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 Machine Advent (Descent of the Demon God) RAW novel - Chapter (67)
-파치치칙! 파칙!
하늘을 뒤덮고 있는 뇌전의 검들이 보이는 위용은 장관이나 다름없었다.
뇌전이 번쩍이는 푸른빛의 스파크들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되는군.’
천공섬광에 뇌기(雷氣)를 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천여운은 오령의 진원을 흡수하였기 때문에 화(火), 빙(氷), 뇌(雷), 풍(風), 마(魔) 등 다섯 속성의 기운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뇌기는 용귀의 진원을 흡수하고서 얻게 된 속성의 힘이었다.
굳이 이 초식에 이름은 붙인다면 천공섬광(天空閃光) 뇌(雷)라고 부른다면 어울릴 것이다.
“어떻게 인간이 이런 힘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보랏빛 머리카락의 나신의 여인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백 개의 에너지볼을 만든 것이 초라해질 정도였다.
‘머, 먼저 손을 써야 해.’
그녀가 다급히 천여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던 수백여 개의 흰빛의 에너지볼들이 일제히 천여운을 향해 쇄도했다.
-슈슈슈슈슉!
천여운만 죽는다면 뇌전의 검도 없어진다.
그렇기에 서두르는 그녀였다.
“죽엇!”
천여운이 이를 무덤덤하게 바라보더니, 손을 밑으로 까딱거렸다.
그 순간 뇌전의 검들 중 일부가 빗줄기마냥 밑으로 일제히 밑으로 쏟아져 내렸다.
-촤촤촤촤촤!
뇌전의 검들은 마치 에너지볼들이 과녁이라도 되는 마냥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 그것들에 꽂혔다.
-팡! 팡! 팡!
뇌전의 검에 꽂힌 에너지볼들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거의 삽시간에 천여운을 노리던 에너지볼들은 뇌전의 검에 의해 파괴되어 버렸다.
압도적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 이 괴물 같은 놈!”
어느새 천여운을 향한 그녀의 호칭이 바뀌었다.
인간에서 괴물로 말이다.
‘도망쳐야 해.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그녀가 허공에서 몸을 틀었다.
패이징 능력만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저 괴물은 자신과 너무 상극이었다.
“누가 도망가게 내버려둔다고 했지.”
-슥!
천여운이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하늘을 뒤덮고 있던 뇌전의 검들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파치치칙! 슈슈슈슈슉!
“꺄악!”
화들짝 놀란 그녀가 최대 속도를 발휘해 이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뇌전으로 만든 검의 속도는 천공섬광을 날렸을 때 이상이었다.
그것은 벼락이 내려치기라도 하듯,
-파치치칙! 푹!
그녀의 몸에 박히고 말았다.
“아악!”
뇌전의 검이 허벅지에 꽂히자 그녀의 신형이 흔들렸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뇌전의 검들이 그녀를 향해 쇄도해 몸의 곳곳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푹! 푹! 푹!
뇌전의 검은 말 그대로 전격 그 자체였다.
몸에 박히는 순간 전류가 온몸을 타고 흘러 감전 효과를 일으켰다.
-파치치치치치칙!
“끄가가가가가가각!”
허공에서 감전이 일어난 그녀가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밑으로 추락했다.
-쿵!
바닥에 떨어진 그녀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전격은 그녀의 패이징 능력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를 약화시키기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가까이로 다가간 천여운의 눈동자에 이채가 띠었다.
‘특이하군.’
총 열일곱 자루의 뇌전의 검이 팔, 다리, 어깨 등에 고루 꽂혔다.
그런데도 그녀는 어떠한 출혈도 없었다.
오히려 보랏빛 아지랑이 같은 것이 관통된 부위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확실히 이 모습을 보면 그녀가 인간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끄그그그그극!”
감전으로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아사 직전의 사람처럼 눈이 뒤집혀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천여운이 손바닥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로 가져다댔다.
‘나노 스캔해봐.’
[알겠습니다.]신체가 어떤 구조인지 궁금해진 천여운이었다.
천여운의 손바닥에 붉은 빛이 흘러나오며 나노머신들이 그녀의 신체를 스캔했다.
이윽고 스캔이 끝나고 천여운은 증강현실로 구현된 그녀의 신체 내부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완전히 다르군.’
그녀는 인간처럼 체내에 혈액이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골격 자체도 달랐다.
관절의 개수자체가 팔 하나에만 해도 수백여 개가 넘게 촘촘히 붙어 있었다.
괴력을 일으켰을 때, 충격 자체를 완화하기 위한 구조이다.
힘의 근원인 근육의 힘줄 역시도 인간이 한계치까지 단련했을 때와 다른 복잡한 형태로 엮어져 있었다.
‘전투를 위한 육체인가.’
말 그대로 천연 전투형이었다.
어떠한 훈련이 없이도 태어나면서부터 강자인 것이다.
그런데 천여운을 가장 의아하게 만든 것은 그 육체의 비밀이 아니었다.
