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econd Lif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69
69
우린 끝까지 가자.
“아까 동수 형 표정 봤어?”
“기레기 새끼들이…! 하고 갔잖아.”
인상을 팍 쓰면서 박동수의 행동을 따라 한 박진혁이 숙소의 문을 열었다.
“오보는 아닌 거 같고… 동수 형은 알고 있는 거 같던데.”
“어디서 유출이 된 거겠지?”
숙소에 들어온 아위 멤버들이 거실에 드러누워서 말했다. 숙소에 들어오면 거실 바닥에 눕는 것이 일종의 루틴이 되었다. 누워서 천장만 보던 이안이 톡방 진동음에 핸드폰을 켰다.
(죠탱2) (링크) 다들 이거 봤어? – 14:17
(춤신춤왕김주영) 헐 머임? – 14:17
(이안3) 뒷북 – 14:17
(춤신춤왕김주영) ㅎㄹ진짜해체야? – 14:19
조태웅과 김주영의 프로필 사진이 인간 화환 멤버들과 찍은 단체 기사 사진으로 바뀌어 있었다. 역시 말로는 쪽팔려 해도 기분은 좋았나 보다.
우리는 어떻게 될ㄲ
이안은 문장을 완성하지 않고 지워 버렸다. 이안의 화면을 보고 있던 진이 말했다.
[뭘 어떻게 되긴. 계약 끝나면 각자 사는 거지.]‘…결국 그렇게 되려나?’
[전원 재계약하는 그룹이 몇이나 되겠냐? 블랙러시도 뻔하지. 그룹으로 인기 있어지니까 개인으로도 인기 있고 싶은 거야. 그러면 개인 활동 욕심이 안 생길 수야 없지.]‘좀 아깝다…. 블랙러시 그래도 잘나갔는데.’
[야 최이안. 영원한 건 없어.]다른 그룹도 아니고 소속사 직속 선배 그룹이 아깝게 해체하는 모습에 이안의 기분도 덩달아 심란해졌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인지 거실에 누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죠탱2) 우린 끝까지 가자 – 14:34
꺼지지 않은 이안의 폰 화면에 조태웅이 보낸 팝업 메시지가 울렸다.
[공식] BHL엔터 블랙러시 일부 멤버 재계약 않기로… “해체 아니다. 활동 방향 논의 중”YoungH_BR
사랑하는 팬 여러분들께. 안녕하세요 블랙러시 영현입니다.
갑작스러운 보도에 많이 혼란스러우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정말 당혹스럽고 팬분들께 죄송스러운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혹여 다른 말이 나올 것 같아서 저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자 고민 끝에 글을 씁니다.
저는 얼마 전, 홀로서기를 결심하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자 회사와 멤버들과의 상의 끝에 정들었던 BHL엔터와 작별을 고했습니다.
하지만 블랙러시의 해체는 절대 아닙니다.
데뷔 초 저희 멤버들끼리는 BHL에 끝까지 남아 있든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기든지 간에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 약속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블랙러시의 영현도, 앞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될 배우 김영현으로도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저를 믿어 주시고 사랑해 주신 팬분들께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살겠습니다. 믿고 응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래서 블랙러시는 해체인 거야?
└사실상 해체나 다름없지
└아니거든 멤버들이 해체 아니라고 했거든
└└엥 그거 완전 희망고문아니냐?
└끝까지 블랙러시 타이틀은 못버리겠다 이거네ㅋㅋㅋ
└슬슬 블랙러시도 락세타던데 좀 있으면 군백기겠다 후배들 잘나가겠다 병헌이네 남아있기엔 메리트가 떨어지긴 하지ㅋㅋ
└난 애들이 어딜 가든 응원할거야
[말장난이지.]이안의 폰으로 김영현의 마이스타그램 게시물을 보던 진이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각자 소속사가 따로 있는데 모이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거든.]‘아이원같이 하면 되지 않아? 매니지 소속사를 따로 두면.’
[아이원이야 방송으로 묶인 게 있으니 가능했지, 각자 소속사끼리 이해관계 안 맞으면 재결합은 무슨 그냥 파토 나는 거잖아. 내 기억으로는 미래에도 뭉칠 일은 없었을걸?]이안도 기억을 뒤져 봤지만 전생에서는 먹고 살기 바빠서 누가 해체하든 말든 신경도 안 썼었다.
‘참 어렵네….’
쉬는 시간이 끝난 이안이 핸드폰을 내려놓고 연습실 가운데에 섰다. 음악이 재생되고, 멤버들이 춤을 맞춰 보았다.
“여기서 고개를 이렇게 꺾는 건 어때? 어깨를 이렇게 돌리고.”
“오? 각도가 더 좋은 거 같아. 여윽시 우리 그룹 춤신춤왕이야.”
“그럼 주영이 버전으로 한 번 더 해 보자.”
