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 Heaven examination RAW novel - chapter (353)
361화. 여섯 명 (3)
후욱, 콰아아아아앙.
콰르르르르릉, 번쩍!
천지를 부수는 듯한 굉음이.
비무대를 쩌렁하게 휘감았다.
짜르르르.
제갈소미는 좌우 양측으로부터 피부로 와닿는 기세를 감지했다.
황보준과 맹우강을 상대로, 두 사제들이 각자의 ‘비무’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황보준, 그리고 맹우강은.
분명 더는 후기지수라 할 수조차 없는 규격 외의 강자들이었다.
물론, 비무회를 받아들이기로 한 정도맹 측의 기존 계획에는 그런 상식을 벗어난 괴물들의 존재는 전혀 고려되어있지 않았다.
허나 그것은.
사제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콰아아아아아앙!
진법에 억눌리지 않은 사제들의 힘은… 마공으로 극대화된 적들의 기세 앞에서도 결코 한 치도 밀리지 않은 채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
아니, 외려.
‘여유’가 있어 보였다.
‘…이 자식들, 힘 좀 쓰는구나?’
하아, 제갈소미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로소 일말의 안도감이 스친 것이다.
“뭐 하고 있어?”
그때 맞은편의 송영영이 말했다.
“한 수 부탁한다더니 계속 그렇게 남들 싸우는 거 훔쳐보기만 하고 있을 거야?”
“…….”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몰라도 주제넘은 생각이야. 아마도 ‘너희들’ 중에서 네가 제일 약할걸?”
“…아, 네. 그럴 지도요.”
훗, 이내 제갈소미가 웃었다.
사제들에 관해서라면, 스스로가 좀처럼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허나.
스승 이진천을 떠나보낸 이후 화정촌을 떠나온 자신이 태사부 검선에게서 매화검을 물려받았듯.
사제들 또한.
각자의 무게를 짊어진 채 이 자리에까지 이른 것이다. 고로 자신 역시 사제들을 믿고 ‘할 일’에 전념해야만 한다.
스윽.
제갈소미가 검을 뻗었다.
다시금 해야 할 일을 되새겼다.
만류일원진을 발동하기 위해서는 우선은 등천의 영역을 일으키고, 진법의 핵에 그러한 힘을 주입해야만 한다.
허나 물론.
권왕을 비롯해 수많은 적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뜸 화산의 힘을 일으킬 수는 없다.
기실 비무회 따윈.
어디까지나 권왕의 변덕에 의한 여흥일 뿐, ‘수상한 낌새’를 드러내는 순간 지금 당장이라도 전면전이 시작될 수 있다.
따라서.
적에게 위화감을 일으키지 않도록, 제갈소미는 우선 눈앞의 송영영과 ‘진심으로’ 일전을 펼쳐야만 하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매화검선의 후인이나 낙검문의 대제자가 아니라 ‘제갈세가의 핏줄’로서 수행해야 할 역할이었다.
“그럼 들어갈게요, 소저.”
“흥. 우리는 적인데 그런 걸 왜 일일이 말로 하는 거야? 누가 보면 꼭 적이 아닌 줄 알겠다.”
“…후훗.”
우우웅, 탓.
이내 제갈소미가 날아올랐다.
푸른 강기가 검신을 휘감는 것과 동시에 날렵한 신형이 송영영의 머리 위에 이르렀다.
훅, 후두두두두둑.
하늘의 방위를 점한다.
그리고 십수 개의 별빛이 쏟아져 내렸다. 다시금 제갈세가의 소천성검법이 펼쳐진 것이다.
후욱, 사라락.
허나 물론.
송영영의 검 또한 가만히 있을 이유는 없었다. 태극은 그와 같은 별들을 너무 쉽게 막아내었다.
후두두두둑.
그러나 이번에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제갈소미의 검이 거듭 별빛을 쏟아내었다.
“……!”
다시, 하늘을 향해 원을 긋던 송영영의 무표정한 눈빛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쏟아지는 별들 사이로.
선을 긋듯 검로가 펼쳐졌고, 별과 별을 잇는 길이 만들어지자 이내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우우우웅.
다음 순간, 흩어져 있던 별들은 마침내 하나로 이어진 ‘별자리’가 되었다.
소천성검법에 이어 제갈세가의 비전절기, 대천성검법(大天星劍法)이 펼쳐진 것이다.
우우웅, 카아아아아앙.
별자리에 맞닿은 송영영의 태극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아니, 기실 그것은 눈의 착각에 불과했으나.
그 착각은 결국.
송영영에게 빈틈을 만들었다.
훅, 카아아아아앙.
측면으로 제갈소미의 검이 파고들었다. 그 즉시 송영영의 검이 막아내었다.
부르르르.
허나 다급하게 펼쳐진 수비에는 태극의 묘리는 실려있지 않았다.
검과 검이 잠시 경합했다.
“어때요? 그렇게 시시하진 않죠?”
“…….”
제갈세가의 검은.
검법임과 동시에 진법이었다.
