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60
60
걔네가 우릴 왜 불러?
핸드폰을 돌려받은 이안은 먼저 부모님께 연락했다. 그리고 ‘블랙 아웃’에서 같이 연기했던 조민환을 시작으로 그동안 번호를 주고받았던 사람들에게 하나둘 연락을 했다.
“우리 내일도 음방 있는데 다들 안 자요?”
씻고 온 박서담이 누운 채 핸드폰만 보고 있는 형들을 보며 말했다.
“어… 자야지.”
“형들 썸 타는 거 아니죠? 연애 진짜 안 돼요.”
박서담의 말에 김주영과 조태웅, 이안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박서담을 쳐다보았다.
“예! 엉님!”
“와 연애는 왜 하면 안 되냐고 물어보던 그 박서담이 맞냐?”
“많이 컸네 컸어.”
“아 놀리지 말고요!”
박서담이 빼액 소리를 질렀다. 순간, 그들의 핸드폰에서 알림음이 동시에 울렸다.
“얘넨 한국도 아니면서 아직도 안 자냐.”
“마이킷 형들 어디 갔어요?”
“일본 갔다던데?”
마이킷은 아위의 소식을 듣자마자 두 그룹 단체 톡방을 생성했다. 마이킷은 요란한 이모티콘으로 아위의 1위를 축하했다.
(이안) 일본은 어때? – 01:03
(철민갓) 오지마 – 01:03
(정지수) 니들은 일본활동 하지마라… 콘서트만해… – 01:04
(철민갓) 통화 가능? – 01:04
(이안) ㅇㅇ – 01:04
이안이 답장을 보내자마자 벨 소리가 울렸다. 이안은 스피커 폰을 틀어 놓고 통화를 받았다.
(하이 하이. 다들 있어?)
“잠깐만.”
김주영이 벌떡 일어나 다른 방에 있는 멤버들을 불렀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이주혁과 박진혁, 김 현이 이안의 침대 앞에 앉았다.
(다들 1위 축하하고, 형들도 축하해요.)
마이킷도 멤버 전원이 모여 있는지, 박세온이 축하 인사를 했다.
“그래서, 뭔 일이 있었길래 통화까지 하냐?”
(현이 형이야? 형 여기 오지 마요! 다들 일본 오려면 국내 원탑이 돼서 와! 도쿄돔으로 꺼져!)
김철민이 절규했다. 정지수가 뒤를 이어 말했다.
(하… 얘들아 여기 미쳤어. 악수회 사인회 하이터치회? 이런 건 괜찮아. 한국에서 하는 거랑 비슷하니까. 근데 문제는 셀카회 백허그 벽치기 같은 게 문제야.)
“그게 뭐야? 그런 거도 해요?”
(얘네가 상품화의 끝판왕이잖아. 진짜 상상을 초월하는 이벤트가 많더라고.)
“아니 그걸 회사가 다 안 쳐 낸단 말이야?”
(우리 회사가 그럴 회사가 아니지.)
[그럼 그럼 간 김에 뽕을 뽑아야지.]이안이 경악해서 되물었다. 진은 당연하다는 듯 추임새를 넣었다.
(우리는 한국 인기도 없고 일본엔 거의 맨 땅에 헤딩이잖아. 지하돌 생활 각오하고 갔는데 상상 초월이야. 거기 팬 요구에 다 따라 줘야 하거든. 볼에 뽀뽀해 달라는 사람도 있었어.)
“그걸 해 줬어?”
(당연히 스태프한테 말하고 내뺐지. 그리고 세온아, 어제 셀카회 했다가 엉덩이 주무르는 사람도 있었지?)
(어… 기분 개 나빠. 근데 그 사람 응모권 개많이 사서 30분 넘게 있다가 갔잖아.)
수화기 너머 김철민이 아악 소리를 질렀다. 그 산만함 속에서 정지수는 차분하게 말했다.
(벽치기 이벤트 때 키스하는 것처럼 입술 가까이 대 달라는 미친… 하… 그렇게 하면서도 우린 싫은 티를 절대 내면 안 돼.)
(그거뿐이야? 우리 내일 돈 많이 낸 큰손들이랑 2시간 데이트 이벤트도 있어….)
“미친.”
(이쯤 되니 우리가 아이돌을 하는 건지 호스트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공연도 잘 안 해. 여긴 어지간한 인기 없으면 음방도 못 나가니까….)
마이킷이 아우성치자 아위 멤버들이 입을 떡 벌리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거 참… 힘들겠네.”
“다들 괜찮아질 거야.”
이주혁이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명심해. 일본에서 지하돌은 안 된다.)
(콘서트만 해. 콘서트 외에는 우리가 허락하지 않겠다.)
