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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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난 좋은 쪽이면 좋겠어요.
이안이 걱정할 만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
“저거 백 프로 선물 뜯어 보러 갔다에 내 오른쪽 콩팥 건다.”
“받고 왼쪽 건다.”
조태웅과 김주영이 회사로 향하는 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반대쪽에 걸 사람?”
“아무도 없을걸?”
김 현이 묻자, 박진혁이 고개를 저었다.
“다들 알고 있었어?”
이주혁이 물었다. 그는 잘나가는 이안 때문에 다른 멤버들의 분위기가 안 좋아질까 봐 내심 신경 쓰고 있었다.
“파랑새에 떴던데? 오늘 걔 서포트 회사 앞에 인증샷 올라온 거.”
“동수 형 아까 우리 눈치 보더라.”
“이안이가 우리 그룹 원탑 인기 멤인 건 팩트지.”
멤버들은 이주혁의 심정도 모르고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그들이 엘리베이터에 타서 층수를 눌렀다.
“어제도 선물 까는 데 최이안 표정 어땠는지 아냐?”
“그 형이 연기는 잘해도 우리 엮이면 연기 구리잖아요.”
김주영이 이안의 표정을 따라 했다. 팔자 눈썹을 만들고 갸륵한 표정을 짓는 것에 박서담이 웃으며 그의 등짝을 쳤다.
“하여간 최이안 저거, 배려심이 넘치는 건지 소심한 건지.”
“소심한 거라고 치자. 그 얼굴과 능력에 하나의 오점이라도 있어야지.”
“인정.”
이주혁의 말을 조태웅이 받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우리 눈치 보는 거 좀 재수 없음.”
“너도? 나도.”
“차라리 당당하게 굴라고. 걔 막 선물 별로 안 들고 오면 우리가 뭐라 하자.”
“오케이. 그리고 한정판 같은 거 받았으면 나중에 빌려 달라고 하자.”
“이 새끼 이거 이게 목적이구만.”
“왜, 너는 아니야?”
“아니 사실 나도 그 생각 했었어. 어떻게 우리 셋은 신발 사이즈마저 같을 수가 있지?”
“서로 상부상조하자는 운명의 데스티니?”
조태웅과 김주영이 서로 끅끅대며 웃었다. 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이주혁이 현관문 손잡이에 걸려 있는 작은 쇼핑백을 발견하곤 한숨을 쉬었다.
“우리 주소는 언제 털렸냐.”
“우리 번호도 진즉에 털렸는데 집 주소도 똑같겠지.”
때마침 울리는 김 현의 전화 진동음에 모두가 소름이 돋아서 몸을 떨었다.
“아 무섭게 하필 숙소 다 와서 전화가 오냐?”
“그거 다 설계한 거일 수도 있어.”
“야 박진혁 무섭게 그런 소리 하지 마.”
아위 멤버들이 핸드폰을 받은 이후에 저장도 안 된 낯선 번호에서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전화뿐만이 아니라 문자와 코코아톡에서 ‘누구야. 누구 카톡 맞지?’ 같은 소름 끼치는 메시지도 온 적이 있었다.
“하긴 데뷔 초에 사생 붙은 거 봐도 견적 딱 나오지.”
“나 다음 주에 번호 바꿀라고.”
“형 같이 가요 나도 바꿀래.”
이주혁은 문에 걸린 작은 쇼핑백을 바닥에 놓은 채 숙소 문을 열었다. 이런 것은 갖고 들어가면 좋지 않다. 나중에 박동수가 처리할 일이었다.
“숙소 이모님 붙으니까 진짜 살 거 같다.”
“우리 뭐 시켜 먹을까요?”
멤버들이 거실에 누워서 피곤함에 얕은 잠을 잤다.
이주혁이 소파에 누워서 배달 앱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였다. 숙소의 도어록을 누르는 소리가 들리면서, 이안이 숙소 안으로 들어왔다.
“어? 뭐야 일찍 왔네?”
“야 최이안 너 선물 뜯어 보고 온 거 다 알아!”
조태웅이 벌떡 일어났다.
“어 그래? 알고 있었어?”
이안이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진을 통해서 이미 멤버들의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진은 그 대화를 들려 주면서 [야 너네 멤버들이 너보다 훨씬 대인배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 광경에 이안도 한결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근데 왜 빈손이야? 뭐 들고 올 줄 알았는데?”