멤버들이 김주영에게 엄지를 들어 따봉을 날려 줬다. 그들은 김주영의 의견을 반영해 처음부터 다시 춤을 추기를 반복했다. 이안의 태블릿 패드로 방금 췄던 춤을 다시 돌려보았다.
“좋다.”
“이게 낫네.”
아위는 2주간의 짧은 한국 활동 뒤에 바로 일본으로 간다. 때문에 이번에는 실물 앨범 없이 디지털 싱글로만 활동한다.
“좋아. 연습은 여기까지. 좀 쉬었다가 저녁 먹으러 갈까?”
이주혁의 말에 물을 마시던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우리 뭐 먹지?”
“배달은 어때요?”
“하루 종일 연습실에 있었는데 답답하지 않아? 밖에서 사 먹자.”
“고기….”
“법카 찬스로 좀 맛있는 거 먹자.”
“우리 이제 고기 먹을 ‘끕’은 되지 않았을까?”
연습실의 불을 끄고 나온 멤버들은 저녁 메뉴라는 주제를 두고 진지한 토론을 이어 갔다.
“어? 영현이 형!”
이안이 작곡실에서 나오는 김영현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블랙러시의 리더 정세준도 김영현을 뒤따라 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위 멤버 전원이 허리 숙여 인사하자 정세준과 김영현이 부담스러운 듯 고개를 뒤로 뺐다.
“뭐 이렇게 각 잡고 인사해?”
“너네쯤 되면 이제 군기 빼도 돼.”
아위는 그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고작 한 층 올라가는 거지만 하루 종일 연습만 반복한데다가 배도 고파서 계단으로 올라갈 힘이 없었다.
“너네 어디 가?”
“저희 밥 먹으러 가요.”
“밥? 우리도 먹으러 가는데.”
김영현이 정세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애들 고기나 사 줄까?”
“그럴까? 얘들아 뭐 먹고 싶어?”
고개를 든 아위 멤버들의 눈에서 피곤함이 걷히고 기대로 반짝이고 있었다.
“형 저희 삼겹살 사 주시면 안 돼요?”
“뭐? 삼겹살?”
김영현의 되물음에 너무 무리수를 던졌나 싶은 조태웅이 다른 거도 괜찮다며 첨언하려던 때였다.
“고작 삼겹살로 되겠어? 한우 먹자 한우.”
““헐!””
이어지는 김영현의 통 큰 말에 아위 멤버들이 동시에 숨을 삼켰다.
“형 저희 되게 많이 먹어요.”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저흰 한우를 아예 마셔 버릴 수도 있는데.”
이안을 비롯한 세 명의 스무 살들이 에둘러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다. 멤버가 일곱 명인데 식탐도 장난 아니라서 김영현과 정세준에게 부담이 될 것 같아서였다.
“괜찮아. 형들 돈 많아.”
“그래도….”
“그래서, 한우 먹기 싫어?”
“아닙니다!”
한국인이라면 적어도 세 번 거절하는 게 미덕이라지만 한우 앞에서는 그런 거 없다. 김영현의 제안을 넙죽 받은 아위가 서로를 보면서 키득거렸다.
* * *
“주영이 고기 잘 굽네.”
김영현이 불판 위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는 집게를 보며 멍하니 말했다.
“주영이가 우리 그룹 맛잘알이에요. 고기도 장난 아니게 잘 굽죠.”
“아 주영이 옆에 앉았어야 했는데.”
김 현이 탄식했다. 이안이 김 현을 바라보며 팔자 눈썹을 했다.
“왜 형, 나도 잘 굽잖아. 내가 싫어?”
“너도 잘 굽긴 하는데 주영이는 못 따라오지.”
“하긴 그래. 난 소보단 돼지를 더 잘 굽는 편이야.”
이안이 빠르게 납득했다.
“부족하면 더 시켜도 돼.”
정세준이 말했다. 그들이 아위를 데리고 온 곳은 따로 룸이 마련되어 있는 한우 전문점이었다.
정세준과 김영현이 메뉴판을 보여 주지 않아서 가격을 모르겠지만,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식당 분위기가 꽤나 가격대가 있을 법한 식당 같았다.
“완전 맛있어….”
“고기가 녹는다 녹아.”
정세준과 김영현한테서 강제로 집게를 빼앗은 아위는 신나게 고기를 구웠다.
“너네 중에서 누가 인기 많아?”
김영현의 질문에 고기를 한 가득 입에 넣은 멤버들이 말없이 손가락으로 이안을 가리켰다.
“역시….”
“인기 있을 만한 얼굴이잖아. 쟤네 데뷔곡 녹음하러 왔을 때 얼굴에서 빛이 나더라.”
“노래도 잘하던데? 저 얼굴에 완전 개사기.”
정세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뭔가 아쉬운지 쩝 입맛을 다셨다.
“우리 술 좀 먹어도 될까?”
“너네도 마실래?”