(그러고 보니 너네 내일 음방 있지 않냐? 열두 시 지났으니까 오늘이네…. 밤 늦게 미안하다. 통화 끊을게, 나중에 톡 하자.)
“네 지수형, 다들 힘내.”
이안이 종료 버튼을 눌렀다. 통화가 끝나도 할 말이 남았는지, 톡방의 알림이 계속 울렸다.
“와….”
“실화야?”
멤버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얘들아 일단 자자 우리 새벽에 나가야 돼.”
“네, 형.”
이주혁이 상황을 정리하고 불을 껐다.
‘와… 심하네.’
[일본 지하돌은 유사연애 팔이 엄청 잘 하지. 걔네 계속하면 스토커도 붙을걸?]‘진짜?’
[그쪽은 상상 이상이야. 그래도 거기 현지 아이돌은 아니라 다행인 거지, 문제 생기면 한국으로 돌아오면 되니까. 그리고 돈만 잘 벌면 됐지.]‘다들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김용민 때에는 소속사가 일본도 보내 줄 돈이 없어서 방치당했었는데…. 아마 대부분의 망돌이 겪고 있을 현실일 것이다.
[그래도 일본 시장이 돈은 되니까. 한국 엔터계가 일본을 못 놓고 있는 거지. 그래도 걔네들 통장에 찍히는 액수 생각하면 다 치유될걸?]박서담은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었고, 조태웅의 핸드폰 액정 불빛에 천장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지수형도 하소연을 하냐? 그 형도 주혁이 형만큼 부처던데.”
“근데 우리도 내년에 일본 가지 않아? 우리는 안 그러겠지?”
“블랙러시 형들한테 물어볼까?”
“나중에 한번 물어보자.”
이안은 김주영과 조태웅의 대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었다.
* * *
아위는 ‘뮤직 더 쇼’ 이후로 참여하는 모든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다.
팬사인회 음반컷 수는 50장 이상으로 대폭 뛰었다. 게다가 팬사인회에 오는 사람들 중 절반 정도는 외국인이었다.
“태국에서 왔어요? 와 한국어 진짜 잘하신다.”
이안은 팬이 적어 준 이름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앨범에 옮겨 적었다.
“그리고 이거… 생일 축하해.”
“와… 고마워요.”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팬매니저가 팬이 건넨 선물을 뒤로 넘겼다. 각 멤버의 이름이 적힌 박스에는 팬들의 선물과 팬사인회 때 썼던 머리띠 같은 게 쌓여 있었다.
“안녕 이안아! 생일 축하해!”
다음 순서 팬이 선물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해맑게 웃었다. 선물은 멀리 있는 누군가 봐도 ‘나 명품이요’라고 주장하듯 쇼핑백에 명품 브랜드 로고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누나 또 왔네요! 근데 선물 어제 회사로 보내 주신 거 아니에요?”
“아 그거? 아무리 생각해도 부족한 거 같아서 또 사 왔어.”
“와… 고마워요 누나.”
오늘, 10월 12일은 이안의 생일이었다. 이안이 밝게 웃으며 아는 체를 하자 이안의 홈마 ‘아이언하트’가 의기양양하게 자리에 앉았다.
“광고는 봤어?”
“삼성역에 걸린 거요? 당연히 봤죠.”
“아니 그거 말고. 중국 팬 연합이랑 같이 진행했는데.”
“진짜요? 왜 난 못 봤지? 누나 저 알잖아요. 검색 잘하는 거.”
“아, 중국 팬 사이트에 올라왔겠구나. 타임스 스퀘어에 너 광고 걸렸어.”
“…영등포가 아니라 제가 아는 그 타임스 스퀘어예요, 혹시?”
“영등포래…. 어떡해… 귀여워.”
아이언하트가 입을 가리고 크게 웃었다. 이안이 놀라서 펜을 떨어뜨렸다.
“와… 그럼 우리 부모님도 가서 보실 수 있겠다. 부모님한테 얘기해 볼게요. 고마워요, 누나!”
“그래. 생일 축하해!”
“옆으로 넘어 가실게요.”
아이언하트는 미련 없이 옆자리로 넘어갔다.
* * *
“얘들아 수고했다.”
밴에 올라탄 멤버들을 향해 박동수가 말했다.
“우리 인기 좀 쩌는 거 아니야? 외국인 많던데.”
“아까 한국말 오지는 태국 팬 한 명 있더라.”
“한 명 아니에요, 형. 더 있었어요.”
“중국 팬도 왔던데? 근데 뭔 말 하는지 못 알아들었어.”
멤버들이 재잘재잘 떠들었다. 숙소 앞에 도착한 박동수가 고개를 뒤로 빼고 말했다.