‘코어가 없군.’
그녀의 몸속에는 코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가 아닌 것 같은데, 코어가 없었다.
이 답의 비밀을 알 만한 사람은 저자뿐이었다.
-스륵!
천여운의 신형이 사라졌다.
폐허가 된 기지의 입구 쪽에 기대고 앉아 창백한 얼굴로 눈이 반쯤 풀려 있는 자가 있었으니, 서 연구원이었다.
복부에 튀어나와 있는 장기를 붙들고 있는 모습이 처참하기만 했다.
언제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다.
-스륵!
그런 그의 앞에 천여운이 나타났다.
더 이상 놀랄 기운도 없는 서 연구원이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천여운이 그녀를 제압하는 것을 전부 지켜보았다.
적대관계였지만 진심으로 감탄했다.
특수 장비가 없이는 절대로 제압하지 못할 거라 여겼던 존재를 혼자서 저런 꼴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인외라는 표현은 당신을 위한 단어인 것 같군요. 쿨럭….쿨럭….한데 제겐 더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사람을 갈 때가 되면 스스로 그것을 느낀다고 했던가.
그는 자신이 회생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탁!
천여운이 그의 가슴에 손바닥을 갖다댔다.
심후한 내공이 밀려들어오면서 전신이 따뜻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다고….해도….소용없을 텐데요? 하아….”
“네놈에게 묻고 싶은게 많거든.”
그런 천여운을 빤히 쳐다보던 서 연구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말했다.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군요. 협박도 의미없는 상대에게 본인이 원하시는 것을 끝까지 얻겠다니.”
어차피 죽어가는 마당에 정보를 누설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이대로 죽는 것이 조직을 위한 길이었다.
그래야 옳았다.
하지만 죽는 마당에 변덕이 생긴 것일까.
창백한 얼굴로 멍하게 천여운을 바라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물어보십쇼. 제가 살아있는 동안….하아….하아…”
“저 계집의 정체가 뭐지?”
천여운의 물음에 서 연구원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게…이트…..게이트의 위험 개체입니다.”
“그건 알고 있다. 그런데 게이트에서 나온 존재가 어째서 저렇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 아 그리고 코어도 없더군?”
천여운이 많은 게이트 위험 개체를 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두 번 다 이형의 괴물이었는데 반해서 저 존재는 지성을 가진 인간 형태를 하고 있었다.
“게이트는…..세 가지의 형태로…..재앙이 분류됩니다.”
첫 번째가 개체형(個體形).
가장 일반적인 경우라 위험 개체들이 쏟아지는 형태이다.
두 번째가 재해형(災害形).
이것은 어떤 식으로 일어날지 모르는데, 한 예로 열린 게이트에서 폭염이 쏟아지는 바람에 그 일대로 통째로 불지옥이 되었다.
마지막이 바로 특수형(特殊形)이다.
다른 두 형태의 게이트 재앙은 코어를 처리하기만 하면 게이트를 닫을 수 있다.
하지만 특수형은 달랐다.
“이들이 게이트에서…..나오게 되면 특이하게도 그대로 게이트가 닫혀버립니다.”
그 현상은 이들이 코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결정적 증거였다.
이 특수형이 발견된 것은 약 15년 전이었다.
일반적인 위험 개체들과 달리 인간과 동일한 형태를 하고 있는 이 게이트 너머의 존재는 지성을 가지고 있었고, 언어를 구현할 수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이들은 인간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힘을 지녔다.
“흠.”
천여운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그 부분은 동의할 만 했다.
전류라는 극명한 약점이 없었다면 모든 것을 통과시키는 패이징 능력은 정말 제압하기 까다로운 힘이었다.
특수형 개체가 나오는 게이트는 S등급 위험개체처럼 열릴 확률이 극히 드물지만, 한 번 열리게 되면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낳았다.
“쿨럭쿨럭…..정부와 여러 기관들은….이들이 지성을 가졌기 때문에….게이트의 비밀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호전적인 이 특수형 개체들은 인간을 동등한 관계가 아닌 피지배 대상으로 여겼다.
마치 포식자인 사자가 다른 동물들을 바라보는 관점과 동일했다.
‘하긴….’
그들의 육체는 지극히 전투를 위해 태어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호전적인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도 이 조직에서는 저 여자를 구속하고 있었다.
“대화도 안 된다는 저 계집을 잡아다 뭘 할 생각이었지?”
“하아하아….우리…..조직은……이 특수형 개체가 지닌 힘을 높이….평가했기에….놈을 분석하려….했습…끄으윽.”
목숨이 경각에 이르렀는지 서 연구원이 호흡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천여운이 몸에 진기를 불어넣어 심맥을 보호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고 판단한 천여운이 물었다.
“네놈들 조직의 이름과 다른 근거지들을 말해라. 어서!”
“하아….하아…엠….에스…그룹….본사는…ㄱ”
-화끈!