“맞아, 우리 눈치 안 봐도 돼 이안아. 우리 괜찮아.”
“형 그게 문제가 아니야.”
이안이 거실 바닥에 철푸덕 앉자 누워있던 멤버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우리 NMA 초청됐대.”
“NMA? N넷?”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모든 멤버가 떨떠름한 얼굴을 뒤로 빼 두 턱을 만들었다.
“걔네가 우릴 왜?”
“그렇게 쉽게 ‘주작’을 용서해 준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멤버들도 이안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박진혁이 얼굴을 찌푸렸다.
“야 이거 수상하다. ‘아이돌 래퍼’ 강 피디가 방송 끝나고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다들 알잖아.”
방송이 끝나고 N넷 강병인 피디는 박진혁에게 ‘앞으로 N넷 나올 생각 하지 말아라.’라고 엄포를 놓은 적이 있었다.
“근데 강 피디 지금 불바다잖아요.”
“그건 그렇긴 한데….”
강병인 피디는 조작 의혹뿐만 아니라 여러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 영장이 청구된 상황이었다.
“근데 그 강 피디가 본사 들먹이는 걸 내가 들었어. 본사랑 끈이 있는 거면 끗발은 아직 살아 있는 거 아냐?”
“맞아 그리고 나는 N넷은 못 믿겠어.”
박진혁과 김 현이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래도 난 좋은 쪽이면 좋겠어요.”
박서담은 고개를 숙였다. 신인은 시상식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법이다. 특히 올해는 신인상이 걸려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래,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차피 회사에서도 우리 가겠다고 할 거 아냐?”
박서담의 어깨를 토닥여 준 이주혁이 말했다.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일단 나오란다니 나갈 수밖에 없지. 안 나오면 더 싸우자는 거니까.”
“그래… 괜찮겠지. 근데 기대는 하지 말자.”
이주혁이 화제를 돌렸다.
“야식 족발 먹을 사람.”
“나!”
“보쌈 족발 세트!”
먹을 게 나오니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어떻게 생각하냐?’
[N넷? 너네 엿 먹이려는 거지 뭐겠냐?]‘하… 이걸 안 나갈 수도 없고.’
[게다가 이번 연도면… 3개국에서 하잖아. 베트남, 일본, 홍콩. 내가 시나리오 함 짜 볼까? 너넨 백 프로 베트남 유배 간다.]이안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가서 공연도 안 시키고 박수 셔틀만 하다 오는 거야.]‘야 그건 좀… 너무 간 거 아냐?’
[니가 N넷을 잘 몰라서 그래. 내가 장담한다.]‘아니겠지….’
이안은 부정하면서도 합리적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N넷이라면 진짜 그럴 만도 한데?
‘우린 기필코 뜬다.’
꼭 떠서 N넷 놈들이 먼저 찾아와 굽실거리게 만들어야지. 부당한 대우의 최고 치료 약은 유명해지는 게 정답이었다.
* * *
“안녕하세요.”
이안이 도착한 곳은 영화 ‘의열단’의 촬영장이었다. 이안은 조민환의 요청으로 온 특별 출연을 승낙했다.
“이안이 왔어?”
수염 분장을 마친 조민환이 이안을 반갑게 맞이했다.
‘의열단’은 독립운동가 김상옥 의사를 모티브로,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였다. 그리고 이 영화는 조민환이 달성할 천만 영화 중 하나였다.
“형 오랜만이에요.”
“와 데뷔하고 카메라 마사지 제대로 받았는데? 갈수록 잘생겨져.”
이안이 하하 웃었다.
“분장부터 하실게요.”
이안이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파우더 룸에 들어갔다. 이안은 김상옥 의사가 조직한 비밀결사 암살단의 단원으로 짤막하게 출연할 예정이었다.
“수염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수염도 잘 어울리네요?”
“옷은 이걸로 갈아입으세요.”
마침 점심시간이라 이안의 근처에 사람이 많이 몰려 있었다. 심지어 비하인드를 찍는 카메라도 이안의 분장 과정을 찍고 있었다.
“혹시 이거 사진 찍고 개봉할 때 SNS에 올려도 될까요?”
“홍보해 주면 우리야 좋죠. 개봉 당일은 말고… 한 일주일 후에 올려 주세요.”
수염을 붙이고 머리까지 매만지니 지금까지와는 새삼 다른 분위기가 풍겼다. 이안이 만족스럽게 뒤돌아 촬영장으로 향했다.