검로를 통해 천기를 모방하고 찰나의 왜곡을 일으켜 적의 감각을 흐트러뜨리고 빈틈을 파고든다.
카아아아아아앙.
“…흥, 잔나비 같은 게.”
송영영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다시 검과 검이 멀어졌다. 두 개의 검이 각자의 현묘한 묘리를 품은 채 뒤엉키기 시작했다.
카아앙, 훅, 콰아아아아앙!
제갈가의 비전, 대천성신공은.
어린 시절의 제갈소미가 그토록 원했음에도 여아라는 이유만으로 전수받을 수 없었던 가르침이었다.
허나 정도맹의 사신이자 검선의 제자가 되어 다시 돌아온 자신에게, 세가는 허무하리만큼 쉽게 비급을 내어주었다.
하물며 이미 화산의 매화를 피워낸 그녀에게 있어, 제갈세가의 검을 다시 대성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조차 아니었다.
과거 그토록 원하던 것을.
마침내 그녀는 손에 넣은 것이다.
카아아아아아앙!
허나 그것은.
이제와 딱히 기쁠 일도 아니었다.
기실 정말로 그녀가 손에 넣고 싶었던 것은… 이미 영영 되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렇기에.
‘남은 것’이라도 지켜야만 한다.
단지 그를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 * *
카아아아아아앙.
십여 합이 빠르게 흘렀다.
제갈세가의 검은 분명 일절이라 할만했으나, 싸움이 길어질수록 우위를 점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단점 또한 지니고 있었다.
본질적으로 진법의 묘리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마찬가지로 허와 실을 간파당하는 순간 급격히 기세를 잃는 것이다.
허나.
카아아아아아앙.
제갈소미는 무너지지 않았다.
여타 제갈세가의 무인들과 달리, 오랜 세월 삼재검으로 단련된 검의 기초는 무당의 태극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뼈대를 만들었다.
“흥. 생각보다는 좀 치는구나?”
그때 다시 송영영이 콧방귀를 뀌었다. 훅, 검을 횡으로 긋자 태극이 산산이 흩어졌다.
“……!”
허나.
그것은 결코 소강상태를 뜻하는 게 아니었다. 외려 제갈소미는 ‘지금부터’임을 직감했다.
우우우웅.
다음 순간 송영영의 미간이 눈에 띄게 찌푸려졌다. 마침내 감춰두었던 ‘비장의 한 수’를 꺼내 들고 있는 것이다.
“…으으으.”
송영영이 가볍게 신음했다.
그 모습은 짐짓 빈틈처럼 보였다.
저벅.
허나 제갈소미는 외려 뒷걸음질을 쳤다. 기세만으로도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곧.
그 직감은 현실이 되었다.
우우우우웅.
“…으엑, 이게 다 뭐야?”
다음 순간.
제갈소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 반경 일 장가량이 온통 ‘태극’으로 가득 들어차 버렸다.
작은 태극이 큰 태극을 만들고.
큰 태극이 더 큰 태극을 만든다.
우우우웅.
무수한 태극들이 수레바퀴처럼 맞물리며, 하늘과 땅, 그리고 두 사람이 자리한 반경 삼 장의 일대가 태극의 원리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설마… 태극혜검(太極慧劍)?”
“흥, 주워들은 건 있구나?”
“…아니, 진짜예요? 왜요?”
제갈소미가 침음했다.
이내 그것이 도가문파에 존재하는 무수한 절세검공 중에서도 능히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전설적인 기예임을 직감했다.
저벅.
송영영이 성큼 거리를 좁혔다. 달아날 수 없음을 직감한 제갈소미가 황급히 검을 내뻗었다.
카아아앙.
허나 송영영은 가볍게 쳐내었다. 그녀의 검은 더는 태극을 그리지조차 않았다.
물론, 이미 셀 수 없는 태극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으므로 더는 그럴 필요조차 없게 된 것이다.
쿠우우우우웅, 휙.
“…헉!”
태극혜검의 영역 안에서.
충돌과 동시에 그 모든 힘은 거짓말처럼 몇 배로 증폭되며 제갈소미에게로 되돌아왔다.
후욱.
그리고 다시 송영영의 검이 뻗어졌다. 이번에는 제갈소미가 부랴부랴 검을 마주 쳐내었다.
쿠우우우우우웅.
허나 이번에도.
충격은 일방적으로 제갈소미를 파고들었다. 비틀, 균형이 흔들린 몸이 세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
“…소저,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녜요? 이 안에선 서로 딱밤만 주고받아도 내 마빡에만 구멍 뚫릴 것 같은데.”
“응 맞아. 그래서 어쩌라고?”
“…….”
태극무봉 송영영.
제갈소미는 눈앞의 상대를 다시금 바라보았다. 주륵, 창백해진 송영영의 입가에서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물론, 그녀 또한.
더는 겉으로라도 태연한 안색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한계를 넘어선 수준까지 힘을 쥐어 짜내고 있는 것이다.
허나 어찌 되었건.
