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110)
‘!?’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림부의 부장을 죽이는 광경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그것도 국무원에 있는 기관 건물에서 말이다.
순간 너무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져 있던 비서진들이 일제히 품속에 숨겨둔 권총을 빼들고 겨냥했다.
“당장 손들어!”
“무림부 부장님을 살해한 죄로 체포한다!”
그들이 천여운을 둘러싸고서 포위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체포를 할 수 없었다.
무림부에서 일하는 그들이었기에 무림인이 총알마저 피해내는 무서운 존재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한 비서진이 소리쳤다.
“이, 이 거리에선 무림인이라도 피할 수 없다! 당장 손을 들어…”
“귀찮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이 가볍게 손짓을 하자, 그들이 겨냥하고 있던 권총이 일그러지며 부서져버리고 말았다.
–
콰드득!
“헉!”
“초, 총이?”
저절로 총이 부서지자 비서진들은 겁먹었는지 누구 할 것 없이 뒤로 물러났다.
무림협회의 간부들은 압도적인 천여운의 진기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진기만으로 총을 부수다니?’
현경의 고수라고 해도 힘든 일이었다.
강할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상상을 초월했다.
‘안 돼. 이놈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 살해당할 지도 몰라!’
천여운의 뒤쪽에 있던 간부들 중 한 사람인 학성문의 문주 성규환이 내공을 끌어 모아서 기습을 가하려고 했다.
–
팟!
품속에 있던 단검으로 등을 찌르려는 순간,
-꽉!
“음!”
어느새 몸을 돌린 천여운이 그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성규환이 내공을 끌어올려서 이를 뿌리치려 했지만, 얼굴을 통해서 파고든 심후한 진기에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역량을 파악하지 못하나 보군.”
“웁웁웁!”
성규환이 발버둥을 치는데,
-우드득!
천여운의 다섯 손가락이 그의 두상을 파고들었다.
“끄으으으읍.”
-콰직!
성규환의 얼굴과 머리가 수박을 박살내듯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서, 성 문주!”
부서진 그의 머리통을 놓으며 바닥으로 손을 털어 피를 흩뿌리는 모습이 주변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자아해내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손을 쓰는 것이 잔인함 그 자체였다.
‘……함정이었어.’
당문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림부 부장 오태청이 극도신무에 살해당하는 그 순간부터 일이 어찌된 것인지 파악하게 된 그였다.
‘어쩐지 이상하다고 했다.’
마교의 무공 흔적이 남았어야 할 집행관들의 시신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천여운이 무슨 수로 익히는 것이 극악이라 불리는 극도신무를 익혔냐는 것이었다.
‘블레이드 식스 내에서도 이것을 제대로 익힌 자는 몇 안 된다고 들었건만.’
당대 최고의 도법이라 불리다보니, 각 문파에서는 극도신무의 파훼법이나 이를 분석하려 들었지만 알게 된 것은 그들이 아니고는 익힐 수 없다였다.
‘잠깐…..블레이드 식스가 아니면 익힐 수 없는 무공을 흔적으로 남겼다는 것은…..’
그들을 범인으로 몰아갈 셈이라는 의미였다.
이렇게 되면 자신들이 역으로 이용당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렇다면 이곳까지 따라 들어온 것은 마교에 누명을 씌워 지는 것을 막으려던 게 아니라, 우리마저도 죽여서 확실하게 블레이드 식스를 진범으로 몰려는 거구나.’
당문수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국무원 한가운데도 모자라 언론의 집중마저 받고 있는 이런 상황 속에서 혼자 나타나 이런 과감한 짓을 벌인 것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대도 한통속이었구려.”
당문수가 국방부 부장인 안우홍을 노려보았다.
무림부 부장인 오태청이 살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 방관자라도 된 마냥 팔짱을 끼고서 지켜보고 있었다.
심지어 장교들조차도 말이다.
“……명색이 국방부 부장께서 이래도 되는 겁니까?”
당문수의 물음에 안우홍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허허허, 무림인들끼리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기로 약조를 해서 말이네.”
‘하!’
황당했다.
무림부 부장이 죽었는데, 무엇이 무림인들끼리의 일이란 말인가.
당문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안우홍의 도움을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협약을 맺었을 때부터 국방부는 마교와 한 패거리나 다름없었다.
“알았으면 네놈들도 이제 보내주마.”
천여운이 사형을 집행하는 사형수처럼 당문수와 무림협회 간부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기회다 싶어서 무림부의 비서진들이 도망을 치려했으나,
-우드득!
“컥!”
“끄억!”
한 걸음 채도 걷지 못해 천여운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것만으로 동시에 목이 꺾여 죽어버리고 말았다.
천여운이 다시 앞으로 걸어가려는데, 누군가 앞을 가로막았다.
핏방울을 바닥에 뚝뚝 떨어뜨리는 그는 무당파의 장문인 장평각이었다.
“하아… 하아…”
-우웅!
팔이 잘려서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장평각은 익숙지 않은 반대 손으로 검을 뽑고서 강기를 일으켰다.
