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333
333
[외전] 9주년
“안녕하세요.”
아위가 숙소 밖으로 나서자마자 다큐 팀의 VJ가 따라붙었다. 하품을 입에 달고 살던 멤버들이 다큐 팀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오늘 앨범 발매 날인데 기분이 어떠세요? 많이 해 봐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을까요?”
“에이, 그럴 리가요.”
이주혁이 손을 휘저었다. 그는 VJ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24시간 국밥집을 가리켰다.
“밥 드셨어요?”
“네? 아뇨, 아직….”
“그래요? 우리 저기서 밥이나 먹고 갈까? 국밥 괜찮으시죠?”
VJ들이 서로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멤버들이 익숙하게 국밥집 문을 열고 들어가 주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모!”
“어머, 또 왔네?”
식당 주인은 익숙한 듯 아위를 맞이했다.
“많이 오셨나 봐요?”
“작업 끝나면 연 식당이 여기밖에 없거든요. 방송 타면 이 식당도 못 오는 거 아냐?”
“우린 그때 없잖아.”
“이안이만 아쉽게 됐군.”
수저를 놓던 이안이 팔자 눈썹을 만들었다. 멤버들은 그 표정을 보고 작게 웃었다. 이주혁이 주문을 마치고 맞은편 김 현을 바라봤다.
“현이 허리는 어때?”
“좀 괜찮아졌어.”
“조심해라. 우리 무대 많다.”
“너나 조심해 박진혁. 나 물 좀.”
VJ들은 눈치 빠르게 입을 다물고 멤버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고정했다. 그리고 그림을 위해 아위와 멀찍이 떨어진 식탁에 앉았다.
“우리 컴백 쇼도 오랜만인 것 같지 않아?”
“나 어제 꿈꿨는데, 황금 돼지가 나왔거든? 로또 사야 할까 봐.”
“태웅이 형, 그거 말해 버려서 복 날아갔다.”
“로또가 아니라 앨범 대박 나는 거 아냐? 우리 컴백 쇼도 이제 마지막이겠지?”
“마지막이겠지. 공연장이 장난 아니잖아. 컴백 쇼에 잠실을 쓰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걸.”
집단적 독백 같은데 묘하게 대화가 이어졌다. VJ는 정신없이 식사하면서도 멤버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너무 무리하다가 다치지나 마라. 특히 부상자들.”
“현이 형, 진짜 조심해야 해요.”
“너도 어깨 조심해.”
“아 실수하면 어떡하지?”
“무대 재밌겠다.”
어쨌든, 다들 한 마음으로 무대를 기대하고 있었다.
밥을 먹고 소속사에 들러 연습실을 잠시 쓴 멤버들은 바로 컴백 쇼를 할 경기장으로 향했다. 컴백 쇼는 2시간, 거의 콘서트급이었다.
“콘서트도 아닌데 컴백 쇼를 이렇게 크게 해도 되나요? 내일 바로 음방 활동 들어갈 텐데….”
“내년 공연이 끝나면 잠시 안녕이니까요. 멤버들이 요청했어요.”
VJ의 질문에 대답한 임진우가 무대 위에서 리허설에 매진하는 멤버들을 유심히 살폈다. 어깨가 불편한지 팔을 크게 돌리고 있는 박서담.
“이다음 안무가 좀 빡센데, 여기서 돌출로 바로 가는 게 낫지 않아요?”
“그거 괜찮겠다.”
김 현은 허리에 보호대를 차고 공연 연출가와 함께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 병원 신세를 졌던 김 현을 알아서 VJ가 넌지시 물었다.
“말려야 하는 거 아닐까요?”
“진작에 말렸죠.”
임진우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현 씨가 고민이 많아 보이던데….”
“저도 알죠. 멤버들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니까.”
그는 ‘애들이 너무 잘나도 문제예요, 그렇죠?’라고 말했다. VJ도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저 고집은 못 꺾어요. 뒤에서 서포트해 주는 거 외에는 제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더라고요.”
“…그렇군요.”
“별일 없어야 할 텐데….”
임진우의 초조한 얼굴이 VJ의 카메라에 담겼다.
* * *
“여러분 집에 조심히 들어가요!”
“안녕!”
임진우의 걱정과는 다르게 멤버들은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들 부상 위험 때문에 예전 무대처럼 앙코르를 오래 할 수는 없었다.
“두 곡 하고 바로 끝이네?”
“뭐야. 원래 앵콜 오래 해 주지 않아요? 기대했는데….”
만족해서 집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었지만, 불만이 쌓인 팬들도 있었다.
“무대 진짜 오졌다.”
“음방 1주만 한다며? 더 해 주지.”
“요즘 애들 해외 위주로 돌리더라.”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질수록 겪는 딜레마였다.