고기를 먹으면서 리더는 할 만하냐 다들 분위기는 어떠하냐 등 아위의 근황을 캐묻던 김영현과 정세준이 종업원 호출 벨을 눌렀다.
“저희는 안 마실게요.”
“왜? 너네 다 성인 아니었나?”
“서담이 빼고요. 저희는 막내 성인 되면 다 같이 마시기로 했거든요.”
“팀워크 좋네.”
종업원에게 와인 한 병을 주문한 김영현한테 조태웅이 조심스레 물었다.
“근데 형들, 민감한 질문 해도 돼요?”
“어떤 질문? 나 재계약 왜 안 했냐고?”
“…네 그거요.”
김영현이 젓가락을 쥔 손으로 턱을 괴었다.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설마 싸웠어요?!”
“야 싸우다니! 우리 친해 너네처럼!”
조태웅의 물음에 정세준이 버럭 소리쳤다. 이안과 박서담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죠탱 내가 저럴 줄 알았다.”
“형들이 참아요. 저 형 좀 밉상이에요.”
모두가 하하 웃는 가운데 김영현이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싸운 건 아니고, 음… 다른 멤버들에게는 자세히 말 안 했었는데.”
정세준도 내심 궁금했는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김영현의 안색을 살폈다.
“좋아. 얘기해 줄게.”
블랙러시 멤버들에게는 연기자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다고 두루뭉술하게 말했었지만 사실은 달랐다.
“아까 너네 중에서 누가 인기 많냐고 했었지?”
“네.”
김영현이 뭔가를 생각하다가 결심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술이 그렇게 세진 않은지 그의 얼굴이 약간 붉어져 있었다.
“그거랑 비슷해. 블랙러시도 주목받는 멤버가 따로 있잖아. 그게 나는 아니고.”
“…….”
“그게 좀… 숨이 막히더라고.”
대화를 듣고 있던 진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거봐, 내 말이 맞지? 인기 욕심 있어서 나가는 거라니까. 혼자 잘나가고 싶어서!]‘아 쫌 조용히 해 봐.’
이안은 시야를 방해하는 진을 저 멀리 치워 버리고 싶었다.
“…그랬었어, 형?”
“아, 참고로 너한테 눈치 주려고 이런 말 하는 게 아니다.”
놀라서 되묻는 정세준에게 김영현이 손사래를 쳤다. 블랙러시의 인기 멤버는 단연 리더 정세준이었다.
두 번째는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욱진이었다. 이욱진도 BHL엔터와 재계약은 하지 않았다.
“내 얘기를 하기 전에, 우리 아위 친구들은 이안이가 인기 많아질 때 무슨 생각이 들었어?”
“다들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도 돼.”
내심 멤버들의 속사정이 궁금했던 이안이 김영현의 질문을 보충했다.
“글쎄? 별생각 없는데… 이안이라도 잘나가면 좋죠. 그룹 이름도 알리고.”
“이안이는 인기 있을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주혁과 박진혁이 말하자, 김 현과 박서담이 이어 말했다.
“솔직히 저도 별생각은 없어요. 이안이가 그룹 활동을 설렁설렁한 것도 아니고….”
“이안이 형이야 능력 좋잖아요. 우리 회사가 막 노골적으로 한 사람 밀어주는 것도 아니고.”
“동갑들은 생각이 어때? 태웅이도 연기하잖아.”
조태웅과 김주영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쟤는 우리랑 범주가 다르다고는 생각해요. 근데 뭐… 같은 멤버니까 딱히?”
“솔직히 나보다 못났는데 인기 많으면 질투 오지게 났을걸요? 근데 쟤는 능력도 좋으니까.”
“인기 있다고 우리 무시하지도 않고… 우리 눈치 오지게 보잖아.”
[가식 떨고 있네!]‘아 쫌 닥쳐 봐 지금 딱 감동적이었는데.’
이안은 자꾸 초를 치는 진 때문에 짜증이 났다. 그는 멤버들이 오해할까 봐 찌푸려지려는 표정을 애써 풀었다.
이주혁이 이어서 말했다.
“사실 음방 같은 곳 가면 쟤 같은 애가 없거든요? 그러면 ‘어때? 바로 얘가 우리 멤버야!’ 같은 부심도 좀 생기고.”
“그거지.”
“오, 사실 나도 그런데.”
멤버들이 동의하자, 정세준이 오올~ 추임새를 넣었다.
“진짜 다들 솔직하게 말한 거 맞아?”
이안이 멋쩍어서 머리를 긁적였다. 쑥스럽지만 그만큼 감동도 컸다.
“다들 사이가 좋네.”
김영현은 아위 멤버들의 얼굴을 하나씩 쳐다봤다. 그는 마치 친동생을 바라보듯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실 나도 너희랑 똑같은 생각을 했었어. 데뷔 초에는.”
김영현의 말에 괜히 와인 잔을 돌리던 정세준이 손을 멈췄다.
“근데 주변이 그렇지 못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