부상 때문에 강기가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렸다.
“장 진인!”
“빈도….빈도가 이 자를 목숨 걸고 막겠소. 어떻게든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시오.”
장평각은 목숨을 걸고서 천여운을 막을 작정이었다.
‘딱 한 초식만 막아도 도망갈 틈을 만들 수 있다.’
당문수를 비롯한 두 명은 화경의 고수였다.
이들이 작정하고 도망친다면 한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계단만 한 층 올라가면 된다.
“어서 가시게!”
-팟!
그 외침과 함께 장평각이 천여운을 향해 검초를 날렸다.
태극진허검(太極眞虛劍) 제 7초식 장평검천(張平劍千).
무당파의 장문인만이 배우는 세 검법 중 하나로 검세가 사방을 뒤엎을 만큼 장웅한 기세의 절초였다.
-촤촤촤촤촤촥!
장평각의 검초가 삽시간에 복도를 가득 메워 하나의 벽을 만들어냈다.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초식이었다.
“큭. 장 진인.”
간부들이 그의 희생에 감격 받은 얼굴로 이내 몸을 돌렸다. 이 틈에 비상계단으로 향해야만 했다.
그때 뒤에서 소름이 돋을 만큼 날카로운 예기와 함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끄악!”
당문수가 경공을 펼치는 와중에 자신도 모르게 뒤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의 뒤로 천여운이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
천여운의 오른손에는 누군가의 머리채가 잡혀 있었다.
그는 장평각의 머리였다.
초식을 펼지자마자 목이 베인 것이다.
‘이, 이런 미친!’
부상을 당했다고는 하나 화경의 고수가 전력을 다한 절초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당문수는 그 찰나의 순간 고민했다.
도망을 가야 하나? 아니면 자신이 방패가 되어줘야 하나?
그의 선택은,
“절대 멈추지 마시오!”
당문수가 다급히 손가락으로 옷소매 단추를 꾹 눌렀다. 그러자 입고 있는 양복의 상하의 전신에 미세한 구멍 같은 것이 생겨나며 작은 침이 돋아났다.
‘이걸 쓰면 반경 20미터까지 전부 터져버리지만.’
저 괴물을 막을 방법은 오직 이것뿐이었다.
당문수가 망설이지 않고 두 팔을 활짝 폈다.
“오랏! 이 사악한 마교의 주구여! D.A.N.G의 기술력이 집약 된 만화탄경을 받아랏!”
-파파파파파팟!
그의 몸에 박혀 있던 미세한 작은 침들이 발사되었다.
그와 동시에 양복에서 연기 같은 것도 흘러나왔다.
만화탄경의 무서움은 수천 개의 침이 폭발을 일으키는 것도 있었지만, 확인 사살을 위해 이어지는 독연기에 있었다.
‘DG-1200.’
일명 악마의 가스라 불리는 화학무기이다.
그들의 독기술과 현대 화학 기술이 합쳐서 만들어진 것으로 연기에 조금이라도 닿게 되면 혈관을 파고든 소량만으로도 1분 이내 체내가 부식되어 죽는다.
혈청이 없는 최악의 경우에만 쓰는 비장의 수단이지만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끄웩!”
연기가 퍼져 나온 순간 그의 입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독인인 그조차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엇?”
사방으로 퍼져나가야 터졌어야 할 침들이 터지지 않아서 의아해했는데, 그것들이 한 지점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슈슈슈슈슈슉!
천여운이 손을 뻗은 곳으로 침들이 모여들었다.
심지어 양복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가스마저도 허공의 한 지점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공간 내로 흡수되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당가의 기술력이 집약된 동귀어진(同歸於盡)용 만화탄경을 이런 식으로 막아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작 독에 당한 것은 그 자신뿐이었다.
당황해하는 사이에 어느새 천여운의 신형이 그의 앞으로 도달했다.
“자, 잠깐!”
“기개가 오래가지 못하는군.”
-촥!
“컥!”
천여운이 발도술을 펼치듯이 펼친 극도신무의 제 오 초식 극쾌살도(極快殺刀)가 당문수의 목을 베어냈다.
“쓸 만하군.”
천여운이 입 꼬리를 올렸다.
새로운 깨달음을 빠른 시일 내로 유용하게 써먹었다.
천여운 본인은 만독불침의 경지인데다 영생불멸의 육신이기에 이것이 통하지 않는다 해도 가스가 조금이라도 새어나갔다면 국방부 부장 안우홍과 장교들이 위험했을 것이다.
그때 이를 지켜보던 안우홍이 소리쳤다.
“천 공! 그자들이 위로 올라갔네.”
그들을 놓치게 되면 다 된 밥에 재를 뿌리게 된다.
이에 천여운이 위를 쳐다보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소.”
* * *
“다 와 가네!”
1층으로 올라온 무림협회 간부 네 명이 복도 멀리서 보이는 입구를 보며 얼굴이 환해졌다. 저곳만 통과하면 수많은 기자들이 깔려 있다.