-오늘은 앵콜 뇌절 안하더라
└컴백쇼니까 그러겠지ㅇㅇ 콘서트에는 할걸?
-현이 표정 안좋던데 애들이랑 싸웠나?
└그건 아닌듯
└근데 팬서비스 좀 없긴 했어
-앨범 전부 명곡파티인듯ㅋㅋㅋ
-근데 음방 1주밖에 안하는거 너무하지 않냐 국내팬은 팬 아니냐
-애들 컨디션 안좋을수도 있지 자기 안 봐줬다고 팬서비스가 어쩌구ㅋㅋ 애들 맘 변했다 어쩌구ㅋㅋㅋ 지겹지도 않냐
└냅둬 어그로겠지
-싸우지말고 애들 판매량이나 봐 한음차트 또 터짐
-♥아위 초동 첫날 320만장 돌파♥
* * *
“트러블이 너무 역작이었어.”
아위의 새 앨범은 역대급 성적을 내고 있지만, 음원은 아직 ‘Trouble’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Trouble’은 아직도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지키고 있었다.
아위는 이번 활동의 마지막 음악 방송을 앞두고 있었다. 사전 녹화를 위해 새벽에 방송국을 찾은 그들은 팬들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얘들아!”
“이쪽 봐 줘! 오늘 밥 뭐 먹었어!”
“개인 멘트 하지 마세요!”
조금이라도 더 아위를 보려는 팬들이 무대 앞으로 몰렸고, 팬매니저는 죽상을 하고는 짜증 섞인 음성으로 외쳤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멤버들은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팬 서비스를 했다.
“시작하겠습니다.”
신호와 함께 첫 번째 사전 녹화를 시작했다. 이안은 제 파트를 소화하고 자신의 동선으로 돌아가는 길에 김 현이 중심을 제대로 못 잡는 것을 눈치챘다.
찰나였지만, 이안의 눈썰미는 피할 수 없었다. 어디서 묘하게 데자뷔가 일어나는데….
“네, 모니터하겠습니다.”
첫 번째 무대가 끝나고, 모니터를 위해 잠시 무대 밑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김 현이 혼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형, 조심히 내려가.”
“…어.”
이안이 그 옆에 밀착해 김 현을 부축했다. 김 현이 고개를 숙였다. 무대 밑으로 내려가려던 박진혁이 후다닥 다가와 김 현을 부축했다.
“뭐야?”
“부축하는 거 같은데?”
김 현이 양옆에 이안과 박진혁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내려가자, 팬들이 웅성거렸다. 다른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김 현을 에워쌌다.
“허리야?”
김 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땀이 후드득 떨어졌다. 한 번 했던 무대의 여파치고는 상당한 양이었다. 아픈 식은땀이었다.
“…현아. 병원 가야겠다.”
김명진과 임진우가 걱정의 한숨을 토해 냈다.
아위(AWY) 현, 사전 녹화 도중 허리 부상으로 응급실 行
[포토] ‘1위’ 아위, 멤버 부상에 “어두운 표정”* * *
“어떡하냐. 당장 팬싸도 있는데.”
““지금 그게 문제야?””
김 현의 멋쩍은 말에 여섯 명이 동시에 외쳤다.
“무대는 의자에 앉아서….”
“의사가 당분간 절대 안정하라며. 스케줄은 안 돼.”
“지금 다 회복해야 연말 무대는 멀쩡히 서지.”
“맞아요, 형. 고집부리지 마요.”
김 현은 응급실로, 여섯 명의 멤버들은 남은 사전 녹화를 마쳤다. 본 무대와 앙코르까지 실수 없이 마쳤다.
당장 김 현과 함께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그들을 찾아 준 팬들에 대한 예의를 차려야 했다.
“음방이 막방이라 다행이라 해야 할지….”
“그래도 대면 팬싸는 이제 없지?”
“영통만 남았지.”
이안이 제 턱을 만지작거렸다. 이대로 한 명을 뺀 채 활동하면 김 현에게 미련이 남을 것 같았다.
“그러면, 현이 형 무리가 안 가는 선에서 시간을 좀만 바꾸는 건 어때?”
“어떻게 하게?”
멤버들이 아직 이해가 안 되는 듯 이안을 쳐다봤다. 다큐 팀 제작진도 마찬가지였다. 이안의 눈이 반짝였다.
* * *
“안녕하세요.”
(안녕 현아! 몸은 어때? 괜찮아?)
이안이 제안한 것은 눕방 팬싸였다. 시간대도 저녁 시간으로 전부 바꾸고 장소도 멤버들의 숙소, 방으로 변경했다. 소속사 스태프가 방을 조금 꾸며서 잠들기 전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네, 괜찮아요. 여기 지금 어디게요? 저희 숙소 제 방이에요.”
(진짜? 와, 진짜네?!)
