했다. 조태웅은 믿기지 않는 듯 체중계 위에 올라가 셀프 확인 사살을 당하기까지 했다.
“서담이 음방 다다음 주지? 다들 응원 가?”
“아, 당연하죠. 형들이 안 오면 어떻게 해요.”
“그때 갑자기 배가 아플 예정이라.”
“난 왠지 스케줄 생길 거 같다?”
당연히 간다고 말하려던 멤버들은 박서담의 반응에 일부러 장난을 쳤다. 물론 박서담은 넘어가지 않았다.
“대표님 또 오시겠지?”
“대표님이 왜?”
이주혁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빼꼼 들었다.
“아, 너는 없었지. 전에 진혁이 무대 했을 때도 대표님 와서 응원했거든.”
“팬 후기 중에 그거 본 사람? 신부 시집 보내는 아버지처럼 울었다고.”
“대표님이? 거짓말.”
곰 같은 덩치에 안 어울리는 섬세한 감성이었다. 하지만 멤버들 모르게 부모에게 연락해서 주의 사항을 말해 준다거나, 팬 서포트를 안 받겠다고 선언하자마자 우리 애들 기죽으면 안 된다고 그해의 명품 옷을 선물하는 세심한 면을 생각하자면, 아예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아냐, 그때 개꿀잼이었다고. 대표님 훌쩍거리는 거 우리 빌보드 1위 이후 처음이었잖아.”
“그걸 찍어 놨어야 했는데.”
“아니 그 재밌는 걸 내가 못 보다니.”
이안은 아쉬운 듯 쯧, 혀를 찼다. 그가 미국에 간 사이 그는 모르는 다양한 이야기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야, 태웅아. 너 영화는 언제 개봉해?”
“다다음 주 수요일.”
“서담이 음원 발표일이랑 똑같네?”
“어? 그러게.”
그러고 보니 이안이 ‘아메리칸 갓 아이돌’ 촬영차 미국에 가 있는 동안 조태웅도 한 편의 영화에 조연으로 참여했다.
“관객 수는 얼마 예상하냐?”
“요즘 손익분기점 넘기는 영화 별로 없다며. 그거만 넘어도 좋겠는데.”
“손익이 얼만데?”
“한 400만은 넘어야 할걸?”
“그럼 저는 800만 넘는다에 한 표!”
조태웅은 드물게 자신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이 조연이지 극 중 중요한 떡밥을 날리는 인물이라서 분량만 보자면 거의 주연급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기사에서는 연일 충무로의 신성 감독과 아위 멤버의 만남이라면서 영화의 흥행을 예측하고 있었다. 막상 결과물이 안 좋아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돌아설 여론이었다. 그 때문에 알게 모르게 부담감이 상당했다.
‘천만 넘는 게 쉬운 건 아닌데…. 축하 선물이라도 미리 준비해야 하나?’
하지만 이미 미래를 알고 있는 이안은 태평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손익은 넘겠지. 나도 손익의 두 배, 800만 넘는 거로 박진혁 발가락 건다.”
“김 현, 나를 왜 걸어?”
“올, 쎈데. 이안아, 너는?”
“1,000만 넘는다에 재산 걸 수 있다.”
이안의 말에 멤버들이 입을 다물었다. 조태웅이 화들짝 놀라서는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흔들었다. OTT 플랫폼의 빠른 성장에 영화관은 예전만큼의 힘을 못 쓰고 있었다.
영화사는 발 빠르게 OTT와 영화관 동시 상영이라는 카드를 내밀었고 그 때문에 근래 영화관에서 천만을 넘은 영화는 고작 한 작품,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오바야, 진짜. 바람 넣지 마.”
“난 진심인데? 정확히 한 1,100만 정도?”
조태웅이 어이없다는 듯 이안을 흘깃 쳐다봤다. 하지만 이안의 표정에서 장난기를 읽을 수 없었다.
‘쟤가 저렇게 말하니까 진짜 그렇게 될 거 같단 말이야.’
조태웅이 고개를 들어 체중계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그렇게 되면 좋겠다. 형은 어떻게 생각해요?”
“손익은 당연히 넘기지 않을까? 요즘 재밌는 영화가 별로 없더라고.”