자신이나 사형제들과 같이, 낙검진천신공을 통해 ‘선천의 힘을 주입’받은 것과는 다르다.
즉, 이 힘은 그저.
순수한 수행의 결과인 것이다.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진짜 ‘천하제일 후기지수’는 따로 있었네.’
핫, 제갈소미가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뭘 혼자 쪼개? 쿨럭, 힘들어 죽겠으니까 그 전에 빨리 죽어버려.”
카아아아아앙.
다시 송영영이 검을 뻗었다.
“…크윽!”
그리고 제갈소미는 수세에 몰렸다. 검과 검이 부딪힐 때마다 그 모든 힘은 증폭이 되어 오롯이 자신에게로 되돌아왔으며.
파훼법 따윈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갈소미는 점점 더 궁지에 몰렸으며, 검이 살짝이라도 부딪힐 때마다 그 신형은 갈대처럼 휘청였다.
그 시점에서 누가 보아도.
승패는 이미 기울어진 듯했다.
으득, 제갈소미는 이를 악물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항전을 각오한 듯,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는 않았다.
카앙, 후우우우욱.
허나 사실은.
‘그렇게 보이는 것’이야말로.
공방이 오가는 와중 눈빛으로 뜻을 교환하며 두 사람이 함께 의도한 결과임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 * *
콰아아아아아아앙!
창끝과 주먹이 충돌했다.
굉음과 충격파가 일었고 공기가 요동쳤다. 힘의 균형은 어느 한쪽으로도 쉬이 기울어지지 않는 듯했다.
“크으… 하! 하하핫―!”
허나 하마터면.
황보준은 신음을 흘릴 뻔했다.
가까스로 웃음소리를 이어붙였다.
“이런… 괜찮아요, 소협? 주먹이 좀 아프죠? 이거 맨손 상대로 저 혼자 창을 쓰니 영 죄스럽네요. 제가 창술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요. 아하핫!”
허나 물론.
맞상대하고 있는 혁대웅이 그러한 황보준의 심정을 모를 리 없었다.
뿌드드득.
황보준이 이를 갈았다. 허나 다시금 기수식을 취하는 한편, 섣불리 공세를 이어가지는 않았다.
만 번을 고쳐 죽여도 시원찮을 만큼 시건방진 놈이었으나, 그 실력만큼은 분명한 진짜였다.
짐짓 백중세를 이어왔으나.
어째서인지 자신의 몸에만 일방적으로 생채기가 늘어나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니었다.
“혹시 권법이 별로 적성에 안 맞는 거 아닐까요? 어때, 시험 삼아 창 쥐는 법이라도 한 수 가르쳐드릴까?”
“…핫!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하겠네. 사파의 무공 따윌 함부로 익혔다간 심신이 더러워질 게 분명하니 말일세.”
“하핫, 과연 천하제일가의 후계답군요. 실력이 모자라도 깨끗한 심신으로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겠다 이거군요?”
툭, 빠지직.
황보준의 이마에 신경이 불거졌다. 허나 이대로는 승산이 없음은 퍽 자명한 일이었다.
물론, 황보준 또한.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고작해야.
패왕 본인도 아닌 그 후예 따윌 상대로 ‘위대한 힘’을 꺼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흘끗.
한편, 혁대웅은 황보준 어깨 너머의 저만치를 향했다. 송영영의 태극이 사저를 포함한 일대를 감싸는 광경을 목도했다.
‘휘유, 굉장하네.’
찰나의 감탄이 스쳤다.
어찌 되었건 제갈소미와 송영영을 돕기 위해서는, 이쪽 또한 나름 대로의 분전을 통해 시선을 잡아끌어야만 한다.
그렇기에.
몇 수 안으로 어렵지 않게 끝낼 수 있는 적을 상대로 일부러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불만은 없었다.
혁대웅이 다시 황보준을 향했다.
조금 전, 이놈이 사저의 위아래를 훑어보던 눈빛을 생각하면… 일격에 해치우는 것은 외려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콰아아아앙.
다시 그때였다.
황보준이 힘차게 진각을 밟았다.
“하핫, 그래! 잘 알겠네! 내 지금까지는 자네에 대해 평가가 조금 박했음을 인정하지! 허나… 지금부턴 달라질 걸세!”
콰드드득.
그리고 호언장담과 함께 이내 황보준이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온 힘을 쥐어 짜내자 부르르, 거구의 몸이 잘게 흔들렸다.
위대한 가르침은.
정체되어있던 자신의 경지를 마침내 지고한 절대지경의 반열에까지 올려주었다.
다만, 아무런 대가 없이.
힘을 내어주지는 않는 것이다.
움찔.
한순간 현기증이 황보준을 스쳤다. 눈앞이 시커멓게 물들며 몸이 흔들렸다.
후우욱, 휘오오오오오오오.
허나 그것은.
말그대로 찰나에 불과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비무대 위로 광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
그리고 광풍은.
삽시간에 ‘기둥’이 되었다.
“……!”
천지를 잇는 거대한 용권풍이.
황보준과 혁대웅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