“장 진인과 당 부회장의 희생을 공으로 만들면 안 되네!”
무림협회를 이끌어가는 간부로서 무력하게 도망치는 것이 분했지만, 상대는 그만큼 괴물이었다.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들이 복도를 벗어나기 위해 경공을 펼치려는 순간이었다.
-스르륵!
그때 복도 바닥에서 누군가 위로 올라왔다.
보랏빛으로 불투명한 모습을 하고 있는 그 누군가는 바로 샤케나였다.
샤케나가 방글방글 웃으며 말했다.
“어디 가게?”
그녀의 등장에 앞장서서 달리고 있던 모산파의 장문인인 서대봉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 이제는 이능력자따위가 우릴 우습게 여기는군.’
서대봉은 그녀가 이능력자라 여겼다.
지하에 있는 그 괴물이 아니라면 두려울 자는 없었다.
서대봉이 검을 뽑아 사케나를 향해 모산파의 검초를 펼칠 자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양인 아가씨! 비키지 않으면 죽…”
-스륵!
“엇?”
그녀의 신형이 어느새 서대봉의 좌측에 있었다.
당황한 서대봉이 검을 좌측으로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샤케나가 서대봉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멍청한 년. 강기가 실려 있는 검을 맨다리로 막으려고 하다니.’
-챙강!
‘뭣!?’
푸른빛 검강이 실려 있던 검이 동강이 나버렸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녀의 발등이 서대봉의 왼쪽 어깨에 작렬했다.
-퍼억! 우드드득!
“끄어어억!”
그의 몸이 벽면을 뚫고서 날아가 버렸다.
-팟!
당황한 간부들이 앞으로 달리던 것을 멈추고서, 다급히 보법을 펼치며 뒤로 몸을 날렸다.
벽을 통과해서 나타나는 모습에 이능력자라고만 여겼던 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 장문인이 고작 발차기 한 방에?”
‘저 계집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이국적인 독특한 외모에 이 정도 무위라면 분명 소문이 났을 것이다.
그런데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샤케나가 누군가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백작. 언제까지 모르는 척하고 있을 거야?”
사케나가 지목한 자는 청성파의 장문인인 도운 진인이었다.
다른 간부 두 사람은 그녀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가 싶어 의아해하고 있는데,
-꽉!
“아, 아닛?”
“도운 진인. 이게 무슨 짓이오?”
도운 진인의 그들 두 사람의 뒷목을 움켜잡았다.
당황한 두 사람이 내공을 끌어올려 빠져나오려 했는데, 도운 진인의 손아귀의 악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콰드드드득!
“끄아아아아악!、
“그, 그만둬…끄걱”
손을 움켜쥐는 것만으로 목이 뜯겨져 나갔다.
두 사람의 머리를 양손으로 거머쥔 도운 진인이 도인이라는 직업과는 걸맞지 않은 음침한 기운을 풍기며 짜증을 냈다.
“최대한 마력을 숨겼는데 용케도 알았네?”
“헷갈릴 뻔했어. 마력은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닌데.”
도운 진인의 말대로 사케나는 이 자의 마력을 겨우 알아차렸다.
반경에서 가까워지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살아있을 줄은 몰랐네. 아무 소식도 없어서 배신자 놈에게 죽은 줄 알았는데.”
그런 샤케나의 말에 도운 진인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대화가 싫다 이거지?”
샤케나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도운 진인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런데 도운 진인이 보법을 펼치며 이를 이내 샤케나의 목으로 수도를 날렸다.
-스르륵!
그녀의 몸이 페이징 되며 수도가 스쳐지나갔다.
도운 진인은 그 상태에서 앞으로 내질러 건물 바깥으로 나가려 했다.
“너!”
샤케나가 그를 따라잡으려고 했지만, 도운 진인이 달리는 속도는 경공까지 더해져서 너무나도 빨랐다.
이러다가 바깥으로 나갈 지도 몰랐다.
입구를 거의 8미터 정도 앞두고 있을 무렵이었다.
–
쾅!
그때 바닥이 부서지며 누군가 도운 진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누가 보내준다고 했지.”
그런 천여운을 바라보며 도운 진인이 눈꼬리를 치켜 올리더니, 이죽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기고만장하군. 인간. 아까 전과 내가 같다고 생각하지 마라.”
-고오오오오!
도운 진인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폭사되어 나왔다.
그것은 매우 음침하면서도 사악했다.
도운 진인이 천여운을 향해 조법(爪法)의 기수식을 취하더니, 이내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신형을 날렸다.
-슉!
“나 같은 높은 작위 급 전사가 마력과 무공을 결합한다면 고작 인간에 불과한 네놈의 목 따위는…”
-팍!
“켁!”
순간 날아오는 도운 진인의 목을 천여운이 낚아채듯이 움켜쥐고서 들어올렸다.
예상지 못한 일에 도운 진인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이게 대체?’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뭐가 다르다는 거지? 마족.”
그 말을 들은 도운 진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