“그렇죠?”
매니저, 이상현이 멤버들이 잰 체중을 종이에 적으면서 말했다. 그는 이주혁보다 1살 많은 신입 매니저였다. 그리고 그 신입 매니저를 관리하는 사람은 임진우였다. 문을 열고 들어온 그가 널브러져 있는 멤버들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애들 몸무게 얼마나 나왔어요?”
“지, 진우 형.”
임진우는 이상현이 내미는 종이를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트레이너 붙여 줄게. 오늘 저녁부터 시작하자.”
“안 돼…!”
멤버들이 비명을 질렀다.
* * *
대기실에 들어온 박서담이 후하, 심호흡을 했다. 오늘은 드디어 그의 음원이 공개되는 날이었다. 새벽 일찍 방송국으로 출근해 사전 녹화를 대기하고 있었다.
음원 공개는 오후 6시, 아직 멀었지만 박서담은 괜히 음원 차트를 들락거리며 초조함을 삼키고 있었다.
“뭐 하냐?”
“형들.”
응원차 대기실로 들어온 멤버들이 긴장으로 뭉친 박서담의 어깨를 주물렀다.
“기분이 어때?”
“미치겠어요. 뒤에, 주영이 형. 폰 내려놓아요.”
박서담이 솔직하게 내뱉었다. 멤버들은 히죽 웃었다. 긴장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려던 김주영이 쳇, 혀를 차며 핸드폰을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박서담이 머리와 화장을 시작했고, 커피 트럭에서 커피를 가져온 멤버들이 뒤에 얼쩡거리며 박서담의 변신을 지켜봤다.
스태프들과 사녹에 참여하는 팬들을 위한 커피 트럭은 대표인 이병헌이 멤버들보다 먼저 선수를 쳤다.
“진혁이 형은 솔로 활동 때 어땠어요?”
“나? 신났지.”
“그게 다예요?”
“진혁이는 단순하잖아. 우리 무대 말고도 다른 무대도 해 본 적 있고.”
“배신자.”
이주혁이 대신 대답했다. 박진혁은 그룹 외 무대에 올라선 적이 많았다. ‘아이돌 래퍼’로 나름 서바이벌 경험도 있었고, 블루믹의 초대로 대형 힙합 페스티벌에서 단독 무대를 한 적도 있었다.
‘진혁이 형은 음악색이 뚜렷하잖아. 고정 리스너층도 탄탄하고.’
하지만 박서담은 이런 자리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수만 명이 보는 콘서트에서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관객들은 아위와 자신을 좋아하는 팬들 앞이었으니까.
하지만 방송에 단독으로 무대를 꾸리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아위덤이 아닌 대중들에게 공개적으로 평가받는 자리니까.
“형은 1위 할 거 알고 있었어요?”
“당연하지. 우리가 누구냐? 빌보드를 씹어 먹는 아위 아니냐.”
“그건 아위였을 때 얘기죠.”
“너는 아위 아니냐?”
각자 핸드폰을 보거나 스태프와 대화하고 있던 여섯 명이 당연한 듯 고개를 돌려 거울에 비친 박서담을 쳐다봤다.
“아니, 그건 아는데….”
박서담은 머뭇거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사실 좀 건방진 생각일지도 모르는데, 단순히 아위 멤버라서 순위가 높게 나오고 음방 1위하고 막 그러면 어떡해요?”
그가 아위라서, 그저 팬이 많아서 곡의 완성도나 안무 등 고심한 흔적은 차치하고 오로지 인기발로 그가 준비한 노력이 퇴색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나름 음악성에 치중했는데…. 안무도 그렇고.’
심지어 뮤직비디오에는 어떤 소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것도 관여했을 정도였다.
박서담의 고민에 멤버들은 알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배부른 고민이라고도 생각했다. 나중 가서 남는 건 기록인데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사재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떡하긴, 즐기면 되지.”
“야, 아위는 우리가 다 같이 쌓은 이름값이잖아. 그룹빨 좀 받으면 어때. 이게 다 노력의 산물이지.”
“그런가….”
“그리고 그룹보다 솔로가 더 냉정한 거 알지? 그룹 팬이 너의 곡을 다 들어 주진 않는다?”