“이안이는 내리지 말고, 회사에 같이 가자.”
조태웅이 밴에서 내리다 말고 다시 들어왔다.
“왜요? 밤에 오지는 생일파티 하기로 했는데.”
“드라마 때문에 그래. 먼저 들어가라.”
“아 드라마, 인정. 늦지 않게 돌려주세요.”
“야 내가 물건이냐?”
멤버들은 별말 없이 납득하고는 숙소로 들어갔다. 이안의 항의를 무시한 조태웅이 밴의 문을 닫았다.
“형 나 드라마 들어가요?”
“특별 출연으로 잠깐.”
“특출이면 굳이 회사까지 갈 필요 없지 않아요? 다른 이유가 있죠?”
“너 진짜 눈치 하나는 이거다 이거.”
박동수가 엄지를 들어 보였다.
“사실 너 생일 선물 들어왔어.”
“어제 왔잖아요.”
“그건 팬 사이트 한 군데고… 다른 팬 사이트랑 중국에서 온 것까지 있어. 근데 그게 좀 많아.”
[…부럽다.]진이 이안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안은 소름이 끼쳐서 퍼뜩 놀랐다.
“애들 위화감 조성할까 봐 일단 안 쓰는 연습실 한쪽에다가 다 모아 놨거든? 번거롭겠지만 회사 올 때마다 몇 개씩 챙겨가라.”
“네, 형.”
이안도 다른 멤버들의 눈치를 보며 선물을 뜯고 싶진 않았다. 안 그래도 어제 들어온 선물의 양도 다른 멤버들과 차이가 나서 괜히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이걸 어떻게 다 가져가지?”
근데 그 선물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벽 한쪽을 다 채운 선물 상자는, 각각 포장지의 색깔이 다른 걸 보니 여러 팬 페이지에서 준비한 선물 같았다.
[와 명품만 몇 개야?]속물적인 진은 그중에서도 중국 팬들이 보내 준 쇼핑백 근처를 기웃거렸다.
“와… 이거 다 뜯어 보기도 힘들겠다.”
“오늘은 형이 도와줄게.”
이안이 선물 더미 앞에 앉아 하나둘 포장지를 벗겼다.
[와 이거 18fw 신상이네? 오 저건 니케 콜라보 신발이잖아? 오지네.]‘야 좀 가만히 있어 정신 사납게.’
‘받은 적은 있지.’
[가장 고가의 선물이 뭐였냐?]‘그냥… 운동화. 이런 한정판 운동화 말고.’
그때에는 나에게도 조공이 오는구나! 괜히 설레었고 기뻤었다. 하지만 점점 욕심이 생기면서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주피터의 생일 서포트 규모와 비교하고 괜히 질투도 했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한 끗 차이로 데뷔를 못 했던 주피터를 향한 후회와 미련이 철철 넘쳐 있었어서, 그들에 관한 소식은 빠짐없이 찾아봤었다.
‘오올~ 야 임태우 저 새끼 C사 지갑 받은 거 봐라.’
그리고 괜히 다른 인기 멤버 선물과 비교하면서 초라한 심정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팬들이 고가의 물품을 선물하는 게 당연한 일이 절대 아니었다.
“와… 너 선물 클라쓰가… 근데 별로 안 기뻐 보이네?”
“형, 나 완전 신나는데요?”
최이안이 된 지금, 그때의 경험 덕에 질투와 시기는 사라지고 그 자리는 부담감으로 채워졌다.
막상 인기 멤버가 되다 보니 네티즌 반응도 신경 쓰이고 무엇보다 다른 멤버들 반응이 제일 신경 쓰였다.
‘이 은공예 팔찌… 민희 누나네.’
이안은 소박한 가죽 팔찌를 제 팔에 끼웠다. 물론 선물을 받는 건 늘 기뻤다.
[이왕이면 C사 팔찌 끼지 그러냐?]‘다른 멤버들 눈치 보이잖아.’
[걔네 눈치 보고 어떻게 사냐? 어차피 나중에 다 알게 될 텐데.]기만일 지도 모르지만, 김용민 때 느꼈던 그 감정을 지금의 멤버들은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 이안은 지금 멤버들과 오래 가고 싶었다.
“네 아위 매니저… 네 이사님, 지금 이안이랑 지하에 있는데요. 네?”
통화를 받은 박동수의 목소리가 커졌다. 선물을 뜯던 이안이 박동수를 쳐다보았다.
“형! 무슨 일 있어요?”
통화를 끊은 박동수가 얼떨떨하게 말했다.
“어… 너네 NMA 초청 받았어.”
“N넷 뮤직 어워드요?”
걔네가 우릴 왜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