* * *
“도망가셔야 합니다!”
사이토 마코토의 암살 계획을 짜고 있던 암살단의 비밀 거처에 이안이 문을 벌컥 열어 다급히 말했다.
“무슨 일인가?”
“거사… 거사가 들켰습니다. 지금 순사들이 이리로 오고 있습니다!”
“이런….”
바깥 일본 경찰들이 소리치는 소리가 밖에서 들리자 암살단에 모인 사람들이 벌떡 일어났다.
“어떡하지?”
“상해… 어서 상해로 피신 갑시다!”
만발의 준비를 갖췄던 거사를 실현시키지도 못하고 도망가야 한다니, 납득하지 못한 조민환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이대로 도망칠 수 없습니다!”
“지금 도망가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이안이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조민환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거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목숨을 부지해야 다음 기회가 있는 법입니다. 동지, 일단 몸 보전부터 하고 봅시다.”
조민환은 납득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시간 끌어 봤자 좋을 게 없었다. 그들은 뒷문을 통해 조심스레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일본 경찰들이 은신처를 급습했다.
“젠장…!”
“찾아!”
일본 순사들이 소리치는 소리와 발소리가 어두운 골목을 울렸다. 상해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뿔뿔이 흩어진 독립운동가들이 잡히는 소리도 들렸다.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동지들이 잡히게 둘 수 없습니다.”
조민환이 반대쪽으로 튀어가려는 찰나, 이안이 조민환의 허리춤에 있는 권총을 빼앗았다.
“먼저 가십시오.”
“나도 함께….”
“아닙니다. 동지는 꼭 살아남으세요. 조국의 미래가 동지 손에 달렸습니다.”
“자네…!”
이안이 뒤로 홱 돌아 순사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남은 독립운동가들이 조민환의 어깨를 붙잡았다.
탕- 총소리가 들리자 조민환이 뒤를 돌아봤다. 그가 이를 악문 채 도망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안이 총을 마구잡이로 쏘며 독립운동가들의 시간을 벌었다. 몇 발 쏘다가 틱, 틱 소리와 함께 총알이 떨어지자 이안이 총을 던지고 도망갔다.
“잡아!”
“저기다!”
골목 여기저기서 일본어로 소리친다. 옆에서 튀어나오는 순사 몇 명과 몸싸움을 벌인 이안이 쪽수에 밀려 결국 붙잡히고 말았다. 일본 경찰의 총구가 이안의 이마에 향했다.
“잠깐! 쏘지 마!”
순사복을 입은 남자가 일본어로 외쳤다. 그는 무릎 꿇려진 이안의 앞에 다가가 쭈그려 앉아 시선을 맞췄다.
“남은 조선인 어디 갔어?”
“뭐야 당신… 조선인이야?”
유창한 조선 말투에 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순사복을 입은 남자는 친일 경찰이었다. 이안이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은 쥐새끼들 어디 갔어?”
이안이 입을 꾹 다물자, 남자가 옆 부하에게 고갯짓을 했다. 이안을 제압한 순사들이 이안의 오른팔을 잡고 바닥에 구속했다. 오른손으로 다가오는 칼에 이안이 이를 악물었다.
“말해.”
일본 경찰의 고문에 이안이 끄윽 숨을 애써 참는 소리를 냈다. 자신의 비명 소리가 혹여나 도망가는 동지들의 발을 붙잡을까 봐. 숨만 거칠게 몰아쉬는 모습에 일본 경찰은 다시 나이프를 들어 그의 손가락에 푹 찍었다.
“말해!”
이안이 고통에 처절하게 몸부림쳤지만,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대한 독립 만세3.”
삽시간에 땀에 범벅된 얼굴, 눈이 벌겋게 충혈 되어 노려보는 모습에 친일파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
“제까짓 게….”
남자는 제 품에서 권총을 꺼내 이안에게 겨눴다. 이안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이안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지고 남자가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힘없이 털썩 쓰러진 이안의 생기 없는 눈동자를 카메라가 줌인 했다.
“컷!”
연기를 지켜보던 ‘의열단’의 최문식 감독이 박수를 쳤다.
“이야 완벽하다. 완전 씬 스틸러야.”
시체처럼 늘어져 있던 이안이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안은 손에 축축하게 묻은 가짜 피를 털어 냈다. 연기 때문에 악물었던 어금니와 턱이 얼얼했다.
[어째 너는 다 피 땀 눈물이냐?]‘그러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