냉정한 말에 오히려 긴장이 풀린 박서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앨범을 내는 것도 아니고 음원이다. 결국은 대중의 취향에 맞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이주혁이 박서담의 어깨를 짚었다.
“곡 좋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맞아. 우리가 데뷔한 지 몇 년 차인데 이런 거로 쫄아서 되겠냐? 앞으로 이런 무대 더 할 텐데.”
이제 그들 머릿속에 무대를 더는 못 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당연한 거였다.
“서담아, 가자.”
마침 밖에서 문을 연 임진우가 고갯짓했다. 멤버들도 뒤따라 밖으로 나왔다. 사녹에 온 팬들에게 들키지 않게 스태프들과 섞여서 벽에 붙은 멤버들은 무대 위 세트를 보고 입을 벌렸다.
“와, 무대 봐.”
“장난 아니다. 진혁이 형 무대도 이랬어?”
박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투자에 아끼지 않았다는 티가 나는 세트였다.
스태프의 신호에 무대 위로 올라간 박서담은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 투어 이후로 오랜만이죠?”
“꺄아아악!”
이안은 어떻게든 박서담의 얼굴을 보려고 까치발을 들고, 소리치고 응원법을 열창하는 그의 개인 팬들을 관찰했다.
‘재밌겠다.’
박서담이 무슨 말을 해도 웃고, 큰 소리로 반응한다. 총 세 번의 무대가 있었지만, 팬들의 목소리는 식을 줄 몰랐다.
‘나도 빨리하고 싶네…. 솔로.’
이안은 사실 콘서트에서 솔로 무대를 했으니 별 감정은 안 들 줄 알았다. 하지만 콘서트 무대와 방송국 무대는 다른 맛이 있었다.
-서다밍 사녹후기
도입부 미쳤고 무대 개예쁨 돈냄새 오져ㅠㅠ
반깐 가죽자켓 뮤비에 나온 그착장 맞음ㅇㅇ
음색 미쳤고 라이브 진짜 개레전드 미쳤음ㅠㅠㅠㅠ
-아 그리고 형들 다왔음ㅋㅋㅋㅋㅋ녹화 세번다하고 누가 걸걸하게 소리치길래 보니까 형들이었음ㅋㅋㅋ서다미 부끄러워서 입술 씹는것도 귀여웠다ㅠㅠ
사전 녹화가 끝나고, 후기가 올라왔다. 멤버들은 본 무대까지는 보지 못하고 방송국을 나왔다.
본 방송 중간, 박서담의 음원이 음원 사이트에 공개됐다.
-박서담 노래 좋네 이거도 이주혁 곡이냐?
└ㅇㅇ이주혁작곡 박서담작사
└이주혁 미친놈… 평생 작곡해라
└가사 좋네ㅇㅇ
-또주혁? 아위는 다른 작곡가 안쓰나?
네 쓰지마세요 존나 좋다는 소리입니다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대 기대된다 ㄷㄱㄷㄱ
└순서 마지막쯤이겠지?
-근데 박서담이 무대장악력은 없지 않냐?
└솔로깜냥은 안되지
└솔직히 노래가 아까움ㅋㅋ
└뭐야 박서담 무대 함?
└ㄴㄴ
마냥 호의적인 반응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사녹을 거쳐 긴장이 풀린 박서담은 개의치 않았다.
‘그래도 곡 좋다는 얘기가 많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본 무대에 올랐다.
* * *
본 무대가 끝나고, 엔딩까지 끝낸 박서담이 대기실로 향했다.
‘음원 순위 나왔을 텐데.’
대기실 안에는 눈가가 빨개진 대표, 이병헌이 코를 킁 훌쩍이면서 박서담을 반겼다. 그가 건넨 꽃다발을 받은 박서담이 헤헤 웃었다.
“서담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박서담은 그게 당연히 솔로를 축하하는 건 줄 알았다. 이병헌의 옆에 서 있던 박동수가 그 심정을 알아채곤 씨익 웃었다. 이제 막 7시가 넘었으니 차트에 반영됐을 것이다.
“아직 차트 못 봤지?”
박동수가 내민 핸드폰 화면에 눈에 익은 앨범 재킷이 보였다.
[NEW] 1. 서담 – So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