스태프들이 숙소 안을 드나들었지만, 멤버들은 불편하지 않았다.
-영통 후기
나 진짜 막순서였는데 시간은 계속 딜레이되고 침대에 앉아있으니 졸려서 좀 빡쳤었는데
마침 잘 시간이라고 이안이가 ASMR에 자장가까지 불러줌ㅠㅠㅠㅠ 애들 조곤조곤하게 말하는데 진짜 옆에 있는거같고 개좋았다ㅠㅠ
-영통 순서 맨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애들 처음에는 누워서 하는 거 너무 날로먹는 거 같아서 어색하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본격적으로 이불까지 덮고ㅋㅋㅋ
└진짜 옆에 누워있는 줄 알았어ㅋㅋㅋㅋ
└영통은 막순서가 찐이야ㅋㅋ 애들도 나른해져서 진짜 남친이랑 자기전에 통화 하는줄ㅋㅋ
└남친은 맞지 내 남친♥
└└꺼져
└└└ㅗㅗㅗㅗㅗㅗㅗ
-ㄹㅇ숙소 침대에서 했다고? 너무 유사 퍼먹이는거 아니냐?
└나는 좋은데ㅎ
└꼬우면 니돌도 해달라고 하던가ㅋㅋㅋㅋ
눕방 팬사인회는 예상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었고, 아위를 따라 하는 다른 그룹도 늘었다.
* * *
우여곡절 끝에 앨범 활동을 마친 아위는 바로 9주년을 맞이했다. 이번에는 김 현의 방에서 조촐하게 보냈다.
“너무 소박한 거 아니냐? 9주년인데.”
“내년이 10주년이잖아. 10주년 때 성대하게 하면 되지.”
“이 촛불을 끌 수 있는 영광을 너에게 준다.”
“부상 특수냐?”
김 현은 투덜대면서도 숫자 9의 촛불을 훅 불어 껐다. 소속사는 김 현의 부상도 있고, 내년에 있을 대규모 월드 투어를 대비하기 위해 멤버들의 활동을 일시 중단시켰다.
“우리 연말 무대 안 나가는 거 이번이 처음 아니냐?”
“맞아.”
“어쩐지 트러블이 너무 잘나간다 했어.”
“또 트러블 같은 곡 나오면 내가 먼저 앓아누워야지.”
“그건 인정.”
“그래도 쉬니까 좀 좋지 않아요?”
아위가 연말 무대를 전부 나가지 않겠다 결정하자, 방송가의 원성이 자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젠 그것에 휘둘릴 아위가 아니었다.
‘멤버가 아프다는데 뭐?’, ‘다른 멤버들이 컨디션 난조인데 그럼 어떡해?’라고 얼굴에 철판을 까니 방송국에서도 뭐라 할 수 없었다. 오히려 내년 연말 무대는 꼭 나와 달라고 간곡히 부탁할 정도였다.
“와, 올해 데뷔한 애들이 저렇게 많아?”
아위는 조용히 9주년을 보내고, 연말 무대는 다 같이 거실에 앉아 TV로 시청했다. 그들은 올해 데뷔한 신인들의 합동 무대를 보고 입을 벌렸다.
“우리 신인 때도 저만큼 됐었어.”
“그랬나?”
합동 무대에 들어간 팀은 많은데 무대는 너무 짧았다. 카메라에 한 번도 얼굴을 못 비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 틈바구니에서 이렇게 살아남은 게 새삼스러워진 멤버들이 입을 다물고 무대를 시청했다.
(네! 2026년도 이제 5분밖에 안 남았는데요!)
(우리… 드리머! 2027년 새해 목표가 어떻게 되세요?)
BHL엔터의 드리머가 마이크를 잡았다. 데뷔한 지 꽤 됐는데도 말을 조금 더듬는 게 아직도 신인 티가 팍팍 풍겼다.
“우리 목표는 뭐야?”
“우리 2027년 목표는 건강이지.”
“또 부상이면 내 손에 죽는다.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 고집부리지 말고.”
“제가… 제가 죄인입니다.”
김 현이 고개를 떨궜다.
“주혁이 형! 박력 있어!”
“리더! 리더!”
이주혁의 으름장에도 멤버들은 무서워하지 않고 환호했다.
침대 신세를 졌던 김 현은 며칠 전부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덕분에 다 같이 쉰 덕분에 멤버들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화면 속에서 제야의 종이 울렸다. 그들의 핸드폰에서는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지인들의 연락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주혁이 형 서른 살 축하.”
“계란 한 판이 여기 있네.”
정말 2027년이 되었다.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역대급 관중을 동원하는 월드 투어, 10주년의 시작. 그리고… 이렇게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제 1년이 채 남지 않았다는 소리다.
멤버들은 싱숭생숭한 마음을 숨기고 올해 서른 살이 된 이주혁을 열심히 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