그 순간 그의 몸에 열기가 치솟았다.
“칫!”
-팍!
천여운이 서 연구원의 심맥에 한기(寒氣)를 불어넣어 체내를 식혀보려 했지만,
-털썩!
이미 그의 숨이 끊어졌다.
역시나 정보를 누설하려는 순간에 죽도록 조치를 취해놓았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엠에스 그룹.”
지난번에 죽었던 놈이 발설하려 했던 M으로 시작되는 회사는 바로 MS 그룹이었다.
공교롭게도 천여운은 이 그룹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나노 폭탄이 들어 있던 주사기의 표면에 새겨져 있던 그룹명과 동일했다.
‘계속 엮이는군.’
천여운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러고 보면 나노 폭탄 역시도 현 기술보다도 높은 단계의 테크놀로지라 했었다.
이들이 정확히 어떤 조직인지는 몰라도 천여운의 머릿속에는 서서히 거슬린다는 판단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들 조직에 있어 불행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나노. MS 그룹에 관한 정보들을 전부 수집해놔.’
[알겠습니다.]어쨌든 이들 조직의 실마리를 알게 된 천여운의 관심사는 다시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것은 바로 특수 개체형이라 불리는 보라색 머리카락의 여인이었다.
-파칙! 파칙!
“끄그그그.”
여전히 그녀는 뇌전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간 천여운이 작은 고심을 했다.
‘길들일 수 없을 려나.’
인간이 아니기는 했지만 패이징 능력은 꽤 쓸모 있어 보였다.
다른 자들보다도 길들여서 써먹을 수만 있다면 여러모로 유용한 전력이 될 것 같았지만, 인간에 대한 호전성이 크다면 그것도 힘들었다.
‘역시 죽여야 하나.’
써먹을 수 없는 것은 후환거리에 불과했다.
고민을 하고 있던 차였다.
그때 뇌전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던 그녀가 이를 억지로 참아가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끄으으으으.”
“적응했나?”
천여운이 손을 들어 올리자, 그녀의 주변에 뇌전의 검들이 생겨났다.
-파칙! 파칙!
더욱 강한 뇌기를 담아서 스파크가 진해져 있었다.
천여운이 한 번만 손가락을 까딱거리면 뇌전의 검들이 이번에는 그녀의 머리와 상체에도 꽂히게 될 것이다.
그때였다.
-쿵!
그녀가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힘겹게 소리쳤다.
“이, 일족의 율법에 따라 백작 샤케나가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모든 것은 승자의 처분에 따르겠습니다. 목숨을 거두시든 노예로 삼으시든 뜻대로 하소서.”
‘호오?’
뜻밖에도 항복 선언이 나왔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를 죽이려고 고민했던 천여운에게는 낭보였다.
“내 뜻에 따르겠다?”
“그렇습니다.”
-파칙! 파치칙!
뇌전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녀는 한결 공손해진 말투로 답했다.
이에 천여운이 물었다.
“일족이라면 너 같은 녀석들이 꽤 있다는 소리군. 계집 너희는 대체 뭐지?”
게이트 너머 속의 그 정체가 궁금했다.
특수 개체형이라 부르는 것은 이 시대의 사람들이 붙인 용어일뿐이었다.
그런 그의 질문에 스스로를 샤케나라 소개한 그녀가 말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먼 옛날에 저희를 불러들였던 이곳 지구의 인간들은 저희 행성의 일족들을 마족이라고 불렀습니다.”
“마족?”
* * *
한편 비슷한 시각 심양시.
식스 로드 토이의 미션팀이 기거하는 벙커 기지.
그곳에 스무 명 가량 되는 검은 복면을 쓴 자들이 벙커 내부를 포위해 있었고, 한 가운데서 두 사람이 도(刀)를 겨루고 있었다.
-챙!
하지만 그 대결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꺅!”
-창!
손목이 베이면서 날아간 도가 천장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도를 놓쳐서 당황해하는 단발의 새초롬한 얼굴의 미녀는 비환귀종의 소종주인 환시아였다.
불과 2초식 만에 결판이 나버렸다.
-주르륵!
그녀가 피가 흐르는 자신의 손목을 움켜쥐고서 상대의 도신을 바라보았다.
일반적인 도보다 훨씬 얇고 가벼운 보도의 도신에는 광무(狂舞)라는 음각이 새겨져 있었다.
-휘릭! 착!
대결이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그자가 도신에 도를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환시아에게 실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본교의 4대 도법 중 하나인 비환귀도법을 제대로 연마하지 못했군. 네 부친이 이곳 심양시에 너를 숨겨둘만 하군.”
환시아가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 소리쳤다.
“아버님을 모욕하지 마십쇼. 우호법!”
그런 그녀에게 우호법이라 불린 회색 양복의 중년인이 피식하고 웃고는 끼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 그건 그렇고 스스로를 천마라고 칭했다던 그 자는 어디에 있는 거지?”
끝